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48화 - 팬츠 사이즈
[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48화 - 팬츠 사이즈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1.0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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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방에 들어와서 부착했을 것입니다. 어쩌면 범인이 회사 내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나는 칩을 비닐 봉투에 넣었다.

곽정 형사한테 주어서 DNA 감식을 해보라고 부탁할 참이었다.

“장주석 씨가 평소 이 이사를 껄끄럽게 대하던데, 그 사람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 관련이 없을 거고... 어떻습니까? 오민준 팀장과는 사이가 좋은 편입니까?”

“오민준 팀장? 아주 유능한 연구원이긴 하지만... 성격이 좀 까다로워요. 별명 중에 하나가 까도남이니까요.”

“까도남?”

“예, 말 그대로 까칠한 도시남자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저하고는 특별히 사이가 나쁠 것은 없었습니다. 죽은 장주석 팀장과는 상당히 껄끄러웠지요.”

“무엇 때문에요?”

“한수지 때문이지요?”

“한수지 씨를 두 사람이 다 좋아했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

“오민준 팀장은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스토커 수준이었습니다.”

“하긴, 마석 연수원에 갈 때도 따로 둘이만 오 팀장 차를 타고 갔더군요.”

“어디를 가도 따라 다녀야 하고, 식사도 함께 해야 하고, 퇴근도 자기 차로 해야 하고... 하여튼 한수지 팀장이 혼자 아무것도 못하게 했거든요.”

“아니 그 정도로 심했나요? 그걸 다른 사람들도 다 알고 있었나요?”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둘이 사귀는 것 아닌가 하는 정도로 알고 있었지요. 그런데 장주석 팀장은 달랐습니다. 적극적으로 중간에 나서려고 했거든요.”

“음~ 그런 일이 있었군요.”

나는 이 이사를 다독여 안심을 시킨 뒤 한수지의 동생 한영지를 만나러 갔다. 한영지한테 오민준의 스토킹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아니 그건 핑계고 한영지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말이 솔직한 마음이었다.

나는 팬츠 선물의 답례를 무엇으로 할까 한참 망설이다가

한영지가 좋아하는 재스민 향수를 사기로 마음먹고 백화점을 찾았다.

그리고 명품 매장인 불가리에 들러 재스민 향수를 엄청나게 비싼 값을 주고 샀다.

전에 아내한테 사준 것 보다 한 단계 높은 고급제품이었다.

포장까지 예쁘게 해달라고 해서 조그만 쇼핑백에 담았다.

주인아주머니가 추리 소설을 좋아해서 ‘미스터리의 여왕’이라고 불렀다.

여왕이란 퀸의 뜻도 있지만 여 주인의 성이 여 씨였기 때문에 붙여 준 애칭이었다.

카페에 도착해 보니 한영지가 먼저 와 있었다.

나는 팬츠 선물의 답례를 무엇으로 할까 한참 망설이다가 한영지가 좋아하는 재스민 향수를 사기로 마음먹고 백화점을 찾았다.

그리고 명품 매장인 불가리에 들러 재스민 향수를 엄청나게 비싼 값을 주고 샀다.

전에 아내한테 사준 것 보다 한 단계 높은 고급제품이었다.

포장까지 예쁘게 해달라고 해서 조그만 쇼핑백에 담았다.

우리는 대학로에 있는 마로니에라는 아늑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곳은 내가 옛날 문학청년 시절 가끔 동아리 친구들과 만나던 곳이었다.

주인아주머니가 추리 소설을 좋아해서 ‘미스터리의 여왕’이라고 불렀다.

여왕이란 퀸의 뜻도 있지만 여 주인의 성이 여 씨였기 때문에 붙여 준 애칭이었다.

카페에 도착해 보니 한영지가 먼저 와 있었다.

“선생님, 고마워요.”

한영지가 나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반겼다.

머리를 뒤로 묶고 멜란지 그레이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차분한 색상이 활발한 한영지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잘 어울렸다.

한영지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뭐가 고마워.”

“대본에 대한 의견 너무 좋았어요. 감독님도 좋아했어요. 특히 바리톤 함정휴 선배님이 제일 좋아했어요.”

나는 함정휴 바리톤 이야기는 좀 거슬렸으나 그냥 받아넘겼다.

“전번 선물 고마웠어. 나한테 꼭 맞았거든. 어떻게 내 사이즈를 그렇게 잘 알지? 눈짐작이 예리해.”

“사이즈라고요?”

나는 아차 실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 팬츠에 사이즈라면 무엇이 상상 되겠는가.

“그게 말이야, 나는 엉덩이가 여자처럼 좀 큰 편이거든...”

나는 엉겁결에 변명이랍시고 또 거북한 말을 했다.

“아, 그 속옷 말씀이세요? 마음에 안 들면 버려도 돼요. 싼 물건이에요.”

한영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했다.

나는 얼른 준비해 간 선물을 내 밀었다.

“나도 조그만 선물을 하나 샀거든. 쇼핑 몰에 일이 있어 갔다가 영지 생각이 나서...”

“선생님 고마워요. 나중에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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