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사고 뒤늦게 사과한 최정우...국회 청문회 출석 앞둔 여론 희석 차원
사망사고 뒤늦게 사과한 최정우...국회 청문회 출석 앞둔 여론 희석 차원
  • 이병철 기자
  • 승인 2021.0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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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최정우 포스코 회장, 인명사고 재발 방지 약속...노동자 사망에 사과
노조 "22일 국회 증인출석 앞두고 여론 희석 차원 꼼수사과"라고 비판

포스코 최정우 회장이 연이어 발생한 사망사고와 관련 유족과 국민에게 사과했다. 같은 날 최 회장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 노조가 '꼼수'사과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최 회장의 재임 기간 연이은 안전사고가 발생해 14명이 사망했다는 것.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의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 출석을 앞두고 여론 희석 차원의 거짓 사과라는 지적이다. 

포스코는 최정우 회장이 16일 포항제철소 원료부두 현장을 방문해 안전관리 상황을 점검한 뒤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고 17일 밝혔다.

포항제철소 원료부두는 포스코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A씨(35)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장소이다. A씨는 지난 8일 컨베이어 롤러 교체 작업 중 컨베이어에 철광석을 붓는 언로더가 작동돼 협착 사망했다. 이 사고는 최 회장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경영방침을 내세운 지 불과 닷새 만에 발생한 중대재해이다.

지난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업주ㆍ경영책임자의 위험방지의무를 부과하고, 의무를 위반해 사망ㆍ중대재해에 이르게 한 때, 형사처벌하고 해당 법인에 벌금을 부과하는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는 최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도록 했다. 

최 회장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회사 최고책임자로서 유가족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깊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유가족과 진솔한 대화를 바탕으로 유족이 요구하는 추가 내용이 있을 경우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사람 한 명 한 명의 생명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목소리라고 생각한다"며 "포스코는 이전부터 안전경영을 최우선 목표로 선언했다.  안전설비에 1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최근 사건들이 보여주듯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음을 절감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등 정부 관계기관 조사에 적극 협조해 특단의 대책을 원점에서부터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날 협력사 대표들과 사고 현장을 함께 확인하며 작업 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요인들과 애로사항을 들었다. 포스코 직원도 TBM(Tool Box Meeting, 작업전 잠재위험 공유활동)에 필수 참여해 안전조치를 확인하고 서명을 하도록 했다.

최 회장의 사과가 '꼼수사과'라는 비판이 나왔다. 

노조는 이날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가 내놓은 대책은 결국 살인기업이라는 국민적 비판을 벗어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한 거짓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금속노조 포항지부는 "한 기업에서 이토록 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동안 처벌받는 자는 없었다. 최근 5년간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발생한 10명 이상의 노동자 사망했다. 포스코가 받은 처벌은 단 1건, 포항제철소장의 벌금 1000만원과 법인 벌금 1000만원이 전부였다"고 했다.

최 회장의 안전경영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 회장이 취임한 해인 2018년부터 최근까지 포스코 사업장 내에서는 19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는 것. 이 중 원청 노동자가 5명이다. 하청노동자는 14명이다.  재임기간으로 한정하면 사망자는 14명이다.  지난 8일 노동자 사망 사고도 안전불감증 경영이 만든 인재라는 지적이다. 

사고가 발생한 현장은 컨베이어벨트와 언로드 운전을 담당한 하청업체와 컨베이어벨트를 정비 보수하는 하청업체가 분리돼 있다. 중량물 취급 작업임에도 업무를 담당하는 업체가 달라 상호 간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현장의 안전을 관리 감독해야 할 작업 감독, 지휘자도 없었던 것이 사고의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포항제철소의 설비 대부분이 노후화되어 있어 언제든 사고 발생 위험이 높다는 점도 지적됐다. 현장의 정비인력은 수년에 걸쳐 축소되면서 노동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

이날 최 회장의 사과는 15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포스코를 공개 비판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최 회장은 오는 22일 열릴 예정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돼 출석을 앞두고 있다. 

이낙연 대표는 "포스코 광양제철, 포항제철 등에서 5년 동안 42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며 "세계 철강기업 포스코에서 산업재해 사고가 반복되는데도 안전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무책임한 태도가 계속되는 데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포스코는 최고경영자가 책임지고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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