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부터 갈등과 배신까지, '막장'된 日도시바반도체 인수전
분식회계부터 갈등과 배신까지, '막장'된 日도시바반도체 인수전
  • 서종열 기자
  • 승인 2021.0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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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0억엔대 분식회계 이어 웨스팅하우스 대규모 적자로 휘청
상폐 피하기 위해 전세계 행동주의 펀드들 대상으로 유상증자
사모펀드들 간섭에 경영갈등...英CVC캐피탈, 파격적 인수제안 
CVC외에도 KKR 등장...기옥시아 기업가치가 매각가 변수될 듯
19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 대표 반도체기업인 도시바가 영국 사모펀드 CVC캐피탈의 인수제안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증권신문DB
19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 대표 반도체기업인 도시바가 영국 사모펀드 CVC캐피탈의 인수제안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증권신문DB

"그야말로 한편의 막장 기업드라마 같다."

일본을 대표하는 도시바반도체 인수전이 갈수록 막장드라마를 연상케하고 있다. 분식회계로 촉발된 인수전 이후 펀드들의 경영간섭과 내부자들의 배신, CEO의 갑작스런 사임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도시바반도체의 현 상황은 막장드라마의 현실판을 보여주고 있다. 

150여년의 달하는 역사에 '최고의 지배구조'란 평가를 받았던 일본의 대표기업 도시바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분식회계로 시작된 도시바의 위기

도시바반도체는 1875년 설립된 다나카제작소로 출발해 1893년 미쓰이재벌에 흡수되면서 시바우라제작소로 이름이 변경됐다. 이후 1939년 시바우리제작소가 도쿄전기가 합병하면서 현재의 도시바(도코시바우라전기,도시바)가 탄생했다. 

댜앙한 가전제품들과 전기사업, 철도사업 등을 영위했던 도시바는 플래시메모리를 최초로 개발한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원자력발전사업에도 진출해 세계 최대의 원전설계업체였던 웨스팅하우스를 인수(2018년 매각)하기도 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글로벌 전자업체 도시바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영업이익을 과다 계상하는 방식으로 약 2200억엔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이후 2006년 인수했던 원전설계업체 웨스팅하우스의 대규모 손실도 드러나면서 도시바의 신화는 결국 무너져내렸다. 자본잠식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도시바는 2017년 12월 6000억엔 규모의 슈퍼급 증자를 실시했다. 

도시바의 유상증자에는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는 대규모 행동주의 펀드들이 대거 참여했다. 그리고 이들은 곳바로 도시바의 경영진에 다양한 요구를 하고 나서면서 도시바의 경영진은 갈등을 겪기 시작했다. 

 

◆ 양의 탈을 쓴 늑대?

지분 25% 이상을 보유한 행동주의 펀드들의 다양한 요구사항이 빗발치면서 경영진 갈등을 겪고 있던 도시바는 결국 결단을 내렸다. 2018년 4월 영국 사모펀드인 CVC캐피탈의 일본법인 회장이던 구루마다니 대표를 CEO로 영입했기 때문이다. 

일본 재계에서는 구루마다니 사장이 CVC캐피탈을 백기사로 활용하면서 도시바반도체의 경영안정을 꾀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CVC캐피탈이 지난 6일 도시바반도체 인수에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CVC캐피탈은 도시바의 주식 1주를 5000엔으로 계산해 2조3000억엔(약 23조6400억원)으로 도시바 지분 100%를 인수하겠다고 밝혔기 대문이다. 

이 과정에서 구루마다니 대표는 CVC와의 이해상충을 이유로 CEO직에서 사임했다. 대신 사토시 회장이 CEO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CVC의 전면 인수 제안이 알려진 후 도시바 경영진은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다. CVC의 인수와 관련 찬반입장을 밝혀야 하는데 근거를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근거가 부실할 경우 자칫 주주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감이 크다. 

 

◆ KKR도 인수참여, 도시바의 주인은 누구?

사토시 대표를 비롯한 도시바 경영진은 일단 CVC캐피탈의 인수제안을 재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CVC캐티팔이 도시바의 지분 100%를 인수한 후 상장폐지하는 방안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인수희망자도 등장했다. 외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KKR도 도시바 인수전에 참여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사모펀드들이 이처럼 도시바 인수전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도시바가 계열사인 도시바메모리(기옥시아)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어서다. 도시바의 전체 기업가치는 2조8000억엔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이중 기옥시아의 지분 가치만도 1조3000억엔에 달한다. 

일본 언론들은 일단 도시바 경영진이 CVC를 비롯한 인수희망자들에게 가격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가격이 높아질수록 경영진의 반대명분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시바가 여전히 원자력 사업부문을 유지 중이어서 해외자본이 인수할 경우 경제산업성의 동의와 재무성의 사전 심사가 필수인 상황이다. 

분식회계로 시작해 경영진의 간섭과 배신(?)을 겪으며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 도시바 인수전. 도시바의 새로운 주인이 누가 될지 향후 전개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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