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칼럼] 반도체·부동산·물가 ‘다음 한 수’가 안 보인다
[이원두 칼럼] 반도체·부동산·물가 ‘다음 한 수’가 안 보인다
  • 이원두 언론인·칼럼리스트
  • 승인 2021.0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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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에서 수읽기는 바로 실력의 가늠자다. 프로는 단번에 수십 수를 읽는다. 그러나 수읽기가 아무리 깊고 넓은 국수급이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 한 수’이다. ‘다음 한 수’가 바로 그 판의 운명을 가르는 분기점이 되기 때문이다. 바둑만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의 우리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정책당국은 ‘다음 한수’를 보지 못하고 있거나 필요없는 것으로 여기는 인상을 준다.

지금 세계 경제는, 특히 선진국은 IT 경제의 핵심인 반도체 자립과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전력 정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서 지면 지금까지 누려온 선진국이나 세계 경제의 강자 위상에서 탈락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한국은 여전히 반도체 강국이며 부동산은 ‘적폐 청산’단계에서 벗어나고 있고 인플레에션 위험 역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이런 안일한 진단은 기재부가 문재인 정부 4년 성과를 짚은 ‘자화자찬’에 고스란히 스며 있다. 기재부는 ‘거시경제, 혁신성장, 포용성장 등 3대 분야에서 10대 성과를 달성했다’고 자평하면서 일자리 등 일부 부문은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 19에 책임을 돌렸다. 그러면서도 스물네 차례나 반복한 부동산 문제는 아예 빼버렸다.

현재 한국 경제를 바둑판에 비유되고 있다. 부동산, 반도체, 물가 등에서 삼중고를 겪고 있다. 대안이 없어 보인다. 임기말 문재인 정부가 내놓을 신의 한수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반도체, 인플레이션(금융긴축:금리인상)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지금 이 문제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진지하고도 실효성 있는

접근은 보이지 않는다.

대선을 1년도 채 남겨 놓지 않은 ‘정치의 계절’ 앞에

대권을 노리는 유력 여당 주자는 돈 풀기 경쟁만 벌이고 있다.

경제를 살려 국가 경쟁력을 높일 ‘다음 한 수’를 보지 못하고 있거나

아예 생각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짐은 오로지 국민 몫으로 남는다

특정 시기의 특정 분야를 결산하는 목적은 다음 시기와 주역에게 효울적으로 배턴 터치를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따라서 그 결산에는 스스로 분칠한 얼굴이 아니라 ‘다음 한 수’가 담겨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문재인 대통령 취임 4년 성과를 나열하는 것 이상으로 그 성과를 이어가거나 부족한 부분을 메울 다음 한 수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보도된 대로라면 ‘다음 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내일을, 다음 세대를 위해 지금 뼈를 깎는 아픔을 견디면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과는 뚜렷하게 비교되는 대목이다.

지금 전국민이 가장 답답해 하는 것이 바로 부동산 문제다. 집 없는 계층은 집 마련의 사회적 상승 사다리 실종을, 집 가진 계층은 재산세와 종부세 부담에 가슴을 치는 것이 현실이다. 종부세 대상이 서울 동작구의 경우는 지난 4년간 무려 7백 24배나 급증했고 강동구는 5백 97배가 늘어났다.지난 12년간 묶여 있는 종부세 과세 기준인 ‘공시가 9억 원’이 넘는 아파트가 그만큼 증가했다는 뜻이며 그 원인은 바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있다. 정책 실패의 책임을 종부세라는 형태로 국민이 지게 된 것인데도 정작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할 당국자는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도체는 지금까지 한국이 세계를 주름잡는 것으로 오해할 정도로 경쟁력이 있었다. 그러나 그 경쟁력은 비메모리 부문에 국한된 것일 뿐 시스템 부문에서는 대만의 TSMC와의 격차가 큰 것은 모르고 있었거나 의식적으로 눈을 감았다. 그러나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불을 지른 ‘IT시대 산업의 쌀’ 자급력 확보 전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를 이끄는 총수가 지금 수감 중이다. 삼성이 일구어낸 실적에 숟가락 얹기에 급급해 온 정치권과 정책당국은 ‘전통적인 무관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총수 수감에 따른 경영 공백으로 ‘2030년까지 1백 33조원 투자’계획이 제자리걸음을 걷는 동안에 대만의 TSMC는 4년간 1백 44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격차는 그만큼 더 벌어진다는 뜻이다.

재닛 엘런 미국 재무장관과 연방준비제도(FRB)는 거의 동시에 코로나19로 풀린 돈이 너무 많아 부풀어 오른 자산이 터질 위기를 맞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 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저금리, 제로금리 시대의 종막을 재촉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이 경고 대상 국가에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국가부채와 가계부채가 임계선에 다달은 한국의 경우 저금리 시대의 종막, 다시 말하면 금리 인상의 파괴력은 치명적일 수도 있다.

부동산, 반도체, 인플레이션(금융긴축:금리인상)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그러나 지금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고도 실효성 있는 접근은 보이지 않는다. 대선을 1년도 채 남겨 놓지 않은 ‘정치의 계절’ 앞에 대권을 노리는 유력 여당 주자는 돈 풀기 경쟁만 벌이고 있다. 경제를 살려 국가 경쟁력을 높일 ‘다음 한 수’를 보지 못하고 있거나 아예 생각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짐은 오로지 국민 몫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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