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vs메디톡스 균주 전쟁...시장점유율 1위 메디톡스 2위 전락
대웅제약vs메디톡스 균주 전쟁...시장점유율 1위 메디톡스 2위 전락
  • 조경호 기자
  • 승인 2021.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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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톡스, 세계 4번째 국내 첫번째로 보톡스 개발
대웅제약, 나보타 수출 과정에 메디톡스와 균주 전쟁 시작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 @대웅제약 홈페이지 

대웅제약(전승호 대표)와 메디톡스(정현호 대표) 간의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보툴리움 독신 균주와 관련한 싸움이다. 메디톡스가 2016년 대웅제약이 자사의 균주와 기술문서를 도용했다고 주장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대웅제약은 지난 26일(미국 현지 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메디톡스가 생산하는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자료 조작에 대한 조사 요청서를 제출했다. 같은 날 공시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메디톡스를 한국 금융감독원에 고발했다.

대웅제약의 조사 요청서에는 메디톡스가 보툴리눔 톡신 '이노톡스'의 안전성 자료를 조작해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 허가 취소 처분을 받은 만큼, 미국 FDA에 제출한 허가자료에도 똑같이 조작이 있었는지 확인해달라는 내용이다.

지난 1월 식품의약처는 메디톡스의 이노톡스주에 대해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내렸다. 부정한 방법으로 의약품 품목 허가와 변경허가를 받아 약사법 76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메디톡스에 해당 제품 회수 및 폐기 명령을 내렸다. 이노톡스주는 흔히 보톡스라고 불리는 보틀리늄 제제로 성형외과 등에서 주름 제거 등의 용도로 사용된다. 

메디톡스는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소송을 제기, 현재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상황이다.

대웅제약이 미국 FDA와 금감원에 각각 조사와 고발한 것도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가 바탕이 됐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가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제품에 대한 임상시험 중단도 요청했다.

메디톡스는 2013년 미국 엘러간(현 애브비)에 보툴리눔 톡신 'MT10109L'를 수출했다. 현재 미국에서 MT10109L의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대웅제약, 메디톡스 금감원 고발

대웅제약은 메디톡스를 금융감독원에 고발했다. 공시의무 위반 등을 이유이다. 메디톡스가 자료 조작과 원액 바꿔치기 등에 대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시인한 의혹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해 공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장회사는 재산이나 경영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수 있는 기업 내용 변동 사실을 적시하여 충실히 공시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과징금 부과 및 형사처벌 등을 받는다.

대웅제약은 금감원 고발을 통해 메디톡스가 기업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 임에도 공시하지 않아 상장회사가 준수해야 할 명백한 법적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웅제약 측은 "메디톡스가 △무허가 원료 사용 △시험 자료 조작 등 불법행위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식약처의 조사결과 △엘러간에 기술수출한 MT10109L과 허가취소된 이노톡스가 동일하다는 내용 △중국 밀수출 통로로 활용하던 국내 도매상과의 소송으로 드러난 중국 밀수출 내용 등에 대한 명확한 공시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보톡스 시장 전쟁 

국내 보톡스 시장은 15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국내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던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에 전쟁은 대웅제약이 미국 시장 진출하면서 격화된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 @메디톡스 홈페이지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 @메디톡스 홈페이지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나보타(DWP-450, 미국제품명 주보)의  미국 FTA에 판매 승인 불허를 청원했다.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생산되는 출처 균주가 실제로 C. 보툴리눔 A형 홀 균주(C. botulinum type A Hall Strain) 인지 여부, 이 균주가 대한민국의 토양에서 분리된 것으로서 ‘홀 균주’(the Hall Strain)와는 완전히 다른 A형 균주인지 여부, 또는 이 두 가지와 아예 다른 균주인지 여부를 FDA가 확인하기 전까지는 DWP-450에 관한 Evolus BLA(biologics license application: 생물학적제제 허가 신청서)를 승인하지 말 것을 청원했다. 

하지만 FTA는 2016년 대웅제약의 손을 들어준다. 메디톡스의 청원을 거부하고 나보타의 판매를 승인한다.

대웅제약의 승리다. 하지만 4년 만에 판세가 뒤집힌다. 지난해 7월 6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CT)는 '보틀리눔 톡신' 균주 전쟁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ITC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고 예비판결(Initial Determination) 한다. 대웅제약이 미국에서 판매 중인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를 10년간 수입금지하는 명령을 최종 결정권을 가진 ITC 위원회에 권고한다. 나보타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불공정 경쟁의 결과물인 만큼, 미국 시장에서 배척하겠다는 것. 미국의 대통령은 ITC 최종 판결일을 기준으로 60일 간의 ‘검토 기간(Presidential Review)’을 가진 뒤 국익 등을 고려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ICT의 판단에  대웅제약은 반발했다. 당시 대웅제약 측은 “메디톡스가 제출한 허위자료 및 허위 증언을 진실이라고 잘못 판단한 것이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의 항소법원은 다시 대웅제약의 손을 들어준다. 대웅제약이 신청한 수입금지 관련 가치분을 항소법원이 인용한다. 항소법원에서 가처분이 인용됐지만, ICT의 결정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메디톡스는 보고 있다. 

◇메디톡스, 대웅제약 고발에 대응 고심

2000년에 설립된 메디톡스는 세계 4번째이자 국내 최초 보톡스를 개발한다. 보틀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 이노톡스, 코오톡스 등을 생산하고 있다. 또 성형외과에서 많이 사용하는 히알루논산 필러 뉴라미스를 개발했다. 

현재 1500억원 규모의 국내 보톡스 시장은 휴젤(40%), 메디톡스(37%) 양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후발 주자인 대웅제약이 10%정도이다. 휴온스글로벌의 계열사 휴온스바이오파머가 4-5%에 점유하고 있다.

메디톡스가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원료 출처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휴젤이 치고 올라오면서 2위로 밀려났다. 휴젤이 1위 기업이 됐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고래 싸움이 휴젤에게는 시장 점유의 기회가 됐던 셈이다.

끝이 없는 균주 전쟁에서 상처를 입고 있는 것은 메디톡스이다. 세계 4번째, 국내 첫번째로  톡신을 개발 한 뒤에도 균주 전쟁 때문에 시장을 빼앗기고 있다.

@네이버 증권 캡처
대웅제약 @네이버 증권 캡처

대웅제약이 미국 FDA와 금감원에 메디톡스에 대해 조사와 고발한 이날, 양사의 주가는 하락했다.

오전 11시 현재 대웅제약의 주가는 전일 종가(161,000원) 대비 2000원(-1.24%0하락한 15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메디톡스 @네이버 증권 캡처

메디톡스도 같은 시간 전일 종가(168,600원)에서 1,600원(-0.95%)하락한 16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김선제 성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LG와 SK가 배터리 전쟁을 벌이다가 극적 합의를 했던 것처럼,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도 균주 전쟁에 극적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 바이오산업은 연구개발(R&D)가 다른 분야보다 중요하다. 양사가 법정 소송에만 메달리다가 보면 시장을 잃어버릴 수 있다. 소송을 종식하고 각자 분야에서 경쟁하면서 국가와 회사에 이익을 위해 경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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