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58화 - 남녀의 밤역사
[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58화 - 남녀의 밤역사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1.0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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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혜림의 말을 들으면서 그런 무서운 여자라면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는 수제비를 먹은 뒤 강헤림 여사의 작업실에 들러 최신 작품을 감상하며 아낌없이 찬사를 늘어놓았다.

강혜림의 최신 작품은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 수염 난 남자의 인물화였다. 요즘 사람답지 않게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 모델 모습에 흥미가 갔다.

“이 남자는 실제 모델 입니까?”

내가 강혜림 여사를 돌아보면 묻자 그는 빙긋 웃었다.

“한번 맞춰 보세요.”

나는 그 그림에서 사실적으로 닮지는 않았지만 변하진 사장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글쎄요. 낯익은 얼굴 같기도 하고...”

“상상의 인물이에요.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이런 사람과 결혼 했으면 하는 영상을 한번 옮겨 본 거예요.”

“그렇군요. 멋집니다.”

나는 그게 변하진 사장 닮았다는 이야기를 할 만한 용기는 없었다.

그 집에서 몇 시간을 보냈지만 한영지와 단 둘이 시간을 갖기는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돌아가려고 하자 한영지가 제안했다.

“선생님 가시는 곳까지 제가 모셔다 드릴 게요. 저 지금 나가야 하거든요.”

이렇게 해서 나는 한영지의 그랜드 카니발을 타고 단둘이 서울 거리로 나서게 되었다.

“뮤지컬 연습은 잘 되어가나?”

단 둘이 되자 좀 촉촉한 대화를 나누고 싶었으나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 물어보았다.

“함정휴 선생님이 안 계셔서 계속 혼자 연습했어요. 역시 잘 안 되더군요.”

또 그 바리톤 이야기 하는 바람에 내 심사가 조금 뒤틀렸다.

“뮤지컬은 목소리만 괜찮으면 인물은 보지 않나?”

“선생님. 함정휴 선생님 얼마나 카리스마 있는데요. 거기다 알고 보면 멋진 훈남이고요...”

한영지는 이야기를 하다가 나를 흘깃 돌아보고는 말을 멈추었다.

“어머, 선생님 질투하시는구나.”

나는 속마음이 들켜 움찔하고 말았다.

소설의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연극'가자!장미 여관으로'의 한 장면
소설의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연극'가자!장미 여관으로'의 한 장면

 

“엄마와 변 사장도 밤의 역사를 만들었나?”

“아마 20년은 넘었을 걸요. 어쩌면 저도 그 산물인지도 몰라요.”

“뭐라고?”

나는 크게 놀라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언젠가 자기는 변영지인지, 유영지인지, 권영지인지 모른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놀라셨죠? 농담이에요. 조크, 모르세요.”

“아냐. 무슨 사연이 있긴 있는 모양인데, 좀 얘기해 줄 수 없어?”

“제가 태어나기 전 이야기를 어떻게 알겠어요?

정확히 말하면 제가 만들어진 연유지요. 나는 어쩌다 태어났는지...”

“질투는 무슨... 객관적으로 그렇다 이거지. 사실 그 사람은 배가 뚱뚱하고 목이 두꺼워 날씬한 훈남은 아니잖아.”

“일본 스모 선수들 아시죠? 그 사람들 보고 못생겼다고 하는 사람 없잖아요. 성악가는 성악가답게 생겨야 해요. 얼마나 멋있어요.”

나는 더 이상 함정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말을 꺼냈다.

“아까 화실에서 엄마가 그린 남자가 변하진 사장을 많이 닮았던데...”

“날카롭네요. 맞아요. 변하진 사장이 모델이에요.”

“그래? 어떻게 알았어?”

“제가 없을 때 가끔 와서 모델 노릇 하나 봐요.”

“영지 있을 때는 왜 오지 않아?”

“저를 피하는 것 아니고요, 낮에는 회사 일보고. 제가 주로 야간 리허설을 많이 하니까 그 시간에 오는 것 같아요. 남녀가 만나서 역사를 만드는 것도 밤이긴 하지만....”

한영지의 뜻밖의 말을 덧붙였다.

“역사를 만들어?”

“저도 남녀의 밤 역사가 만든 산물이잖아요. 선생님 따님도 그렇고. 큭큭큭....”

한영지는 웃느라고 하마터면 핸들을 놓칠 뻔했다.

“엄마와 변 사장도 밤의 역사를 만들었나?”

“아마 20년은 넘었을 걸요. 어쩌면 저도 그 산물인지도 몰라요.”

“뭐라고?”

나는 크게 놀라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언젠가 자기는 변영지인지, 유영지인지, 권영지인지 모른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놀라셨죠? 농담이에요. 조크, 모르세요.”

“아냐. 무슨 사연이 있긴 있는 모양인데, 좀 얘기해 줄 수 없어?”

“제가 태어나기 전 이야기를 어떻게 알겠어요? 정확히 말하면 제가 만들어진 연유지요. 나는 어쩌다 태어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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