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41화. - ‘다음 희생자는 저예요’
[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41화. - ‘다음 희생자는 저예요’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1.0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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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두 번째 결투, 수학 대결에 대한 성적을 발표 하겠습니다.”

한수지는 세 사람의 얼굴을 훑어보면서 의미 있는 미소를 지어 보냈다.

세 사람은 모두 자기가 1등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긴장은 했지만 자신만만했다.

“이름의 가나다 순서 입니다. 권익선 정답 9 오답 1, 오민수 정답 8 오답2, 유성우 정답9 오답1. 이렇게 해서 오민준 오빠는 탈락하고, 권익선 오빠와 유성우 오빠가 재 결투를 하게 되었습니다.”

실망한 오민준이 얼굴을 감싸 쥐었다.

유성우와 권익선은 상기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며 눈에 불꽃을 튀겼다.

* * *

한영지는 여기까지만 이야기 하고 더 계속하지를 않았다.

그냥 생글생글 웃기만 했다.

“궁금해 죽겠는데 마저 이야기 해보아.”

내가 사정하는 투로 말했으나 한영지는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유성우 오빠와 권익선 오빠는 둘이서만 진짜 결투를 벌였어요. 그것을 언니는 모르고 있었어요.”

“진짜 결투? 권총 대결이야?”

나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예. 권총은 아니지만 목숨을 건 결투였지요.”

“어서 말해 보아.”

“아뇨. 그건 요담 선생님을 만날 구실로 둘래요.”

요다음에 나를 만날 구실로 둔다고?

그럼 한영지도 나 만나는 것이 즐겁다는 이야기 아닌가?

나는 맘속으로 신이 났다. 그러나 태연하게 말했다.

“좋아. 이담에 만나면 반드시 이야기해야 해. 내일 만나면 어때?”

내가 내친 김에 한발 앞으로 나갔다.

“낼은 아니고요, 제가 문자 보낼게요.”

“블루투스는 싫어.”

“걱정 말아요 선생님.”

영지가 방긋 웃었다.

어쩌면 저렇게 귀여울까.

내가 돌아서서 지하철을 타자마자 한영지의 문자가 왔다.

“낼 리허설 취소래요. 점심때 만나요. 장소는 한 점 부끄럼 없는 하늘아래서.”

나는 또 가슴이 뛰었다.

빨리 하루가 갔으면 좋겠다.

하루를 빨리 보내자면 바쁘게 지내야한다.

나는 한국바이오 컴퍼니로 갔다.

임원 실에는 이정근 회계담당 이사만 있었다.

“이 이사님 안녕하세요?”

나는 이정근 이사를 만나자 첫 눈에 들어온 인상은 갑자기 살이 빠졌다는 느낌이었다.

“소설가 선생님 어서 오세요.”

원래 겁도 많고 걱정도 많은 것 같은 이 이사의 모습은 조금은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걱정이라도 있나요?”

내가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걱정은 무슨... 그런데 범인이 누군지는 좀 아셨습니까? 정주석 팀장의 범인과 한 팀장 범인이 같은 사람입니까?”

이정근 이사의 말에 힘이 없었다.

“아마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럼 또 회사 사람을 겨냥하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지요.”

“이거 큰 일 났네.”

이정근 이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아마도 그것 때문에 몹시 안절부절 못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걱정으로 얼굴까지 까칠하게 된 것 같았다.

“생각해 보십시오. 한수지씨, 다음에 장주석씨, 그다음은 누구겠습니까? 저 아니겠습니까?”

이정근 이사는 다음 예고 살인의 대상자가 자기일 것이라는 지나친 공포감으로 떨고 있는 것 같았다.

“꼭 그렇다고 생각할 수야 없지요. 다음에 또 살인을 할 것이라는 추측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아뇨. 틀림없이 세 번째 희생자를 지명 할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오민준 씨도 있지 않습니까?”

“아니죠. 회사 서열로 보더라도 제가 먼저죠.”

이정근 이사는 모든 불리한 조건은 자기를 지목하고 있다는 터무니없는 공포에 휘감겨 있는 것 같았다.

“이사님. 지레 걱정 하지 마세요. 범인의 목표가 회사를 대상으로 한 것인지 개인을 대상으로 한 것인지도 모르는 상태 아닙니까?”

“아뇨. 접니다!”

“뭐 그런 끔찍한 일이 또 일어나겠습니까? 그보다 몇 가지 궁금한 게 있어서요.”

이정근 이사는 나와 대화를 하는 동안 공포심에서 조금 벗어나 안정을 찾은 것 같았다.

“뭔지 말씀해 보세요.”

그때야 이정근 이사는 커피 두 잔을 가져왔다.

“장주석 이사와 한수지씨 사이에 특별한 일 같은 것은 없었나요?”

“예? 특별한 일이라뇨? 한수지씨는 장주석을 상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상대도 하지 않다니요?”

“한수지 같은 콧대 높은 미인이 장주석 한테 몸을 주었을 이가 없지요.”

“몸을 주었냐고 물어본 것이 아닙니다.”

“특별한 관계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남녀 사이 특별한 일이란 잠자는 것을 말하는 것 아닙니까?”

이정근 이사는 오히려 내가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것처럼 말했다.

“장주석씨는 그 체구에 염치없이 자기가 한지수의 짝이 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된 사람을 험담하는 것 같지만, 제 주제 파악을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장주석 팀장이 한수지씨를 짝사랑 했다는 말씀인가요?”

“짝사랑인지 스토커인지는 모르지만 한수지씨 한테 무지하게 관심이 많았습니다. 툭하면 선물 공세를 하는가 하면 식사초대 같은 것을 했지만, 번번히 거절당했지요.”

“장주석씨는 누가 죽였다고 생각합니까?”

“그야 선생님이 알아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한수지씨 주변을 하도 맴도니까 질투를 느낀 사람이 죽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질투를 느낄 만 한 사람이 누굽니까?”

“남자라면 다 질투를 느낄 만 하지요. 특히 오민준은 한수지에게 극진했거든요.”

“극진하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늘 보호자나 된 것처럼 행동 했으니까요.”

“보호자?”

이상우 언론인 추리소설가

이상우 언론인ㆍ추리소설가

'미스터 굿데이'로 불리는 이상우 작가는 국내 스포츠신문의 산 역사이다. 일간스포츠, 스포츠서울, 굿데이 등의 스포츠신문을 창간했다.

일간신문 기자, 편집국장, 대표이사, 회장 등을 역임한 언론이자 추리작가이다. 

기자의 눈으로 본 세상사를 날카롭고 비판적인 필치로 묘사해 주목을 받았다.

1983년 한국추리작가협회를 창설하고 현재 이사장을 맡고 있다.  2019년 한글의 날에 한글발전 공로로 대한민국 문화 포장을 수상했다. 

<신의 불꽃>, <여섯 번째 사고(史庫)> <역사에 없는 나라>, <세종대왕 이도 전3권> <정조대왕 이산>, <해동 육룡이 나르샤>, <추리소설 잘 쓰는 공식> 등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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