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포스코ㆍ쿠팡 가짜 ESG경영...환경은 적극 투자, 사회는 모르쇠, 지배구조는 후퇴
[기획] 포스코ㆍ쿠팡 가짜 ESG경영...환경은 적극 투자, 사회는 모르쇠, 지배구조는 후퇴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1.0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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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경영공시 의무화...2030년 全 코스피 상장사 적용
채이배 "ESG경영한다고 다 ESG아니다. 가짜 ESG도 있다"

국내 대기업마다 ESG경영을 도입하고 있다. ESG는 기업의 비재무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한다.  투자 의사 결정 시에 사회책임투자(SRI), 혹은 지속가능투자의 관점에서 기업의 재무적 요소들과 함께 고려한다. 사회책임투자는 사회적·윤리적 가치를 반영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기업의 재무적 성과만을 판단하던 전통적 방식과 달리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를 충분히 반영해 평가한다. 기업의 ESG 성과를 활용한 투자 방식은 투자자들의 장기적 수익을 추구한다. 기업 행동이 사회에 이익이 되도록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의 ESG경영은 눈 가리고 아옹하는 식 흉내내기에 급급한 가짜 ESG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편집자 주)

자산 2조원 이상 유가증권 상장기업은 2025년부터 친환경·사회적 책임활동을 포함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이러한 공시 의무는 2030년부터 모든 유가증권 상장사로 확대 적용된다.

올해 1월 금융위원회가 ESG공시를 의무화했다. 비재무적 성과 지표인 ESG(환경·책임·투명경영)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자리매김시키겠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재벌과 대기업의 불공정, 갑질, 비윤리적 행위가 차고 넘친다. 삼성ㆍ현대ㆍSKㆍ롯데ㆍ한진ㆍ효성ㆍ금호ㆍ태광ㆍ오리온 등 알만한 대기업의 오너들은 법과 범법의 경계선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부분 배임ㆍ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전력이 있다. SK(맷값폭행), 대한항공(땅콩회항), 한진칼(물컵갑질), 포스코에너지(라면상무), MPK(회장 경비원 폭행), 몽고간장(회장 운전기사 갑질), 프라임베이커리(호텔직원 지갑 폭행), 남양유업(불가리스ㆍ물량 밀어내기)등의 갑질이 문제가 됐다

금융위원회가 ESG경영을 의무화하고, 해외투자자들이 ESG를 기업투자 지표로 삼는 등 경영환경이 달라지면서 기업마다 ESG경영을 내세우고 있다.

카카오(1월), 현대차, 현대모비스, 포스코(2월), KB금융, SK건설(3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현대미포조선, 현대건설기계, 신세계, 이마트(4월), 삼성카드, LG, LG유플러스, CJ(5월) 등이 이사회 내에 ESG 관리위원회를 설치했다. GS리테일(2월), 엔씨소프트(3월), 에쓰오일(5월) 등이 이사회 외부에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2021.5. 기준)

해외 언론에서는 한국의 ESG경영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돈이 되는 환경분야(E)에 기업마다 진출하고 있디. 하지만 돈을 써야 하는 노동ㆍ거래처ㆍ소비자 분야(S)에는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오너와 총수 일가가 권력을 내려 놓아야 하는 지배구조분야(G)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12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53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포스코

◇가짜 ESG경영, 국민 위험 노출

대한민국은 위험하다.

9일 광주에 있는 병원에 들렸다가 진찰을 받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A씨가 사망했다. 교통사고가 아닌 재건축을 하기 위해 철거하던 건물이 붕괴되면서 버스를 덮치는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국내 대기업인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던 공사장이다. 건물 해체를 위한 안전 미흡이 붕괴 사고를 일이켰고, 버스를 타고 가던 애먼 사람들의 목숨을 잃게 만든 것이다. 

ESG경영 이면에 감춰진 국내 산업 현장에 대부분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최근 해외언론사인 파이낸셜타임즈이 포스코, 현대중공업, 쿠팡의 예를 들며, 가짜 ESG경영이 노동자들을 위험에 빠지고 있다는 보도했다.

포스코에서는 지난 2 월, 포항공장에서 컨베이어 롤러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35세의 하청 업체가 사망했다. 한 달 후 계열사 포스코 케미칼의 56 세 하청 업체가 비슷한 사건으로 같은 공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는 포스코에서 발생한 많은 사망 사고 중 최근 사례이다.

지난해 11월 포스코 광양 제철소의 용광로 근처에서 폭발 사고로 노동자 3명이 숨졌다. 총 14명의 근로자가 3년 동안 사망했다. 

서울 노동부가 지난 2월 포항 제철소를 2개월간 점검했다. 225 건의 안전 수칙 위반이 발견됐다. 포스코에 4억 4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국회 한경노동위원회(위원장 송옥주)는 2월 22일 산재 관련 청문회를 열과 포스코, 쿠팡 등 9개 기업 대표이사를 출석 시켰다.

이날 최정우 회장은 일련의 치명적인 사고에 대해 사과했다. 노동자 안전을 최우선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3 년간 1.3 조원을 투자했다. 노후 시설 교체 및 작업 환경 안전성 향상을 위해 2023 년까지 1 조원을 추가로 투자한다. 

노웅래 의원은 "5년간 포스코와 건설계열사에서 40명 이상의 근로자가 사망 한 것은 회사가 노동자 대한 안전 불감증에서 기인한 구조적 살인이다. 산업 재해의 왕국.”이라고 비판했다.

최 회장의 연임은 성공했다. 3월 총회에서 지분 11%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중립을 지킨다면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당시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최 회장의 연임을 반대했다.

김선제 성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전 세계가 ESG 표준이 강조되고 있다. 위험한 작업 환경을 개선하라는 압력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러한 환경이 노동자를 위험에 내몰고 있다. 현재 기업의 재무적 이익이 있을 수는 있지만, 기업의 미래가치를 떨어트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삼성, 현대중공업 위험사업장

한국은 2020년 한해 2,000명 이상의 노동자가 업무 관련해 사망했다. 선진국에서 가장 높은 사망률이다. 

포스코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등 다른 대기업에서도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쿠팡의 도를 넘은 노동문제를 제기됐다. 

쿠팡은 지난해 10월 야간에 일하다 사망한 장덕준씨(27)에 대해 "업무와 관련성이 없다"고 적극 부인했다. 최근 근로복지공단이 장씨의 죽음이 근육파열 등을 동반한 과로로 숨졌다고 인정했다.

쿠팡은 지난해 환노위 국정감사에서 "고인이 일한 작업장은 센터에서 가장 일이 편한 곳이라고 말했다"며 산재를 부인했다.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조사에도 비협조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의 덕평물류센터는 노동자 2000명이 일하고 있지만 화장실이 2개 밖에 없어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천물류센터는 회장실 사용 횟수를 통제하는 등 최소한 노동인권도 보장하지 않고 있는 점도 지적됐다.

홍콩 APG자산운용의 박유경 고문은 “한국 기업의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이다. 투자자들이 노동 문제를 무시하고 있다. 안타깝다. 한국은 개발 도상국이 아니다. 빈번한 산업 재해는 제조업을 주도 하는 선진국가로서 딜레마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지배구조전문가인 채이배 전 의원은 "사회적 책임이있는 투자 펀드조차도 기업의 노동 관행에 대한 압박을 주저하고 있다.  투자의사 결정 시에 사회책임투자(SRI)  혹은 지속가능투자 관점에서 ESG경영을 기업의 재무적 요소와 함께 고려해야 한다. 기업의 행동이 사회에 이익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연금이 빈번한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있는 포스코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아,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에 반대하는 최정우 회장이 연임될 수 있었던 것이 대표적 케이스가 되고 있다.

진보적 정의당 소속 정치인 강은미는 사업주의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내년 시해되면 노동시장에 변화를 주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업주 또는 고위 간부들은 치명적 산재 발생시 안전 조치를 소홀히 한 것으로 밝혀 질 경우 최소 1 년 이상의 징역형 또는 최대 10 억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채이버 전 국회의원은 "국내 기업들이 ESG경영을 한다고 한다. 다 ESG경영이 아니다. 가자ESG도 있다. 돈이 되는 환경분야(E)에 너도 나도 뛰어들었다. 돈을 써야 하는 노동, 거래처, 소비자 분야(S)는 모르쇠이다. 경영진들이 권력을 내려 놓아야 하는 지배구조분야(G)는 오히려 후퇴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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