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칼럼]‘쿠팡의 뉴욕 대첩’에 담긴 한국경제 진로
[이원두 칼럼]‘쿠팡의 뉴욕 대첩’에 담긴 한국경제 진로
  • 이원두 언론인·칼럼리스트
  • 승인 202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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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장에 사장한 쿠팡 @쿠팡

LH직원 중심으로 이루어진 3기 신도시 투기 파문은 우리 사회 모든 현안을 집어삼킨 ‘핵폭탄급 사건’이다. 특히 서울과 부산 시장 보궐선거와 대통령 임기 말이 겹친 탓에 진상 파악과 관련자 처벌을 포함한 사태 수습에 대한 정부 여당의 혼선으로 상황은 더욱 꼬이고 있다. 청와대는 임기 말의 이른바 레임덕 최소화에, 여당은 눈앞의 보궐선거에 초점을 맞춘 불협화음으로 국민의 피로도는 극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LH투기 파문’과 정부 여당의 불협화음에 덮여버린 현안 가운데는 결코 놓쳐서 안 될 메시지가 바로 ‘쿠팡의 뉴욕 증시 대첩’이다. 한 유니콘 기업의 성공이라는 차원을 떠나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길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 증시 상장 첫날의 쿠팡 평가는 공모가(35달러)보다 40.71%나 높은 49.25달러, 시가총액은 9백 86억 5천만 달러, 약 1백조 4천억 원이나 된다. 한순간에 SK(99조 7천 3백 63억 원)를 제치고 삼성전자(4백 89조 5천 2백 22억 원)에 이어 재계 2위로 뛰어올랐다. 상장 전만 하더라도 월스트리트 저널과 불룸버그 통신 등이 평가한 쿠팡의 기업가치가 300억에서 5백억 달러였던 점을 생각할 때 놀라운 성과다. 쿠팡의 이러한 성공은 그러나 치밀한 사전 준비도 있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뉴욕과 서울의 기업평가 기준이 엄청날 정도로 다른 데서 찾을 수 있다.

쿠팡은 뉴욕 증시 상장 신청서에 ‘한국법규 적용을 받음에 따라 비용과 벌칙을 부과받을 수 있다’는 이른바 국가 리스크와 창업 이래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한 10년 적자 기업임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뉴욕 증시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든 것은 이커머스에 대한 인식과 기대가 그만큼 다름을 말해 준다. 또 쿠팡이 국내 증시를 기피한 배경으로 지적되고 있는 각종 규제와 현실적 한계를 뉴욕 증시는 오히려 환호로 맞이하는 발판이 되고 있음을 본다.

과연 10년 적자 기업을 우리 증시는 받아들였을까? 더군다나 보통주의 29배나 되는 차등 의결권요구를 수용할 수 있었을까? 공모주의 20%를 우리사주조합 배정제도를 쿠팡이 거부하고 뉴욕으로 간 것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의 ‘반기업 친노동 정책’은 이번 쿠팡의 ‘뉴욕 대첩’을 계기로 상당한 내상을 입게 되었다고 봐야 한다. 쿠팡의 시총이 1백 조를 돌파한 것이 우리 경제의 나아가야 할 길, 또는 산업과 기업 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고 보는 이유다.

쿠팡은 미국 법인(쿠팡INC)이 지분 1백%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 기업이다. 또 창업자 김범석 이사회 회장의 국적 역시 미국이다. 사업 무대는 한국이지만 법적인 주체는 미국이다. 그러나 법인과 경영자가 미국인이라는 점도 기업평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10년 적자’를 미국 투자가들은 쿠팡이 주장한 대로 투자로 평가함과 둥시에 김범수 이사회 회장이 주장한 ‘한국인의 창의성과 혁신성’을 높이 평가했다. 그 배경에는 사실상 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몸집을 키워야 비로소 성공이 가능한 이커머스의 특수성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자리잡고 있음이 한국과 다른 점이다. 쿠팡의 성공에 자극을 받아 마켓컬리도 미국 상장을 검토한다고 밝힌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쿠팡으로 대표되는 IT 유니콘의 급성장은 기존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는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새로운 진로 모색과 협업체제 다지기에 나섰다. 신세계 유통망과 네이버의 플랫폼 결합을 위해 지분 맞교환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나 이런 추세에 따라 공급이 달리는 IT분야 인재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 임원급도 유니콘 기업의 스카우트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기업계의 이러한 진통은 4차산업혁명과 연계되면서 새로운 변곡점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를 지원하고 육성해야 할 정책당국은 새로운 규제 방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을 뿐이다.

LH발 투기사건이 발생한 이후 홍남기 부총리 등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뉴시스

한국경제는 급증하는 국가 부채와 인구 감소라는 새로운 장벽을 맞은 가운데 4차산업혁명과 탄소중림화라는 엄청난 과제를 소화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각종 규제와 반기업 정서를 그대로 둔다면, 그리고 기업계의 새로운 변화에 맞추기라도 하듯이 또 다른 규제책을 마련한다면 쿠팡에서 보듯이 우리 기업은 해외이전으로 출구를 찾을지도 모른다. 이는 쿠팡의 ‘뉴욕 대첩’이 우리 경제에, 특히 정책당국에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기업과 산업계를 위해 정부가 할 일은 ‘지원과 자금’뿐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원두 (LEE WONDU) 

-언론인

-칼럼리스트

-소설가ㆍ번역가

-파이낸셜뉴스 주필(前)

-경향신문 편집부국장(前)

-내외경제신문 주필 (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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