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수, 더욱더 철저해지기를 꿈꾸는 추상화가
박동수, 더욱더 철저해지기를 꿈꾸는 추상화가
  • 어승룡 기자
  • 승인 2021.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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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동수, 더 넓고 깊게 아직 끝나지 않은 모험을 한다.

“모든 것은 의도속에서 존재하며 그 의도에 따라 디자인되어야 한다”고 했던가. 추상미술은 우연성을 바탕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그것을 그리는 과정과 결과물은 필연적이다. 화가 박동수만의 심미안은 가장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이성의 질문들을 모든 감각기관을 통해 강한 자극으로 다가온다. ‘무엇’이라고 규정하는 건 가능하지 않은 일이기에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는가 가 가장 의미 있는 일이다. 사람을 좋아하고, 음악과 와인을 사랑하는 박동수는 몰입하지 않으면 현실이 권태롭고 무의미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작업을 한다.

내가 닿고자 하는 목적지는 늘 일관성이 있다
거의 하루도 안 빼놓고 그림을 그린다. 일단 작업실에서 그리고자 하는 곳에 생각나는 모든 것과  눈 앞에 보이는 그 어떤 것을 그린다. 나를 인정하고 나 스스로 하도록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데 ‘절대 시간 찾기’ 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고 한다. 일주일 중에서 하루 쉬는 날을 제외한 나머지 날에 그림을 그린다. 그 시간이 좋다. “나는 대작만을 그린다. 매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커다란 캔버스나 흩어진 삶의 조각들을 나만의 경험으로 담아 두고 싶다” 고. 유유자적 예술의 세계에 심취 할 것 같은 예술가의 삶이 처절하고 지독한 현실의 삶이라고 해도 내 자신과 끊임없이 싸우고 이겨 내려고 노력한다. “내 운명에 모든 것이, 이 모든 경험은 아름다움을 빚어낼 목적으로 나에게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르헤스의 말처럼 . . 나는 생이 다할 때 까지 그릴 것이다. 쉼 없이 

예사롭지 않은 고통과 고뇌 사이
프랑스 파리에서 20년 넘게 살았다.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부터 감성과 시각을 자극하고 크고 작은 아틀리에가 곳곳에 있는 매우 흥미로운 나라이고 도시이다. 고등학교를 졸업 하고 곧바로 유학을 갔다. 이 곳 파리8대학, 대학원을 졸업했고 세계 유수의 예술과들과 교류하면서 뜻깊은 창작의 시간을 만났다. 나만의 고유성, 기록으로 남기다는 건 늘 어려웠다. 내 작업 자체는 명상이고 집중이다. 그것들로 인해 다른 것 들을 잊는 망각, 나의 감각을 최대한 끌어 올리는 시도, 이를 캔버스에 하나의 형태로 드러내야 하는 시각적 고뇌에 이르기까지, 창작의 시간은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과도 같았다. 필연과 우연함의 역설적인 원들은 긴 시간 공들여 만든 나만의 선과 면, 그 선과 면이 끝없는 원형을 이루어 가며 특별한 질감을 만들어 내고 의식의 공간을 창조하게 한다. 그러니 “아틀리에에 전시된 그림이 어떻게 예사롭지 않을 수 있을까”

극도로 정교하면서 언제나 새롭다
작품에 있어 심오한 세계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의 작업 행위에서 추상성에 대해 설명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표현할 수 있는 것과 표현 할 수 없는 것, 어디에서 영감을 받든, 결국에는 내가 가져오는 것이고 세상에 내 놓는 것이 그림이고 작품이다. 그곳에 (Cette place la) 가니 말이다. 선택한 적도 없지만 가지고 태어난 조건들 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싶다. 그림의 완성도에 있어 모든 편견을 깨기 위해 치열하고 혹독하게 스스로를 밀어 붙여야만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온다고 한다. 단순하게 나열 된 얽힘이 아닌 내면에서 일어나는 불가사이한 과정은 언제나 새롭다고. 

그러나 본질은 변함없이
다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에너지는 남다르다. 내면에 존재하는 강렬한 감정들을 어떻게 외부세계와 연결할지 늘 고민한다. 복잡한 것은 어울릴 것 같지 않아 개방과 폐쇄를 반복해왔다. 구상과 비구상을 논하기 보다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은 고찰과 작가로서의 완벽한 테크닉을 구현하기 위한 아이덴티티(Identity)가 있다. 규정 짓지 않고 자연스럽게 머무르는 것, 화가 박동수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기도 하다.

아주 강렬하게, 즉각적으로
모든 보이는, 보이지 않는 것들과 존재하는 것, 존재하지 않는 것들의 절대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형이상학적인 충돌에너지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초적인 욕망과 무의식에서 출발했다고 보인다. 반면 주도면밀한 내적세계와 인간의 생물망(生物網)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행성들은 그 충돌로 아주 강렬한 파편들을 만들어낸다. 마치 화산이 폭발하여 흘러 넘치는 용암의 결속력이 감정을 자극하고 순화한다. 작가가 요구하는 미적 결과물을 달성하기 위한 물성들은 “어떤 방법”에 의해 통일감과 균형감이 “어떤 변화” 를 추구하고 “어느 정도” 의 테크닉을 나타내는 것에 따라 작품 속에 반복과 연결, 대비등의 요소가 내포되어 있다. 어디까지 확장 될 수 있을까 하는 기대와 의문을 갖게 한다.   
 
상자 속에 들어 있는 모나지 않는 선물
화가로 산다는 건, 그림을 사랑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작품 속으로 잠영하듯 들어 가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다. 누군가를 온전하게 아는 것, 가장 깊은 내면까지 들어가서 알아가는 과정이니까 화가 박동수는 늘 우주를 경험한다. 매번 내가 의도한대로 원이 되었다 가도 네모 반듯하게 말이다. 나만의 세계에서 “내 자신의 영혼을 가장 강렬하게 표현하고 싶은 건가?” 하는 질문도 던져 본다. 내가 세상에 내놓는 것이 설령 최고가 아닐지라도, 이데아 적인 존엄함과 깊은 뜻의 아름다움을 나만의 해석을 통해 전달하고 싶다. “내 영혼을 강렬하게 드러내는 것 보다는 지금의 나”

이것이 최선인가

매번 다른 표현과 방식으로 ‘내 멋대로 해라’ 가 아니라 한번 판단을 내린 해석을 유지하면서 순간적으로 찾아 오는 영감을 놓치고 싶지 않다. 오늘 내린 판단이 내일도 같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매일 작업하면서 모든 가능성을 시험해 볼 수 있으니까 고민하는 과정은 행복한 순간이다. 배를 타고 항해 하는 미지의 세계를 발견하는 탐험가의 발걸음으로 어머니의 바다 학암포로 간다면 같은 장소에서 머물지 않고 계속 전진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침묵 너머 찬란한 내 어머니 Maria 조종분
이토록 투명하고 명징했던가, 살면서 외롭고 허전할 때면 찾았다. 어머니의 마음이고 추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설임 없이 떠났다가 다시 돌아 오기를 반복한다. 언제나 있는 그대로 파란색 숨을 들이 마시며 세련된 여유 한 조각을 맛볼 수 있는 어머니의 바다 학암포, 겉으로 보기에도 평온해 보이지 않았던 내 어머니의 삶, 세찬 바람이 늘 불었지만 어머니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삶을 살았고 나 역시도 닮으려고 노력했다. 어머니로 인해 그림을 그릴 수 있었고 그리는 순간 뿐만 아니라 다음 생이나 다른 삶에서의 그림을 빼 놓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나는 지금의 삶에 충실하고, 그림과 함께 있다. 침묵 속으로 완전히 침잠해 들어가는 것처럼 

갓 스무살이 넘었을까, 박동수는 떠났다. 프랑스 파리로 혼자만의 여행을 꿈꾸며, 첫 눈에 반했고 온마음을 빼앗겼다. 적극적인 어머니의 노력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너무도 감사한 일이다. “어머니. 잘 계십니까?” 세상 제멋대로 휘젓듯 산 거 아니나 찬바람 불 때면 더욱 그립고 애틋하다고 한다. 화가 박동수만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정제되어 있는 지극히 주관적인 세계에서 특별함과 이성 모두가 공존하는 이유도 어머니의 가르침 덕분이라고 한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그 상상 속의 존재로 인해 해결 되고 현실에 그걸 응용 할 수 있다는 것에서 전율 또한 느껴진다.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매 순간 무엇을 느끼고 어디에 집중 하느냐 에 따라  강렬하게 전달 되는 느낌들은 좋은 결과물을 반드시 안겨 주기에 필수적인 과정일수도 있다. 자기 절제와 혹독한 훈련에도 굴하지 않는 예술가에게는 고독의 시간 또한 필요하다. 필요악이 아닌 ‘필요약’이 되는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더욱 단단 해지고 폭넓고 다양한 작업을 하는 화가 박동수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10년전부터 고향인 해미에 터를 잡았다.

갤러리를 오픈하였고 지금 이 시간도 꾸준히 작업중일 것이다. 그동안 많은 일들을 겪었다고 한다. 그런 수많은 사연들을 봄 눈 녹듯 한번에 녹아 내리게 한 아내에게 고맙다고 한다. 늘 작품과 함께 하는 이 부부의 따뜻한 모습에 보기 좋았고 ‘소중한 것을 지켜 내는 방법’을 찾은 것 같아 필자도 매우 기쁘다. 

작가 박동수 1964~ 서산 해미프랑스 8대학, 대학원 졸업1990 - 2009 프랑스에서 활동30여차례의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국내외 유수 기관에서 작품 소장
작가 박동수
1964~ 서산 해미프랑스 8대학, 대학원 졸업 1990 - 2009 프랑스에서 활동30여차례의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국내외 유수 기관에서 작품 소장

글 문화칼럼니스트 강 희 경 (藝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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