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34화 -죽음의 치킨게임
[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34화 -죽음의 치킨게임
  • 이상우 추리작가협회 이사장
  • 승인 2021.0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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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봐, 권익선과 오민준이 나한테 손들게 만들 테니까.”
“어떻게?”
“안되면 결투를 해야지.”
“결투?”
“중세기 서양 귀족들처럼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하잖아.”
“그럼 정말 권총으로 서부 영화 흉내를 낸다든지, 러시안 룰렛처럼 권총을 돌려가며 쏜다든지 그런 걸 말하는 거야?”
“다른 시합으로 결판이 안 나면 마지막엔 그렇게라도 해야지. 요즘 미국 젊은이들이 유행하는 치킨 게임을 한다든지.”
“치킨 게임?”

한수지가 크게 놀랐다.
치킨 게임은 두 사람이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를 몰고 멀리서 서로 달려와 정면충돌하면서 생사를 가리는 게임이다.
터무니없이 무모하고 잔인한 게임이다.
또 다른 방식은 절벽을 향해 자동차를 전 속력으로 달려가 천길만길 낭떠러지 앞에 급정거해서 누가 살아남느냐 하는 게임이다.
스피드와 죽음의 게임이다.
미국의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이런 모험을 즐기는 막장 게임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었다.
한수지는 약간 불안해졌다.
그러나 남자와 단 둘이 있다는 것이 가슴을 두근거리게도 했다.
하지만 유성우의 그 섬뜩한 각오가 마음에 걸렸다.
세 남자 중에 인물이나 인품으로 보면 유성우가 조금 낫다.
그러나 권익선의 화끈한 성미와 어려운 일을 겁내지 않는 돌파력도 좋은 점이다.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는데 어느 땐가 그런 성격이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다.
오민준의 꼼꼼하고 철저한 성격도 좋았다.
언제나 제 식구를 제일 먼저 생각할 가정적인 남자다.
한수지는 세 남자 모두 가까이 두고 싶은 남자다.
외모의 유성우, 활동적인 권익선, 가정적인 오민준,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유성우에게 끌리는 것이 있었다.
스킨십을 한다면 아무래도 유성우다.

“오빠 방 좀 구경할까?”
샌드위치를 다 먹고 난 한수지가 갑자기 엉뚱한 제안을 했다.
“그래, 이층으로 따라와.”
한수지는 넓고 화려하게 펼쳐진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제일 안쪽에 유성우의 공부방이 있었다.
방안에 들어서자 사방이 두꺼운 커튼으로 막혀 있었다. 
불을 켜자 아늑하고 부드러운 실내가 연출 되었다.
대낮에 보는 화려한 심야 같았다.
벽에는 아네모네의 그림 한 폭이 걸려 있었다.
벽 한쪽은 책으로 가득 찼다.
과학 서적에서 부터 소설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전공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뒤죽박죽이 된 책장이었다.
책장 사이에 핀으로 꽂혀있는 사진 한 장이 눈에 띠었다.
“아니, 이 사진!”
한수지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수지 사진이었다.
운동복을 입고 테니스를 하는 모습이었다.
유난히 불룩한 젖가슴이 눈에 띠었다.
“이 사진 뭐야?”
한수지가 항의하듯이 말했다.
벗은 몸을 들킨 것 같은 야릇하고 부끄러운 마음이었다.
“작년 교내 체육대회 때... 내가 핸드폰으로 찍었는데 포즈가 맘에 들어.”
유성우는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손도 가늘게 떨렸다.
당황 한 것 같았다.
“오해 하지 마. 너한테 주려고 프린트 해본 거야.”
한수지는 유성우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또 한 번 확인했다. 주려면 카톡으로 보내면 되지 프린트씩이나 왜 할까.
“성우 오빠!”
한수지가 진지하게 불렀다.
“뺨에 입 한번 맞출까?”
한수지의 말에 유성우가 주저 하지 않고 한수지를 와락 껴안았다.
“수지 2층에 있냐?”
그 때 아래층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을 화들짝 놀라 방문을 열고 거실로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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