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터뷰] 배우 전유리 "뮤지컬 '시카고', 내 인생의 처음과 끝"
[더인터뷰] 배우 전유리 "뮤지컬 '시카고', 내 인생의 처음과 끝"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1.0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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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카고>가 21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2000년 국내 라이선스극의 신기원을 열었던 뮤지컬 <시카고>는 1920년대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살인, 욕망, 부패, 폭력, 착취, 간통, 배신 등의 사회적 치부를 풍자와 비판으로 그려내고 있다. 

뮤지컬 <시카고>는 불륜남을 살해한 혐의로 잡혀온 록시 하트와 동생과 바람난 남편을 살해한 보드빌 가수 벨마 켈리, 그리고 이들 사이를 오가며 남다른 존재감을 뽐내는 변호사 빌리 플린이 나오는 작품이다. 

본지는 개막 이후 주연 배우들 못지않은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키티 역의 전유리 배우와의 인터뷰를 기획했다. 기존의 라이선스극과는 다르게 모든 배우들이 하나하나 빛이 나고 있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그가 바라보고 있는 뮤지컬 <시카고>에 대해 들어보고 싶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으로, 비대면으로 질문에 대한 답을 받았다. 언젠가 벨마 역을 맡은 그를 기대해보며 다음 인터뷰를 작성했다.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반갑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전유리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시즌 뮤지컬 <시카고>에서 키티 역을 맡은 4년 차 뮤지컬 배우 전유리입니다. 반갑습니다.

Q. 뮤지컬 <시카고>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고, 참여한 소감은 어떤가

전유리  오디션에 지원해 참여하게 됐습니다. 저에게 뮤지컬 <시카고>는 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심어준 작품이었고, 데뷔했을 때 시카고 오디션에 지원을 했지만 참여하지 못했었습니다. 이번 시즌 다시 한번 도전을 하게 됐고 참여할 수 있었죠. 오디션에 합격했을 때 제가 꿈을 꾸고 있던 작품에 빨리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큰 기쁨으로 다가왔죠. 공연을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지났는데, 무대 위에서 보내고 있는 하루하루가 정말 행복해요.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관객분들께서 많은 성원을 보내주고 계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Q. 극 중 앙상블, 그리고 키티 역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전유리  우선 키티 역을 맡고 나서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키티라는 인물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평소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를 생각했죠. 그리고 키티라는 인물이 어떤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가, 그 모습들을 어떻게 하면 내 안에 잘 녹여낼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극중 나오는 키티는 굉장한 부잣집 딸이었고, 돈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존심을 굽히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상대방을 내려다본다든지, 말을 걸어오는 상대방을 무시한다든지, 비웃는 표현 등을 통해 키티의 성격을 드러내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연기적인 고민은 공연을 하고 있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키티씬에서 각 대사 속에 숨어있는 키티의 감정을 이해하고 잘 표현하기 위해 매 공연 때마다 제 연기를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Q. 과거 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시카고>의 벨마 역할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벨마 역할은 아직 하지 못했지만 워너비 작품에 참여했고, 벨마를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감정으로 다가왔을 것 같은데 어떤가. 

전유리  네, 맞습니다. 불과 2년 전 인터뷰에서 그렇게 이야기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우선 당시 인터뷰 때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제 꿈의 작품인 <시카고>에 앙상블로서 참여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그리고 질문해 주신 것처럼 관객으로서 벨마를 지켜보는 것과 앙상블 배우로서 옆에서 벨마를 지켜보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대에서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무대 뒤의 벨마도 지켜볼 수 있고, 함께 하나의 무대를 만들기 위해 협력하는 과정에서 벨마를 연기하는 선배님들의 고민까지도 함께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벨마를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겐 큰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훗날 좋은 기회로 벨마 역할을 맡게 된다면 지금 선배님들과 함께하고 있는 이 순간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요?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옆에서 지켜본 두 명의 벨마, 최정원과 윤공주 배우 어떤 모습이었나, 배울 점이 있다면?

전유리  우선 최정원 선배님은 저의 오랜 롤 모델이셨거든요. 그래서 이번 <시카고>를 통해 처음으로 최정원 선배님과 함께 공연을 하게 되었을 때 정말 설렜어요. 그리고 직접 만나 뵙고 함께 공연하면서 최정원 선배님이 왜 최고인지 다시 한번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최정원 선배님은 21년간 <시카고> 작품을 해오셨는데, 지금까지도 연습과 공연을 통틀어 매 순간 모든 걸 쏟으신다는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거든요. 매 공연마다 더 발전하려는 열정을 마음껏 보여주시는데, 그 열정이 제게 큰 가르침으로 다가왔습니다. 공연마다 새로운 시도를 하시기 때문에 선배님의 모든 공연이 완전히 다른 공연인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선배님의 이런 모습들이 관객분들뿐만 아니라 함께 공연하는 배우들에게도 많은 즐거움과 영감을 주지 않나 싶어요.

최정원 선배님의 벨마는 유쾌함, 여유, 에너지라는 세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대에서 여유롭고 유쾌한 에너지를 뿜어내기 위해서는 역할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만큼 최정원 선배님의 벨마는 철저한 분석과 연습을 기초로 탄생한 벨마가 아닐까 싶더라고요. 제 생각에 최정원 선배님은 <시카고>라는 작품에 대해 지금까지도 설렘을 느끼고 계신 것 같았고, 작품을 정말 사랑하지 않으면 선배님처럼 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어서 윤공주 선배님과는 <아이다>라는 작품에서 처음 함께할 기회가 있었거든요. 그 당시에 후배 배우들을 잘 챙겨주는 인간적인 면모와 주연으로서 안정적인 자리에 있음에도 그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존경하게 됐죠. 그런데 이번 <시카고> 작품에서 오디션 끝에 벨마 역할을 맡게 되셨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고 마음속으로 많이 응원하고 있었죠.  윤공주 선배님도 저에게 많은 영감을 주셨어요. <아이다>를 함께하면서 봤던 모습 그대로였었거든요.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고 윤공주 선배님 자신만의 벨마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윤공주 선배님의 벨마는 특히 내면의 강인함을 겉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윤공주 선배님 자신만의 멋진 벨마를 완성하신 것 같아요.

Q. 개막 이후 주연 배우들 못지않은 관객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올 시즌 <시카고>의 경우 더 에너제틱 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 어떤가

전유리  저는 단지 제가 사랑하는 작품을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을 뿐인데 많은 분들께서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셔서 하루하루가 꿈을 꾸는 것 같아요. 덕분에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매일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시카고>는 모든 시즌이 다 에너제틱 했을 거예요. 이 작품을 함께하고 있는 국내외 스태프, 프로덕션이 이 작품을 늘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거든요. 다만 이번 시즌이 더 그렇게 느껴졌다면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의 탄탄함과 함께 젊은 뉴페이스들의 새로움이 시너지가 되어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제가 관객으로 봤던 그 시기의 <시카고>도 지금과 다름없이 뜨겁고 열정적인 무대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은 코로나로 인해 공연계가 많이 힘든 와중에도 귀한 발걸음 해주시는 관객분들 덕분에 저희 배우, 스태프 모두 더욱 감사한 마음으로 공연에 임하고 있습니다. 그런 마음이 관객분들께도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몇몇 장면을 제외하고 무대 위에서 나가질 않았던 것 같다. 연습하면서 그리고 본 공연에 들어와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을까?

전유리  네, 맞아요. <시카고> 공연을 보시면 배우들이 거의 모든 씬에서 양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 함께 장면을 보는 독특한 무대 연출을 보실 수 있으실 텐데요. 저는 이런 무대 연출 덕분에 거의 모든 씬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그런데 그로 인해 힘든 점이라고 하면, 사실상 거의 모든 장면에서 연기를 끊임없이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쉴 틈이 없다는 거죠. 특히 의자에 앉아 있을 때는 다리를 꼰 채로 앉아야 하는데, 그로 인한 허리 통증이 있어서 요즘엔 다리를 번갈아 가면서 꼬아 앉고 있어요. 그리고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하이힐을 신고 모든 안무를 소화해야 하는 것이 연습 초반에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연습이 끝나고 운동화로 갈아 신어도 거동을 하기 힘들 정도였으니까요. 앞으로도 그 고통이 완전히 익숙해질 것 같지는 않지만 충분한 스트레칭, 마사지, 휴식 등을 통해 잘 관리하고 있습니다.

Q. 체력적인 부담감은 없었나, 관리도 철저히 했어야 할 것 같았다. 

전유리  체력적인 부담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본래 타고난 체력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본격적인 관리는 시카고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시작하였고 현재는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꾸준히 운동과 식단을 적절히 조절하며 관리하고 있습니다.

Q. 체력을 챙기는 나만의 비법?

전유리  특별한 비법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영양제를 꾸준히 섭취하는 것과 적당한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 그리고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저의 체력 관리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한 명의 배우로서, 이번 작품 <시카고>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 혹은 넘버나 장면이 있다면?

전유리  "난 누구의 여자도 아냐, 내 인생을 사랑해. 올 댓 재즈!" 

위 가사 한 줄이 제 삶의 모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독립된 인간으로서 제 삶을 사랑하며 살고 싶습니다.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나에게 뮤지컬 <시카고.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전유리  "나에게 뮤지컬 <시카고>는 내 뮤지컬 인생의 처음과 끝이다!"

시카고는 제게 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심어주었고, 제가 뮤지컬 배우로서 활동하는 내내 시카고는 제 꿈의 작품이었습니다. 데뷔 4년 차인 지금, 앙상블로서 첫 시카고 무대에 서게 되었고, 꿈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뮤지컬 <시카고>와 함께 배우로서의 성장을 이루어낼 것이고, <시카고>와 함께 꿈을 이루고 싶습니다. 많은 선배님들이 <시카고>는 회를 거듭할수록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되는 그런 작품이라고 하셨습니다. <시카고>라는 작품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Q. 새해 목표를 세우는 편이일까? 세웠다면 어느 정도 진척이 됐는지, 세우지 않는 편이라면 남은 하반기 동안 채워나가고 싶은, 해보고 싶은 일, 해내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전유리  새해 목표를 세우는 편이기는 하나 거창한 목표는 세우지 않습니다. 올해 제가 세운 첫 번째 목표는 현재 하고 있는 <시카고> 공연을 잘 해내는 것입니다. 남은 하반기 동안 매 순간을 <시카고 >에 쏟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면 배우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해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두 번째 목표는 꾸준히 영어 공부하기입니다. 자막 없이 브로드웨이 작품 영상도 감상하고, 번역되지 않은 뮤지컬 넘버들도 많이 접하고 싶습니다. 마지막 목표는 건강하게 한해 마무리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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