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터뷰] 음악감독 한혜신·이준, 콘서트 '바톤' 성공 이끈 '일등 공신'
[더인터뷰] 음악감독 한혜신·이준, 콘서트 '바톤' 성공 이끈 '일등 공신'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1.08.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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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명의 뮤지컬 스타가 만드는 아주 특별한 콘서트 '바톤(BATON, 이하 바톤)'이 코로나 시대에 관객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관객들의 박수 속에서 성료 했다.

콘서트 '바톤'은 18명의 뮤지컬 배우가 참여한 콘서트로, 매 회차마다 세 명의 배우가 각각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은 무대를 선보이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해 업계 관계자를 비롯해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공연업계를 비롯해 관객들 또한 지쳐가고 있는 가운데, 짧은 시간이지만 배우들의 저마다 속에 가지고 있던 이야기를 하나둘 꺼내며 위로의 한마디를 전했다. 

이번 인터뷰는 이번 콘서트 인터뷰의 마지막 지점으로, 18명의 배우와 144곡을 연주하며 무대를 빛낸 두 명의 연주자이자 음악감독 한혜신과 기타리스트 이준과의 인터뷰다. 각각 피아노와 기타 연주를 맡았으며 콘서트 그리고 악기의 특성에 맞게 144곡을 편곡, 각색해 완벽한 무대를 만들 수 있게 도움을 준 숨은 공신들이다.

이번 인터뷰는 콘서트 <바톤>과 콜라보로 진행한 인터뷰의 총 막장이며, 공연과 관련된 일부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밝히는 바이다.

Q.  반갑다. 콘서트 <바톤>의 마지막 주자가 됐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이준  안녕하세요. 저는 뮤지컬 쪽에서 기타를 굉장히, 아주 많이 연주하고 있는 기타리스트 이준이라고 합니다.

한혜신  안녕하세요. 뮤지컬 작곡이랑 음악 감독을 병행하고 있는 음악감독 한혜신이라고 합니다.

Q.  콘서트 <바톤> 어떻게 참여하게 됐을까

한혜신  먼저 연락이 왔었어요. 처음 콘서트 이야기가 나왔을 때 사실 큰 틀이 잡혀있지는 않았거든요. 콘서트이기는 한데 실제로 라이브 연주를 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MR로만 갈지에 대해서도 잡혀있지 않았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저에게 일단 음악을 맡아달라는 연락이 왔었고 툴을 생각해 봤었는데 피아노 한 대만으로 한 달을 가기에는 뭔가 부족함?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어찌 됐던 콘서트라는 건 음악을 들으러 오는 건데 이렇게는 안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같이 연주를 할 수 있는 연주자가 한 명이 더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이준 기타리스트님을 모시게 됐죠. 그렇게 피아노와 기타가 함께하게 됐습니다.

이준  사실 저는 한혜신 음악감독님이랑 몇 년 전부터 뮤지컬을 하면서 알게 된 사이기도 하고 같이 작업을 계속 해왔었거든요. 그래서 감독님이 이번에 이런 작품을 하게 됐다면서 같이 작업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Q.  140여 곡을 준비해야 했는데 

이준  엄청나게 많았어요. 한 명이 여덟 곡을 불렀으니 총 144곡을 준비해야 했었죠. 

한혜신  그래서 사실 처음 부탁을 할 때 조금 미안했었어요. 저는 이 형식을 일단 동의하고 시작을 했는데, 저만 괜찮으면 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같이 해주겠다고 하고 정리를 옆에서 도와주셔서 더 빠르게 정리를 하고 준비할 수 있었어요. 오랫동안 같이 일을 해와서 그런가 소통이나 준비 과정이 빠르게 끝나서 대비를 할 시간이 남았죠.

이준  정말 많은 곡들을 했죠. 뮤지컬 콘서트라는 걸 해본 적은 있지만 사실 단발성으로 끝나거나 3일 혹은 4일 정도 공연을 할 때엔 몇십 곡만 하면 됐거든요. 이번 공연은 한 달이나 진행되는 만큼 어떤 기대감이 들더라고요. 제가 연습하고 투자했던 시간이 아깝지 않겠다는. 사실 제가 했었던, 연주를 하거나 들었던 곡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했었는데 생각보다 없어서 아쉬웠던 부분도 있습니다.(웃음)

 

Q.  기억에 남는 곡이 있다면

이준  사실 제가 작업을 했었던 작품의 넘버들이 기억에 남더라고요. 

한혜신  뮤지컬 쪽에서 작업한 건 사실 이준 기타리스트님이 저보다 작품 수는 훨씬 많아요. 기타리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작업을 꾸준하고 다양하게 해오셨거든요. 몇몇 배우들의 곡들에서 반 이상이 이준 기타리스트님이 참여했던 넘버들로 채워져 있어서 옆에서 보면서 되게 신기하더라고요. 

이준  되게 좋았죠. 제가 작업을 했던 넘버가 누군가를 통해서 또 다른 곳에서 불린다는 게 좋았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편곡을 하거나 작업을 하는 게 더 편하기도 했고요.

Q.  이번 콘서트 준비 혹은 공연을 하면서 가장 의미 있었던 곡, 기억에 남는 곡, 세 곡을 꼽아보자면

한혜신  저는 사실 데뷔한지 오래되지 않았다 보니 많은 작품의 작업을 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작업했던 작품들의 넘버가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처음 이 콘서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배우들이 부를 곡들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불려왔던 대극장, 유명한 작품들의 넘버들일 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상상 이상으로 저와 작업을 했던 배우들은 같이 작업을 했던 작품의 넘버를 셋 리스트에 포함시킨다거나 같이 작업을 하지 않았는데도 제가 작업한 작품의 넘버를 부르기도 했어요. 특히 최석진 배우랑 박준휘 배우가 같은 날 공연을 했던 적이 있는데 <머더러>의 넘버를 부르더라고요. 되게 신기하고 감사했던 날이 아닐까 싶어요. 이 넘버들이 이런 콘서트, 여러 관객들 앞에서 불릴 수 있구나라는 게 되게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그리고 덧붙여서 이준 감독이 작업한 곡들에 이 친구만의 시그니처가 있거든요. 여러 작품들을 작업했는데 그 안에 조금씩 시그니처가 담겨있는데 그걸 다시 하는 모습에 놀랍기도 하고 정말 제가 더 뿌듯했던 것 같아요.

좌측부터 뮤지컬배우 현석준, 최석진, 박준휘 배우 / 사진 ⓒ 골든에이지컴퍼니

 

이준  저도 생각을 해봤는데 저는 첫 번째로 최석진 배우가 불렀던 <머더러>의 넘버인데 '모르겠어'라는 곡이거든요. 처음 이 곡의 작업에 들어갔을 때 설명에 박효신의 야생화처럼 해달라고 쓰여있었어요. 정말 많이 고민했고 노력해서 쓴 곡이었어요. 그래서 저 자신에게도 굉장히 만족감이 컸던 곡이었고, 실제로 배우들도 되게 만족했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최석진 배우가 이번 콘서트에서 불러서 되게 놀라웠고, 기억에 남았어요. 남은 두 곡은 제가 했던 곡은 아닌데 현석준 배우가 부른 '가족사진'이라는 곡이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현석준 배우가 이 콘서트를 통해서, 관객과 이야기를 하면서 그가 가지고 있는, 생각하고 있는 가족에 대해서 듣게 됐는데 굉장히 각별한 것 같더라고요. 저도 마찬가지였거든요. 그래서 이 곡을 할 때 정말 가족에게 들려준다고 생각하고 연습도 되게 진지하게 했고 공연 때도 정말 최선을 다했었던 것 같아요. 제가 공연을 할 때는 배우의 호흡을 들어가면서 연주를 하는 데 정말 서로 감정을 많이 실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 곡은 기타 곡이 아닌데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의 발작이라는 곡이요. 사실 저는 공연을 보지는 못했었거든요. 이번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몇 곡을 들어봤는데 그중에서 발작이라는 곡이 가장 기억에 남더라고요. 예전에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나기도 하고, 이 곡을 들으면서 이런 게 뮤지컬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Q.  그럼 이번 콘서트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뭐가 있었을까

이준  아무래도 곡 수가 많다는 게 아닐까요. 그나마 저는 다행인 게 앞서 말했던 것처럼 짧은 시간에 많은 곡들을 연주해야 했던 콘서트를 했었던 경험이 있다 보니 조금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작업 같은 경우에 어떤 스케치나 리딩, 리스닝이 굉장히 빠른 편이라서 빠르게 작업을 준비할 수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곡 수가 많기도 하고, 중간에 바뀌는 곡들도 있어서 힘들었죠. 그리고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부분은 다른 연주자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저는 연주를 하면서 배우들을 자주 쳐다보거든요. 저는 악기를 연주하고 있지만 배우가 어떻게 연기를 하고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바라보면서 그 흐름을 같이 가려고 하는 편이거든요. 물론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면 안 되겠지만 저는 배우들의 몸짓이나 행동, 움직임을 따라서 그 흐름을 따라가거든요. 앞서 말했던 '가족사진'이라는 곡도 배우가 앞에서 노래하는 그 흐름을 같이 따라가서 감정을 더하고 폭발시키는 걸 좋아해요. 그런데 가끔 어려울 때가 있는데, 그걸 캐치하기 어려운 배우들이 있거든요. 특히 동작이 적고, 이번 콘서트 같은 경우에는 노래를 부를 때 큰 액팅이나 액션이 없었거든요. 최소화돼있거나 보통 의자에 앉아서 가만히 노래를 부르는데 그 호흡을 찾을 수가 없어서 힘들더라고요. 조금 더 잘 맞춰드리고 싶었는데 제가 그걸 다 체크할 수가 없었던 것 같아서 죄송하다고 이 시간을 빌어 전하고 싶네요.

한혜신  저는 아무래도 제가 익숙하지 않았던 장르를 하는 데 있어서 그걸 받아들이고 준비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거든요. 그래서 제가 더 완벽하게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 싶어서 그런 부분들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요. 만약 다음에 또 이렇게 기회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지라는 것까지 생각했던 것 같아요. 사실 약간 공부하듯이 준비하고 작업을 시작해서 스스로가 부족함을 느꼈던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던 건 작업을 끝냈을 때 오는 성취감이 뮤지컬 공연의 작업을 하는 것과는 또 다르다는 거였죠. 그리고 이번 작업을 하면서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잘 살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18명의 배우들, 이 친구들이 어떤 탤런트를 가지고 있는지 볼 수 있었죠. 

이준  아, 저 기억난 거 있어요. 사실 연습을 시작하기 전에 스케줄을 조절하기 힘들 수 있으니까 서브 연주자를 한 명 두고 시작을 하자고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초반에는 배우들을 팀 단위로 짜서 공연을 하면 팀별로 연습을 하면 되니까 스케줄이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었어요. 그래서 그렇게 제의를 했었는데 준비하는 과정에서 랜덤으로 섞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랑 음악감독님이랑 둘이 다 하게 됐습니다. 사실 정말 둘 중에 누구 한 명이라도 문제가 생겼으면 공연을 못할 수도 있었어요. 컨디션을 조절하는데 정말 힘을 쏟았던 것 같아요.

Q.  공연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

이준  네, 그 강찬 배우가 어느 날 로봇 모형을 가지고 온 적이 있어요. 변신할 수 있는 건담 프라모델이었는데 변신을 하겠다고 하는 데 여기저기에서 막 피스가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잠깐 그걸 저한테 맡겼었는데, 이게 거짓말이 아니라 제가 정말 너무 가지고 싶었던 모델이었던 거죠. 레어 한 아이템이라기보다는 비싸서 못 샀었던 모델이었어요. 너무 가지고 싶어 했던 모델이다 보니 너무 부러워서 제가 안 주고 계속 들고 있었던 기억이 있어요.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어가지고요.(웃음) 그래서 사실 그날 공연이 끝나고 집에 가서 샀어요. 그 모델도 사고, 저도 지고 싶지 않아서 다른 모델의 건담도 샀었죠. 제가 뭐 마니아까지는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건담 같은 걸 만드는 걸 좋아했었거든요. 뮤지컬을 시작하게 된 것도 사실은 되게 복잡했던 나날들 속에서 생각을 정리하려고 한 프라모델을 사서 만들고 있었는데 전화가 와서 뮤지컬 작업을 해달라고 부탁을 바독 들어와서 지금까지 연주를 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사실 이때 만들었던 프라모델은 자기도 그 자리 그대로 있어요. 8년 전 그대로. 지난 8년 동안 정말 쉴 틈 없이 일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강찬 배우의 건담이 가장 기억에 남고, 다음으로는 최석진 배우가 했던 말이요. 최석진 배우가 자기는 지금 이 모든 게 운으로 이루어진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저도 늘 그렇게 이야기하고 다녀요. 그래서 내심 속으로 되게 똑같다 하면서 놀랐어요. 

한혜신  저는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사실 배우들의 또 다른 모습을 봤던 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이 친구는 저런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구나, 이런 모습이 있구나라는 걸 공연을 하면서, 이들이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말하는 걸 보면서 신기했고 공감했고, 응원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저랑 같이 작업을 했던 배우들이 우리의 작품 그리고 넘버들을 좋아해 주고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놀랍기도 하고 고맙더라고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어떤 감정들이 다가왔던 것 같아요. 이들이 창작자들을 존중해 주는 모습이 사실 팬들 앞에서 그런 표현을 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이야기하는 게 정말 고마웠고 감사했어요. 

 

Q.  사실 18명의 배우와 함께 한 달간 무대에 오른 두 사람도 아티스트지 않나. 스무 명이 다 같이 만든 콘서트라고 생각한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한 달간의 긴 대장정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후유증은 없나. 다시 또 공연이 올라간다면 즐겁게 참여할 수 있을까

이준  저는 이 공연을 하기 전까지 제 인생이 행복하지 않았었거든요. 저를 불러주신다면 당연히 참여하고 싶어요.(웃음) 

Q.  그때는 정말 스무 명이 넘으면 어떡하나

이준  스무 명이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저는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더 좋을 것 같거든요. 사실 이번 콘서트도 기존에 이런 공연이나 콘서트를 많이 서보지 않았던 경험이 없거나, 거의 없는 배우들이 무대에 오른 거거든요. 그들의 처음 무대 경험을 제가 함께 한다는 게 또 다른 재미 그리고 소중한 경험인 것 같거든요. 그리고 그들이 더 성장해서, 이 콘서트를 통해서 더 발전된 배우가 되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면, 그들의 발판이 될 수 있다면 정말 뿌듯할 것 같아요. 이들이 더 높은 위치에 올라갔을 때 과거를 돌이켜보고 그 한자리에 제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200명 정도는 커버할 수 있습니다. 

한혜신  잠실 주 경기장을 빌려야 할까요?

이준  한 200회... 200명의 공연을 200회쯤 할 때 사망자가 나올 수도 있어요. 

Q.  마지막으로 하반기 준비 중인 작품이 있을까

한혜신  11월에 옆에 있는 이준 기타리스트님과 작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준  11월에 올라가는 작품입니다. 편곡을 되게 신경 써서 하고 있습니다. 11월에 다시 만나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혜화에서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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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mi 2021-08-17 18:19:57
잘조고갑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