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터뷰] 김이담·홍준기·김이후, 방황하는 청춘들... 연극 '유리동물원'
[더인터뷰] 김이담·홍준기·김이후, 방황하는 청춘들... 연극 '유리동물원'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1.0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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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공작소 마방진, 엠비제트컴퍼니의 신작 연극 <유리 동물원>이 개막해 공연 중에 있다. 오는 5월 30일 폐막을 앞두고 있는 이번 작품의 세 배우 김이담, 홍준기, 김이후를 만났다. 

연극 <유리 동물원>은 한 집에 함께 살고 있지만 자신이 만든 환상의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가족과 그들을 찾아온 낯선 손님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신진 서정완 연출과 젊은 배우들이 뭉쳐 새로운 에너지를 보여준 작품이다. 

본지는 시인을 꿈꾸지만 현실 앞에서 고군분투하는 톰 역할의 홍준기와 유리로 만들어진 동물들과 축음기를 관리하는 큰딸 로라 역의 김이후, 마지막으로 톰의 친구이자 언제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짐 역의 김이담을 만났다.

연극 <유리동물원> 80년 전 이야기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청춘들이 불편함과 가슴 따뜻한 울림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이들은 이 작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의 이야기가 지금 이 글을 보는 당신에 어떤 울림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다음은 이들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연초 인터뷰에서 이담 배우는 열심히 살아가는 한 해가 되길 바랐고, 이후 배우는 부모님을 자주 만나고 저축을 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어떻게 목표한 바를 잘 이루고 있을까

김이후  제가 그랬나요? 탕진했는데..?(웃음) 이사를 하게 돼서 탕진을 했고요. 저축은 앞으로 차근차근해야겠죠? 그리고 부모님과는 제가 독립을 해서 나오면서 전보다는 자주 못 뵙고 있는데 그만큼 만날 때 더 잘 해 드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맛있는 것도 많이 사드리고요.

김이담  저는 운 좋게도 잘 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홍준기 배우는 처음 만나게 됐는데, 어떻게 올해 목표한 바가 있을까

홍준기  아 저 금연 중이거든요. 우리 팀에서 저만 흡연자였는데 가래가 너무 끓어서 공연 때 '크흠' 이렇게 못하잖아요. 그래서 지금 3일? 4일? 됐어요.

김이담  삼일 전에 공연했을 때도 3일 됐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때 다시 폈어요?

홍준기  조용해주세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자기소개와 인물소개를 부탁한다.

홍준기  저는 홍준기고요. 배우예요. 그리고 <유리 동물원>에서 톰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후와 담이 형과 같이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김이담  안녕하세요. 저는 <유리 동물원>에서 짐 역할을 맡고 있는 김이담입니다. 오랜만입니다.

김이후  안녕하세요. 저는 로라 역할을 맡은 김이후입니다. 극 중에서 블루 로즈라고 칭해지는 캐릭터인데 이번 연극에서는 조금 더 단단한 캐릭터로 그려졌기 때문에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Q. <유리 동물원> 워낙 유명한 작품인데, 처음 알게 된 건 언제였고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김이담  저 같은 경우에는 <유리 동물원>을 안 지는 꽤 됐고요. 작품을 하면서 처음 읽어봤어요. 정확하게 작품을 알게 된 건 이번 작품 때인 것 같아요. 리딩 하면서 읽어봤고 작품을 하게 된 계기는 시기가 잘 맞았고, 제안이 들어왔어요. 배우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작품이다 보니 설렘이 컸던 것 같아요. 극단도 마방진에서 한다고 하니까 궁금했어요. 그래서 한다고 했었어요.

홍준기  저는 제목만 알았고 내용을 전혀 몰랐어요. 이번에 처음 읽었죠. 사실 저는 마방진 소속이거든요. 그래서 대표님한테 연락이 왔을 때 제목만 듣고 유리 동물원이라는 곳에서 앙상블로 유리 동물 중에 하나로 나오겠거니 했어요.(웃음) 저희 극단 작품을 하면 떼거지로 나오는 작품들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래서 코러스 배역 하나 맡겠거니 했었죠. 그런데 읽어보니까 4명밖에 안 나오더라고요.

Q. 몰랐다면 충분히... 

홍준기  네, 안 그래도 저번에 <리어 외전> 할 때에도 제가 코러스를 했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작품을 하면서 처음 읽었습니다.

김이후  저는 연극·영화과 입시를 학원에서 준비를 했는데 읽어야 되는 대본들이 있었어요. 그중에 하나가 <유리 동물원>이었고, 그때 읽었을 때는 사실 여기 내가 할 독백이 있나 없나를 봤었는데, 질풍노도의 시기여서 그런지 톰이라는 인물에 많이 몰입돼서 톰 대사만 연습해봤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번에 작품 제의를 받으면서 다시 읽어봤을 때 로라라는 인물이 새롭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대본의 지문 중에 로라가 짐을 만나는 순간을 '잔잔한 인생에 클라이맥스'라고 되어 있거든요. 그 캐릭터가 맞는 클라이맥스가 극적으로 느껴졌고 재미있더라고요. 로라라는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어서 감사하게도 제의가 들어왔을 때 참여하게 됐습니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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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첫 연습부터 본 공연까지, 어려웠던 부분이 이을까. 혹은 해석하기 어려웠다 하는 부분은

김이담  사실 이 작품이 고전이잖아요. 테네시 윌리엄스 작가가 쓴 작품인데, 읽으면 읽을수록 완벽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나의 개인적인 개성, 성격을 넣기에는 너무 꽉꽉 차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내가 진화가 될 수 있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게 저는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홍준기  저는 이 극이 큰 사건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극이 아니다 보니, 잔잔한데 관객분들이 이 공연을 재밌어할까라는 고민을 했었던 것 같아요. 배우로서는 역할에 있어서 아만다와 싸우는 부분들은 보자마자 너무 공감이 확 됐었는데, 제가 누나가 없거든요. 외동이라서, 누나인 로라와의 관계와 공감이 안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이해해 보려고 혼자 노력을 많이 했었어요. 어떻게 됐냐고요? 고민했는데 막상 연습에 들어가니까 저절로 그런 부분들이 해결됐습니다.(웃음) 

김이담  외동같지 않은데요?

김이후  맞아요. 누나 있을 것 같았어요.(웃음) 아, 저는 연습 과정에서는 아무래도 고전 작품이다 보니 처음에 톤을 잡는 게 어려웠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연습을 하면서 하나씩 찾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로라가 무대에 등장해있지만 말을 하지 않을 때가 많거든요. 그래서 그럴 때 로라라는 인물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떻게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생각했었어요. 그런 것들을 정리하는 게 개인적으로 어려웠던 부분이기도 했고, 로라라는 인물의 중심을 잡는 부분이기 때문에 더 집중했었던 것 같아요. 

Q. 이 작품 캐릭터 간의 독백보다는 인물 간의 호흡이 중요할 것 같았는데

김이후  저는 짐이랑 하는 대화가 그런 것 같아요. 

홍준기  저는 티키타카보다 독백이 더 어려웠어요. 대사가 너무 많았거든요.(웃음)

김이후  맞아요. 해설도 하거든요. 

김이담  저도 독백이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렇고요.

김이후  저는 독백이 없어서, 저는 티키타카가 재밌었어요. 그리고 그때 말을 제일 많이 하거든요. 

홍준기  장대사가 없구나

김이후  그래서 저희 연습을 하는데 이담 배우님이 꿀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아니 나는 이만큼 말하는데 너는 '응' 아니면 '아니' 이렇게만 말한다고 억울해 했었어요.

Q. 극중 짐이 처음 이들의 집에 초대됐을 때 아만다와의 만담? 아닌 만담을 좋아하는 관객들이 많더라.

김이담  사실 그게 대본에는 안 쓰여있거든요. 의도한 건 아닌데, 저희끼리 그냥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어도 되지 않겠느냐 해서 만든 장면입니다.

Q. 그 대사들에서 분위기가 환기되는 것도 있고, 다음 이야기의 시작을 매끄럽게 이어가는 것도 같았다. 그러고 보니 후반에 짐과 로라와의 대사 중에 '음메~'하는 부분이 있던데

김이담  아... '음메'가 아니라 '음~'입니다.(웃음) 매일 하고 있습니다. 연습할 때 사람들이 반응이 없어서 이걸 살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걱정이 많았어요. 

김이후  그걸 의도한 거 아닌가요?

김이담  네, 의도한 거긴 하죠.

김이후  관객분들도 이걸 웃어야 하는 건가 아닌 건가 고민하시더라고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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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품 속 배경이 1930년대지만 지금과 비교해 봤을 때 큰 차이가 있어 보이지 않다. 그래서 관객들이 더 쉽게 감정을 이입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이담  맞아요. 저도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시대적 배경은 1930년대이지만 이 이야기는 한 가정 안에서 일어난 일을 그리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시대적 배경이 크게 다가오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다른 점이 있다고 한다면 그 당시에는 남자랑 여자랑 만날 수 있는 사건이 한 신사가 한 가정을 방문하는 문화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제외하고 현대와 과거의 시대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았어요. 갈등도 큰 차이가 없었을 것 같고요.

홍준기  저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오늘날 이 작품이 올라가지 않았나 싶어요. 

Q. 톰과 로라에게 있어서 엄마인 아만다와 자리를 비운 아버지는 어떤 이미지이고, 작품을 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됐는지

홍준기  저는 일단 아버지는 바람피워서 도망간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요. 두 분의 아만다는 정말 사랑스럽죠. 그래서 알콜중독자가 되진 않겠습니다 이때 저는 진짜 아만다가 사랑스러워서 웃어요. 다른 유리 동물원은 제가 보지 못했는데, 보통 아만다를 하셨던 다른 선생님들보다 더 젊고 사랑스럽지 않나 싶어요. 

김이후  저는 아만다를 생각했을 때, 아만다가 저를 많이 사랑한다는 게 느껴져요. 2장에서 "너 다 속인 거니?" 하면서 몰아붙이기도 하고, 로라를 등 떠밀어서 짐과 만나게 하려고 압박을 주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그 속에서 아만다의 눈빛을 바라보면 엄마가 나를 생각하고 사랑해서 그렇게 하는 거구나라는 걸 느껴요. 그리고 제일 좋아하게 되는 장면이 저를 옷 갈아입힌 다음에 엄마도 드레스를 갈아입고 나오거든요. 그때 수선화를 들고 나오거든요. 과거의 영광을 이야기하는 엄마를 보면,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나오는데 과거를 회상하는 눈빛이나 엄마가 되게 아름답고 되게 찬란하게 느껴져요. 그래서 되게 눈물이 맺히기도 해요. 그 장면에 음악도 깔리고 여러 가지가 있기도 하지만 엄마가 되게 사랑스럽고, 사랑하고 아름다운 이미지인 것 같아요. 아빠에 대해서 생각해 봤을 때, 마지막에 아만다가 아버지의 초상화를 보고 퇴장하거든요. 그걸 보고 퇴장하는 그 순간에 화도 나고, 아니 화라고 딱 표현이 안되지만 그런 느낌을 받아요. 항상 뭐가 밖으로 표출하지 않는 로라이지만 그 순간 마음이 치밀어서 또 일어나게 되는 그런 게 있더라고요. 아버지에 대해서 그동안 크게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가 엄마가 무너지고 나서 그걸 보고 퇴장하는 느낌은 좋지 않았던 것 같아요.

Q. 로라는 톰이 이 집을 떠나갈 거라고 생각을 했을까. 

김이후  로라가 모를 리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엄마랑 싸우면서도 "나는 어떨 거라고 생각하세요!"라고 소리치는 것도 들었거든요. 그리고 톰이 항상 밤에 늦게 들어오고 집에 있는 게 힘들어 보이는걸 분명히 로라도 알고 느껴요. 그런데 톰이 떠나려면 어깨에서 짐을 내려줘야 톰이 떠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기엔 로라가 너무 연약했어요. 그래서 저는 내가 짐이 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잡기는커녕 내보내주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죠. 

Q. 톰은 계속 고민하고 있는데, 집을 떠날 결심을 하게 된 계기는

홍준기  저는 딱 그때에요. 제가 공연 마지막 나갈 때, 그때 제가 느꼈던 건 '이게 엄마야? 어떻게 나한테 그래?'라는 감정이거든요. 진짜 억울하고 섭섭한 감정이 확 올라와요. 그 순간인 것 같아요. 아니 짐이 약혼을 했다는 걸 나도 몰랐지만 그걸 말하지 않았다고 나한테 이렇게 고래고래 난리를 치는 게 맞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충분히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데 그때에도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누나가 계속 걸렸거든요. 그래서 한 번 시선을 주고 나가거든요. 그런데 그래도 나가요. 대본에도 나갔다고 돼있고요.(웃음) 사실 계속 갈팡질팡하잖아요. 그리고 나가는데 나가서도 후회를 했을 것 같아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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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세 사람이 생각했을 때 각자 인물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김이후  저는 로라가 짐과의 만남 이후에 한 단계 성장을 했고 단단해졌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시기가 또 톰이 나가는 시기와 맞물려져서 로라가 더 단단해졌을 것 같아요. 그래서 마지막에 톰이 나가고 로라가 엄마를 위로해 주면서 안아주는데 거기에서 많은 걸 느껴요. 이제 내가 엄마를 도와줄게요, 이제 내가 엄마를 위로해주고, 기댈 수 있게끔 해줄게요 하는 의지를 담아서 포옹을 하거든요. 그전까지 로라는 그런 생각을 해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데, 그 순간순간이 겹치고 경험하고, 느끼면서 단단해졌기 때문에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었어요. 물론 사람이 한 번에 모든 게 다 이루어지지 않겠지만 그런 노력들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어떻게 보면 그 사건들이 나쁘지만은 않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원래 인생이 다 그렇잖아요. 이런저런 사건들이 사람을 강하게 하기도 하고 변화도 시키는데, 로라는 그 사건들로 인해 전보다 더 단단해지고 긍정적으로 변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로라는 거기서 무너져 버리지 않았거든요. 자리에서 일어서서 엄마를 위로하고, 유리 동물들도 꺼내놓아요. 그런 행동들은 그가 무너졌다는 걸 보여주기보다는 오히려 딛고 일어섰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되고 행동인 것 같거든요. 

홍준기  저도 그거 같아요. 마지막에 로라가 아만다를 안아줘요. 사실 저는 로라가 결혼을 했을까는 잘 모르겠어요. 결혼을 한다고 해서 잘 사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그것 자체가 아만다가 원하는 꿈이자 바람이잖아요. 로라가 되려 아만다를 안아주는 것처럼, 로라는 그만의 삶을 살아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톰으로서 로라가 잘 살아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아요. 

김이담  저는 짐이 집을 나간 이후에 그냥 아무렇지 않게 평상시처럼 살았을 것 같아요. 그냥 없었던 일로 하면서 특별하게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홍준기  이런 생각을 한번 하긴 했었어요. 떠나기 전에 짐을 찾아가서...

김이후  "야, 너 왜 말 안 했어? 눈치가 있었으면 말을 해줬어야지"이렇게요? (웃음)

홍준기  그런 상상을 한 번은 해봤습니다. "개자식아!"라고요. 제 입장에서는 진짜 쓰레기거든요. 뽀뽀 한 것까지 만약 제 귀에 들어갔으면...

김이담  저도 그 생각을 하기는 했었는데, 톰은 짐한테 이야기를 못할 것 같았어요. 짐은 톰한테 몇 번이고 표출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누나 이야기를 한 적도 없잖아요. 그리고 아만다와 만난 순간부터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한순간도 없거든요. 

Q. 로라가 짐에게 유니콘을 전해줄 때

김이후  글쎄요. 이건 제가 어떻게 느끼는지를 말해보자면, 짐이 "이제 다시 못 와"라면서 누구와 사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 이야기들을 귓가로 들으면서 유니콘을 바라보는데 얘가 뿔이 잘려있는걸 다시 한 번 확인해요. 로라가. 로라는 뿔이 잘린 유니콘을 보면서 "그래, 내가 그렇게 아끼고 사랑하던, 내가 제일 좋아하던 유니콘"이라는 생각과 함께, 바로 그 다음 자기가 말했던 걸 기억해내거든요. 유니콘의 뿔이 부러졌을때 "별일 아니야, 차라리 잘된 건지도 몰라"라고 짐한테 말했던게 딱 다가와요. 그제서야 생각하죠 내가 그런 말을 했구나라고요. 내가 그럴 수 있구나, 그리고 그런 사건이 나한테 일어났구나. 그게 로라에게 굉장히 큰일이거든요. 예전에는 이 유리 동물들이 있는 유리 동물원이라는 세상 속에서 살았고 이 밖을 넘어가면 안됐어요. 그런데 유리 동물들이 깨어지고 부러져도 괜찮구나라는걸 이제야 깨닫죠. 그리고 이걸로 내가 무너지지 않는다는걸 느껴요. 그래서 저는 로라가 짐을 원망하지 않았을 것 같았어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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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짐 같은 경우에는 로라에게 유니콘을 간직하겠다고 하지만, 집에 나가자마자 버렸을 것 같았다. 좀 전 이야기처럼 짐은 모든 걸 잊고 살아갔을까

김이담  별로 생각 안 했을 것 같아요. 짐이라면 현실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혼동은 하지 않기 때문에 자기한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오래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Q. 와닿는 대사를 꼽아보자면? 울림이 있는 대사가 있다면?

김이담  울림이 있는 대사요? 제가 하는 대사들이 그렇게 의미 있는 대사는 아니어서...

홍준기  고등학교 때 잘 나갔다?

김이담  아, 사실 그 대사가 좋기는 해요. 뭔가 자기 딴 애는 긍정적으로 그 말을 하거든요. 제가 프로그램북에도 쓰긴 했었거든요. 짐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 같더라고요. 지금 자기가 긍정적이고 노력하는 사람이고 확신이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지 않았나.

홍준기  저는 연습할 때부터 딱 하나 있었어요. "앵무새가 되어서 날아가" 로라한테 하는 말인데, 이게 로라한테 하고 싶은 말이자,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아만다에게 하고 싶은 말인 것 가더라고요. 그래서 제일 꽂혔어요. 그리고 공연을 시작하고 나서는 로라와 아만다, 제가 꼭 껴안는 장면이 있거든요. 최근에 누나랑 엄마를 안고나서 뭔가 엄청 울컥하더라고요. 다음 대사가 "다음날 짐을 집으로 초대했습니다"인데 이걸 말을 해야 하는데 되게 울 것 같더라고요. 나는 극을 소개하는 사람이고, 이들은 과거 기억 속에 있는 가족들이라는 게 다가오면서 그리운 감정이 확 다가왔던 것 같아요.

김이후  저도 제 대사 중에서 말하자면 프로그램북에도 말했는데 "기념으로"라는 대사가 인상적이었어요. 이 상황에서 저렇게 말한다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사실 좋아하는 대사나 장면은 공연을 할 때마다 매번 바뀌거든요. 최근에 톰이 저를 보고 "잘 있어, 누나" 하는 대사가 있는데 저는 톰의 뒷모습을 바라봐요. 그를 바라보는 장면이 가장 마음을 울리는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엄마가 옷 갈아입고 나와서 수선화 꽃을 들고 있는 모습, 두 장면이 로라로서 가족들을 바라보면서 그들의 진심을 느끼게 되는 장면들이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에 많이 남고 울림이 있는 것 같아요.

Q. 그럼 마지막으로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또 다른 톰과 짐, 로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이담  작품을 빗대어서요?

Q. 작품을 빗대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각자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고요.

김이담  저는 사실 톰이 이해가 많이 되거든요. 제가 톰이랑 같은 성향이 더 많아요. 물론 짐 같은 성향도 있지만요. 그래서 저는 둘의 성격이나 장단점을 합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톰처럼 자기 이상을 찾고, 하고 싶은걸 쫓을 수 있었으면 좋겠었고 짐처럼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차근차근 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죠. 그리고 개인적으로 외국 배우의 이야기가 많이 다가왔던 적이 있거든요. 베네딕트 컴버비치가 외국에서 무장강도한테 납치당해서 죽을 상황까지 갔는데 어떤 일인지 살아나고 나서 했던 이야기인데, 하고 싶은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죽을 상황에 가고 나서 보니 하지 못해서 아쉬웠다는 거죠. 제가 생각을 해봤을 때 그렇게 느낄 정도면 하고 싶은 게 있다면 해야 되는 게 정답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순간 한순간을 즐기면서 사는 게 어려운데 그렇게 살았으면 좋을 것 같아요. 

홍준기  저도 비슷해요. 하고 싶은걸 하면서 살아라. 그래도 행복하지만은 않을걸?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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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실 정말 어려운 일이지 않나. 하고 싶은걸 하면서 산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데 거기서 행복을 찾는 건 더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김이후  맞아요. 진짜 어려운데, 이 시대에 살고 있는 로라한테 옆집 언니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라. 정말 어려워요. 왜냐하면 로라는 로라가 한 걸음 밖으로 나가게 된 계기는 짐과의 만남이었거든요. 짐과의 만남 그리고 그와의 대화를 통해서 뭔가 정신적인 깨달음? 깨어났다고 볼 수 있거든요. 사실 제가 로라를 만난다면 넌 그래야 돼 하고 말을 할 수도 없을 것 같아요. 거기서 안전히 있어라고 말하기도 뭐 할 것 같아요. 내가 짐처럼 로라한테 스피치를 할 수는 없지만 그냥 옆집에 로라가 있다고 가정을 해보자면 옆에 있어줄 것 같고, 로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게 분명히 있거든요. 사실 제가 말하는 것보다 본인 스스로가 깨닫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연기한 로라는 내가 이들에게 있어서 더 이상 이렇게 있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완전히 커졌을 때 비로소 그 장소에서 한 걸음 내디딜 수 있었거든요. 그것처럼 사실 자기 마음이 차서 움직일 수밖에 없을 때, 비로소 유리 진열장을 열고 나올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때까지 힘들더라고 그냥 열심히 살아가라고 말할 것 같아요. 각자 자기의 알을 깨고 나가는 시기가 있지 않나. 열심히 살아가주길 바라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리고 사실 짐이 아니었어도 로라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문밖으로 나섰을 거예요. 로라가 엄마랑 다투고 스스로 여러 상황들에 대해서 괴로운 마음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그도 언젠가는 알을 깨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Q. 그러고 보니 작품 속에서 유리 동물원에 유리 동물들이 정말 유리로 만들어진 건지 궁금하다. 공연을 보러 갔을 때 잠깐 건드렸는데 넘어져서 파삭하고 깨지는 소리를 들었다.

김이후  아, 가끔 그래요. 정말 예측할 수 없거든요. 진짜 유리라서 정말 열심히 관리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공연 소품이고 배우들은 계속 움직이고 있다 보니까 조금씩 대미지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유니콘은 진짜 유리가 아니고 따로 제작된 거랍니다. 그래서 가장 안전합니다.(웃음)

Q. 작품 속 로라처럼 혹시 어떤 컬렉션을 모으거나 하는 취미가 있을까

김이담  저는 지금은 없는데 옛날엔 있었어요. 포켓몬스터 띠부띠부씰?

홍준기  저도 모았었어요.(웃음)

김이후  저도 책받침에 붙였어요!

김이담  한 100개 정도 모았었는데 중학교 다니는 형한테 뺏겼어요.

김이후  그걸 빼앗다니 나쁜 형이었네요

홍준기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딱지나 띠부띠부씰 정도요. 따로 피겨 같은 건 모으는 취미는 없어요.

김이후  저는 사실 약간 취미 컬렉터라고 해야 할까요?(웃음) 약간 필름 카메라에 꽂혔을 때 필름 카메라를 사서 찍다가 금방 질리고, 그다음에 토이카메라에 꽂혀서 토이카메라를 사서 찍다가 또 금방 질려 해요. 그리고 퍼즐을 사고, 레고를 샀었죠. 예전에 자수에 빠져서 코바늘도 사고, 십자수도 사고, 프랑스 자수도 샀죠. 그냥 다 있어요. 입문용이란 입문용은 다 있죠. 

김이담  아, 제가 아는 어떤 사람이랑 너무 비슷해서 웃음이 나네요.

김이후  수채화 책도 사고 유화도 있고 다 있어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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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일단 다 시작해보는 걸까

김이후  진열장에 이렇게...

Q. 그래도 연기는 끝까지 하고 있다.

홍준기  그거 하나. 진짜 이거 하나다. 이후 배우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는 그런 것 같아요. 기타가 장식용으로 집에 있거든요.

김이후  아 저도 기타 있어요. 기타도 있고 우쿨렐레도 있어요.

홍준기  전 요가 끊어두고 매트도 샀거든요. 그런데 안 가고 있어요.(웃음)

김이후  아 저도 매트 있어요.(웃음) 당근 마켓에 팔아야 할까요?

Q. 나중에 코로나가 끝난다면 모아서 플리마켓을 열어보는 게 어떨까

김이후  살까요?

홍준기  아뇨, 전 안팔겁니다. 다시 요가 할 거예요.

김이후  아, 저도 언젠가는 다시 할 거라는 생각이 있거든요. 팔 수 없을 것 같아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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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이후  저희 공연이 정말 재미있거든요. 많은 분들이 공연장에 오셔서 모든 순간을 함께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홍준기  저는 우리 공연을 보고,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거지? 

그런 거 잘 모르겠어요.(웃음) 그런데 그냥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작품 속에서 주는 메시지가 뚜렷한 작품도 있지만, 뚜렷하지 않아도 그 안에서 주는 진한 감동과 사랑 등 여러 감정들이 있거든요. 그런 걸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김이담  저도 이후 배우랑 똑같은 생각인데요. 많이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시국이 어려운 상황이라서 무조건 와달라고 하는 건 아니지만요. 그래도 다들 열심히 준비하고 무대에 오르고, 관객분들도 수칙에 맞게 마스크를 착용해 주시고 거리 두기를 지켜주시고 계시니까 많이 보러 와주시길 바라봅니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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