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33화- 오빠의 뺨
[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33화- 오빠의 뺨
  • 이상우 추리작가협회 이사장
  • 승인 2021.0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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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우 씨와 권익선 씨가 한수지 씨를 두고 무슨 결투 같은 것을 했다고 하던데.”
“아, 그거요? 두 사람이 결투를 했지만 관련 된 사람은 오민준 오빠까지 세 남자였어요.”
한영지가 털어놓은 네 남녀의 기막힌 이야기는 나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하는 굉장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한영지는 그런 이야기를 예사롭게 했다.
한영지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대강 다음과 같다.

버지니아 토마스 제퍼슨 과학 고등학교를 졸업한 네 남녀는 모두 미국의 저명한 대학으로 진학이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부모들이 사 준 집이 있는 버지니아는 그들의 고향 같은 곳이었고 사는 근거지였다.
버지니아에서 네 사람이 함께 만날 때도 있었지만 두 사람씩 따로 만날 때도 있었다.

어느 겨울 방학.
한국을 여행하고 버지니아로 돌아온 유성우가 페어팩스 자기 집에서 혼자 있을 때였다.
한수지가 어머니와 함께 그 집에 놀러갔었다.
유성우의 어머니가 비명으로 죽은 뒤 한수지의 어머니 강혜림 여사는 그 집에 자주 들러  유성우와 아버지 유창호의 식사를 차려 주기도 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자연히 두 집 식구가 가까워졌다.
그날도 네 사람이 한 집에 모이게 되었다.
그런데 아버지 유창호가 강혜림을 데리고 백화점에 갔다.
한수지와 유성우 두 남녀만 빈집에 남게 되었다.
“오빠는,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 없어?”
유성우가 나이 한 살 많기 때문에 오빠라고 불렀다.
두 사람만 남게 되자 한수지가가 노트북을 보고 있는 유성우 앞에 와서 말을 걸었다.
유성우는 고개를 들어 한수지를 보고 미소를 던진 뒤 소파에 앉았다.
한수지를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며 빙긋이 웃었다.
한수지는 유성우의 시선에서 갑자기 남자의 시선을 느꼈다.
“나 어제 밤 꿍꾸또.  오빠 꿍꾸또.”
“뭐야. 헐~”
한수지의 장난스런 말에 유성우는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오늘 우리가 만나려고 그랬나 보지.”
유성우가 한수지 곁에 와서 앉았다.
스킨십이라도 하고 싶다는 표정이었으나 한수지는 틈을 주지 않았다.
“오빠는 졸업 후 뭘 하려고 그래?”
“귀국해서 군대 마치고 다시 올 거야.”
“군대는 꼭 가야해?”
“응.”
“익선이 오빠는 안가고 여기서 뭉개려고 하던데.”
“비겁해서 그래. 내가 태어난 곳이 한국이니 낳아준 은혜를 갚아야한다고 생각해.”
“다시 돌아와서 뭐 하려고?”
“우선 세계적인 학자가 될 때 까지 더 배워야지.”
“그래서 학자가 되려고?”
“아니, 내 학문이 한국을 위해 쓸모가 있으면 한국 가서 봉사해야지.”
“와, 오빠!”
한수지는 유성우의 생각이 꼭 옳다고는 생각되지 않았으나 그것이 사는 방식의 하나라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수지는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야?”
“글쎄.”
“나는 혹시 기회가 되면 너 같은 한국 여자와 결혼 하고 싶어.”
“쑥스럽게 결혼 이야기가 왜 나와” 
“분명히 나는 아니지. 나 같은 여자란 말이지.”
“너하고 꼭 같은 여자가 너밖에 더 있니?”
“익선이 오빠나 민준 오빠도 있는데.”
“너는 세 사람 중에 누굴 젤 좋아하니? 나지?”
유성우는 농담 같이 말을 하지만 간절한 표정이 얼굴에 나타났다.
“나는 세 오빠 다 똑 같이 좋아 하는데...”
“그럼 제비뽑기라도 해야겠는데.”
“그러니까 세 오빠 모두 나하고는 아무 것도 안 되는 거야. 딴 데 가서 알아봐.”
“두고 봐. 성우나 민준이 모두 나한테 밀려 날 걸.”
한수지는 그 말을 하는 유성우 표정에서 진지한 무엇을 느끼고 섬뜩하기 까지 했다.
그것이 남자의 집념이라면 오뉴월에 서리 내리게 하는 여자의 원한 보다 더 단단할 것 아닌가.
“배고프지? 우리 뭐 먹으러 나갈까?”
한수지는 집안에 단 둘이 있는 것이 조금은 부담이 되어 제의를 했다.
“집에서 식빵과 계란으로 샌드위치 해 먹자.”
“그거 할 줄 알아?”
“나 학교 기숙사에서 혼자 많이 해봤어. 가만 앉아있어 내가 해 올게.”
유성우가 벌떡 일어나 싱크대로 갔다.
샌드위치를 만드는 유성우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한수지는 잘생긴 남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썸 타는 남자로서 결혼 대상이라는 생각을 해 본 일은 없었다.
집안의 가까운 오빠로만 느껴졌다.
“자, 내 솜씨 좀 맛보아요.”
유성우가 계란 샌드위치 두 개에 토마토 주스 두 잔을 곁들여 오븐에 받쳐 들고 왔다.
먹음직하게 보였다.
“맛있게 보여요. 어디 맛 좀 보자.”
유성우는 오븐을 소파 앞 작은 탁자에 내려놓았다.
이어 느닷없이 한수지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뭐야? 오빠~”
한수지는 기습을 당했지만 크게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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