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태일' 박정원, 따뜻한 사람 전태일을 말하다
[인터뷰] '태일' 박정원, 따뜻한 사람 전태일을 말하다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1.0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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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51주기, 대학로 무대로 돌아온 음악극 '태일'
배우 박정원은 '노동운동가' 그리고 인간 전태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뜨거운 사람처럼 보이지만, 누구보다 따뜻했던 사람이었다"

음악극 <태일>이 네 번째 공연을 시작했다. 음악극 태일은 노동운동가 전태일의 일생을 담아낸 작품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진 '노동운동가'가 아닌 인간 전태일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앞서 지난 2017년 서울문화재단의 최초 예술 지원 사업으로 선정돼 같은 해 11월 트라이아웃 공연으로 관객들과 만난 작품이다. 

이후 2018년 우란 문화 재단 '목소리 프로젝트'를 통해 정식 무대에 올랐으며, 2019년 전태일 기념관 개관작으로 짧은 기간 관객들을 만났다. 매 공연이 전석 매진을 기록했지만 짧은 기간 진행했기 때문에 공연을 기대하는 관객들이 많았다는 후문, 올해는 대학로서 장기 공연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어 많은 관객들이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본지는 초연 트라이아웃부터 본 공연, 전태일 기념관 개관작, 그리고 올해 공연까지 태일 역을 맡은 박정원 배우를 만나 이번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배우 박정원이 말하는 음악극 <태일>, 그리고 전태일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가 그려낸 전태일을 짧게나마 엿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한편, 사진 촬영을 제외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든 과정에서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에 따라 마스크를 착용했음을 밝힌다.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반갑다. 우선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박정원 안녕하세요. 저는 <태일>이란 작품에서 태일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박정원이라고 합니다.

Q. 초연부터 올해까지 모든 작업을 함께했다. 어떻게 시작을 하게 됐던 걸까. 

박정원 연락이 왔었죠. 안 그래도 연출님이랑 음악감독님이랑 다 친분이 있었거든요. 연출님이 "되게 좋은 취지의 공연이 있다. 그런 작품을 맡았는데 얼마를 줄 수 있을지, 얼마를 벌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그냥 듣자마자 바로 그냥 하겠다고 말했어요. 왜냐고요? 일단 그때 저도 좀 여유가 있었던 시기였었거든요. 

Q. 처음 대본을 받아서 봤을때 어떤 느낌을 받았나

박정원 작품 형식이 조금 독특하더라고요. 그래서 사실 처음 읽었을 때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하나 조금 난감하기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기대했던 그 이상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내레이션이 많아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이후 시작했던 건 배우 박정원으로서 작품을 시작하고, 점점 전태일이라는 인물과 맞닿게 가는 거였죠. 그리고 후반부에는 전태일의 목소리로서 내레이션을 하게 됐죠. 전태일의 목소리가 오롯이 전달되기를 바라지 않았나. 연출님이랑 이 부분에 대해서 가장 많이 대화를 나눴던 것 같아요.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어려웠던 점은 뭐였을까

박정원 사실 모든 작품이 다 똑같아요. 저는 맡은 인물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상황에서 어떤 마음으로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을까를 생각하거든요. 그 인물이 실제로 저는 아니잖아요. 그들과 최대한 근접하게 표현해야 하는 게 제 일인데 그게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항상 고민하죠. 내가 어떻게 해야 이 사람의 목소리를 잘 낼까라는 부분에 대해서요. 이번 작품은 앞서 말했던 것처럼 내레이션 부분들이 많다 보니까 공연 중간중간 텐션이 떨어진다고 해야 할까요 조금 지루해지는 부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감정적으로 뭔가의 상황을 보여주고 말하는 게 아니라 내레이션을 통해 관객분들이 상상할 수 있게끔 만들어내야 하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그런 부분들을 잘 채워나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처음엔 있었죠. 사실 이 작품을 하면서 제일 많이 고민하고 어려운 게 이거거든요. 그 사람의 목소리를 어떻게 해야지 관객들에게 온전히 전달할 수 있을까요. 실존 인물이다 보니까 누군가는 잘못 이해를 하셔서 오해하실 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전태일이라는 사람이, 이 인물이 정말 원했던 게 무엇일까, 이 상황에서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를 고민하고 공부하고 연기해왔던 것 같아요. 

Q. 공연을 거듭할수록 쌓이는 부분과 깊어지는 부분들이 생길 텐데 

박정원 맞아요. 그래서 사실 걱정이 많았어요. 무대에 오를수록 쌓이는 부분들이 생기니까 더 좋은 공연이 만들어지는데 깊어지는 만큼 어느 정도의 표현을 하는 데 있어서 기준치가 넘어가거나 덜해지는 부분들이 생기더라고요. 몸과 마음이 따라가지 않아서 표현하는 데 한계가 오는듯한 느낌을 받았었어요. 그래서 그 부분들을 최대한 덜어낼 수 있으면 덜어내고, 챙겨갈 수 있는 부분들은 놓치지 않고 챙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가장 힘들었던 공연은 언제였을까

박정원 세 번째 공연 때였었던 것 같아요. 그때 개인적으로 조금 힘들었죠. 이 작품이 품고 있는 에너지가 많다 보니 배우들이 소모해야 하는 에너지들도 많거든요. 공연을 다 끝내고 생각해 보니 저 스스로 에너지나 정서적인 부분들, 마음을 너무 쏟아부었더라고요. 그래서 공연이 다 끝나고 나서 "아, 이제는 조금 쉬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다시 올라온다고 했을 때 이런 생각들은 다 잊어버렸었죠. 지금은 더 재밌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초연 때는 혼자서, 재연과 삼연을 거쳐서 이제는 세 명이 배우가 함께하고 있다. 장단점이 있을 것 같은데

박정원 아무래도 다른 배우들이 무대에 서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게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부분 이외에도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나 포인트들이 다 조금씩 달라서 저 스스로도 배울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일단 조금만 말해보자면 선규 형님은 너무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거든요. 그냥 가만히 서 계셔도 뭔가 그런 선한 영향력이라고 해야 할까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에너지와 힘을 가지고 계세요. 형이 하고 있는 연기를 바라볼 때 아 이런 부분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구나라는 걸 생각해 볼 수 있었죠. 그리고 기둥이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분위기 메이커거든요. 굉장히 말도 많고 분위기를 풀어주는 친구인데 실제로 전태일이란 분도 굉장히 유머러스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이 많이 겹쳐 보이지 않나 싶어요. 그런 유머러스함을 가장 잘 표현해 주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좀 유머러스하다기보다는 그런 장난도 잘 못 치는 성격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좀 배우려고 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기둥이가 연기하는 태일 같은 경우에는 진짜 옆집에 살고 있는 친구 같은 캐릭터처럼 느껴져서 더 마음이 쓰이지 않나 싶더라고요.

마지막으로 봉준이 같은 경우에는 사실 조금 식상한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백지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진짜 어떤 글씨를 쓰더라고 다 쓸 수 있고 그림을 그려도 다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거든요. 저랑은 나이 차이도 나고, 제가 뭔가 고인 물이라면 봉준이는 이제 맑은 물 같은 느낌이거든요. 그런데 어떤 대사를 하고 연기를 하는 데 정말 그 한마디 한마디에 순수함이라는 게 묻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연습을 할 때나 본 공연에 올라갔을 때 모니터를 하면서 "아 저 부분은 정말 부럽네", "저건 좀 부럽다?"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웃음)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만약 이번 작품이 끝나고 나서 다시 캐스팅 연락이 온다면 또다시 태일을 연기할 생각인가

박정원 예, 당연히 하고 싶어요. 저한테는 정말 큰 작품이고 가족들도 그렇고 지인들도 정말 좋아하는 작품 중에 하나라고 꼽으실 정도거든요. 저랑 되게 잘 어울린다고 이야기를 해주셔서 좋은 작품이고, 저 스스로도 굉장히 재밌게 임하고 있는 작품이고 사랑하고 있는 작품이거든요. 그리고 우리 작품, 목소리 프로젝트의 취지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우리가 대신 내주자는 거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잊혀져 가는 사람들을 다시 볼 수 있게끔, 이런 사람이 있었구나 하는 걸 알 수 있게 하자는 거기 때문에 저 스스로도 이 작품과 전태일이라는 인물을 알리고 싶다는 욕심이 있거든요. 아 그렇다고 해서 전 이 작품을 통해서 스타가 되고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욕심은 없어요. 그저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이 있다는 걸, 이런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리고 굳이 제가 아니더라도 좋은 배우님들이 이 작품을 맡아서 태일을 이야기한다면 그것 또한 굉장히 감사한 일이 될 것 같아요. 제가 초연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안 빠지고 작업을 하고 있지만, 더 좋은 배우들이 올 수 있다면 충분히 자리를 내어줄 수 있거든요. 그들이 하는 연기를 한 걸음 떨어져서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Q. 초연부터 태일의 목소리를 만들었던 박정원의 태일을 따라가는 배우도 있지 않을까

박정원 사실 대본이 너무나 잘 쓰여 있거든요. 그래서 굳이 저의 태일을 따라가지 않아도 각자만의 태일을 만들어서 갈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작품의 주인공은 제가 아니라 전태일이잖아요. 어떤 부분들에 있어선 비슷한 결이 보일 수도 있지만 다 같지만 다른 태일을 만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Q. 그러고 보니 상대 배우들 또한 네 명으로 늘었다. 

박정원 정말 다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어요. 연기는 뭐 말할 필요도 없이 너무 잘하시죠. 그리고 누나들이 다 너무 착하다 보니까 처음 연습을 했을 때 몇몇 악독한 인물들을 연기할 때 표현하는 걸 어려워했었어요. 그래서 되게 재밌기도 했죠. 그리고 사실 누나들도 태일이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마음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보니까 더 그러지 않았나 싶어요. 물론 본 공연에 들어갔을 때는 그런 모습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요.(웃음) 사실 말씀해 주신 대로 국희 누나는 사실 가장 오랜 시간을 같이 했기 때문에 익숙함에 있어서 가장 편했어요. 특히 태일과 엄마로서 자리했을 때 가장 기대고 싶고, 기대줄 수 있는 모자 같은 느낌을 받았거든요. 아 상대했을 때 무서웠던 캐릭터요? 일단 그 우산을 팔러 나갔을 때 우산을 사겠다고 하는 인물이 있는데 보라 누나가 그 역할을 했을 때 조금 무서웠었어요. 정말 짜증을 내는 것 같았거든요. 화를 내면서 짜증도 내고, 정말 화가 날 정도로 잘하시거든요. 그리고 운선 누나 같은 경우에는 그 장면에서 정말 매정하게 말하거든요. 정말 자존심을 상하게 만든다랄까요. "양심을 파니"라는 말이 쏙쏙 박혀서 눈물이 맺힐 것만 같은 연기를 하세요. 은혜 배우 같은 경우에는 근로감독관 역할을 정말 잘 연기하세요. 근로감독관이 냉소적으로 대하다가 시간이 지나고 기자들을 데리고 와서 엄청 친하게 구는 장면이 있거든요. 정말 보다 보면 '이 사람은 뭘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기를 잘하세요. 

Q. 최근 나에게 가장 큰 울림을 줬던 대사가 있다면?

박정원 사실 그전까지는 크게 뭔가 말 그대로 울림이 있던 건 없었는데 올해 올라가면서 '그게 그렇게 어려워요?'라는 대사가 엄청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너무나 쉬운 일인데, 그것 하나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말하는 건데, 그게 많이 와닿더라고요. 그저 환풍기를 달고, 화장실을 만들고, 여자아이들이 쉴 수 있을 때 제대로 쉴 수 있게 해주는 일인데 원래 해줘야 하고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건데 그걸 해주지 않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에게 하는 자신의 말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걸 본 전태일의 마음이 이 대사를 할 때 저 스스로에게 많이 되돌아오더라고요. 그게 지금의 저에게 가장 큰 울림을 주고 있는 대사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준비하고 무대에 오르면서 정말 힘들었던 것 같아요.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공연을 여러 번 봐야겠다

박정원 정말요. 공연을 할 때마다 다가오는 울림이 달라요. 그래서 더 재밌는 공연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Q. 공연을 하면서 박정원이 튀어나왔을 때가 있을까

박정원 사실 그러면 안 되고 그러지 않으려고 모든 배우들이 노력하잖아요. 저도 많이 노력을 하는 데 사람인지라 가끔 제가 튀어나갈 때가 있기는 하죠. 초연 때 엄마와 만나는 장면들 같은 경우에 제가 몇 번 튀어나갔던 적이 있어요. 엄마를 만났을 때 태일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생각해 보면 답이 나와요. 그 행복함, 엄마를 다시 만났을 때 얼마나 행복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저도 모르게 인물 속에서 나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일 마지막 장면, 그 자리에 서있는 태일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가 결단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였으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어린 동생들과 부모님을 두고 그런 큰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에 저 스스로가 한 걸음 물러서서 태일의 등을 바라봤던 적이 몇 번 있어요. 그가 마지막까지 어떤 생각을 했을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로 인해서 우리나라가 변화했다는 건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사실 그가 그런 선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안 바뀌었을 수도 있었는데, 당시 대학생들은 그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고 깨달았죠. 문제가 있다는 걸요. 그렇게 대학생들이 학생운동을 시작했고, 세상은 변할 수 있었습니다. 

Q. 지금도 어딘가에선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는 노동자들이 있지않을까

박정원 맞아요. 흔히 말하는 '열정페이'라는게 바로 그런게 아닐까 싶어요. 그래도 전보다는 훨씬 나아지고 있고, 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Q. 극 중간중간 촛불이 켜지던데, 어떤 의미가 있는걸까

박정원 초는 자기의 몸을 태워서 불을 밝히잖아요. 태일 씨도 희생을 하고 있잖아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기보다 더 어린 친구들을 위해서 더 베푸려고 하는 인물이거든요. 사실 스무 살, 스물한 살 때 자기보다 어린 직공들을 위해서 배가 고픈지만 자기가 먹을 걸 이들에게 주거나 차비를 모아서 간식거리를 사주는 게 적지 않은 선행이고 희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모습들, 저 스스로를 불태워 주위 다른 이들을 밝히고 있다, 나로 인해서 이들이 빛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중적인 의미들이 담겨있어요.

Q.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조기 폐막, 공연 중단, '퐁퐁당'-'퐁당퐁당' 좌석제 등 겪을 수 있는 일들을 다 겪었던 것 같다.

박정원 맞습니다. 다 말로는 할 수 없지만 엎어졌던 작품들도 있었고, 조기 폐막과 공연 중단되는 일들도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작품들을 통해서 쉬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하고 또 슬펐던 한 해였습니다. 보여주고 싶은 게 많았지만 보여줄 수 없어서 더 슬프고 아쉬웠어요. 그리고 이제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다 보니까 서로 말을 하지는 않지만 얼굴을 보면서 거기서 오는 에너지들의 교감들이 있는데 그건 부분들이 사라졌더라고요. 그래서 공연을 재밌게 보고 계신 건지 몰라서 고민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지난해 많은 배우들이 자리를 잃어가는 모습들을 바라보면서 저도 많은 생각을 했었어요. '아, 내가 당장 작품이 끊기면 뭘 해야 할까', '그만두고 다른 직장, 일을 구해야 할까'라는 고민이 이어졌죠.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영화나 드라마는 생각이 없을까

박정원 있어요. 사실 두 개를 다 하는 게 정말 쉽지 않다고 들었거든요. 두 개를 다 하고 있는 선배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왔었습니다.

Q. 많은 연극과 뮤지컬 배우들이 선발대로 자리를 잘 가꾸고 있는 만큼 후발대 배우들이 더욱 잘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던데

박정원 정말 감사한 일이죠. 저도 매체 쪽을 생각하고는 있어요. 물론 그만큼 더 노력을 해야겠지만요. 굳이 초조하게 '이거다!'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열심히 지금 주어진 작품들에 집중하면서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요. 만약 좋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놓치지 않고 잡는다면 공연 쪽은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그곳에 집중해보려고 합니다. 

Q. 만약 가게 된다면 어떤 장르를 해보고 싶나. 

박정원 저는 사극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Q. 그러고 보니 사극에 많이 출연했다

박정원 맞아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장르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조선왕조를 다 해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요. 공연으로는 일단 한 여섯 인물을 했으니까 그리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사극에 출연해보고 싶고. 다음으로는 코미디를 해보고 싶어요. 제가 이런 코미디나 유머러스한 유전자가 없거든요. 그래서 코미디 작품을 하면서 이런 부분들을 찾거나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작품들을 꼭 해보고 싶습니다.(웃음)

Q. 마지막으로 음악극 <태일>을 보러올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정원 사실 큰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영웅적인 인물을 말하고 있지 않거든요. 그냥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이런 사람이 있었구나 하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마 대다수 관객들이 처음 이 작품을 보러 왔을 때 전태일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굉장히 열정적이고, 굉장히 뜨거운 사람이다'라고 생각을 하시거든요. 그런데 저는 전태일이라는 인물이 말 그대로 뜨겁게 타오르는, 노동 운동을 했던 사람이 아니라 굉장히 따뜻했던 사람이었고, 그는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고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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