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에어포트베이비' 최재림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되지 않을까"
[인터뷰] '에어포트베이비' 최재림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되지 않을까"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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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배우 최재림 "편하게 공연 볼 날 기대하고 소망해"

창작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가 3년 만에 돌아왔다.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는 어릴 적 미국으로 입양된 '조쉬 코헨'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궁금증으로 한국을 찾아오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제작된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는 뮤지컬의 장점을 활용해 '정체성'을 찾기 위해 한국을 다시 찾는 입양아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한국 특유의 신파가 아닌, 심플하면서도 담백하게 작품을 그려낸 건 극작가 전수양과 장희선 작곡가가 오랜 기간 동안 이 작품을 만들어오고 업그레이드 해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 2009년 처음 개발을 시작해, 2013년 '제1회 뮤지컬하우스 블랙 앤 블루 지원작 선정', 2014년 첫 쇼케이스,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 뮤지컬 우수공연 제작지원작', 2016년 '창작산실 신작 릴레이 제작지원작', 2018년 '방방곡곡 문화 공감 우수공연' 등에 선정되며 개발됐다. 

본지는 개발 단계부터 이 작품에 참여한 뮤지컬 배우 최재림을 만나 이번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다음은 최재림 배우와의 인터뷰이며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알립니다. 또한, 해당 인터뷰는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진행됐습니다. 

 

Q. 본지와 첫 인터뷰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최재림 : 안녕하세요. 뮤지컬 배우 최재림입니다.  

Q. 이 작품은 언제 처음 알게 됐을까 

최재림 : 일단 이 작품은 저희 가족들, 박칼린 선생님부터 전수양 작가, 장희선 작곡가, 음악감독님 그리고 공부를 하고 있는 사무실 아닌 사무실 식구님들이 만든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전수양 작가님이 뮤지컬 대본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나왔던 작품이에요. 2009년쯤부터 이야기가 나왔던 작품이고, 처음엔 이런 소재의 작품을 썼다면서 주변에 괜찮은 배우를 추천해달라고 물어보셨었어요. 그래서 제가 어떤 작품이냐고 물어보면서 대본을 봤었거든요. 대본을 보니까 영어를 할 줄 알아야 하고, 어눌한 한국어도 해야 하는 언어적으로 제약이 있는 역할이더라고요. 대본을 다 읽고 나니까 들었던 생각이 "아니, 내가 이거 하면 될 것 같은데? 왜 나한테는 안 물어보고 주변 사람을 추천해 달라는 거야"였었죠. 그래서 "이거 내가 하면 안 돼? 내가 해볼게"해서 시작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웃음) 

Q. 유창한 영어실력이 어릴 적 유학의 힘이라고 들었다.

최재림 : 유학 아닌 유학의 힘이죠.(웃음) 제가 어렸을 때 미국에서 1년을 살다가 와서 익혔던 생활영어를 한국에서 잊지 않을 만큼 노력을 해서 지금까지 이끌어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국에서 영어를 쓸 일은 없었지만, 고등학교 때까지 학교 수업에 영어가 포함되어 있잖아요. 그래서 까먹지 않은 만큼 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뮤지컬에 대해서 공부를 시작했을 때 칼린 선생님과 영어로 대화를 하다 보니 잊혀졌던 영어가 많이 살아났었고, 이 작품을 만나고 더 자주 영어를 쓰면서 문제가 거의 다 없어지게 됐죠. 

Q. 이 작품, 체력적으로 부담도 많았을 것 같은데 

최재림 : 작품의 러닝타임이 1시간 40분 정도 되거든요. 그중에서 1시간 20분 정도를 무대 위에 계속 있어요. 작품이 시작하고 끝날 때까지 무대 위에서 이야기를 만드는 작품이 흔치 않잖아요. 무대 위에 나와 있는 동안 굉장히 많은 걸 해야 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초연과 재연, 바뀐 부분들이나 수정되거나 쌓으려 했던 부분이 있었을까 

최재림 : 사실 이 작품 속 인물이 쓰이기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어요. 실제로 무대 위에서 말하고 노래를 하게 된 건 7년 정도 됐죠. 그 사이에 큰 틀이나 내용이 바뀌지 않았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처음부터 조쉬 코헨이라는 역할의 연기를 시작했고, 초연부터 쌓아왔던 만큼 정형화되는 부분들이 있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어요. 확실한 건 지금은 조쉬 코헨이라는 역할에 대해서 연기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데 있어서 계산이 서는 것보다 그냥 극 안에 편하게 녹아들어서 휩쓸려가고 이끌어가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올해 다시 이 작품을 만났을 때 매일매일 공연이 굉장히 다르더라고요. 어떤 날에는 조쉬로서 극에 빠져들어 있고, 어떨 때는 저 스스로가 연기를 하고 있거나, 제가 저도 모르게 인물을 연기하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어요. 어떤 점에 신경을 썼냐고 묻는다면, 잘 하기 위해서 신경을 썼다기보다는 이 작품에 최대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말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그걸 보여주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Q. 조쉬 코헨은 어떤 인물일까 

최재림 : 일단 굉장히 밝고 해맑은 친구죠. 쉽게 지치지 않고 목표가 뚜렷하고 정말 단단한 사람이에요. 극에서 그 크기가 보이지 않지만 큰 목적, 부모님을 찾겠다고 한국으로 향하는데 시작부터 '주소가 없어졌어요. 그래서 못 찾아'라는 말을 듣거든요.  말 그대로 시작 지점에 서있는데, 한 걸음 내디뎠는데 도착했다고 하는 거죠. 관객들 입장에서 극 초반이라 실패의 크기를 바라봤을 때 커 보이지 않지만, 인물 그대로를 바라봤을 때는 100% 실패죠. 답이 없는 막막한 상황에 놓였지만, 일단 한국에 남아서 조금 더 찾아보고자 해요. 그래서 학원에 들어가 영어를 가르치고, 한국어를 배우죠. 저는 이 시간은 몇 개월로 봤어요. 몇 개월간 혼자서 살아가면서 한국 생활에 지쳤던 인물이 우연히 이태원 게이바에 들어가 이상한 할아버지를 만나고, 엉겁결에 방송에 나가게 되죠. 그 뒤로도 또 몇 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요. 그러다가 엄마를 찾았다고 해서 가게 되는데 문 앞에서 거절을 당해요. 또 몇 개월 동안 문 앞을 찾아가서 겨우겨우 엄마를 만나게 되죠. 그런데 원하는 대답은 한 마디로 못 들어요. 그래서 이게 내 운명이구나라고 생각하고 한국을 떠나려고 하는데 또 누군가가 내 발목을 붙잡죠. 그래서 다시 한번 가게 됐는데 예상했던 대답이 아닌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고, 유일하게 온전한 정신을 가진 외삼촌한테 그래서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니까 조쉬로써는 이해하지 못하는 이야기만 하죠. "왜 네 궁금증만 채우려고 하냐, 너는 잘 살았으니까 된 거 아니냐"라고요. 조쉬는 극 중에 여러 번 무너지고, 포기를 하지만 그럼에도 일어서죠. 정말 계속해서 답답한 상황의 연속이거든요. 답답함이 극에 달해서 다른 사람 생각을 더 이상 안 해야겠다. 그 사람이 얼마나 아프던 상관 안 하고 묻겠다고 가는데 또 어떤 사건이 터지게 되죠. 결국 마지막에 한 장의 편지로 궁금했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요. 여기까지 오는 데 있어서 누군가는 멘탈이 무너졌을 수도 있는데, 조쉬는 멘탈이 정말 강한 친구라서 이 모든 걸 겪고도 이겨내고 나아갑니다. 밝았던 아이가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고, 그 과정에서 부정적인 아이로 변했지만 결국에는 해답을 얻으며 어른으로 성장한.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기가 누구인지를 깨닫고, 받아들이고 나아가게 되는 인물이지 않나 싶습니다.  

Q. 본인이라면 

최재림 : 일단 저는 무대에서 많이 보여드리고 있습니다.(웃음) 화도 많이 내고 이기적으로 행동하기도 해요. 물론 무대라서 가능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현실에선 안 그럴 것 같거든요. 이 작품을 하면서 육체적으로 힘들기 보다 정신적으로 힘들 때가 더 많았거든요. 현실이었다면 정말 답답하고 힘들었을 것 같아요. 슬픔이랑은 또 다른 감정이지 않나 싶습니다. 공연을 하고 있다 보면 '지친다' '답답하다'라는 게 가장 크게 다가와요. 일단 작품 속에서 해소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서 정말 화를 내고, 울면서 이 감정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조쉬 코헨의 모티브가 된 친구가 한국에서 2년가량 보냈었는데, 그중에서 저희랑 1년 가까이 같이 지냈었거든요. 옆에서 바라봤을 때 정말 참 밝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속에선 뭐가 휘몰아쳤을지는 모르겠지만,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보다는 되게 덤덤하게, 침착하게 상황을 받아들였었거든요.   

Q. 현실 속 조쉬가 공연을 봤었을까 

최재림 : 네, 초연부터 다 봤어요. 개인적으로 인상이 깊었던 적이 있는데, 공연을 보고 나서 재밌다는 이야기도 했고 고맙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듣고 나서 마음이 아팠던? 아니, 내가 아픈 게 맞는 걸까. 이게 어떻게 보면 동정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했던 말이 있거든요. 극 중에서 '김밥 천국' 씬이 있는데 이 장면이 싫다고 말했던 적이 있어요. 그 씬을 보는데 고개를 돌리고 싶었다고 하더라고요. 엄마를 보기 싫어서, 그 장면 자체가 보기 싫었다고. 이 말을 듣고서 '아,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조쉬 스스로 완벽하게 이 마음을 털어내지 못 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기억에 많이 남았던 말입니다. 

Q. 60년 동안 17만 명 이상의 아동이 해외로 입양 보내졌다. 많은 입양아가 수년 혹은 수십 년 뒤에 한국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하던데 

최재림 : 맞아요. 처음 이 작품을 맡았을 때 작가님이 여러 자료들을 보내주셨었어요. 관련 다큐도 많이 찾아봤죠. 사실 입양이라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다른 사람의 아이를 내 아리로 받아들인다는 것, 그 개념 자체가 굉장히 큰 사랑이거든요. 그런데 많은 인터뷰나 영상 속에서 그런 큰 사랑을 받고 컸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허하다고 하더라고요. 작품 속 조쉬 코헨처럼 누구보다 행복하게 크고, 사랑을 받았는데 뭔지 모르게 마음속 한 부분이 허하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런데 그걸 다른 말로 하면 극 중에 나오는 대사가 있어요. "나만 달랐다. 왜 내가 다른지, 왜 내 부모님과 형제들, 친구들은 다 파랗고 초록색의 눈을 가지고 있는데 너는 왜 다르냐고 물어본다"라고요. 이게 큰 것 같더라고요. '내가 누구인지, 난 왜 다른지'. 그리고 다른 장면에서 조쉬 코헨이 말하죠. "내 인생은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봐야 알 수 있다"라고요. 태어나면 당연히 아는 건데, 난 물어봐서 알아야 한다는 질문이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궁금증이 아닐까 싶어요. 물론 대다수가 성공하기 못하고, 찾지 못하고 한국을 떠나지만요. 그런데 이들 중에서는 종이로 남아있는 정보, 혹은 정말로 가족을 찾아서 엄마 혹은 아버지, 누나와 동생, 오빠, 언니를 만나는 경우도 있어요. 그들은 한국을 떠날 때 보면 또 느낌이 분위기가 달라지더라고요. 다들 내가 누구인지 몰랐지만,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더 많은 시간 동안 그들과 만나고 대화를 하고, 자료를 찾았을 때 채워지는 무언가가 있던 거였을 거라고 생각해요.  

Q. 작품 속 동생인 준수, 진짜 동생이었을까. 기사나 영화를 보면 지구 반대편에 있던 쌍둥이에 대해서 서로 느낄 수도 있다고 하는데 그것처럼 자연스레 알게 된 걸까 

최재림 : 저는 두 가지 측면으로 봤어요. 일단 기자님이 말씀하셨던 말할 수 없는 어떠한 상황이 맞을 수도 있고, 또 어떻게 본다면 조쉬가 가진 무의식이 점점 커지면서 만들어낸 또 다른 자아이지 않을까라는 거죠. 자유롭게 해석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두 가지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다른 이야기로 해석을 할 수 있다고 봐요. 어떻게 보면 준수가 어릴 때부터 자기도 모르는 퀘스천이 있었을 수도 있고, 만약 쌍둥이 형제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면 그래서 쌍둥이 형제의 무의식에 들어갔을 수도 있고요.  

Q. 딜리아라는 인물은? 

최재림 : 사실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인물이 아닐까 싶어요. 우선 조쉬 코헨이 한국에서 생모를 찾는 데 있어서 어떤 조력자가 가장 어울릴까에서 시작했어요. 어떤 인물이 도와줘야 내용이 산으로 가지 않을까, 그럼 경찰이 도와줘야 할까? 아니면 처음 나왔던 중앙 복지회에서 일하는 도우미가 도와줘야 하나? 여자여야 할까? 아니면 남자여야 할까, 그럼 나이가 많아야 하나? 아니면 조쉬보다 어려야 할까. 여자를 붙이면 그림이 좋아지겠지만 그럼 사랑 이야기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럼 남자를 붙여야 하나? 근데 그 남자는 어떤 연관성이 있길래 처음 보는 사람을 저렇게 도와줄까? 등등의 질문이 이어졌죠. 그러다가 박칼린 선생님이 실제로 본인이 오래전에 이태원서 마주쳤던 한 게이바의 사장님을 이야기하셨어요. 본인 개인의 삶도 소외받고, 버림을 받았던 뭔가에 대한 아픔이 있는 인물이었죠. 그런데 그 아픔을 가슴에 안고 '난 실패했지만, 누군가는 내가 성공으로 혹은 치유해 주고 싶다'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어요. 그 누구에게도 큰 오해를 불러들이지 않을만한 캐릭터가 그렇게 만들어졌죠.  

Q. 동떨어져있으면서도, 작품 속에서 교집점이 되는 인물이었던 것 같다. 

최재림 : 딜리아라는 인물이 정말 많은 수정을 거쳤어요. 어떻게 보면 생뚱맞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모든 관객들의 입맛을 맞출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한 인물을 그렸고 서사를 채우면서 만들어나갔죠. 50년 넘게 이태원의 게이바를 이끌어 오는 사장인 딜리아는 사랑하는 사람이 어떤 사건으로 떠나고 40년간 그 자리에서 터줏대감처럼 살아오게 되죠. 남겨진 사람이고, 지금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그 시대, 당시의 사회적 상황을 바라봤을 대 더더욱 소외되고 버려졌을 거란 말이죠.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람이었던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버려진 어린 친구들을 품고 살아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그걸 실천에 옮길 정도로 마음이 넓어요. 이 인물이 극을 이끌어가는데 필요한 이유가 여기서 나와요. 딜리아는 이 작품 속에서 자기가 누구인지, 자기 자신에 대한 정체성은 그 누구보다 더 확고하고, 진지하게 알고 있거든요. 딜리아는 조쉬라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구멍을 본능적으로 깨달았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내가 얼마나 큰 힘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도와주고 싶다고 마음먹게 되고, 그를 도와주지 않았을까 싶더라고요.  

Q. 그래서일까, 본지는 작품을 보면서 딜리아가 말하는 '문을 열다'라는 말이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본인이 생각했을 때 가장 큰 메시지는 뭐가 있을까 

최재림 : 확실히 문이라는 것도 핵심 키워드 중에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는 "나는 누구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는 "괜찮아, It's Okay"까지 이 세 가지가 가장 큰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 같아요. 조쉬의 여정에 있어서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은 사람이 생판 모르는 곳에 와서, 정답이 있는 곳의 문을 찾게 돼요. 두드려도 열리지 않았던 문이 계속 두드리다 보니 열리게 되고 결국 정답을 얻게 되죠. 그래서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어요. 관객분들이 봤을 때 결말이 만족이 안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뭐라는 거야" "잰, 여전히 아프잖아"라고 말하는데 그것 또한 괜찮다는 거예요. 내가 원하는 해답이, 내가 원한 만큼의 정답이 아닐지라도 결국엔 그 정답이라는 걸 얻었잖아요. 그 정답을 찾기 위해서 노력을 했고, 결국 얻었으니까. 그래서 괜찮아 인 거거든요. 이 작품을 하면서 행복의 수치가 다르다는 걸 또 한 번 느꼈던 것 같아요. 수치화를 한다는 게 웃기지만, 누군가는 한 달에 100만 원만 벌어도 행복함을 느끼고 또 다른 누군가는 10억을 벌어도 불행할 수도 있잖아요. 그 기준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Q. 가장 좋아하는 넘버나 장면이 있다면? 

최재림 : 일단 오프닝 '에어포트 베이비'요. 조쉬 코헨이라는 인물의 모든 서사가 담겨있어요. 그리고 앞서 이야기를 했지만 외삼촌한테 말하는 장면에서 "내가 입양아라서 답답한 부분이 있다. 내 인생을 알려면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봐야 한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가장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사실 이 장면도 두 사람 다 맞는 말을 하고 있어요. "우리도 슬픈데 너는 왜 그 슬픈 이야기를 듣고 싶냐"라는 삼촌의 말도 맞는 말이거든요.  

Q.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재림 : 일단 편하게 공연을 보러 오실 날을 기대하고 소망하고 있습니다. 우리 작품 <에어포트 베이비>는 실질적으로 입양인 조쉬가 한국에 와서 생모를 찾는 여정이지만, 전 큰 개념으로 봤을 때 무언가 답을 찾으러 와서 답을 찾고 떠나는 이야기라고 바라봅니다. 그래서 그 여정을 보시고 함께해 주시고, 본인이 찾고자 하는 답이 있다면 혹은 돌파해 나가고 싶은, 헤쳐나가고 싶은 고민이 있다면 끝까지 노력하고 의지를 가지고 부딪히다 보면 결국 이겨내고 해낼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여러분들도 충분히 'It's Okay' 될 수 있다고요. 우리 다 같이 '괜찮다'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저 뿐만이 아니라 공연을 하고 있는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열심히 공연을 하고 있으니 응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Q. 계속해서 애정 하는 작품이 될까 

최재림 : 예, 나이가 들어서 조쉬 코헨 역을 못할 때가 되서도 가장 기억에 남아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공연을 하고 있을 때는 저를 되게 힘들게 하는 작품이지만요. 앞서 말했던 것처럼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작품이라서 공연이 끝나갈 때 "아, 이번이 마지막이다"라고 곱씹거든요. 이번에도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Q. 가능성은 일단 열어두어도 될까 

최재림 : 그런데 다시 공연이 올라간다고 하면 "그럼 이번이 마지막이야" "딱 한 번만 더할까"하지 않을까요?(웃음) 

Q. 올 한 해 나를 자평해보자면 

최재림 : 10점 만점으로 봤을 때 저는 9점에 가깝지 않을까 싶어요. 시기가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무대에서 연기하고 노래를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감사한 한 해이지 않나 싶어요.  

Q. 1년 후 나에게 하고 싶은 말? 

최재림 : "모두가 상당히 추웠던 1년을 보냈다. 1년 동안 많은 관객과 배우, 작품들을 만났겠지? 행복했겠다. 부럽다.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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