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터뷰_허성수 시나리오작가] "영화는 사회 양극화ㆍ갈등을 치유하는 의사이다"
[더인터뷰_허성수 시나리오작가] "영화는 사회 양극화ㆍ갈등을 치유하는 의사이다"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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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총 주최 예술문화 대상 수상, K-한류로 급부상한 영화산업 발전과 후학 양성에 힘쓴 공로
박찬욱ㆍ봉준호가 존경하는 '화녀' 김기영 감독 문하에서 시나리오 작가 수업 '뱀눈의여자'로 데뷔
김기영의 '화녀''충녀' 등은 의사적 관점에서 세상 문제에 메스를 가해 치유해 가는 과정 담은 영화
허성수 작가
허성수 작가

허성수 시나리오 작가가 한국 영화 산업 발전 시킨 공로로 '대한민국 예술 문화 대상' 시상식에서 영화부문 '예술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 27일 한국예총(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은 서울 양천구 대한민국예술인센터 2층 대공연장에서 '제34회 대한민국 예술문화대상'을 개최했다.

한국예총은 2020년 한해 동안 대한민국 예술문화 발전과 국민의 문화향유권 확대에 기여해 온 각 부문별 예술가 등에게 예술문화대상을 수여했다.

예술문화대상에 영화부문 허성수 작가를 비롯해 △강철희(건축) △이호연(국악) △김선정(무용) △김호운(문인) △이경수(미술) △이경래(사진) △민병구(연극) △천진철(연예) △최승원(음악) △박병두(문인) △박유미(미술) △손병태(연극) △이치우(음악) △이종관(음악) △함태선(국악) △김영예(무용) △김정호(음악) △유영화(사진) △김영주(무용) △성낙훈(미술) △이승원(연극) △소덕임(국악) △송호종(국악) △김상용(음악) △김태호(건축) △김남규(사진)등이 수상했다.

허 작가의 한국영화발전과 후학양성에 노력한 공로이다. 허 작가는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산하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부회장, 한국영화인총연합회 감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영화는 <기생충><미나리>등이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 K-한류를 이끌고 있다.

허성수 작가는 박찬욱ㆍ봉준호 감독의 우상인 김기영 감독에 의해 시나리오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미나리>로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여우 조연상을 받은 윤여정도 김기영 감독에 의해 배우가 됐다.

김기영 감독의 영화'화녀'의 한 장면. 이 영화는 후배 영화감독 박찬욱, 봉준호 등에게 예술적 영감을 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김기영 감독의 영화'화녀'의 한 장면. 이 영화는 후배 영화감독 박찬욱, 봉준호 등에게 예술적 영감을 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다음은 허성수 작가와의 일문일답.

-27일 한국 예총이 개최한 '제34회 대한민국예술문화대상'에서 영화부분 대상을 수상한데 축하한다

▲한국 영화가 탄생된 지 101년째이다. <기생충><미나리>등 한국영화가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 한국영화에 대한 위상이 높아졌다. 한국 영화는 양적, 질적으로 성장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와 전쟁을 치루는 엄정한 시기에 수상자로 저를 선정한 배경에는 창의적 창적 열정을 통해 국민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문화 예술 발전에 더욱 헌신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 노력하겠다. 한국영화인 모두에게 감사한다.

-수상 배경이 한국 영화발전 공로와 후학 양성에 대한 힘쓴 결과이다.

▲한국 영화인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이 현재 한국영화의 위상을 만든 것이다. 박찬욱, 봉준호 감독 역시 윗 선배 영화인들이 피땀 어린 노고의 결과이다. 실제 두 감독이 가장 많이 언급한 선배 영화인은 바로 김기영 감독이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을 제작할 때 참고한 영화가 바로 김기영 감독의 <화녀(1960)>이다. 필름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갔지만, 영화가 추구하는 예술 세계와 창작 매커니즘은 같다. 선배 영화인들이 만든 텃밭 위에 후배 영화인들이 농사를 짓고 결과물을 수학하고 있다. 나는 선ㆍ후배 간의 가교 역할을 하는 방법으로 후학 양성에 노력하고 있는 것 뿐이다. 다른 다리와 같은 브릿지 역할일 뿐이다. 

영화'화녀'는 여배우 윤여정의 데뷔작이다. 윤여정은 '미나리'를 통해 한국 최초로 여우 조연상을 수상했다.
영화'화녀'는 여배우 윤여정의 데뷔작이다. 윤여정은 '미나리'를 통해 한국 최초로 여우 조연상을 수상했다.

-허성수 작가는  김기영 감독의 <뱀 눈의 여자>를 통해 시나리오 작가로 데뷔했다. 

▲김 감독의 작품으로 시나리오 작가로 데뷔했다는 사실만으로 영광이다. 김 감독은 산부인과 의사 출신이다. 의사에서 영화 감독으로 전향했다. 그가 영화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의사의 태도와 닮아있다. 사회를 거대한 병동으로 보고, 그 안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인간의 욕망을 해부했다. 대표적인 작품이 영화<기생충>의 모티브가 된 <하녀>이다. 전쟁이 끝나고 사람들은 도시로 몰려든다. 가까스로 중산층에 오른 사람들은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공포심에 떨어야 했다. 하층민들은 악다구니를 쓰며 저 위로 올라가려 했다. <하녀>에서 중산층이 사는 2층 양옥집과 <기생충>의 계단이 바로 그런 욕망을 담고 있는 것이다. 많은 영화평론가들이 김 감독을 한국의 컬트 작가라고 말한다.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컬트적인 요소는 많지만, 병든 사회를 치유하기 위해 수술하는 의사적 관점의 사회학자라고 평가하고 싶다. 디테일을 중시했다. 뉴스 대본처럼 치밀하게 만들어진 각본을 통해 영화를 만들었다. 카메라, 조명, 소도구 까지 거의 모든 영역을 직접 컨드롤 했다. 그 만큼 영화 메카니즘에 해박했다. 한국이 낳은 천재 작가 천재감독이다고 평가한다.

허성수는 지난 27일 한국영화 발전과 후학 양성에 기여한 공로로 한국문화예술단체연합회로부터 '문화예술대상'을 수상했다. 

-허작가의 데뷔작인 <뱀눈의 여자>에 대해 설명해 달라.

▲대학에서 조교를 하면서 학비를 벌며 공부하던 시절에 김 감독을 만났다. 당시 소설가 데뷔를 위해 습작을 하던 때 였다. 김 감독은 시나리오 작가 데뷔를 권유했다. 작가협회 등록비까지 대납시켜주면서 <뱀 눈의 여자>시나리오로 작가 데뷔시켜줬다. 저에겐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 관계를 뛰어넘어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은사님이시다. 그래서인지 감독님 생각만 하면 항상 먼저 눈물이 앞선다. 

-<뱀눈의 여자>는 휴거와 같은 상황에서 바이러스가 섬 전체로 번지는 상황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과 유사하다는 평가이다. 바이러스로 인해 기형 인간들이 나와 인류를 위협한다는 스토리가 최근 제작되는 좀비 영화들에 모티브가 되고 있다는 평가이다.

▲김기영 감독은 시대를 앞서갔다. 코로나 팬더믹과 같은 상황을 40년 전 영화를 통해 담아냈다. <뱀눈의 여자>는 우주에서 떨어진 유성으로 한 순간 바닷물에 변화가 생긴다. 물고기들이 미쳐 날뛰며 오히려 고기를 잡으러 나온 어부들을 공격한다. 심지어 바다 뱀장어는 사람의 배를 뚫고 들어가 인간을 숙주로 삼는다. 물고기의 공격을 받은 사람들은 좀비화된다. 섬 전체가 광기로 번져 간다. 섬마을은 초토화 된다. 사실 코로나19도 바이러스가 인간을 숙주로 삼아 전파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김 감독께서 <뱀눈의 여자>의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의사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본다. 현재처럼 디지털 기술이 발전했으면, 더욱 완성도 높은 영화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 영화산업에 대해 제안한다면.

▲한국영화는 발전을 저해하는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재벌들의 독과점 문제가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위협하고 있다. 현재 상업영화들만 극장에 개봉되면서 저예산 독립영화들이 생존권을 빼앗긴 상태이다. 정부가 나서서 독과점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또한 현재 극장에서 소비자가 영화를 보면서 내는 '영화발전기금'이 허투루 쓰여지고 있다. 이 기금은 오롯이 영화인을 위해 쓰여 져야한다.

김기영 감독은 신상옥 감독, 이만희 감독 등과 더불어 한국영화사에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만큼 영화 거장이다. 서울대 의대를 나온 의사 출신답게 영화 속에서 한국 사회에 메스를 가하는 가학성적 작품을 만들어 냈다. 이는 김기영 영화만이 가진 특징이었다. 사진은 김기영 감독이다. 

-한국영화계는 오래 전 신구 세대 간의 갈등으로 한국영화인총연합회와 한국영화인조합으로 나뉘어져 갈등을 겪고 있다. 

▲영화는 세대간 갈등이 없어야 한다. 1990년대 한국 영화 산업에 대기업이 진출하면서 시스템이 붕괴됐다. 도제식 시스템이 사라지고 누구나 열정이 있고 자본만 있으면 영화를 만들수 있는 시대가 됐다. 더구나 필름에서 디지털로 제작 환경이 바뀌면서 신구시대에 갈등은 극에 달해졌다. 제가 시나리오작가협회에서 후진양성에 공을 들이는 것도 신구 시대를 위한 가교역할을 하기 위해서이다. 한국영화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김기영 감독과 박찬욱-봉준호 감독 간에 교량이 필요했듯, 이러한 교량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영화의 질과 수준은 세계적으로 높아졌다 과거 영화산업을 이끌었던 영화인들의 삶은 처참할 정도이다 영화인의 연봉이 1천만원 미만으로 최저임금 수준도 안 된다

▲비대칭적인 발전이 영화인의 비극을 만들었다. 영화인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영화발전기금을 바탕으로 예술인 연금제도 도입 등이다. 

허성수 작가는 영화가 있는 삶, 내일이 있는 삶에 대한 진지한 자기 성찰을 통해 영화적 삶을 살고 있는 작가 중의 한 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성수 작가는 영화가 있는 삶, 내일이 있는 삶에 대한 진지한 자기 성찰을 통해 영화적 삶을 살고 있는 작가 중의 한 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영화 데이터베이스에 추구하는 작품에 대해 “가장 한국적인, 가장 인간적인, 가장 사회적인 작품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런 영화는 어떤 영화라고 생각하는가?

▲사실 그것이 내가 지향하고 싶었던 예술혼입니다 그러나 꿈과 이상은 늘 현실과는 괘리가 있게 마련이죠, 물론 내 능력도 문제가 있었겠지만 실재로 그것이 나의 아픔이고 또 충무로의 현실이 그렇게 녹록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늘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영화가 있는 삶, 내일이 있는 삶에 대한 진지한 자기 성찰에 대한 작가 허성수의 고민은 무엇인가.

▲부끄럽고 곤혹스럽다. '이것이 나의 대표작'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작품이 없다. 이것이 작가로서 아픔이자 부끄러운 이유이다. 나이가 들면서 철이 들고 인간이 보인다. 현재 두편의 영화가 제작 기획되고 있다. 현대판 물질만능 사회에서 돈 때문에 부모를 살해하는 비정한 가족관계를 그린 <거미>와 풍전등화 처지에 놓은 나라보다 자신의 안의와 보신을 위해서만 일하는 관료들 속에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한 장군의 이야기를 그린 <조선>등이다. 영화는 시나리오가 만들어지면 첫번째 사업에 기초가 완성되는 셈이다. 두 작품에 심혈을 기울인 만큼, 영화적 완성도가 높은 영화로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작가 허성수의 차기작품은.

▲인간의 내면에 감춰진 욕망과 삶에 대한 진지함을 해부를 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남북통일이후 겪게 되는 갈등을 사회적 관점에서 양극화 문제로 그리는 작품을 만들 계획이다. 이념과 이데올로기가 아닌 순순한 인간이 사회에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현대판 <화녀>와도 같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이는 김기영식의 영화가 아닌 허성수식의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오랜 산통을 겪은 만큼 좋은 작품을 나올 것이라고 기대해도 좋다. 

 

허성수ㆍ시나리오 작가

경력: 제1회 서울시주최 청계천관련 시나리오 공모 심사위원장, -충무로 단편영화제 심사위원장(1,2,3,4,5회), 한국 영화 대종상 예심위원, 한국 시나리오 대전 심사위원, 2018년 영화진흥 위원회 시나리오 심사위원, 시나리오 작가협회 감사, 한국영화인 총연합회 감사, 시나리오 작가협회 부이사장, 시나리오 작가협회 이사장 대행, 영상작가 전문교육원 기초반/전문반 담임 교수, 부산 영상작가 전문교육원 특임교수

주요수상: 한국 영화인 총 연합회 영화인 공로상 수상, 제11회 일간연예스포츠신문주최 시나리오부문상 수상, 대한민국 신문기자협회 주관, 최우수 시나리오 작가상, 한국 예총 <제34회 예술문화 대상>수상 외

주요영화작품: <뱀눈의 여자>(김기영 감독). <여곡성>(이혁수 감독), <비극은 없다>(정진우 감독), <인간시장2-불타는 욕망>(김효천 감독), <변금련 뎐>(엄종선 감독), <빨간 앵두2>(박호태 감독), <난지도의 딸>(김문옥 감독), <96 뽕>(김대진 감독), <이웃집 남자>(조성구 감독), <보릿고개>(박용준 감독), <노란 손수건>(김정철 감독) 외 40여편

주요방송작품 : MBC특집극<이 강산에 태어나>, MBC추석특집극<푸른 하늘 흰 구름> MBC 베스트셀러극장<떠나지 않는 해변>(1985) <이중유희>(1985), <배신의 계절>(100회 특집) , KBS 6.25특집극 <비극은없다>(5부작), MBC드라마초대석<매우 잘 생긴 우산 하나> 외 20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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