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홍씨 일가의 몰락...갑질에서 시작해 불가리스 사태가 정점
남양유업 홍씨 일가의 몰락...갑질에서 시작해 불가리스 사태가 정점
  • 이병철 기자
  • 승인 2021.0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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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스 코로나19 억제 효과 논란에 홍회장 일가 사퇴 단초
1964년 창업주 홍두영 설립 이후 갑질 등 불매운동에 결국 퇴진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며 눈물 흘리고 있다.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일가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1964년 설립된지 57년만이다. 대리점 상품 강매 사건,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마약사건, 경쟁사 제품 허위비방, 불가리스 사태 등이 연거푸 터지면서 홍 회장 일가에 퇴진을 불러왔다. 

4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불가리스 코로나19 마케팅'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자식에게 경영권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했다.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지 3주만이다.

이날 홍 회장은 서울 논현동 남양유업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저는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자식에게 경영권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온 국민이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당사의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고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들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 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있는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 큰 사랑을 받아왔지만 제가 회사의 성장만을 바라며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2013년 회사의 물량 밀어내기 논란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저의 외조카 황하나 사건 등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홍원식 회장의 첫째 아들인 홍진석 상무는 불가리스 사퇴와 회삿돈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의혹으로 보직 해임됐다. 이광범 대표 역시 사퇴했다. 사진은 홍진석 상무이다.

앞서 홍 회장의 첫째 아들인 홍진석 상무는 이번 사퇴와 회삿돈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의혹으로 보직 해임된 상태이다. 이광범 대표 역시 사퇴했다.

홍 회장 일가의 동반 사퇴를 불러온 사건은 '불가리스 사태'가 단초가 됐다. 지난달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KRIBS)은 서울 중림동 LW컨벤션에서 개최된 '코로나19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남양유업의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불가리스 항바이러스 효과를 분석한 결과 감기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를 99.999%까지 사멸했다. 충남대 수의대는 불가리스가 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인 코로나19 억제 효과 연구에서 77.8% 저감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은  "국내 최초로 소재 중심이 아닌 완제품 형태로 항바이러스 효과를 규명해 의미가 있다"고 했다.

한국의과학연구원(KRIBS) 발표 이후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친 것이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남양유업 측은 "동물·인체가 아닌 세포 실험 결과"라고 말했다. 

불가리스 사태가 지속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나섰다. 남양유업에 대해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행정처분·고발조치했다.  서울경찰청은 식약처가 남양유업을 고발한 사건을 금융범죄수사대에 배당해 수사를 착수한 상태다.

남양유업은 지난 1964년 홍두영(1925 ~ 2010) 창업주가 설립했다. 남양유업은 남양 홍씨라는 점에서 회사 명을 남양유업으로 지은 것으로 알려진다. 남양유업은 우유사업보다 분유사업에 먼저 뛰어들었다.  1970년대에 공전의 히트를 쳤던 "우량아 선발대회"의 주관 스폰서로서 산모들에게 엄청난 인지도를 얻었다. 80년대 들어 우량아 선발대회가 끝났음에도 신생아 육아 관련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시행한 덕택에 남양유업의 분유판매는 꽤 독보적이었다.
남양유업은 우유 사업에 뛰어든 뒤 꾸준히 성장하다가 90년대 중반에 내놓은 '아인슈타인'이 센세이션에 가까운 대박을 터트리면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2013년 대리점 상품 강매 사건을 계기로 비도적적인 기업이라는 인식이 소비자에게 퍼져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의 마약사건, 경쟁회사 비방사건 등에 이어 불가리스 파문으로 홍씨 일가가 몰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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