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시시비비] ‘부동산 대출 중단’… 또 시장 뒤통수쳤다
[이원두 시시비비] ‘부동산 대출 중단’… 또 시장 뒤통수쳤다
  • 이원두 언론인·칼럼리스트
  • 승인 2021.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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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 대출을 사실상 전면 중단한 것은 시장의 뒤통수치기와 다르지 않다.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다 쓰는 대출) 확산으로 가계부채가 임계선을 넘나드는 현실을 감안 할 때 금융당국의 대출 중단 조치는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모든 정책적인 부작용이나 후유증 수습은 ‘연착륙’이 원칙이며 그래야만 이해당사자(시장)의 협력을 기대할 수 있다. 대개 이러한 종류의 후유증이나 부작용의 발생은 정책 자체의 결함에서 비롯되는 것이 상례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의 ‘연착륙’은 정책 당국이 연관된 문제에 대해 사과부터 하는 것이 도리라 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부동산 문제에 관한 한, 이 정부는 정책적 실수나 실패를 결코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따라서 시장에 대한 사과도 없다.

부동산 관련 대출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하는 것은 이 정부가 집값 안정을 도모한다면서 쏟아낸 각종 부동산 대책이 오히려 집값 급상승을 부추긴 때문이다. 화루가 다르게 치솟는 집값 추이를 지켜보는 실수요자와 잠정적인 수요자는 심리적인 압박을 받게 마련이다. 이 압박이 초조감으로 변질 되면서 빚을 내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집을 장만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심리가 시장에 팽배하면서 가수요와 가격상승에 불을 지른 것이다. 또 세입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제정한 임대차 3법은 시장에서 전세 물량을 급감시켜 전세값이 다락같이 올랐다. 이 정부 출범 이전, 또는 부동산 정책이 나오기 이전의 소형 아파트값으로는 전세조차 얻을 수 없게 된 것이 현 부동산 시장의 실정이다. 가격이 오른 만큼 자금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귀결, 따라서 금융권에의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가 가계대출이 1천 7백조 원을 돌파한 것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지금의 ‘가계대출 위기’는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불러온 결과이며 그 책임은 대출을 받아 집을 샀거나 전셋집을 미련한 수요자 몫이 아니다. 정부는 그동안의 부동산 정책이 유발한 후유증과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 것은 사실이다. 우선 민간 임대 등록 사업 폐지의 백지화를 들 수 있다. 민간임대차 사업이 집값을 부추기는 주범이라고 진단한 정부는 이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해 오다가 태도를 바꾼 것이다. 자신들의 진단이 잘못된 것을 깨달은 때문이겠으나 여기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또 이른바 상위 2%라는 비율과 사사오입이라는 기상천외한 과표를 들고 나왔던 종합부동산세도 11억 원을 기준으로 정상화한 것도 있다.

그러나 보다 주목할 것은 부동산 거래 수수료인 이른바 복비의 현실화를 꼽을 수 있다. 10월부터 6억 원 이상 주택 거래 중개수수료는 현행 보다 0.1~0.4% 포인트 내리고 10억 원 주택의 경우는 상한액이 현행 9백만 원에서 5백만 원으로 줄어든다. 임대차 중개수수료 역시 전세보증금 규모에 ‘따라 하향 조정된다. 문제는 이러한 ‘현실화’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턱없이 올랐기 때문에 수요자의 체감 수수료는 여전히 높다는 사실이다. 이런 정책적 움직임에 더하여 신임 노형욱 국토부 장관이 공급 부적 정책에 대해 사과를 하자 시장은 부동산 정책의 궤도 수정 기대감이 꿈틀거렸다. 일부에서는 정책의 헛발질, 또는 허둥댐이라는 비판이 없지 않았으나 적어도 일방적인 몰아붙이기는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그 결과가 ‘엉뚱’하게도 대출 중단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저축은행 보험회사 등 제2금융권까지 막아버리면 가계대출 감축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영끌까지 한 소비자(주택 구입자와 전세입자)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아도 물가가 심상치 않은 데다가 한국은행은 금리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시점에서 정상적인 대출의 길이 막히면, 그래서 기간 연장도 못하고 연체가 쌓이면 결국 사채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는 절막한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이렇게 막무가내식으로 시장의 뒤통수를 쳐도 괜찮은 것일까? 은행은 여신과 연체에대한 자정 능력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도 금융 정책 당국의 한마디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은 정부와 은행 스스로가 지금은 관치금융 시대임을 과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런 정부와 은행도 관치금융은 한시라도 빨리 막을 내리는 것이 좋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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