[인터뷰②] '은하철도의밤' 박좌헌·정지우, "너는 그냥 특별한 거야"
[인터뷰②] '은하철도의밤' 박좌헌·정지우, "너는 그냥 특별한 거야"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2.0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에필로그 보다는 프롤로그에 가까워요"
뮤지컬 '은하철도의 밤'은 끝나도 끝난게 아닌 느낌을 받아...

일본의 동화 작가이자 시인, 미야자와 겐지의 소설 '은하철도의 밤'을 모티브로 국내 창작진이 창작한 뮤지컬 <은하철도의 밤>이 지난해 11월 30일 개막해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4관에서 공연되고 있다.

뮤지컬 <은하철도의 밤>은 2021 더블케이 드림 프로젝트의 네 번째 작품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 소년 조반니가 둘도 없는 친구 캄파넬라의 도움을 받아 사라진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다음은 앞서 진행한 『 [인터뷰] '은하철도의밤' 박좌헌·정지우, "원작과 같지만 다른 작품" 』에 이어지는 내용으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사진 ⓒ 조나단 기자

Q.  그럼 맡은 배역에 대해서 각자 소개를 해볼까

정지우  제가 먼저 할게요. 일단 조반니는 이탈리아에 사는 소년이고 불의의 사고로 인해서 시력을 잃고, 아버지도 잃게 된 안타까운 소년이죠. 저는 조반니가 되게 문학적으로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중간에 캄파넬라가 이야기를 할 때 글을 쓰겠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도 그렇고, 순수하지만 그의 안에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어떠한 열망? 작은 불꽃이 끝없이 타오르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걸 보여주지 못했던 건 그가 눈 시력을 잃은 것과 아버지를 잃은 것 때문에 굉장히 많이 위축이 되어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조금 엉뚱하긴 하지만 자신의 단짝 친구인 캄파넬라가 되고 싶어 하는 인물이에요. 이건 극 중 대사 중에 "늘 자신감이 넘치고, 배려심이 깊은 캄파넬라는 그랬다"라는 게 있는데 이런 것처럼 조반니는 되게 캄파넬라처럼 자신감 있는 인물이 되고 싶어 하는 게 드러나지 않았나 싶어요.

박좌헌  저는 일단 우리 작품이 결핍이 있고 상처 입은 한 아이가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라고 봤어요. 물론 뭔가를 극복해서 완성했다는 게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는 결말을 가진 성장 이야기지만요.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건 그의 아버지가 있었음에 가능했던 것 같고, 그렇게 본다면 그의 아버지와도 연관된 이야기일 수도 있죠. 캄파넬라는 많은 인물로 극에 등장하지만 한 인물마다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축약을 해서 어떻게 보면 되게 사소하지만 중요한 '키'를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 나오고, 캄파넬라가 그중 가장 전면에 서 있죠. 캄파넬라는 앞서 지우가 말한 것과 같은 것 같아요. 아빠가 조반니에게 보여주고 싶은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존재. 그리고 가장 자신감이 넘치는 첫 번째 인격이죠. 사실 캄파넬라를 제외한 다른 인물들은 뭐랄까요. 마냥 밝지만은 않은 인물들이거든요. 조반니에게 조금 더 강압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인물도 있고 생뚱맞은 인물도 있죠. 캄파넬라만큼은 그렇지 않아요. 조반니의 눈높이에서 이 친구의 결핍을 아무렇지 않게 툭 치기도 하고, 막 대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모든 신경이 가장 조반에게 쏠려있거든요. 어떤 츤데레 같다고 해야 할까요? 아빠이자 가장 친한 친구인 인물입니다.

사진 ⓒ 조나단 기자

Q.  어떻게 보면 우리가 가장 친한 친구를 대하는 것과 같다 보면 될까. 친구를 놀릴 때 더 즐거운 마음이 드는 그런 행복?

박좌헌  골려주면서 행복함을 느끼죠. 그렇다고 누군 괴롭히면서 즐기는 사람은 아닙니다. 작품 속에서 조반니도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되게 그 자신을 스스로 위축했을 텐데, 그게 아니라 그의 친구인 캄파넬라가 말을 했으니 조반니도 웃을 수 있던게 아닐까요. 결핍이 있다고 해서 장난치지 못할 이유는 없어라는 걸 계속 가르쳐주고 싶어 했던 것 같거든요. 

Q.  사실 공연을 보면서 어떻게 보면 한 인물의 성장기를 책장을 넘기면서 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만약 이 공연을 책으로 본다면, 마지막 장면이 끝났을 때 책의 마지막 구절을 읽은 것과 같을까. 아니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챕터가 기다리고 있는 걸까.

박좌헌  맞아요.

정지우  뭔가 어떻게 보면 마지막 장면이 또 다른 시작인 느낌이랄까요.

Q.  에필로그라기보다는 프롤로그인 격일까

정지우  네. 첫 장면에 다른 조반니들이 어떻게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첫 장면에 뒤를 돌아서 멀리 떠나는 기차 영상을 보고 있거든요. 그리고 첫 장면이 시작되는데 저는 그게 극의 엔딩이 첫 장면이랑 맞물린다고 생각했어요. 맨 끝에 있던 소년이 앞에 있는 소년에게 "내가 이렇게 이겨냈다"라는 걸 말해준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형식이라고 생각을 해본다면 이제 이야기가 끝나고 에필로그로 넘어간다는 느낌이 아니라, 프롤로그가 끝나고 본 편이 시작되는 느낌인 거죠. 그렇게 본다면 관객분들이 조반니의 이후의 삶을 그려보는 게 또 다른 재미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박좌헌  맞는 것 같아요. 작품이 끝이 났지만 어떻게 보면 조반니에게는 작품의 끝이, 그의 시작선이거든요. 현실로 돌아온 조반니는 여전히 좁은 방에 살고 있고, 사람들의 시선이나 일도 쉽지 않고 힘들어요. 모든 건 그대로지만 그의 마음은 처음과 다르거든요. 계속 나아가야겠다는 어떤 의지? 생각? 을 가지게 됐죠. 그러니까 조반니의 삶은, 그의 이야기는 이제 첫 장을 넘긴 거죠. 그렇지 않을까요?

Q.  그럼 각자 내 책의 프롤로그를 점 찍고, 다음 첫 장의 이야기를 써보자.

정지우  일단 저는 조반니의 삶은 크게 변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전과 같이 인쇄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죠. 그런데 어떤 마음가짐은 달라졌죠. 어떤 일이 있어도 앞으로 나는 정말 행복하게 살아갈 거라는 마음가짐을 갖게 됐거든요. 그게 되게 큰 발전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 생각을 갖게 되니까지, 조반니는 그 한 발자국을 걷기까지 누구보다 힘들었을 거니까, 누군가한테 이제 나도 빛이 되어줄게라는 그 한마디, 목표를 가지고 한 단계 그리고 또 다른 한 단계를 살아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렇게 생각합니다.

박좌헌  맞아. "좋아. 빛이 돼줄게" 그게 나와버리네. 저는 사실 이 질문을 듣고 딱 떠오르는 게 있는데 어렸을 때부터 너무 시끄럽다고 저를 싫어했던 애들이 있었거든요. 엄청 싫어했었어요. 그런데 엄마가 저한테 해줬던 이야기가 있거든요. 모든 어머니가 아들을 사랑하겠지만 엄마가 저한테 그런 말을 해줬어요. "너는 남들이랑 다른 것도, 틀린 것도 아니야. 너는 그냥 특별한 거야"라고요. 그냥 제가 특별하니까 남들과는 다르다고, 별개라고 생각하지 말라고요. 그래서 저도 뭔가 생각이 바뀌었던 것 같아요. 여전히 날 싫어하는 애들이 있었고, 시끄럽다고 조용하라면서 저를 괴롭히던 애들이 있어요. 근데 이전의 저였다면 저 스스로 계속 위축되고 속을 썩여왔다면 그 뒤로는 그래 싫어해라 하면서 그냥 넘기고 여전히 시끄럽게 저대로 여전히 떠들면서 살아왔어요. 그래서 조반니도 그렇게 살았을 것 같고, 그렇게 살지 않았을까 싶어요. 사회가 시작과 다를 바 없이 조반니를 힘들게 했을 거고, 조반니의 삶은 전과 하나도 변한 게 없지만 조반니는 처음과는 다르게 아무렇지 않아요. 개의치 않고, 힘들면 그래 힘들다. 그런데 이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고 이렇게 살아가야 되잖아 받아들이고 그냥 나 스스로의 행복, 본인의 행복을 찾아가지 않았을까. 그렇게 걸어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눈 감은 세상에서 그가 보고 싶은 데로 보고 싶은걸 보면서 살아가지 않을까. 캄파넬라도 그걸 바라지 않았을까. 그리고 조반니 또한 아빠가 바라는 게 뭔지 알기 때문에 그렇게 살아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캄파넬라 로서 조반니가 그렇게 잘 살아가길 바랐을 거예요. 캄파넬라는 떠날 수밖에 없는 인물이니까. 떠난 사람이니까. 현실적이면서 그래도 가장 희망찬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끝을 내고, 그다음 장을 조반니가 넘기길 바라지 않았을까 싶어요.

사진 ⓒ 조나단 기자

Q.  극 중에 별자리 이야기가 나오는데, 혹시 좋아하는 별자리나 자기의 별자리를 알고 있을까

박좌헌  저는 진짜 하나도 몰랐어요.

정지우  저도 관심이 전혀 없었어요. 

박좌헌  몰랐다가 별자리를 보는데 사실 그런 생각이 좀 들더라고요. 백조자리라고 해서 봤는데 백조같이 생기지 않았다는 거요.(웃음) 켄타우로스 자리를 찾아봤는데 어디 있는지 보이지가 않더라고요. 그런 생각을 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옛날 사람들은 정말 얼마나 상상력이 풍부했던 걸까, 얼마나 상상을 했으면 저런 별들을 두고 백조라고 생각하고 신화를 만들었던 걸까 하고요. 사실 어떻게 보면 배우들도 상상력이 많아야 하는 사람인 거잖아요. 그래서 뭔가 신비로운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도 제 별자리를 찾아봤죠. 그래서 별자리 아세요?

정지우  네, 저도 알고는 있죠.

박좌헌  전 진짜 이거 하면서 처음 알았어요. 물고기자리더라고요. 저는 물고기자리가 크게 한 마리가 있고 아가미가 있고 그래서 물고기자리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물고기 두 마리가 뛰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놀랐잖아요. 그래서 너무 신비롭고 신비롭다. 아, 좋아하는 별자리는 백조 자리요. 

Q.  사실 지금 하늘을 바라봐도 잘 모를 것 같다

박좌헌  맞아요. 인터넷을 찾아보니까 별들이 인체랑 똑같이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살을 걷어낸 인간의 뼈랑 같아서 그걸로 인체를 그려내고 그걸 토대로 별자리와 신화를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정지우  저는 사실 정말로 별자리나 우주 이런 거에 관심이 하나도 없거든요. 그런데 우리 작품에서 조반니는 어떻게 보면 되게 우주 덕후같은 친구거든요. 은하수에 대해서 되게 잘 알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고요. 제가 배경지식이 되게 없다 보니 열심히 찾아봤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앞서 형이 이야기를 했던 것처럼 별자리와 신화들이 되게 많고 탄탄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찾아보면서 이런 이야기들이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었고, 우리 작품에서 조반니와 캄파넬라가 이야기를 하기도 해서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박좌헌  정말로 재밌는 이야기가 너무 많았어요. 

Q.  서울 하늘은 빛나는 게 두 어개 있지 않나. 인공위성.

박좌헌  네 맞아요.(웃음) 사실 하늘을 쳐다볼 일이 거의 없는데 보면 가장 빛나고 있는 별들이 있죠. 물론 그게 별이 아니라 깜빡거리는 인공위성이지만요.

사진 ⓒ 조나단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