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베르나르다알바' 최유하, "여성 서사 보다 인간 그대로의 이야기"
[인터뷰] '베르나르다알바' 최유하, "여성 서사 보다 인간 그대로의 이야기"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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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서사극 타이틀 중요하지 않아, 인간의 본능과 역사를 다루고 있어"

2018년 초연 당시 전 좌석 매진을 기록하며 관객과 평단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의 재연이 확정됐다. 돌아오는 재연의 제작을 맡은 (재) 정동극장과 ㈜브이 컴퍼니는 지난 7월 공개 오디션을 바탕으로 최종 명단을 확정 짓고 11월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스페인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원작으로 마이클 존 라키우사가 대본과 작사, 음악을 맡아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작품은 남편을 잃고 집안의 권력자가 된 베르나르다 알바와 고압적인 그녀에게 맞서는 다섯 딸들의 이야기다.

작품은 1930년대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농가를 배경으로 극 제목과 동명의 인물 베르나르다 알바가 자신의 남편 안토니오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상을 치르고 집에 돌아온 알바는 남편의 8년 상을 치르는 동안 그녀의 다섯 딸들에게 극도로 절제된 삶을 강요하면서 이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과 본능, 질투가 하나둘 터져 나오게 된다.

본지는 이번 작품에서 첫째 딸 '앙구스티아스' 역을 맡은 배우 최유하를 만날 수 있었다. 그가 생각하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와 앙구스티아스, 그리고 연습 과정에 대해서 들어볼 수 있었다.

해당 인터뷰는 방역 당국의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에 맞춰 공연장 내 일부 장소에서 안전 수칙에 맞춰 마스크를 쓰고 진행했으며, 사진의 경우 야외에서 촬영 당시에만 마스크를 벗고 찍었음을 미리 알린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반갑다.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최유하 : 안녕하세요. 배우 최유하입니다. 

Q.  뮤지컬 <펀 홈> 이후로 텀이 생겼다. 뭘 하면서 지냈을까 

최유하 :  일단 하기로 했었던 연극이 코로나로 인하여 못하게 되면서 강제로 쉬었습니다. 딱히 뭘 이루려고 한 건 없었던 것 같고, 그냥 억지로 쉬었던 것 같아요.  

Q.  지난해 연극 <오펀스>에서 처음 보게 됐는데, 이후 선택하는 작품들이 그전 필모와 다르게 다양해진 것 같았다. 

최유하 :  변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그 시작은 <오펀스> 이전에 <판>이라는 작품을 하면서 시작됐죠. 처음으로 러브스토리가 없는 작품이었거든요. 극 중 책을 읽어주는 방주인 역할을 맡았어요. 당시 몰래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백성들이 똑똑해지고, 알지 말아야 할 것들을 알게 되기 때문에 막으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제가 맡은 역할은 반발하는 무리에 주축이 되는 인물이었죠. 이 역할을 하면서 많은 희열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때 들었던 생각 중 하나가 "사랑으로 빌드 업을 하지 않아도 재밌는 캐릭터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였었죠. 그 뒤로 선택의 영역이 넓어졌고, 좋은 기회가 왔을 때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이번 작품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을까 

최유하 :  초연은 자리가 없어서 못 봤었거든요. 그런데 주위에서 호평을 해서 한 번 보고 싶었던 작품이었어요. 여성들만 나와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작품이라서 멋지다는 생각을 했었고, 2년 만에 기회가 왔죠. 처음에 참여를 할 수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오디션을 보고 좋게 봐주셔서 참여할 수 있게 됐습니다.  

Q.  리딩을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났는데, 연습실 분위기는 어떤가 

최유하 :  첫 리딩 때 엄청 충격을 받았어요. 제가 생각했던 거랑 전혀 다르더라고요. 여성이 가지고 있는 서사를 사랑으로 풀었다고 들었는데 아니었더라고요. 극 중 나오는 모든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과 결핍을 이야기 속에서 잘 풀어내고 있었고 그게 정말 재밌었어요. 특히 여성이라는 시점이 아니라, 인간 그대로로 풀어냈기 때문에 더 끌리지 않았나 싶어요.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들 중에서 굉장히 잘 쓰인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다들 어떤 결핍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연습을 하면서도 날마다 해석이 조금씩 달라져요. 어떤 날은 상대 역의 눈빛의 변화 혹은 결핍의 변화에 따라 제가 가고 있는 길 또한 조금씩 변화가 생겼어요. 초연을 했었던 배우님들이 함께하고 있고, 초연 보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작품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었어요.  

Q.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자유 아닌 자유. 풀어진 것 같지만 풀어져 있지 않은 듯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최유하 :  세뇌라는 게 참 무섭게 느껴지더라고요. 다들 자유를 꿈꾸고 있지만,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인물이 몇이나 될까요.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자유의 정의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저한테 돌아오더라고요. 극 중에서 다섯 딸들은 각자 꿈꾸고 있는 자유가 사실 크기가 크지 않아요. "바다에 가서 남자와 사는 게 자유", "나는 작은 집에 숨어서 첩이 되어 살 거야"라고 말하죠. 그런 그들에게 어머니 베르나르다는 이렇게 말하죠. "나는 8년 상을 치를 거야"라고요. 그는 단 한마디로 딸들이 생각하고 있는 자유라는 걸 빼앗아버려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캐릭터 구성 단계에서, 참고한 자료들이 있을까 

최유하 :  앙구스티아스라는 인물의 배경적인 부분들을 생각해 봤을 때 제가 경험을 해본 적 없는 것들이 많았던 것 같아서 일단 정영주 배우님이 선물해 주신 원작을 읽어봤고, 옛날의 스페인 영화들을 찾아봤어요. 사실 흉내를 내려면 낼 수는 있지만, 몸에 배어야 하는 것들이 있었거든요. 지독한 외로움이었죠. 30년 넘게 당해온 설움을 표현할 때, 악에 받쳐서 할지 혹은 조소를 머금은 표현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 중점을 두어야 할 부분을 명확하게 찾아내고 있어요. 그리고 언어적 폭력에 익숙해진 사람이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계속 생각하고 공부하고 있어요. 쉽지는 않지만 제가 맡은 역할에 디테일한 부분들을 쌓고 또 찾고 있는 게 하나의 숙제인 것 같아서 재밌게 임하고 있습니다. 

Q.  극 중에서 가장 조심해야 되는 사람과 '그래, 얘는 믿을 수 있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최유하 :  일단 엄마인 베르나르다 알바는 가장 조심해야 할 인물입니다. 그리고 사실 다 적들이고 저보다 강해요. 그래도 뽑아 보자면 보호해 주고 싶은 인물은 아델라인 것 같습니다.(웃음) 

Q.  베르나르다 알바가 될 가능성이 높은 딸은 누구일까 

최유하 :  어려운 질문이네요. 개인적으로는 막달레나, 마르띠리오일 것 같아요. 막달레나는 "엄마, 내버려 두세요"라고 말하는데 진심이면 안 될 것 같거든요. 그리고 마르띠리오는 이미 아델라한테 자기 사랑을 제외하고 간섭하는 강압적인 부분들이 있어요. 이후에 바뀔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엔 두 딸이 가장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연습하는 과정에서 어렵거나 힘든 점은? 

최유하 :  일단 처음 연습에 들어가면서 폭력의 역사라는 부분에 집중해서 분석했어요. 글을 쓴 작가가 폭력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는 약자를 주인공으로 쓴 작품이라고 했던 만큼 폭력에 집중을 해보자고 해서 연습을 시작했었죠. 일단 이 키워드를 드러내는 게 첫 목표였고, 연습을 하고 있죠. 그리고 아무래도 초연 때 많은 관심과 찬사를 받았던 작품이다 보니 우리가 연습하고 있는, 바라보고 있는 공연의 끝을 관객들이 잘 받아들여줄지에 대한 걱정 혹은 의심이 되더라고요. 일단 남은 연습 기간 동안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잘 드러날 수 있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두 명의 베르나르다 알바, 느낌이 남다를 것 같은데 

최유하 :  일단 정영주 배우님은 정말 베르나르다 알바 그 자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캐릭터 안에 고독함까지 추가돼서 더 독재자가 같거든요. 그리고 슬쩍슬쩍 외로운 부분들이 보이는 것도 베르나르다 알바 그 자체이지 않나 싶어요. 목소리 자체가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울려서 카리스마를 많이 느끼고, 작품 속 딸처럼 정말 말 한마디 한마디에 반응하게 만들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소정 선배님은 체구가 정말 작거든요. 정말 요정 같으신데, 목소리에 압도돼요. 목소리를 크게 내는데 낮게 쓰는 카리스마랄까요. 평소에 연기할 때 엄청 차가운 느낌을 많이 받아요. 이 부분도 조금씩 차이가 나지 않나 싶어요. 정영주 배우님의 베르나르다 알바는 불같은 엄마고, 이소정 배우님의 베르나르다 알바는 얼음같이 차가운 엄마거든요. 그래서 만약 공연을 보신다면 최소한 두 번은 보셔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웃음) 

Q.  이 작품을 통해 얻고 싶은 점이 있다면? 

최유하 :  지금 생각이 드는 건 무대 위에 올라가서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다는 게 떠올라요. 탱고나 플라멩코도 그렇고 우리 배우들끼리 무대 위에서 에너지를 주고받는 게 벌써부터 기대가 되거든요. 사실 지금 연습을 하면서도 코로나19에 대한 걱정은 끊이질 않고 있지만요. 그래서 더 공연을 하고 싶은 게 아닐까 생각해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춤추는 건 어떤가 

최유하 :  정말 어려워요. 춤추는 걸 좋아하고 빨리 외우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왜 이렇게 안되는지 모르겠어요.(웃음) 지금은 슬럼프지만 최선을 다해서 완벽하게 보여드리겠습니다. 

Q.  내년 공연을 보러 올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 

최유하 :  정말 좋은 작품입니다. 저는 보는 재미가 중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만큼, 더 좋게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단순하게 여성 서사를 뛰어넘는 여자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본능과 역사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보러 와주시면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러니 많이 보러 와주시길 바랍니다.  

Q.  연극과 뮤지컬 중에 더 편한 장르가 있을까 

최유하 :  최근에 연극이 재밌어서 더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오펀스>라는 작품을 하면서 목이 많이 안 좋아졌어요. 그래서 그 작품이 끝나고 나서 성대 치료를 받았거든요. 사실 그전까지는 그냥 하룻밤만 자고 나면 목이 나아서 괜찮구나 했었는데 상태가 많이 안 좋은 상황에 놓이게 되니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는 정말 노래를 좋아하는구나"라고요.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치료를 받고 나서 노래를 처음 부르는데 정말 행복했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많이 추가 기울여있지 않나 싶어요. 물론 둘 다 재미있고, 다 잘하고 싶습니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올 한 해 나를 자평해보자면 몇 점? 

최유하 :  10점 만점에 6점이요. 만약에 작품으로 따지면 더 적었을 텐데, 긍정적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6점을 주겠습니다.(웃음) 

Q.  1년 후 나에게 하고 싶은 말 

최유하 :  "이게 웬 복이야. 이렇게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거 알았어? 1년 전엔 정말 힘들었잖아. 매 1년이 다르다더니 이렇게 다르다. 진짜 좋은 1년이었다. 수고했어"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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