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김준호·김아론, 기억의 편린을 찾아서... 연극 '인사이드'
[인터뷰②] 김준호·김아론, 기억의 편린을 찾아서... 연극 '인사이드'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1.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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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인터뷰는 앞선 [[인터뷰] '인사이드' 김준호·김아론, "내면의 나를 마주한다면"]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연극 <인사이드>는 지난해 트라이아웃 공연으로 올라간 작품으로 2016년 선보였던 뮤지컬 <인터뷰>의 연극 버전이다. 대중에게 다중인격장애로 알려진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소재로 사용한 작품으로 모든 기억을 잃은 채 낯선 곳에서 눈을 뜬 한 맷과 기억과 기억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의 머릿속을 헤집는 인물들의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본지는 이번 작품에서 박사 역을 맡은 김준호, 맷 역의 김아론 배우를 만날 수 있었다. 두 배우는 안양예고-동국대학교 동문으로 김준호 배우는 대학 졸업 이후 연극 <황야의 물고기> <까사 발렌티나> <밑바닥에서> <돌아온다> <만선> <오월의 햇살> <정의의 사람들> 등 더블케이필름의 작품에 다수 출연했다. 김아론 배우 또한 지난해 연극 <밑바닥에서> <폭풍의 언덕> <정의의 사람들> 등에 이름을 올린 신예다. 이번 작품부터 본명인 김명에서 김아론으로 활동명을 바꾸게 됐다. 

다음은 이들과 나눈 일문일답으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음을 밝힌다. 

Q.  그러고 보니 이번 연극에 참여했던 배우들 그대로 뮤지컬 <인터뷰>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도 하던데 어떤가.

김아론  저는 여태까지 해왔던 것처럼 선생님이 하라고 한다면 하겠습니다.

김준호  저는 사실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해본 적이 없거든요. 연극만 쭉 해왔었어요. 대학 시절에는 뮤지컬을 몇 작품 했었는데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에 제작사나 컴퍼니 혹은 선생님이 기회를 주신다면 정말 열심히 감사한 마음으로 작품에 집중할 것 같습니다. 

Q.  노래를 잘한다고 들었다.

김아론  고등학교 때부터 유명했습니다. 그때 엄청 아이돌이셨어요.(웃음) 성량이 좋아서 천장을 뚫었다고...

김준호  그때 <렌트>의 콜린이나 <레베카>에 막심 역할 등등을 했습니다. 잘한다고 주인공이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냥 열심히 하고 성실한 친구들에게 기회가 가지 않나 싶습니다.

Q.  기대를 해보겠다.

김준호  기대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죠.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  맷에게 여러 인격이 나오게 된 이유는 뭘까

김준호  일단 해리성 인격장애라는 게 유아-청소년기 상처나 환경적인 부분에서 고통을 받거나 바라봤을 때 생기는 자아라고 알고 있어요. 물론 성인이 돼서도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지만요. 그런 고통스러웠던 순간이나 강렬했던 기억에 도피하고 회피하고, 외면하고 싶을 때 맷이 이 인물들을 만들어냈다고 봤어요. 

김아론  제 대학 동기가 예전에 뮤지컬 <인터뷰>를 했었거든요. 그때 당시에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제가 얼핏 듣기로 맷이 과거에 만났었던 인물이라고 들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우디도 어렸을 때 만났다거나 아니면 본인이 경험한 상황 속에서 만들어냈다고 했었어요. 예를 들어 폭력적인 지미 같은 경우에는 과거의 아버지로부터 튀어나온 인격이고 앤과 우디는 어렸을 적 누나랑 같이 놀던 과거의 자기의 모습 그리고 누나를 통해서 혹은 위해서 나왔다고요. 정확하지는 않은데 그때 이야기를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김준호  극 중에 박사 대사에 머릿속에 최소 5명의 인격이 살아있다고 말을 하거든요. 지금 무대 위에서는 다섯 명의 인격이 나와있지만 최소라고 가정을 해놨기 때문에 그 안에 더 많은 인격들이 있을 수도 있어요. 비슷한 소재를 사용한 영화들만 봐도 23개의 인격이 있거나 10여 명의 다른 인격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 있는 걸 보면 사실 맷의 안에는 그가 겪은 상황이나 시간에 따라 더 많은 인격들이 잠들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Q.  몇 명의 인격이 있을 것 같나

김아론  몇 명이라고 확실하게 말은 할 수 없지만 어떻게 보면 정말 수많은 인격들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장 지금의 저만 봐도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의 저와 부모님과 함께 있을 때의 저는 조금 다르거든요. 그런 부분들에서 전혀 다른 인물들, 인격이 나오게 된다면 숫자로 셀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인격들이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되거든요. 

Q.  연기하고 있는 인격들, 각 캐릭터들의 특징이나 성격은 어떤가

김준호  일단 지미는 극 중에서 배신을 당해요. 충동적인 성격을 가진 아이고, 모든 주도권을 준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다른 인격들이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화를 내죠. 우디 같은 경우에는 원래 여기에 나타나면 안 되는 친구인데 맷을 찾아와요. 제발 형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더 이상 이게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맷을 도와주기 위해서 찾아오죠. 그리고 노네임같은 경우에는 사실 저는 나쁜 인격이라고 바라보고 있지 않거든요. 극 중에 노네임이 자아를 죽인다는 표현을 써요. 그런데 사실 노네임이 말하는 죽인다는 표현은 실제로 인격들을 죽인다는 게 아니라 잠을 재우는 거거든요. 노네임의 목표는 간단해요. 모두 같이 살자는 거죠. 맷이 모든 진실을 깨닫게 됐을 때, 그가 죄책감에 죽어버리면 그 안에 있는 우리들 모두가 죽는 거잖아요. 그래서 노네임은 자기 스스로의 생존, 그리고 다른 인격들의 생존을 위해서 맷에게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는 거죠. 협력하라고요. 나도 고통스러운 거 보기 싫어, 그런데 어쩔 수 없잖아. 내가 살려면 그리고 우리가 살려면 협력해야 해.라고 이야기를 하죠. 

김아론  사실 저는 본 공연에서 준호 형이랑 같이 만나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극 중에 되게 마지막에 "당신 같은 사람도 이해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대사가 있어요. 그런데 이 대사를 내뱉는 도빈이 형이랑 선근이 형이 굉장히 다르거든요. 도빈이 형은 진짜 내가 널 당장이라도 죽여버릴 수 있어라는 게 보일 정도로 강하고 강력하게 드러내거든요. 제가 무릎을 꿇고 있으면 저를 진짜 구석으로 몰아쳐요. 반면 선근이 형 같은 경우에는 사실 극 중간중간 한숨을 쉰다던가 인격들마다 조금씩 호흡이 다 달라요. 그리고 어떤 부분들에 있어서는 되게 진지하게 들어주거든요. 정말 다 달라서 보는 재미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Q.  준호 배우가 바라본 맷 역의 세 명의 배우는 어떤가

김준호  일단 찬이 형부터 먼저 이야기를 해보자면 애처롭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진짜 소년 때 맷의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 인물이 진짜로 안타깝고 불쌍하다는 느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석준 형 같은 경우에는 마치 처음부터 자기는 기억을 하고 있었다는 듯이 되게 강한 인상을 받았어요. 화도 정말 많이 내고 정말로 크게 답답해하고, 마치 지미의 한 부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소호 형 같은 경우에는 강하다고 해야 할까요? 앞서 다른 두 형들과는 다르면서 같아요. 두 사람이 혼합된 느낌, 중간을 오가고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아론이는 뭐 너무 잘하는 친구라서 만나지 못해서 아쉬움이 조금 남네요.(웃음)

Q.  마지막으로 조안 역의 세 배우는 어떤가

김아론  일단 인아 배우랑 지혜 배우는 학교 후배거든요. 다들 동문인데 두 사람 모두 열정으로 가득 차있어서 보면서도 힘이 절로 나는 배우입니다. 인아 배우 같은 경우에는 정말 작지만 보이는 것 이상에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배우거든요. 그래서 같이 연습을 하고 공연을 하면서 되게 대단하다고 많이 느껴요. 그리고 정말 감동을 주는 배우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지혜 배우 같은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되게 감각적인 친구라는 생각을 했어요. 인아 배우가 백 퍼센트를 준비해서 무대 위에서 백이십 퍼센트의 연기를 펼친다면 지혜 배우는 되게 즉흥적이면서도 되게 감각적으로 무대를 이끌어 나가요. 옆에서 보고 있는데 되게 긴장을 하지 않는구나 하면서 바라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해주 누나 같은 경우에는 정말 누나잖아요. 진짜 되게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누나가 다른 배우들보다 조금 늦게 합류를 했는데 정말 누구보다 더 열정적으로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웠어요. 그리고 장면 장면마다 하나하나 궁금한 부분들이 생기면 물어보시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바라보면서 되게 순수하고 맑고, 에너제틱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죠.

김준호  저도 간단하게 이야기를 해볼게요. 일단 해주 누나 같은 경우에는 되게 안정감이 있는 배우라고 생각을 했어요. 작품을 많이 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되게 안정감이 있고 유연하다고 느꼈거든요. 그리고 지혜랑 인아 배우는 저도 똑같이 동문이다 보니 학교에서 같이 공연을 하기도 했었고 무대에 오르는 모습을 많이 봤었어요. 언제 데뷔하고 같은 무대에 오르나 했었는데 그리 멀지 않는 시간에 같이 무대를 하게 돼서 놀랐죠. 지혜 배우 같은 경우에는 다른 조안들과 조금은 다른 느낌을 받고는 해요. 어떤 표현들에 있어서 다른 배우들보다 강하게 표현을 했거든요. 인아 배우 같은 경우에는 되게 소중한 친구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이건 제가 느꼈던 부분이고 정말 매일매일 무대에 오르면서 다른 느낌을 받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정말 재밌습니다. 무대에 오르는 게요. 

 

Q.  기억에 남는 사건사고가 있을까?

김준호  일단 연습 때는 없었고, 최근에 소호 형이랑 공연을 했을 때 크게 놀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소호 형이 "저는 이 사람을 꼭 찾아야 해요"라면서 가방을 들고 문을 향해서 달려가면 제가 그 가방을 낚아채고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라면서 말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때가 소호 형이랑 둘공할때인가 였었는데 그 가방을 낚아채야 되는데 제가 못 낚아챈 거예요. 그 장면이 되게 강렬하고 빠른 장면이라서 확하면 착하고 잡아야 그림이 나오거든요. 그런데 제가 손을 뻗었는데 가방을 못 낚아챈 거예요. 그런데 정말 형이 감각적으로 가방을 바로 떨어뜨리더라고요. 제가 정말 공연을 하면서 당황을 하지 않는 편인데 그날 되게 당황을 했어요.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기도 했고, 물론 공연은 잘 끝냈고 그 부분을 눈치 못 채신 분들도 많을 텐데 그날 되게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공연이 끝나고 나서 형한테 되게 죄송하다면서 다음부터는 제가 꼭 잡겠다고 말하면서 저 스스로도 다짐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형도 이 장면에서 좀 천천히 할 게라면서 웃으시더라고요. 그 뒤로 또 같이 공연을 하게 돼서 미리 연습을 하면서 맞춰봤어요. 그런데 연습할 때 또 가방에 끈이 의자에 걸려서 의자가 따라나오더라고요. 진짜 마의 구간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김아론  사실 되게 사소한데 한 번 실수하면 딱 느껴지잖아요. 저는 어떻게 보면 정말 큰 실수라면 되려 무덤덤하게 넘어가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작은 실수들이 되게 기억에 남아요. 이때 이랬어, 저 때는 저랬네 하면서 사소한 부분들에 되게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그런데 큰 사고는 여태까지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Q.  최근 울림이 있었던 대사가 있다면

김아론  좀 전에 이야기를 했지만 첫 번째로는 "당신 같은 사람도 이해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요?"라는 대사를 꼽고 싶어요. 이 대사를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도빈 형이 박사 역을 맡았을 때였어요. 그때 제가 무릎을 꿇고 있으면 와서 말을 하는데 연습 때는 그렇게 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그날은 되게 강압적으로 뚜벅뚜벅뚜벅 걸어오면서 말을 하는 거예요. 제가 진짜로 너무 무서워서 뒤로 막 밀려났던 적이 있어요. 어떤 감동의 울림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는데 도빈 형이 되게 무섭다고 느꼈었습니다. 사실 한 번도 맞춰보지 않았고, 해보지 않았던 연기였었지만 그 뒤에 생각을 해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장면이 자연스럽게, 딱 그렇게 들어맞았다는게 정말 재미있고 감동으로 다가오더라고요. 그리고 다른 대사 같은 경우에 제가 마지막에 면도칼을 들고 조안 옆에 앉아서 "조안, 미안해"라면서 손을 내미는 장면이 있는데 사실 그 장면에서 저 말을 하면서 조안들한테 되게 많은 에너지를 받아요. 해주 누나 같은 경우에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는데 조안과 앤, 앤이 바라보고 있는 맷이라고 봤을 때 다가오는 감정이 다르더라고요. 

김준호  저는 맷과 하는 대사 중에 싱클레어 고든에 대한 기억을 묻는 장면이 있거든요. "싱클레어 고든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지 않아요?" / "몰라" / "싱클레어 고든이라는 인물이 실존하긴 하는 겁니까" / "몰라"라는 대사 등이 있는데 어느 날 그 몰라는 진짜 세게 말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 말했던 배우가 석준이 형이었거든요. 제가 "몰라"라는 답변을 들었을 때 들었던 생각이 다른 맷들은 모르겠는데 이 형이 연기하고 있는 맷은 모든 기억을 다 되찾았는데 그걸 그냥 부정하고 있는 거라고 딱 생각이 되더라고요. 사실 그전까지는 한 번도 그렇게 느껴본 적이 없었고, 그때 이 친구는 정말 몰랐던 애였는데 석준이 형이 연기했던 그 맷은 모든 기억을 다 떠올렸던 거죠. 되게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Q.  마지막으로 연극 <인사이드> 다섯 글자로 말해보자면

김준호  저는 듣자마자 딱 떠올랐어요. '기억의 편린'이요. 아주 작은 조각들이 모이다 보면 하나의 커다란 조각이 완성되거든요. 극 중에서도 조각난 기억들을 찾아가고, 찾게 되고 선택을 하거든요. 그래서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김아론  저는 맞는지 모르겠는데, 그 김동률 가수 님의 기억의 습작이라는 노래가 있잖아요. '기억의 습작' 이게 딱 떠올랐어요. 

김준호  그러고 보니 저희가 생각을 했던 게 있는데, 이게 계속 반복되고 있는 루프 물이라고 봤을 때 우리 공연의 러닝타임이 80분이거든요. 장난삼아 이야기를 했었는데 결국 이게 계속 반복해서 일어난다고 생각했을 때 우리 공연의 끝은 러닝타임을 정하고 계속해서 반복하는 게 맞지 않을까라는 거였죠. 그래서 딱 시간을 정해놓고 만약 그 시간보다 빨리 끝내서 마지막에 다시 깨어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정해진 시간이 될 때까지 계속 공연을 이어가는거죠. 정말 그렇게 했었으면 또 다른 재미가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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