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덩치를 키우려면 족쇄를 풀어라?
금융권이 금융감독원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27일 우리금융(회장 손태승)이 신청한 내부등급법 승인과 관련한 심사위원회를 열었다.
금감원이 우리금융의 내부등급법 신청을 승인하게 되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오를 수 있어 최대 1~2조원의 가까운 여유자금을 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여유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상황인 셈이다.
우리은행이 금감원에 신청한 내부등급법은 금융지주나 은행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신용평가 모델을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위험가중자산이 줄어들기 때문에 BIS비율이 상승하게 된다.
반대로 표준등급법도 있는데, 이 제도는 은행감독 글로벌기관인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정한 표준 가중치를 적용해 위험가중자산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현재 국내 5대 금융지주(신한·KB·하나·우리·NH) 중 우리금융만 표준등급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다른 금융지주사들은 모두 내부등급법을 적용하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우리금융가 내부등급제 도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다. 9월말 기준 우리금융의 BIS비율은 13.4%다. 하지만 내부등급법이 적용될 경우 BIS비율이 약 1%p 상승하게 될 수 있어 금융권 추산으로는 2조원대에 달하는 추가출자여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이 내부등급법 도입을 통해 확보할 출자여력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바로 우리금융그룹의 포트폴리오에서 빠져 있는 증권과 보험이 그 대상이란 분석이다.
우리금융그룹은 과거 공적자금을 투입해 회생한 후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공적자금 회수가 본격화되면서 계열사였던 우리아비바생명(현 DGB생명)와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매각했다.
우리금융지주 이성욱 전무는 이와 관련 "종합금융그룹으로서 포트폴리오 라인업은 미완성 상태"라며 "현재 추진하는 것(M&A 대상)은 증권사와 벤처캐피탈, 부실채권(NPL) 전문회사"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금감원은 27일 열린 심사위원회 결과를 이번주 내에 우리금융에 통보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바램대로 금감원의 승인을 받으면 3분기 재무제표부터 내부등급법으로 소급적용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