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싱어송라이터 고진현, 그녀가 말하는 "꿈따라 살아봐 봐봐봐"
[인터뷰] 싱어송라이터 고진현, 그녀가 말하는 "꿈따라 살아봐 봐봐봐"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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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전시회의 오프닝 행사 자리에서 그를 처음 보게됐다. 한 평생 뮤지컬 음악과 뮤지컬 음악, 아이돌 가요만 들어왔던 본지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행사였던 것 같다. 그리고 몇개월 뒤 같은 곳에서 진행된 또 다른 작가의 전시회 오프닝 행사에서 그를 또 만났다. 전과는 또 다른 색깔의 음악을 선보였다. 그에게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하반기 기회가 닿아 그를 만나 그가 그리고 있는 음악과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홀로 제작한 앨범에 대해서 들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가 그리고 있는, 바라보고 있는 세상은 어떤 곳일까. 그를 따라, 그의 꿈을 따라 가보았다.

Q. 반갑다. 본지와 알게 된 지는 그래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것 같지만 첫 인터뷰니,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고진현 : 안녕하세요. 싱어송라이터 고진현이라고 합니다. 크게 보자면 모든 프로듀싱을 제가 다 하고 있어요. 작곡, 작사, 편곡부터 녹음을 하고 음원이 완성되는 모든 과정을 다 맡고 있죠. 저만의 특별함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렇게 앨범을 제작하고 앨범을 기반으로 공연을 하기도 하고, 새로운 콘텐츠 제작을 하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미디어 아트 전시를 하기도 했었고, 공연 기획 등을 해왔었습니다. 재작년 같은 경우에는 제주도 청년 예술 단체가 있는데, 그 친구들하고 협업을 해서 창작 뮤지컬을 만들기도 했었어요. 음악 감독이랑 편곡도 하고, 단편 음악 영화도 했었고, 다양하게 활동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Q. 처음 음악을 들었을 때 정말 생소했지만 또 매력 있게 들렸던 것 같아. 어떤 장르의 음악을 만들고 있는 걸까. 

고진현 : 장르라는 게 크게는 몇 가지로 보이는데 들어가 보면 정말 많이 세분화되어 있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인디 계열 쪽으로 생각을 하고 있는데 굳이 어떤 장르라고 생각하고 만들지는 않는 것 같아요. 음악을 만들 때 그런 장르를 생각하지 않고, 따지지 않고 느낌 그대로 만들어나가고 있어서 저만의 장르, 색깔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Q. 첫 앨범이 발매됐다. 

고진현 : 이전에 앨범을 내기는 했었는데, 다 싱글 앨범이었거든요. 이번에는 12곡이 수록된 정규 앨범으로 처음 발매하게 됐습니다.  

Q. 타이틀곡은?

고진현 : 일단 총 12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중에 2곡의 타이틀곡이 있어요. 일단 1번 트랙인 '꿈 따라 살아봐 봐봐봐', 11번 트랙인 '선'이 더블 타이틀곡입니다. 이 11번 트랙 '선'은 보너스 트랙인데, 원테이크로 라이브 녹음 한 그대로 실었어요. 이 트랙은 강화도 앞바다에서 그냥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했던 건데 그냥 있는 그대로, 아무것도 꾸미지 않고 그냥 날 것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트랙입니다.  

그리고 처음 말했던 '꿈 따라 살아봐 봐봐봐'는 반대로 엄청나게 공을 들인 트랙이에요. 힘도 많이 주고 기술적으로도, 앞서 말한 '선'이라는 트랙과는 완전하게 반대되는 곡이죠. 1번과 11번 트랙이 완전하게 반대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곡이라서 더블 타이틀곡으로 가보자고 결정을 했었습니다. 나머지 수록곡들 같은 경우에는 5번 트랙까지는 실험적이고 독특한, 어떻게 보자면 장르가 뭔지 모르겠는 곡들이 수록되어 있어요. 그리고 후반부 6번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는 조금 더 따듯하고, 서정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Q. 영감을 받는 부분들이 있을까 

고진현 : 저는 어떤 소재를 보고 영감을 받으면 어떤 그림이 그려져요. 이번 앨범에서 두 번째 트랙인 '자카란다'는 보랏빛 꽃이 피는 엄청 큰 나무를 보고 만든 곡이에요. 아프리카 여행을 하다가 이 나무를 보고 반해서 영감을 받아썼었어요. 약간 이런 식으로 어떤 소재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고, 현실 속 제가 직접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음악으로 비유해서 전하면서 해소를 하기도 하는 편입니다. 

Q. 앨범을 만들면서 어려웠던 점은 

고진현 : 사실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앨범을 만들면서 이걸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까를요. 아니면 어떻게 해야 새롭게 풀어 나갈 수 있나, 아니면 이렇게 해야 창의적으로 풀어 나가는 걸까? 이런 고민들이 많았었죠. 그리고 음악에 쓰이는 사운드에서도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제가 원하는 소리가 있는데 그 소리를 찾기 위해서 엄청 돌아다녔어요. 못 찾아서 힘들다가도 원하는 소리를 찾게 되면 기쁘고, 그런 순간들이 반복되니까 지치더라고요. 그리고 이걸 다듬는 과정에서도 많은 시간을 소요하고 많이 고민했었던 것 같아요. 3개월가량 작업실에서 작업만 했었는데, 거기서 오는 고독함도 있었어요. 앨범을 만든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Q. 앨범 발매 이후 그런 응어리들은 조금 풀렸을까 

고진현 : 고독함은 완벽하게 해결됐습니다. 앨범을 발매하고 머리를 민 것도 여러 가지 타이밍이 맞았었어요. 어떻게 보면 후련하기도 했고, 대견하기도 했고, 재미도 있었죠. 그리고 힘들기도 했었어요. 머리를 다 밀어버리고 신생아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Q. 쉽지 않은 결정이었던 것 같은데 

고진현 : 맞아요, 제가 블루클럽을 처음 가봤어요. 머리를 밀어달라고 하니까 아주머니께서 왜 그러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쿨하게 밀어주셨어요. 딱 다 밀어주시고 나서 오히려 자기가 더 속이 후련하고 기분이 좋으시다고 하시더라고요. 기분이 묘했던 것 같아요. 머리는 사실 예전부터 잘라보고 싶었어요. 내 두상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잘 모르고 궁금했었거든요.  

Q. 주변 반응은? 

고진현 : 반반이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는 그냥 심플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누군가는 멋지다고,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어보기도 했죠. 가족 같은 경우에는 더 관심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머리를 보고 와서 만지고 가는 것 말고는 딱히 어떤 반응도 없었어요. 저도 만져보는데 진짜 시원하더라고요. 머리가 환기되는 느낌이에요. 

Q. 앨범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고진현 : 타이틀곡이 가장 애착이 가기는 하지만, 가장 작업시간이 짧게 들고 제일 마지막에 작업한 곡들이라서 어떻게 보면 앞에 만든 모든 곡들을 다 감싸 안아 줄 만한 곡이어서 큰 애착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잠깐 머물다 갑니다'가 애착이 가요. 그리고  '도플갱어'라는 곡은 제가 스무 살 때 입시 준비를 하겠다고 했었을 때 작업했던 곡인데, 예전 폴더를 뒤지다가 발견해서 편곡한 곡이에요.  

Q. 음악은 언제 처음 시작하게 됐나. 

고진현 : 본격적으로 곡을 쓰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3학년, 19살 때부터였어요. 그런데 사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피아노 선생님이셔서 집에서 애들한테 피아노를 가르쳐주셨었거든요. 그때 저를 뱃속에 품고 계셨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가 엄청 쉽고 가볍게 다가왔었던 것 같아요. 그냥 어렸을 때부터 음악이랑 엄청 친했었고, 음악이란 것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건 열다섯 때쯤인가 기존의 노래를 부르는 게 재미가 없어졌었을 때가 있어요. 뭔가를 제가 계속 따라 한다는 것에 재미가 없어졌는데 이걸 해소하려고 음악을 찾아 들으면서 관심이 더 가기 시작했던 거죠.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곡을 쓰고 그냥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오게 되지 않았나 싶네요. 

Q. 가족들이 다 예술 계통에서 일을 하고 있나 

고진현 : 일단 아시겠지만 언니는 미술을 하고 있어요. 동생도 처음에는 드럼을 쳤었는데 지금은 접고 제빵과 커피를 배우고 있어요. 사실 부모님이 이런 부분들에서 엄청 깨어있으신 분들이라 음악을 한다고 했을 때 반대하기보다는 해보고 싶은 걸 하라고 하셨었어요. 어머니가 어렸을 때부터 항상 "너를 믿는다"라고 말씀해 주셨었거든요. 그래서 뭔가 반대나 부딪힘 없이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평소 즐겨듣는 곡이 있을까  

고진현 : 최근에 넥스트의 '불멸에 관하여'요. 우연하게 듣게 됐는데 너무 좋아서 계속 반복해서 듣고 있어요. 다른 노래는 거의 안 듣고 있는 것 같아요.  

Q. 지금까지 내 인생 중 가장 빛나던 때가 있었을까? 

고진현 : 하나를 뽑아 보자면, 25살 때요. 혼자 제주도에 내려가서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면서 여행을 다녔었는데 이게 어떻게 보면 터닝 포인트가 됐던 것 같아요. 앞으로 제가 어떤 마인드로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될지 경험했던 순간들이었거든요. 그리고 올해요. 정규 앨범을 저 혼자의 힘으로 발매를 할 수 있었고, 머리를 밀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현실에 옮길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올해 또한 가장 빛나는 순간 중에 하나이지 않을까 싶어요. 

Q. 마지막으로 1년 후, 2021년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고진현 : 아홉 수가 된 나에게... 서른을 앞두고 있네요. 그냥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라고 말하고 싶어요. 사실 네 멋대로 살아나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래도 지금 이야기를 해보자면 오늘 같이 살아가고 있느냐고 말해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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