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상속세 미술품 대납 꼼수... 경실련 '성실납부'촉구
삼성 상속세 미술품 대납 꼼수... 경실련 '성실납부'촉구
  • 임성빈 기자
  • 승인 202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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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물납제도 ‘가치평가’ 어려워 세수손실 가능성... 도입 신중론
문화계 등 세금 물납제도 도입 촉구... 문화재 해외유출 걱정
상속세 12조 원을 미술품으로 대납하려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 현재 구속 수감 중이다. [출처= 뉴시스]

삼성의 상속세가 재계 이슈가 되고 있다. 고(故)이건희 삼성회장이 사망한 이후 상속세 문제가 논란이다.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수식만 15조원이 넘는다. 삼성물산, 생명 등의 계열사 주식을 다 합치면 18.2조원이다. 가족들이 상속을 받으려면 10조원 이상을 내야 한다. 이 회장이 남긴 재산에 대한 상속세를 해결하는 해법으로 미술품 물납 제도가 거론되고 있다.    

경실련은 8일, 성명을 통해 미술품 등 상속세 물납제도는 다양한 문제가 있어,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치를 판단하기 쉽지 않은 문화재와 미술품 등의 물납은 조세회피수단으로 악용돼 국고 손실을 발생시킬 수 있고, 현금화 과정이 쉽지 않다는 이유이다.

 故 이건희 회장의 수조원대 미술소장품과 관련한 상속세 이슈가 첨예한 상황에서 미술품 등 상속세 물납제도 도입 논의는 그 의도에서부터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봤다.

또한 경실련은 물납제도는 결국 현금화에 따른 부담을 국가가 떠안게 된다고 주장했다. 상속당시의 미술품 가격과 상속세로 내는 단계의 미술품 가격, 물납 받은 미술품의 처분 시 가격 등의 차이를 국가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국고손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정부는 편법적 상속세 회피 방편이 될 수도 있는 미술품문화재 등 상속세 물납 도입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며 “만약 정부가 세법개정을 추진한다면 결국 삼성을 비롯한 재벌 상속과 세습을 위한 개정이라는 비판에서 벗어 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주진우 기자도 "현행법으로 아직까진 미술품으로 세금을 낼 수 없는데, 작년 말 이건희 회장이 돌아가신 직후에 개정안이 나왔다"며 "나라에서 삼성이 가진 컬렉션을 산다면 이를 전시할 미술관을 지어야 하는데, 이를 삼성이 관리하면 좋다고 생각해 이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뉴스공장을 진행하는 김어준 씨는 지난달, 이건희 컬렉션 관련 기사들을 열거하며 “뒤에 숨어 있는 뜻은 삼성일가의 상속세를 미술소장품으로 대신 내게 해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기증할 경우 법정기부로 인정해서 세액 공제를 해주자, 그런 후 미술품을 전시할 미술관은 삼성이 마련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라고 해석하며 “이재용 부회장은 현금 안내고 세액공제 받고, 미술품들은 다시 삼성 품으로 돌아오는 그런 시나리오 아니겠는가. 삼성이 아주 조용히,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경실련 주장처럼 미술품 상속세 대납 시 조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국고 손실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지속적인 우려를 제기한다.

예컨대 주식과 부동산을 우선 물납한 뒤 나중에 납세자의 이해관계인인 제3자가 싼 가격에 이를 되사는 식으로 세금을 회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납 재산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매각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가 손해를 볼 수도 있으며, 일부이긴 하나 현금 세수가 감소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문화계, 상속세 미술품 대납 허용 호소

삼성그룹의 상속세를 미술품으로 납부하는 미술품 물납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일 기획재정부는 미술품 등으로 상속세를 납부하는 물납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상속세를 현금 대신 예술품·문화재로 납부할 수 있게 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문화계 등에서도 상속세의 문화재·미술품 물납제 도입을 호소하고 나섰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한국미술협회 등 12개 문화계 단체와 박양우 전 문체부 장관 등 8명의 전직 장관은 지난 3일 대국민 건의문을 발표하고, '상속세의 문화재·미술품 물납제' 도입을 호소했다.

이날 발표된 호소문은 고미술품과 현대미술품도 부동산·유가증권과 함께 상속세 물납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개인 소장 미술품이 상속 과정에서 급히 처분돼 일부가 해외로 유출되면서 문화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상속세의 물납제도는 개인 소장품들이 국공립 박물관과 미술관에 영구 보존·전승·활용될 수 있는 첩경”이라며 “소중한 문화유산과 수준 높은 미술품을 잘 간직하고, 활용할 수 있는 물납제 도입으로 우리 문화가 한 단계 더 성숙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진혜원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는 ‘매각비나 보관비가 또 드는데 왜 이런 논의가 나오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진 검사는 페이스북에서 “예술작품은 가치판단이 불가능한 영역에 있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시가 500만원 상당의 작품을 감정가 한 두 사람을 섭외해 10억 원이라고 감정서를 작성해 주고, 10억 원의 납세를 대신해서 내고 9억 9,500만원을 합법적으로 절세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라고 악용의 예를 제시했다.

이어 “받은 예술품으로 공무원들 월급 주고, 국고계약비를 지출할 수 있으려면 매각을 해야한다. 매각에 소요되는 비용이 추가로 지출된다”며 “매각하지 않으려면 보관을 해야 하는데, 보관비도 별도로 지출된다”고 말했다.

진 검사는 “보관비 지출 절약 명목으로 그 작품을 세금으로 납부한 사람에게 위탁 보관하게 하는 법안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세금으로 낸 사람이 다시 되돌려 받아 영구 보관하게 하는 거다”라고 또 다른 악용 가능성을 말했다.

문화재 유출 우려에 대해서도 한 세무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국보급·보물급 미술품이 아닌 해외 작가의 작품을 국내에서 보호할 근거에 대해선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개인이 소장품을 제값에 처분해 상속세를 내는 데 쓰는 게 잘못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 회장의 소장품은 국보·보물급 고미술품은 물론 현대 세계 유명작가들의 대표작 등 1만 수천여점으로 파악된다. 가치가 수조 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장의 상속세는 주식만 11조원이고, 부동산 상속세까지 합치면 전체 상속세는 12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상속세를 4월 말까지 납부해야 한다.

재계 9위 GS그룹의 시가총액이 11조1000억 원 정도인데, 상속세가 GS그룹을 인수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한국 재계 1위인 삼성이라도 11조원에 달하는 세금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김선제(성결대 경제학과) 교수는 “삼성가의 상속세 납부 시점에 미술품 대납 논란이 일어난 게 삼성 측이 원하는 바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삼성은 상속세 미술품 대납 꼼수를 부리지 말고, 성실하게 상속세를 납부하는 모습을 보일 때 진정한 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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