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충 특파원 일본 경제] 美기업 디플레이션에 강하고, 日기업 인플레이션에 강하다
[윤충 특파원 일본 경제] 美기업 디플레이션에 강하고, 日기업 인플레이션에 강하다
  • 윤충 편집위원
  • 승인 2021.0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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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 물가하락 등이 디플레이션 장기화 원인
일본식 집단지성 커뮤니케이션화 통해 인플레 대비

"미국 기업은 디플레이션에서 강하고, 일본 기업은 인플레이션에 강하다."

일본 현대비즈니스가 18일 '인간도 기업도 국가도 장점을 개발하라'는 기획 기사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활동 재개가 되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인플레이션 현상을 분석했다. 디플레이션은 화폐의 가치가 상승해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반대로 인플레이션은 화폐가치가 하락하여 물가가 전반적,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19팬데믹으로 얼어붙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많은 돈을 풀면서 강한 경기 회복세를 보였다. 문제는 많은 돈이 풀리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다. 결국 테이퍼링(유동성 공급 축소)에 나서 인플레이션 막기에 나섰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은 16일,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 결과 브리핑을 통해 2024년으로 예상된 금리 인상 시기를 2023년에 인상하는 전망을 담은 점도표(dot plot)을 공개했다. 이와 함께 테이퍼링(유동성 공급 축소)을 집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초과지급준비금리(IOER)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Renerse Repo)금리를 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기 금리 인상을 유도해 시중에 풀린 돈을 조이겠다는 의도이다. 

연준의 헹보는 인플레이션 논쟁을 가열시키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테이퍼링(유동성 공급 축소)시기가 앞당겨 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경제에도 인플레이션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경제에 거대한 인플레이션이 오고 있다', '사라지는 일본 기업' '안녕 디플레이션 경제' 등 기사를 쏟아냈다.   

현대비즈니스는 미국 경제를 '디플레이션 경제'라고 규정했다. 미국형 경영은 평생 직장 대신 12개 직업을 경험한다. 전직 횟수는 11회 이상이라는 통계가 있다. 인재 유동성이 높다. 디플레이션에 강한 특징이 있다.

반면 일본 경제는 연속성을 중시한다.  미국과 같은 인재 유동성이 높은 사회가 될 가능성은 낮다. 이런 이유에서 디플레이션은 약하고, 인플레이션에는 강한 측면이 있다. 

일본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경이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1990년대 추락이후 20년 이상 장기 불황이 지속됐다. 부동산 거품 붕괴→은행부실 누적→대출기피→기업ㆍ가계부도→자산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1991-2011)은 생산 인구 감소가 원인이었다. 당시 15~65세 사이의 인구가 감소했다. 일본의 장기불황이 인구감소와 내수 축소가 원인이 됐다.

일본이 10년 장기 불황이 20년 불황으로 연장되는 결정적 요인은 디플레이션이다.  2차 대전 이후 경제 호황기를 이끌었던 1935~1944년생들이 1990년대 이후 정년 퇴직한다. 퇴직자들은 생산 활동 대신 부동산, 주식 등 자본시장에 빠져든다. 80년대 후반부터 도매 물가가 하락한다. 주식과 부동산 버블이 붕괴된다.  소비자물가도 하락세로 돌아선다. 부실채권이 누적되면서 디플에이션 스파이럴(Deflation Spiral)이 발생한다. 기업 채무 부담→수익성 악화→투자 위축→고용 악화→총 수요 감소→물가 하락→기업 수익 악화 등 악순환을 이어졌다.

디플레이션은 일본 경제에 체질 변화를 이끌어 냈다. 인플레이션을 전제로 자산가격이 장기 상승할 것이라는 현대 경제 시스템의 근간에 대한 믿음이 붕괴됐다. 대신 안전 자산으로 국채에 대한 지나친 선호 현상과 함께 주식을 기피하는 행태가 강해졌다. 주식의 경우 배당 등 현금 수입을 요구가 강화되고 있다.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큰 주식의 배당률이 안전자산인 채권 금리보다 높아야 한다는 투자법칙이다.

미국식 경제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미국 연준의 테이퍼링과 금리 인산 등의 정책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비즈니스는 미국식 경제 방식에 우려를 제기한다.

현대비즈니스는 "스피트가 요구되는 디플레이션형 경영은 메뉴얼화, 디지털화를 '정형화'하는 데는 편리하다.  하지만 정보유출 등의 위험이 있다. 멀티 플레이어가 '집단 지성'을 커뮤니케이션 화한 일본식 경영이 디지털 시대에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메뉴얼과 규칙이 중요하다. 하지만 흉내가 가능한 것은 경쟁력이 아니다. 기업 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장기적이고 근본적으로 차별화할 있는 것은 집단 지성을 커뮤니케이션화하는 것이 방법이다."고 했다.

1420년 전통을 지켜온 건설기업 '곤고구미'(2006년 파산, 다까마스 건설 인수)는 일본에 불교문화를 전파하러 간 백제인 유중광이 세운 회사이다. 유중광이 일본에 건너가 처음 만든 관영사찰 '시텐노지'(왼쪽)와 일본 3대 성으로 불리는 오사카성이다. 미국 타임즈는 "곤고구미家는 자신들이 시공한 건축물의 품질은 대를 이어 책임지는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시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 최장수 기업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40대 당주인 곤고 마사키즈가 부동산 버블시대에 무리하게 부동산 투자와 현대건설 사업에 뛰어들면서 파산한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장수기업은 1400년된 곤고구미(金剛組)이다. 587년에 설립된 건설회사이다. 백제인 곤고 시게미쓰(金剛重光, : 본명 류중광(柳重光)에 의해 창설됐다. 사찰, 신사, 불각 건축의 설계 및 시공, 성곽 및 문화재 건축물 복원 수리를 하는 일본 건설회사이다.

경영권칙은 △사업영역 확장에 신중하라 △보이지 않은 곳에 더 좋은 자재를 사용해야 한다. △능력 이상의 일감을 받지 말라. 주어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완벽한 건물을 만들어야 한다 등이다.

1995년 고베 지진 당시 무려 16만 채의 건물이 완파됐다. 곤고구미의 건축물만은 건재했다.  1980년대 40대 당주인 곤고 마사카즈는 곤고 가문의 경영방침을 벗어나 일본의 거품 경제 시기에 무리하게 자금을 빌려 부동산에 투자했다. 버블 붕괴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일반 건축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한다. 결국 회사는 부채를 감당할 수 없게 됐고 2006년 파산한다. 다카마쓰 건설에 인수됐다. 곤고구미 가문의 경영은 1429년 만에 역사 속에 막을 내렸다.

현대비즈니스가 곤고구미를 비교한 이유는, 무리한 확장과 전문성을 외면하고, 미국식 경영방식, 디지털 경영 도입 등이 오히려 기업을 위기로 내몰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현대비즈니스는 "암목지를 기본으로 한 일본형 경영이 일본기업의 장점이다. 디플레이션 경제에서 서투른 미국식 경영을 도입히기 보다는 잃어버린 20년 경험을 되살려 철저한 일본식 경영을 고수하면서 인플레이션을 기대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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