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62화- 깜쪽 같은 살인극
[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62화- 깜쪽 같은 살인극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1.0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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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내놔!”

흑인 청년은 강도로 돌변해서 강혜림에게 권총을 들이댔다.

강혜림은 놀란 시늉을 하며 악 소리를 질렀다.

다급해진 모양을 지켜보던 박선희는 두 손을 번쩍 들면서도 흑인 강도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 보았다.

나이도 어려보이는 데다가 권총은 장난감인 것 같았다.

영어를 잘 못하는 강혜림이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본 박선희가 나서서 강도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봐요, 젊은이, 그 장난감 총 좀 치워.”

“뭐야? 이게 장난감이라고?”

흑인 청년은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이도 어린 것이 이런 장난하면 쓰나. 빨리 치워.”

박선희는 겁도 없이 총을 빼앗으려고 했다.

백화점 종업원들은 그 모양을 보면서도 겁에 질려 꼼짝하지 못하고 있었다.

“탕!”

그 때 권총이 불을 뿜었다.

장난감이라고 놀림을 당한 흑인 청년이 방아쇠를 당긴 것이었다.

“으악!”

강혜림이 놀라 박선희를 끌어안았다.

박선희의 가슴에서 검붉은 피가 쏟아졌다.

심장을 정통으로 맞은 것이다.

백화점은 삽시간에 공포의 아수라장이 되었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졌다.

곧 무장 경비원이 달려오고 이어 경찰이 들이닥쳤다.

흑인 청년은 재빨리 정문을 돌파해 큰 길로 뛰어 나갔다.

그러나 몇 발자국 못가고 경찰관의 사격에 온몸이 벌집이 되어버렸다.

박선희는 병원으로 응급 수송되었으나 이미 숨 진 뒤였다.

강혜림은 자기 때문에 박선희가 죽었다는 죄책감으로 고민했다.

실은 고민하는 척한 것이 맞는 말이었다.

이 사건은 매스컴의 주목을 받아 한때 워싱턴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수사 결과는 불우하게 자란 빈민가의 흑인 소년이 저지른 비행 사건으로 끝났다.

경찰이 여러 각도로 수사를 했고, 강혜림도 몇 번이나 증인으로 불려갔었다.

배후에 조직이 있다는 투서도 있었으나 경찰은 더 이상 사건의 배후를 캐지 못했다.

범인이 죽었기 때문에 배후를 더 캘 수도 없게 되었다.

유종호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사건을 기획한 유종호는 이제 마음 놓고 강혜림과 사랑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상황은 전혀 다르게 변해갔다.

유종호와 침대에서 갖는 밀회도 달콤하지 않았다.

“우리 정말 이대로 만나도 돼요?”

강혜림은 밀회를 할 때마다 유종호에게 질문을 했다.

하나도 즐겁지가 않았다.

로맨틱하지도 않았다.

두 사람이 만날 때마다 빠트리지 않았던 사랑 행위는 차차 스킨십으로 바뀌었다.

마침내 손 한번 잡지 않고 헤어지는 단계에 이르렀다.

나중에는 그냥 성우 아빠와 수지 엄마로만 만나는 덤덤한 사이로 변해갔다.

강혜림은 자기를 구하려고 나선 박선희가 눈앞에서 피를 쏟으며 죽는 모습에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

더구나 알면서 사람을 죽게 했다는 죄책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엄청난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다.

유종호와 침대에서 갖는 밀회도 달콤하지 않았다.

“우리 정말 이대로 만나도 돼요?”

강혜림은 밀회를 할 때마다 유종호에게 질문을 했다.

하나도 즐겁지가 않았다.

로맨틱하지도 않았다.

두 사람이 만날 때마다 빠트리지 않았던 사랑 행위는 차차 스킨십으로 바뀌었다.

마침내 손 한번 잡지 않고 헤어지는 단계에 이르렀다.

나중에는 그냥 성우 아빠와 수지 엄마로만 만나는 덤덤한 사이로 변해갔다.

이러한 과정은 한영지의 눈에 비친 상황이었다.

그러나 한영지의 관찰이나 추리가 정확한 것인지 검증할 방법은 없었다.

유종호 회장과 어머니 강혜림의 사이가 의심되자 한영지가 꾸며낸 이야기 일 수도 있었다.

나는 한영지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면서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살아있는 강혜림 여사나 유종호 회장만이 진실을 말할 수 있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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