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45화 - 팬티사건 증거조작
[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45화 - 팬티사건 증거조작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1.0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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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런 걸 사 주었어? 당신 연애해? 사귀는 여자 있어?”

아내는 점점 난감한 지경으로 몰아 됐다.

아내는 아예 의자에 앉아 쫀쫀하게 따질 태세로 나왔다.

“내말 좀 들어봐.”

나는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아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러나 이실직고 했다가는 다시는 한영지와 만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낮에 깍쟁이하고 사우나에 갔는데... 아니 사우나가 아니고 불가마 찜질방에 갔는데...”

“그래서?”

깍쟁이란 곽정의 별명이다.

곽정 형사 이야기만 나오면 아내의 마음이 좀 누그러지기 때문에 또 애먼 사람을 둘러댔다.

아내는 나하고 결혼하기 전에 곽정 형사와 썸 타는 분위기가 있던 관계였기 때문이다.

요즘도 곽정은 ‘우리 애인 엄정현’이라는 농반 진담반의 헛소리를 자주 한다.

“그래서요?”

아내의 얼굴이 확실히 조금 부드러워졌다.

“곽정이 이런 팬티를 입고 있더라고. 그걸 입으니까 굉장히 젊어 보였어. 곽정이 하는 말이 밤에 침실에서 와이프가 이 팬티 보면 마음이 달라진다고 하더라고.”

“치이, 아무려면 남자 팬티보고 마음 동하는 여자가 있을라고.”

아내는 목소리도 부드러워졌다.

“그래서 나도 하나 사야겠다고 했더니 바로 그 찜질방서 판다는 거야. 그래서 한번 사 본거야.”

나는 거짓말을 해놓고 아내의 눈치를 다시 보았다.

“오늘 낮에 깍쟁이하고 사우나에 갔는데... 아니 사우나가 아니고 불가마 찜질방에 갔는데...”

“그래서?”

깍쟁이란 곽정의 별명이다.

곽정 형사 이야기만 나오면 아내의 마음이 좀 누그러지기 때문에 또 애먼 사람을 둘러댔다.

아내는 나하고 결혼하기 전에 곽정 형사와 썸 타는 분위기가 있던 관계였기 때문이다.

요즘도 곽정은 ‘우리 애인 엄정현’이라는 농반 진담반의 헛소리를 자주 한다.

“그래서요?”

아내의 얼굴이 확실히 조금 부드러워졌다.

“곽정이 이런 팬티를 입고 있더라고. 그걸 입으니까 굉장히 젊어 보였어.

곽정이 하는 말이 밤에 침실에서 와이프가 이 팬티 보면 마음이 달라진다고 하더라고.”

“치이, 아무려면 남자 팬티보고 마음 동하는 여자가 있을라고.”

아내는 목소리도 부드러워졌다.

“그래서 나도 하나 사야겠다고 했더니 바로 그 찜질방서 판다는 거야. 그래서 한번 사 본거야.”

나는 거짓말을 해놓고 아내의 눈치를 다시 보았다.

아내는 이제 약간의 웃음까지 띠었다.

“그런데 왜 숨어서 입어보고 난리야.”

“좀 그렇지 않아. 당신이 주책이라고 비웃을까 봐...”

“좋아요. 오늘밤 입고 내려와요.”

아내는 마음이 확 풀어져 의미 있는 미소를 남기고 내려갔다.

무엇인가를 의논하러 급히 온 것 같았는데 나의 그럴 듯한 거짓말에 넘어가 온 목적도 잊어먹고 오히려 기분이 좋아져서 내려갔다.

팬티 선물하나를 가지고 이런 홍역을 치르다니.

내가 정말 한영지를 두고 ‘금사빠’ 남자가 된 것인가?

나는 급히 곽정 형사한테 전화를 걸었다.

다음에 아내가 만나서 그 이야기가 나오면 거짓말이 들통 나지 않게 입단속을 시켜야 했다.

“이 밤중에 무슨 일이야? 살인범이라도 알아냈나?”

곽정은 자다가 전화를 받고 투덜거렸다.

“오늘 너하고 찜질방에 갔거든. 그래서 거기서 파는 파란색 팬티를 하나 내가 샀단 말이야.”

“아닌 밤중에 무슨 홍두깨야.”

“네가 입고 있던 파란색에 물방울무늬 사각 팬티 말야. 너네 와이프가 침실에서 이 팬티를 좋아 한다고 해서 나도 똑 같은 것을 샀어. 그래서...”

“알았다. 증인 조작 하자는 거지. 누가 선물한 건지 모르지만 선물한 여자도 참 센스 없다. 이제 좀 자자.”

눈치 빠른 곽정이 사정을 얼른 알아차리고 전화를 끊었다.

선물한 여자가 한심하다니.

괘씸한 녀석!

이튿날.

내가 밀린 원고를 쓰느라 끙끙대고 있을 때 뜻밖의 전화가 왔다.

“선생님, 이정근입니다. 급히 좀 뵈었으면 합니다.”

“아, 예. 이정근 이사님이시군요. 급한 일입니까?”

“예. 제가 찾아 뵐 가요?”

이정근 이사의 목소리가 겁에 질려 약간 떨리고 있었다.

나는 밖에 나갈 입장이 아니었지만 나중에 원망들을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만나기로 했다.

“지금 어디 계십니까?”

“롯데 백화점 영화관에 있습니다.”

“예? 영화관이예요? 무슨 영화를 보러 갔습니까?”

“그, 그게 아니고요. 어쨌든 좀 뵈어야 말씀을 드릴 수 있는데요.”

“알았습니다. 내가 영화관으로 가겠습니다. 영화관 앞에 가서 전화 할게요.”

나는 간단하게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겁쟁이 이정근 이사가 또 무엇을 보고 놀랐는지 궁금했다.

나는 지하철을 두 번 바꿔 타고 을지로 입구 역에서 내려 롯데 호텔로 들어갔다.

호텔 로비 오른쪽 구석에 있는 윈저라는 와인 바에 들어갔다.

이곳은 와인 값이 비싸 좀체 가지 않는 곳이지만, 이정근 같은 겁쟁이가 안심하고 얘기할 수 있는 곳일 것 같아 그곳으로 갔다.

핸드폰으로 이정근을 불렀다.

“호텔 로비로 내려와 오른쪽 구석으로 오시면 조그만 간판이 있습니다. 윈저입니다. 지금 오세요. 신관이 아니고 구관입니다.”

나는 간단히 위치를 알리고 전화를 끊었다.

칵테일 한 잔을 시키고 기다렸다.

채 5분도 안되어 이정근 이사가 두리번거리며 들어왔다.

“여기요, 여기.”

내가 손을 들어 위치를 알렸다.

“선생님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우선 목부터 축이지요. 뭐 하시겠습니까?”

“저도 선생님과 같은 것으로... 돈은 제가 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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