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 사모펀드 IMM PE에 1조5000억원에 매각
한샘, 사모펀드 IMM PE에 1조5000억원에 매각
  • 이병철 기자
  • 승인 2021.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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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지분 양수도 MOU 체결...독점협상권 받아 실사 진행
보유지분 매각금 태제재단 출연 본격 기부활동 할 전망
조창걸 회장

국내 가구1위 기업 한샘이 사모펀드 IMM PE에 매각됐다.

한샘은 14일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경영권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조창걸(83) 명예회장 및 특수관계자의 한샘 지분 30.21%다. 

조창걸 명예회장 측이 제시한 가격은 주당 22만원 수준. 전체 매각 금액은 약 1조5000억원이다.

IMM PE는 독점적 협상권을 받아 한샘에 대한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IMM은 지난해 조성한 블라인드펀드 '로즈골드 4호'를 활용해 한샘을 인수키로 했다.

IMM PE는 온라인 가구 플랫폼 기업 오하임아이엔티 지분 36.24%를 보유하고 있다. 한샘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조 명예회장은 1994년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전문 경영인 체제로 한샘을 운영했다. 조 명예회장에 이어 최양하 전 회장이 전문경영인으로 회사를 이끌었다. 최근 최 회장이 물러나면서 조 명예회장이 경영권을 넘기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적임자가 아니면 누구에게도 회사를 물러주지 않겠다는 것이 평소 지론이었다. 최 전 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가 없는 것이 경영권 매각에 나선 이유라는 분석이다.  

조 명예회장은 오너지만 경영에서 한 발 비겨서 있는 '은둔형 오너'였다. 슬하에 1남3녀를 두고 있다. 장남 조원찬 씨가 2002년 작고 했다. 장녀 조은영(57·지분 1.32%), 차녀 조은희(53·지분0.88%), 막내딸 조은진(44·지분0.72%)씨는 한샘 지분을 갖고 있지만 미미하다. 차녀만 한샘 미국법인 디자인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장녀와 막내딸은 한샘의 계열사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실질 경영과는 거리가 멀다.

사위들도 비슷하다. 맏사위 천정렬 전무(57·0.30%)가 미국 법인에, 막내사위 임창훈(50·0.21%) 변호사가 한샘을 비롯한 8개 계열사의 감사로 있다.

한샘 지분 현황(2020.12)

조 명예회장은 매각대금을 태재재단(옛 한샘드뷰연구재단)의 공익사업을 강화에 사용할 계획이다. 태재재단은 인재 육성을 목적으로 지난 2012년 설립돼 장학 사업과 연구비 지원 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2015년 3월 태재재단에 개인이 보유한 한샘 지분의 절반(260만여 주)를 출연한다고 발표한바 있다. 1차 한샘의 지분 60만 주를 재단 운영자금으로 출연했다. 현재까지 출연한 지분은 166만 주이다. 이번 매각 대금을 활용해 재단 출연 작업을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조 명예회장은 1939년 황해도에서 태어나 서울대 건축공학과와 국제디자인대학원을 졸업했다. 건축사로 일하다가 1970년 한샘산업을 세웠다. 한국의 아궁이 부엌을 바꿔 주부들을 편하게 해주겠다는 목표로 대학동창인 김영철 전 퍼시스 회장과 함께 서울 연신내에서 만든 7평(23.14㎡)짜리 비닐하우스가 첫 회사였다. 싱크대 상판과 싱크볼 정도를 만드는 것이 전부였던 시절 그는 부엌에 ‘입식 주방’ ‘주방가구’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1970년대 중반 국내 아파트개발과 1980년대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 진출 붐에 힘입어 회사는 1983년 수출 500만 달러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했다.

조 명예회장은 1990년대 초반 신도시가 건설되고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서자 한샘을 부엌가구 전문에서 종합 인테리어기업으로 확대 전환시켰다. 그 결과 IMF구제금융시기에도 한샘의 매출은 크게 늘었다.

조 명예회장은 1990년대 중반 최양하 전 한샘 회장에게 경영을 맡기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디자인 경영’을 설파했던 그는 2012년 건축가, 미술가들과 교류 끝에 사재를 털어 공익법인 한샘드뷰(DBEW)연구재단을 설립한다. 태재재단의 전신이다.

조 명예회장은 ‘국가의 미래전략을 제시할 싱크탱크 설립’을 추진한다.  미국의 브루킹스 연구소 같은 싱크탱크를 만드는데 필요한 자원을 지원하겠다는 것.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의 서유럽 원조정책인 마셜플랜을 내놓은 브루킹스 연구소는 헤리티지 재단과 함께 미국의 양대 싱크탱크이다. 

한국판 브루킹스 연구소인 ‘여시재(與時齋ㆍ김도연 이사장)’는 2016년 재단법인 등록을 마쳤다. 초대 이사장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맡았다.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을 비롯해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박병엽 팬택 창업자, 박병엽 전 팬택 부회장, 권오섭 ㈜L&P 코스메틱 회장, 김우승 한양대학교 총장, 윤정로 UNIST 석좌교수, 박유현 DQ Institute 대표, 김서준 해시드 대표, 이공현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이 참여했다. 전 원장이던 이광재 의원이 원주시 갑을 출마하면서 사퇴했다. 특별연구원은 김성식 전 바른미래당 의원, 전병조 전KB증권 사장 등이 있다. 

당시 사재출 출연하면서 “한일합병, 남북 분단, 한국전쟁 등은 우리나라가 미래의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고 이를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비극”이라며 “앞으로도 한국은 주변의 강대국 사이에서 이들과 함께, 그리고 이들을 조정하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하므로 싱크탱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과 동북아, 나아가 세계를 이끌어갈 미래의 리더를 육성하겠다는 포부다.

여시재(與時齋)는 ‘시대와 함께하는 집’, ‘시대를 어깨에 짊어진다’라는 뜻이다. ‘시대와 함께 가면(與時偕行) 이롭지 않은 것이 없다’고 했던 <주역>의 풀이에서 비롯된다. 영문명 Future Consensus Institute는 동시대인들의 지혜와 협력을 통해 미래를 만든다는 뜻이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즐겨쓰는 단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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