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회사 한샘 '성폭력 리스크'에 주가 하락...美CII "성(SEX) 리스크 기업 평가 포함"
가구회사 한샘 '성폭력 리스크'에 주가 하락...美CII "성(SEX) 리스크 기업 평가 포함"
  • 박종무 기자
  • 승인 2021.0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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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에서 성관계 강요미수 혐의..."피해자 진술 신빙성" 집행유예
미국 기관투자협 "기업리스크 평가에 성폭력 포함...적극 대응필요"

가구업체 한샘의 '사내 성폭행'이 기업 리스크가 되고 있다. 2017년에 발생한 사내 성폭행 사건의 1심이 지난 2일 선고되면서 수면 위에 다시 부상했다. 당시 피해자를 숙박업소로 불러 성관계를 하지 않으면 인사에 불이익을 줄 것처럼 강요하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직원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정성완 부장판사는 2일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44)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정 부장판사는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공소사실이 증거에 의해 증명돼 유죄를 선고한다"며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한 사정, 범행 경위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A씨는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항소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A씨는 2018년 4월 한샘 팀장으로 근무하며 당시 수습사원이던 B씨에게 인사 문제 등을 상의하자며 부산 출장을 유인했다. 성관계를 하지 않으면 인사에 불이익을 줄 것처럼 강요했다. 하지만 B씨의 저항에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에게 '방을 따로 잡아주겠다'는 식으로 호텔 동행을 요구했다. 술을 권하며 성관계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B씨가 이를 피하면서 미수에 그친 것이다.

B씨는 A씨를 간음목적 유인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B씨는 항고했다. 검찰은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해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은 한샘의 사내 성폭행 사건이 단초가 됐다. 지난 2017년 10월 29일 한샘의 여성 신입 사원이라고 주장하는 B씨가 인터넷사이트 네이트에 3차례에 걸쳐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었으며 불법촬영과 강간미수까지 당했다는 글을 올린다.

2016년 12월 회식자리에서 한 남자사원이 여자 화장실에서 몰카를 찍은 사건을 시작으로, 2017년 해당 사건 처리를 도와주던 교육 담당 간부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또한 인사를 담당하는 간부에게 강간미수를 당한 뒤에 오히려 감봉 징계를 당했다고 주장한다. 대부분 법리적 판단이 없거나 불기소 처분된다. 그 결과에 대해 B씨가 네이트에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이슈가 된다. 

B씨의 호소가 알려진 직후부터 한샘에 대한 불매 운동이 활발히 진행됐다.  경찰의 재수사에 기폭제가 됐다.

A씨는 2일 강요미수 사건과 별개로 2017년 1월 한샘 직원 사이에 발생한 성폭행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B씨가 진술을 번복하도록 강요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현재는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회식이 끝난 뒤 B씨를 숙박업소에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한샘 직원 C(32)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한샘 사건을 계기로 기업마다 성(性)리스크 관리에 부심하고 있다.  3일 한샘의 주가는 전일 종가(114,500원)대비 2500원(-2.18%)하락한 11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 직원의 성폭력 혐의에 대한 판결이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되는 것으로 보인다. 

2018년 8월 미국의 기관투자가협회(CII)는  ‘기업 이사회는 어떻게 성폭력을 퇴치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기업 리스크 평가에 성폭력 문제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업에서 성폭력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보고서는 투자자가 이사회의 성폭력 위험에 대한 감독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질문 목록도 제시했다. 이사회의 전반적인 기업문화에 대한 감독 방법, 문제 인지 과정 및 구조, 신고자 비밀유지 등 13개 질문을 투자자들을 위한 ‘체크 리스트’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김선제 성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성폭력 문제는 기업의 신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개인의 일탈로 봐선 안된다. 기업 문화와 연관됐다.”며 “한국도 보수적이고 위계질서가 명확한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 특성을 고려해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더욱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남양유업, 대한항공, 대림산업, 미스터피자, 종근당, 호식이두마리치킨 등에서 개인 일탈로 치부되는 오너 리스크가 발생했다. 이슈가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 등으로 이어지면서 기업 리스크가 됐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개인적인 일탈이 아닌 기업적인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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