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투자업체-유튜버 사기도 범람... 투자자 신중한 판단 필요
코로나19 이후 불어 닥친 주식 투자 열풍으로 ‘전 국민 주식투자 시대’가 열렸다. 기관투자자나 큰 손의 성공 확률이 높다고 여겨지던 주식 시장에 다수의 동학개미들이 투자를 시작한 것이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2월 결산 2352개 상장법인 주식 소유자(중복 소유자 제외)는 약 919만 명(작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전년 말 대비 48.5% 증가했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은 약 991억 주로 1인당 평균 1만779주를 보유했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가 약 296만 명의 주주를 보유해 가장 많았다. 1년 전(61만 명)과 비교하면 약 5배 늘었다. 현대차(69만 명), 한국전력(58만 명), 카카오(56만 명), SK하이닉스(43만 명)가 뒤를 이었다. 이들 상위 5개 기업의 주주는 약 522만 명이다.
전 국민 주식 투자화로 개인투자자는 국내 상장 주식의 절반을 보유하게 됐다. 지난해 말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 코넥스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상장 주식은 497억 주로, 전체 주식의 50.2%를 차지했다. 법인은 364억 주, 외국인은 125억 주를 보유했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가 해외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3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세이브로)에 따르면, 연 초부터 12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해외 증시 순매수 규모는 80억9102만 달러에 달했다. 원화로 환산하면 9조1647억 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연간 해외 증시 순매수 금액 22조5183억 원의 41%에 해당하는 규모다.
12일까지 올해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산 해외주식은 순매수 금액 기준 ▲테슬라(13억5573만 달러) ▲애플(7억2891만 달러) ▲팔란티어 테크놀로지(3억9122만 달러)였다.
증권가에선 전 국민 주식 투자 열풍으로 개인투자자 증가 추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개인은 올해도 유가증권시장에서만 66만 주를 순매수했다.
존 리(메리츠자산운용) 사장은 “과거엔 주식 투자를 도박처럼 여기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자본주의 사회의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라는 사고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라고 말했다.
투자자 유혹 카톡 리딩방...사기성향 높아
주식투자자들은 대박의 꿈을 꾼다. 하지만 주식 투자가 이익이 아닌 엄청난 손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아직까지 국내 주식시장엔 여러 가지 함정과 리스크가 많다.
주식 투자 열풍 속에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해 고수익을 미끼로 거액의 가입비를 받고, 개인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이른바 '주식 리딩방(불법 금융투자업체)'이 문제가 되고 있다. 동시에 사기 당하는 사람들도 많아지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금감원 점검 결과, 카카오톡 유료 대화방을 개설해 일대일 상담을 해주거나 매매, 중개를 한 사례가 많았다. '목표 수익률 4,000%' 등 허위·과장 광고를 하는 곳도 있었다. 이와 같은 유사투자자문업은 별도의 허가나 승인이 필요 없다보니 현재 수백 개의 업체가 성업 중이다.
주식 리딩방의 불법 유형은 ▲금감원에 신고 없이 미등록으로 주식 리딩방을 개설해 유사투자자문업 운영 ▲단체방이 아닌 1대1 대화방으로 유도해 1대1로 주식정보를 알려주거나 자문하는 경우 ▲수익률, 종목 적중률 허위, 과장광고 ▲주가조작과 관련돼 있는 종목 선매수 후에 회원들에게 매수 권유하거나 허위사실 유포하는 경우 등 다양하다.
편취 목적으로 운영되는 주식 리딩방 등에선 투자금을 입금 받는 계좌를 대포통장으로 운영한다. 대포폰을 이용해 개설한 채팅방이 많아서 가해자 신원을 특정하기에 어려운 문제점도 있다. 이에 뒤늦게 사기당한 것을 알게 돼도 투자금 회수가 어렵다.
또한 유사투자자문업자는 정식 금융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가 이용료 환불 거부 등 피해를 보더라도 금감원 분쟁조정을 이용할 수 없다.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 신청을 할 수 있지만, 소비자원이 업체에 환불을 강제할 권한은 없다.
금융 전문가가 아니어도 유사금융 투자자문사를 손쉽게 차릴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금융당국은 당부하고 있다.
개인 유튜버들이 특정 종목을 띄우며 주린이들의 빚투를 조장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非금융전문가가 유튜브나 오픈채팅방에서 개미들을 이끌고 있어 투자자들은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
황세운(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유사자문이 성행하는 가운데 잘못된 정보를 맹신할 경우 대규모 투자손실로 이어지고, 이는 법적으로 보호받기 어렵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주식 투자로 인한 수익과 손실은 전부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되므로 투자판단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