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42화 - 블루투스 스피커 이용 살인 예고
[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42화 - 블루투스 스피커 이용 살인 예고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1.0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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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런 게 이제 와서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이정근 이사는 말끝을 흐려버렸다.

“그럼 한수지씨를 죽인 사람과 장주석씨를 죽인 사람이 다르다는 얘기입니까?”

“그렇게 되나요? 에이 모르겠어요. 그놈이 누군지 모르지만 요 다음에는 나를 노리는 게 틀림없어요.”

이정근 이사는 다시 얼굴에 공포의 그림자가 스쳤다.

“핸드폰 번호도 바꾸었어요. 전에 받았던 앱도 모두 지워버렸어요. 전화 번호 메모도 없어요. 물론 블루투스 앱도 지웠지요.”

이정근 이사는 한수지와 장석주가 블루투스를 통해 살인이 예고 됐다는 사실에 대해 극도로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문자나 카톡으로 올 수도 있지 않습니까?”

“아는 전화 번호 외에는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번호를 바꾸었기 때문에 식구들 외에는 잘 모릅니다.”

나는 이정근 이사와 헤어져 집으로 오면서 이 이사 말대로 다음에는 이정근 이사나 오민준에게 살인예고가 올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튿날 12시 5분 전에 나는 윤동주의 의자에 가서 앉아 있었다.

정확히 12시가 되자 한영지가 나타났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주름이 많이 잡힌 하늘색 블라우스와 감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네이비블루가 주색깔인 핸드백을 들고 챙이 넓은 흰 모자를 쓰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스포티하고 어떻게 보면 화려했다.

어쨌거나 아름다운 모습은 나를 설레게 하는 데는 충분했다.

“저기 세종문화회관 별관 지하에 식당가가 있는데 거기 어때요?”

한영지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의견을 묻는 척 했지만 대답도 듣지 않고 앞장서서 걸어갔다.

“차는 어디 두었어?”

내가 따라가면서 물었다.

“택시 타고 왔어요. 그걸 타고 다니면 연예인인줄 알고 기웃거리는 애들이 많아 불편해요.”

우리는 지하 식당가의 만두 전문 집에 들어갔다.

“선생님에게 갑자기 선물이 하나 하고 싶어서 샀어요. 받아 주세요.”

한영지가 갑자기 조그만 쇼핑백을 내밀었다.

“뭐? 선물?”

나는 갑자기 기습을 당한 것 같았다.

“나는 준비 한 게 없는데...”

“괜찮아요. 아무것도 아녜요. 동네 옷가게가 생겼다기에 들렸다가 별로 살 것도 없고 해서... 마침 선생님 생각이 나서 하나 샀어요. 그리고 거기 제 뮤지컬 대본 있어요. 선생님이 한번 봐 주신다고 했잖아요. 그거 읽으신 다음에 우리 엄마와 유창호 아저씨 이야기 해 드릴게요.”

한영지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고마워요. 나도 하나 준비할게.”
“아니예요. 그러지 마세요. 오늘 만두나 사세요.”

“그러지, 그럼.”

나는 한영지가 나에게 엄청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니 흐뭇했다.

한영지가 화장실에 간 사이 나는 궁금해서 못 견뎌 선물을 살짝 풀어 보았다.

프린트된 대본과 함께 선물이 있었다.

그런데, 아니 이게 뭐야?

이게 무슨 뜻일까?

심쿵!.

나는 선물을 보는 순간 놀라 심장이 콩닥거렸다.

그것은 정말 뜻밖에도 남자의 팬티였다.

옅은 보라색에 흰 물방울무늬가 있는 트렁크 형 팬티였다.

여자가 남자에게 팬티를 선물하는 것은 무슨 뜻일까?

내가 심쿵을 느낀 것은 나만의 경우일까?

사귀는 남녀가 속옷을 서로 선물 한다는 것은 상당한 진도가 나갔을 때나 있을 수 있는 일 아닌가.

그렇다면 한영지가 나한테 썸을 탔다는 이야기가 틀림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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