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멸화군' 임예진 "고민했던 시간, 아깝지 않았어요"
[인터뷰] '멸화군' 임예진 "고민했던 시간, 아깝지 않았어요"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1.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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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뮤지컬 '멸화군' 연화 역으로 돌아온 임예진
"해보지 않았던 역할, 어렵지만 재밌어"

창작뮤지컬 <멸화군>이 지난 10월 5일 개막이후 관객들의 호응 속에서 순항 중이다.

뮤지컬 <멸화군>은 조선시대 세조 13년, 50명의 정원으로 24시간 화재 감시를 하던 우리나라 최초의 전문 소방대원이자 국가 공식 조직인 '멸화군'을 소재로 한 창작 작품이다.

의문의 연쇄방화범을 추적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만의 사명을 지켜나간 ‘멸화군’들의 이야기를 담은 사극 범죄 추적 드라마로 신분에 따라 운명이 정해지던 비운의 시대, 자신의 생존이 전부였던 세상 속에서 다른 이들을 지키기 위해 사선을 넘나들었던 ‘멸화군’을 이야기하고 있다.

본지는 극중 아버지가 역적 누명을 쓰고 집안이 망해 관비가 된 불운의 여인 연화 역을 맡은 임예진 배우를 만났다. 다음은 자신의 운명을 거스르기 위해 벼랑 끝으로 쉴틈없이 달려갔던 그와의 인터뷰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밝히는 바. 

 

Q.  3년 만에 만난 것 같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임예진  안녕하세요. 열심히 살고 있는 임예진이라고 합니다.(웃음)

Q.  열심히 살고 있다는 건 무슨 뜻일까

임예진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뜻도 있고, 개인적으로도 나태하게 살지 않으려고 일이 없더라도 뭔가를 계속 찾아서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사실 코로나 때문에 작품이 딜레이 됐던 적이 있는데, 그때에도 마냥 쉬지 않고 뭐라도 하려고 연습 스케줄을 잡고 쉴틈없이 뭔가를 했던 것 같아요.

Q.  공연이 없을 때는 뭘 했나

임예진  사실 주변에서는 제가 좀 재미없게 사는 스타일이라고 해요. 그냥 공연이 없으면 먹고 싶은 것도 먹으러 다니거나 연습실을 잡아서 노래나 연기 연습을 하면서 지내요. 

Q.  그러고 보니 코로나 시대에 들어서서 연습실 분위기도 많이 바뀐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가

임예진  맞아요. 아무래도 연습을 하는 동안에도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거든요. 이번 작품 연습도 사실 얼굴을 맞대고 연습을 하지 못하고 눈만 보고 연습을 했었어요. 그렇게 연습을 하다가 드레스 리허설을 할 때 처음으로 얼굴을 맞대고 연기를 했었는데, 세상에나 알고 있는 얼굴인데도 처음 리허설 때 정말 어색하더라고요. 

Q.  처음 대본을 읽었을때부터 시작을 해볼까. 대본을 읽고나서 어떤 생각을 했나

임예진  사실 지금 소방관이라는 직업은 모두가 어느 정도 알고 있고, 어떻게 보면 당연히 있어야 되는 직업이라고 생각을 하잖아요. 그리고 당연히 있었던 직업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이 직업이 언제부터였었는지는 사실 생각을 안 하고 사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서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조선 시대에 소방관이 있었고, 그들이 그 시대에서 정말 힘들었겠다는 걸 알 수 있었죠.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이런 부분들을 많이 느꼈고 저 스스로도 많은 자료들을 찾아보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캐릭터로 넘어가자면, 사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제가 연기하는 연화라는 인물이 너무 안 나와서 제가 대본을 잘못 봤나 했었어요. 연화라는 역할이 아니라 다른 역할인가라고도 생각했죠. 다시 읽어보고도 이게 맞는 건가라고 고민을 했었던 기억이 있어요. 연화라는 인물이 중반 부분부터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게 또 새롭더라고요. 사실 뭔가 이런 작품들 같은 경우에 띄엄띄엄 나오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렇게 중후반부터 나오는 경우는 처음이었거든요. 그래서 되게 새로웠던 것 같습니다. 

Q.  사실 공연을 보면서도 언제 나오는 건가 생각했다.

임예진  사실 중간중간 나와서 쳐다보거나 눈치를 본다는 지문들이 있어요. 그래서 나오기도 했었는데 많은 부분들에서 삭제가 되거나 등장인물들에 시선이 집중되다 보니 나와도 못 알아보시더라고요.

Q.  첫 장면 이후 거의 30여 분 동안 안 나왔던 것 같다.

임예진  네, 첫 장면 이후에 거의 40여 분이 지나야 제가 제대로 나옵니다. 

Q.  그 시간 동안 뭘 하나

임예진  일단 무대 뒤에서 대사를 다시 한번 리마인드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서 제가 등장할 시간이 다가와서 무대로 올라갑니다. 

 

 

Q.  연습 중에 어려웠던 부분은 뭐가 있었을까

임예진  앞서 조금 이야기를 했었는데 사실 제가 대본을 볼 때 비판적으로 읽으려고 하는 편이거든요. 물음표를 많이 던지고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면서 저 스스로 여러 부분들을 채워나가는 편이에요.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 제가 맡게 된 연화라는 인물에 대해서 많은 부분들에 대해서 물음표를 던졌던 것 같아요. 그가 왜 불을 지르느냐에서부터 시작해서 그가 이 상황에서 이런 정말로 이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나 등등 많은 부분들을 찾아 나섰었죠. 저는 이번 작품에서 저 스스로를 많이 대입했었던 것 같아요. 내가 이 상황이었다면, 이런 상황을 겪었더라면 어떻게 행동을 했었을까라는 부분에 집중을 하다 보니 어떻게 보면 상황에 대한 정당성을 많이 찾고 부여하게 된 게 아닐까 싶었어요.

Q.  물음을 던졌던 포인트?

임예진  일단 중림에게 이렇게까지 협박을 해야 되냐는 부분, 그리고 그가 복수를 하는 데 있어서 방화를 해야만 했을까 등이 있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죽음을 선택하는데, 꼭 죽음을 선택해야 했을까란 궁금증도 있었죠. 크게는 이 세 개가 있었고 제가 극 중에 방화를 저지르는 데 방화를 저지르는 데 있어서 인간으로서의 어떤 죄책감이 있었는지 혹은 없었는지도 궁금했었던 것 같아요.

Q.  답을 찾은 걸까

임예진  사실 연습 때 이 부분들과 관련해서 같은 역할을 맡은 언니들과 진짜 많이 이야기를 했었어요. 일단 멸화군이라는 조직에서부터 시작을 했던 것 같아요. 극 중 배경이 되는 시대상 속 멸화군이라는 조직과 그 조직을 바라보고 있는 사대부와 정계의 인물들, 그 가운데 아버지가 희생되고 어머니 또한 자결을 하고 연화 또한 노비가 되죠. 연화는 멸화군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이용하려고 하는 사대부들의 행동을 다 보게 되거든요. 그리고 불이 나지 않으면 멸화군이 폐지될 예정이라는걸 알게되죠. 어떻게 보면 가족을 잃게 만든 멸화군이지만, 연화에겐 멸화군이 그의 삶의 목표이자 삶의 전부가 되어버렸다고 봤어요. 그래서 방화를 시작하게 된거죠. 저는 연화가 단순하게 사이코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어찌됐던 그렇게 시작한게 그의 첫 방화였고, 안타깝게도 그게 대화재로 이어졌죠. 그 순간 그걸 바라보고 있던 연화는 자신이 저지른 방화에 대해서 죄책감을 많이 느껴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나',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 걸까'라는 고민이 이어지지만 결국에는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가족의 복수를 위해서 계속 해서 방화를 저지르죠. 그 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어느 순간 연화는 화재 속에 과거의 자신을 버려요. 그의 삶의 목표가 바뀌게 되는 순간이왔다랄까요. 그의 분노는 이제 사대부들에게로 넘어가요. 그들의 재물 창고를 목표로 방화가 계속 이어지죠. 

Q.  같은 역할을 맡은 두 배우 공연을 모니터링 했었을까

임예진  사실 연습 때부터 진짜 많이 대화를 나누었다 보니 방향성은 비슷하게 가겠구나 생각 했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다르더라고요. 본 공연이 올라가고 두 언니가 올라가는 공연을 모니터링했었는데 확실히 달랐어요. 공통적인 부분은 우리 모두 이 인물, 연화가 단순하게 악역으로만 보여져선 안된다는 거였었고, 그걸 기준으로 각각 다른 노선으로 나아가고 있더라고요. 새롬 언니 같은 경우에는 되게 세 보이고 강해 보이는데 그 안에 굉장히 여린 부분들이 존재했었어요. 어떻게 보면 슬픔이 차고 넘쳐서 분노가 됐다고 해야 할까요? 반대로 은실 언니 같은 경우에는 타버린, 다 타버리고 난 뒤 남아있는 재 가루 같았어요. 다 타서 모든 걸 잃어버리고 그 안에 악만 남아있는 느낌이 나더라고요. 

 

 

Q.  극 중 중림과의 만남 장면에서 중림이 크게 놀라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임예진  저의 경우에는 중림이 생각조차 못 했을 거라고 봤어요. 제가 가지고 가는 부분은 중림이 방화범의 인상착의나 행동범위 등에 대해서 연화라는 인물을 연관시키지 못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냥 그의 정체를 찾는 중림, 그리고 범인을 찾게 된 중림만 그렸죠. 

Q.  극 중에서 중림은 왜 연화를 바로 잡지 않았던 걸까

임예진  일단 제가 천수를 인질로 잡고 있었기 때문에 중림이 절 못 잡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 뒤로 중림이 방화를 저질렀기 때문에 저를 더 못 잡은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어떻게 보면 연화에게 어떤 죄책감이 있기 때문에 감정이 교차되면서 붙잡지 못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제가 중림이 아니라서 정확한 건 없는데 제가 생각하는 건 그런 부분들이 있었어요. 

Q.  열린 부분들이 많다고도 볼 수 있는데 어떻게 보면 설명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임예진  어떻게 보면 중림에게는 어떤 중압감, 죄책감이 있었고 그것들이 현실이 되어 나타난 게 연화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모르고 살았다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보면 중림이 연화를 만나게 되는 건 시간의 차이만 있을지언정 두 사람이 만나게 되는 건 피할 수 없었던 거죠. 

Q.  공연을 하면서 어려웠던 건 뭐였을까

임예진  사실 일단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지는 않거든요. 오히려 트리플 캐스팅에다가, 극 중에서 무대에 설 수 있는 시간이 다른 배역들보다 적다 보니까 무대에 오래 올라가있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무대에 많이 서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조금 아쉽다랄까요. 그리고 사실 이번 작품에서 맡은 역할이 그간 제가 맡아왔던 역할과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어서 공연을 하러 공연장에 갈 때마다 스스로 다짐을 하고 있어요. 잘할 수 있다는 다짐을요.

 

무대에 많이 서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조금 아쉬워요.

 

Q.  중림 역할을 맡은 세 배우, 연기도 그렇고 발성이나 느낌이 다 너무 다르다. 어떤가

임예진  맞아요. 정말 다 달라요. 우선 공통점을 찾으라고 한다면 세 배우님 모두 다 멋있으시죠.(웃음) 일단 경수 배우님부터 말해보자면 제가 느끼기에 되게 냉철해 보이지만 다정다정한 느낌이 강해요. 그리고 민성 배우님 같은 경우에는 눈이 되게 부리부리하시거든요. 그런데 그 눈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엄청나세요. 실제로 같이 공연을 하면서도 오빠가 가지고 있는 그 에너지를 이기려고 엄청 노력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되게 세심하고 섬세하게 잘 챙겨주셔서 정말 매력이 남다르다고 생각을 했어요. 마지막으로 원영 배우님 같은 경우에는 되게 동그라미 같다고 해야 할까요? 되게 둥글둥글 천수랑도 되게 형제같이 지내고 모든 인물들과 두루두루, 둥글둥글 잘 어울리시더라고요.

Q.  천수 역할도 세 명의 배우가 함께하고 있는데

임예진  네. 일단 재웅 배우 같은 경우에는 특유의 귀여움이 묻어난다고 해야 할까요? 약간 어설프지만 단단한, 귀여운 천수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순종 배우는 되게 말랑말랑해 보이고 되게 순수할 것 같은데 의외로 심지가 굳고, 눈으로 딱딱 말하는 카리스마 같은 게 있어요. 뭔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면서 눈빛으로 딱 이야기하는 뭔가가 있는 것 같은 천수예요. 마지막으로 민수 배우님은 되게 감정적이면서도 장난기가 넘치는 천수인 것 같아요. 사실 마음이 되게 여리지만 장난을 치면서 그걸 숨기고 있지 않나 싶은 천수입니다. 

 

Q.  최근 공연을 하면서 울림이 있었던 대사가 있다면?

임예진  극 중에서 천수가 저에게 하는 이야기가 있거든요. "당신도 가족이 있을 거 아녜요" 라고 말하는데, 되게 뼈를 때리는 말이더라고요. 사실 연습을 할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까지는 못 느꼈었거든요. 그런데 공연장에서 드레스를 하고, 본 공연에 올라와서 감정이 끌어 올라가면서 그 말을 들으니까 되게 많은 생각이 났었어요. 

Q.  좋아하는 장면 혹은 추천하고 싶은 넘버가 있을까

임예진  사실 '붉은 낙인'을 가장 좋아합니다. 말이 필요 없는 넘버랄까요. 다음으로는 전 '피어나'를 추천드려요. 노래가 너무 좋거든요. 되게 오묘해요. 그래서 들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Q.  다른 배역으로 무대에 올라야 한다면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을까

임예진  저는 천수요. 천수가 가지고 있는 자유분방하고 뭔가에 얽매여져 있지 않는 모습이 매력적이더라고요. 배우로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굉장히 많은 역할이라고 생각을 해서 되게 해보고 싶은, 탐이 나는 배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연화가 제일 좋지만요! 

Q.  극의 마지막, 나만의 에필로그를 써보자면? 

임예진  전 연화가 죽었다고 봤었는데 만약에 연화가 죽지 않았다를 가정하고, 거기서 연화가 또 한 번 트릭을 썼다고 한다면 이번에야말로 자기만의 삶을 찾아 떠나지 않았을까요. 연화는 그 안에서 다시 모든 걸 내려놓고 왔을 것 같아요.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계속해서 방화를 저지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사실 연화는 복수에 눈이 멀어서 방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그의 삶의 목표이자 그가 살아가는 이유가 됐었거든요. 모든 걸 내려두지 않는 이상 살아 있다면 방화를 저지르거나 모든 걸 내버려 두고 떠나거나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연화가 죽었다는 가정에선 일단 천수가 계속 멸화군에 남아있으면서 중림과 같은 멸화군의 대장이 됐을 것 같아요. 중림처럼 하려고 하지만 약간 어설프고 어리숙한 모습이 남아있는 거죠. 그런 천수 앞에 어리숙했던 또 다른 천수 혹은 중림의 모습을 한 인물이 밑으로 들어오면서 작품이 끝났으면 좋겠어요. 중림이 어디선가 그 모습을 보고 있다면 "너도 당해봐" 하는 느낌인 거죠. 

Q.  공연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보러 온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임예진  사실 무대 뒤에서 대기하면서 객석을 바라볼 때마다 뭉클하다는 감정을 많이 받아요.. 코로나가 계속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공연을 보러 와주신다는 것만으로도 되게 큰 감사함을 느끼거든요. 모두가 위험을 감수하면서 공연을 보러 와주시는 거잖아요. 그래서 존재 자체에 되게 큰 힘을 받고 감사하다는 말 밖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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