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이 9兆에 인수한 하만, 미래먹거리에서 미운오리되나
이재용이 9兆에 인수한 하만, 미래먹거리에서 미운오리되나
  • 서종열
  • 승인 2021.0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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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하만 인수했지만...매출액은 찔금 성장, 영업이익은 1/10 
'전장+오디오=시너지' 기대했던 삼성, 현실은 기존 고객사들 이탈
불필요한 계열사들 합병 및 매각, 경영진 교체로 분위기 쇄신 나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이 부회장은 지난 2016년 11월 세계 1위 전장 및 카오디오 업체 하만을 9조3600억원에 인수하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 삼성전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이 부회장은 지난 2016년 11월 세계 1위 전장 및 카오디오 업체 하만을 9조3600억원에 인수하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 삼성전자

인수금액만 약 9조3600억원.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세계 1위 자동차 전장 및 카오디오 업체 하만을 80억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국내기업들 중 해외 인수합병(M&A) 규모로는 사상 최대규모였다. 

그러나 4년이 흐른 현재 하만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미래먹거리 기업이란 평가는 무색해 보인다. 매출증가를 통해 하만의 외형은 성장했지만, 수익성이 해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서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미래먹거리가 될 것으로 지목했던 하만. 4년이 지난 현재까지의 상황만 보면 하만은 미래먹거리가 아닌 미운오리새끼가 될 가능성이 더 높아보인다. 

◆ 세계 1위 전장·카오디오 기업

삼성전자가 2017년 인수한 하만은 미국 자동차전장 및 카오디오 업체다. 인수당시 세계 1위 기업이었던 만큼 인수가액만 80억달러, 한화로는 9조3600억원에 달했다. 

1956년 설립된 하만은 전장부품 및 오디어 업계의 글로벌 강자였다. AKG, JBL, 마크래빈슨 등 명실상부한 프리미엄 오디오브랜드들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커넥티드카와 카오디오 사업부문은 그야말로 세계 1위의 점유율을 자랑했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강점인 모바일과 생활가전 사업의 노하우를 하만과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전장사업을 미래의 캐시카우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 해가 갈수록 낮아지는 수익성

그러나 삼성전자의 꿈은 장밋빛 환상에 불과했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한 후 지난 4년간 수익성이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영업이익이 1/10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만은 지난해 9조1837억원의 매출액에 55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액의 경우 전년(2019년·10조771억원) 대비 8.9%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2019년·3223억원) 대비 82.8%나 급감했다. 

하만은 삼성전자에 인수되기 전인 2016년 8조5000억원대의 매출액에 8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하만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이처럼 저조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판매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2016년 말 인수한 하만인터내셔널의 연도별 실적 ⓒ 삼성전자 사업보고서
삼성전자가 2016년 말 인수한 하만인터내셔널의 연도별 실적(단위:억원) ⓒ 삼성전자 사업보고서

◆ 사라진 시너지 효과

그러나 자동차업계에서는 또 다른 해석도 내놓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 그리고 하만 등 자동차 전장 사업분야에서 대표적인 업체 3곳을 가진 삼성이 유달리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고객사인 자동차업체들의 외면 때문이란 분석이다. 

실제 삼성의 재계라이벌인 LG전자의 경우 하만과 함께 전장사업을 진행해왔는데,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한 후 메릴리안으로 파트너를 변경했다. 

국내 대표 자동차기업인 현대자동차 역시 자체적인 전장 사업 강화를 내세우며 하만의 앞길을 막아서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역시 하만을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만 인수 이후 40여개 달하는 종속회사를 합병하거나 청산했고, 불필요한 계열사는 매각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에는 이승욱 사업지원TF 부사장을 전장사업팀장에 임명하고, 세계 1위 자동차부품업체인 보쉬의 CEO 크리스찬 소봇카를 하만 전장부문장에 선임하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할 당시에는 오디오와 전장의 시너지를 기대했지만, 4년이 지난 현재까지만 보면 사실상 인수효과는 없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미래먹거리라고 했던 하만은 향후 수익성이 더 악화될 경우 미운오리새끼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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