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추리 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69화 - 세상 어떤 킬러도 성공못해
[과학추리 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69화 - 세상 어떤 킬러도 성공못해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1.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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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종로를 지나 평창동의 꼬불꼬불한 산길로 계속 올라갔다.

내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에 길이 있었다.

차는 한참 만에 아주 높은 위치의 막다른 골목에 도착했다.

차가 멈추자 담벼락이 스르르 열렸다. 차는 벽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보기와는 전혀 다른 아담한 벽돌집이 나타났다.

계단이 높았다.

“조금 걸어야 하는데요.”

우리는 30여 계단을 걸어 올라가 집안으로 들어갔다.

하얀 벽에 꽤 넓은 거실이 나왔다. 편안하게 보이는 안락의자가 여러 개 놓여 있었다.

“이 집은 예전에 어떤 재벌 회장님이 여자를 감추어 두고 즐기던 집이었는데 아버지가 구입해서 좀 개조를 했어요. 보기는 이렇게 보여도 로켓포탄이 떨어져도 끄떡없는 곳입니다.”

“아버님이 보안 관련 지식이 풍부한 것 같네.”

“미군 최고급 보안 비밀 특허를 여러 개 가지고 있지요. 펜타곤이나 미국 CIA에서도 아버지의 자문을 받습니다.”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단정한 차림의 중년 여인이 차를 가지고 왔다.

“아직 식사 시간이 안 된 것 같아요. 말씀 좀 나누고 식사하시지요?”

유성우는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죽음 협박을 받고 있는 사람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선생님은 범인이 사내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게 가장 유력한 추리가 아닐까? 내부 사정을 그렇게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사내 인물 아니겠어?”

“임원과 사원은 모두 5백 명이 넘지만 사건의 성격으로 봐서

용의 선상에 있는 사람은 10명 이내일 것입니다.”

“그럴 수도 있지.”

“한수지를 살해한 범인이 장주석을 죽였다고 생각하십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수법이 비슷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살인의 동기가 어디 있다고 추리하십니까?”

“글쎄, 그게 좀...”

내가 어물거리자 유성우가 먼저 말했다.

“이건 사적인 원한 관계입니다.”

“유 박사가 한국 바이오 컴퍼니로 왔다는 것을 킬러는 미리 알고 있었구먼. 어때요, 꼭 이 회사로 와야 할 이유라도 있었나? 지금이라도 안 오겠다고 하면 위험 선에서는 벗어날 것 같은데...”

나는 걱정스러워 물었다.

그러나 유성우는 온화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저는 그런 살인 협박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저를 죽여서 득을 볼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회사 연구나 개발품, 영업에 관여한 일이 없기 때문에 어떤 이해관계도 없습니다. 둘째는 저의 아버지가 보내준 경호팀이 세상의 어떤 킬러도 막을 수 있는 기술이 있다는 점입니다.”

“장담하지 말게. 한수지와 장주석의 경우를 보지 않았나. 세상에는 방패를 뚫는 창도 있고 창을 막는 방패도 있다네.”

“모순(矛盾)이란 고사 말씀이군요. 하지만 이번에는 방패가 이깁니다.”

나는 앞에 놓인 차를 마셨다.

향긋하고 감미로웠다.

“이게 무슨 차인가?”

“재스민 차에 천연 감미료를 넣은 것입니다.”

“재스민이라...”

나는 한영지에게 선물해 놓고 망신을 당할 뻔한 재스민 향수 생각이 나서 혼자 웃었다.

“이 회사로 옮겨야 할 특별한 사유라도 있었겠지?”

내가 넌지시 다시 물었다.

“딱 한 가지 이유입니다. 한수지를 살해한 범인을 제 손으로 잡기 위한 것입니다. 제가 할 일은 한수지의 원수를 제 손으로 처치하는 것입니다. 선생님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경찰은 믿을 수 없습니다. 그 낡아빠진 수사 매뉴얼 타령만 하는 경찰은 무능합니다.”

유성우가 단호하게 말했다.

“선생님은 범인이 사내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게 가장 유력한 추리가 아닐까? 내부 사정을 그렇게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사내 인물 아니겠어?”

“임원과 사원은 모두 5백 명이 넘지만 사건의 성격으로 봐서 용의 선상에 있는 사람은 10명 이내일 것입니다.”

“그럴 수도 있지.”

“한수지를 살해한 범인이 장주석을 죽였다고 생각하십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수법이 비슷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살인의 동기가 어디 있다고 추리하십니까?”

“글쎄, 그게 좀...”

내가 어물거리자 유성우가 먼저 말했다.

“이건 사적인 원한 관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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