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47화 - 얼굴 없는 누드화
[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47화 - 얼굴 없는 누드화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1.04.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게 누굽니까?”

“제 와이프입니다.”

“예?”

나는 얼른 이해가 가지 않아 이 이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와이프는 내가 다른 여자들과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지 않나 해서 매일 집에 들어가면 검사를 합니다.”

“하하하.”

나는 웃음을 터뜨리자 잔뜩 긴장해있던 이정근 이사도 따라 웃었다.

“이 건물에는 CCTV가 없나요?”

“있기는 있습니다만 여기 임원 실에는 없습니다. 연구실 입구에 하나 있지요.”

나는 다시 방을 둘러보았다.

소파 위 벽에 커다란 액자 하나가 걸려있었다. 이우환 화백의 저 유명한 느낌표 그림이 들어 있었다. 꽤 값이 나갈 것 같았다.

“이 그림은 진품입니까?”

“예. 사장님이 옛날에 구입한 것인데 싫증났다고 제 방에 가져다 걸어 놓은 것입니다. 저도 사실은 별로 감흥을 느끼지는 못하는 그림이긴 합니다.”

나는 일어서서 그림의 뒤를 들추어 보려고 만졌다.

“선생님, 그 뒤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냥 벽입니다.”

이정근 이사가 갑자기 허둥거리며 말렸다.

마치 그림 뒤에 비밀 금고라도 있는 것 같은 태도였다. 나는 더 호기심이 당겨 그림을 들고 벽을 살펴보았다.

“아니, 이런 좋은 그림이 싫증나다니...”

남편을 무시하는 아주 쌀쌀한 부인이 있었는데

어느 날 밤 예배를 갔다 오더니 싹 달라져서

잠자리까지 아주 적극적으로 응해주더래요.

도대체 목사가 무슨 설교를 했기에 이렇게 달라졌나 해서

이튿날 흐뭇한 기분으로 목사를 찾아갔대요.

목사님이 어제 밤에 좋은 설교를 해 주셔서 마누라가 확 달라졌어요,

무슨 설교를 하셨나요 했더니

뭐 별 내용은 아니고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는데 라고 하더래요.

나는 깜짝 놀랐지만 이 이사가 무안해 할까봐 대충 얼버무렸다. 이우환 화백의 그림 뒤에는 한 여인의 누드 사진이 붙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인의 얼굴이 없었다. 몸매만 찍힌 사진인데 몸매도 별로였다.

왜 이런 기괴한 나체 사진을 그림 뒤에 감춰 둔 것일까.

“이 누드, 정말 예술적이네요. 저도 이런 누드 좋아합니다.”

“그렇습니까? 실은 마누라한테 당하고 화가 날 때 한 번씩 보면 마음이 풀려요.”

아내를 외이프로 호칭하던 이정근이 이번에는 마누라라고 불렀다.

“ㅋㅋㅋ. 부인한테 당한다고요?”

“예. 말도 못해요. 저는 집에 가면 을도 아니고 병이랍니다. 마누라는 제가 자기 원수랍니다. 원수가 아니라 웬수.”

“그럼 부인을 교회에 나가라고 하시지요.”

나는 이 이사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농담을 건넜다.

“그럼 사람이 달라집니까?”

이정근 이사가 정색을 하고 내 입을 바라보았다.

“남편을 무시하는 아주 쌀쌀한 부인이 있었는데 어느 날 밤 예배를 갔다 오더니 싹 달라져서 잠자리까지 아주 적극적으로 응해주더래요. 도대체 목사가 무슨 설교를 했기에 이렇게 달라졌나 해서 이튿날 흐뭇한 기분으로 목사를 찾아갔대요. 목사님이 어제 밤에 좋은 설교를 해 주셔서 마누라가 확 달라졌어요, 무슨 설교를 하셨나요 했더니 뭐 별 내용은 아니고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는데 라고 하더래요.”

“큭큭큭.”

마침내 이 이사가 웃었다.

나는 다시 이우환 화백의 그림틀 뒤를 살펴보았다.

거기 백 원짜리 동전만한 BLE 칩이 붙어 있었다.

“찾았습니다. 이게 블루투스를 작동시킨 칩입니다.”

“예? 정말이에요? 누가 이걸 설치했을까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