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블러디사일런스' 이대웅 연출가 "작품 성공? 보는 순간 촉이 왔어"
[인터뷰] '블러디사일런스' 이대웅 연출가 "작품 성공? 보는 순간 촉이 왔어"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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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작품의 성공, 앞으로 기억되는 한 사례가 되길바라"
"컬트 문화 20년 사이클 돌아와... 앞으로 다시 뜨는 장르가 되지 않을까"
"모두가 원하는 차기작, 아이디어는 많아..."

뮤지컬 <블러디 사일런스: 류진 더 뱀파이어 헌터>(이하 '블러디 사일런스')가 오는 11월 1일 대단원의 막을 내릴 예정이다.

뮤지컬 <블러디 사일런스>는 뱀파이어 판타지에 현대식 감성을 섞은 작품으로, 주인공이자 서울체고 사격부 선수인 '류진'이 뱀파이어 '생제르맹'의 계략으로 꽃미모의 뱀파이어가 된 '준홍'을 만나면서 발생하는 사건사고들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창의인재 동반사업 쇼케이스 ‘데뷔를 대비하라’에 선정되어 큰 호평과 함께 작품성과 가능성을 인정받은 이번 작품은 이대웅 연출의 멘토링을 통해 올해 대학로 무대로 올라오게 됐다.  

본지는 앞서 진행한 릴레이 인터뷰의 장을 마무리하기 위해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은 이대웅 연출가를 만났다. 다음의 일문일답을 통해 그가 이번 작품을 참여한 계기부터 차기작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다음 인터뷰 내용에는 뮤지컬 <블러디 사일런스>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이대웅 : 안녕하세요. 공연 연출을 하고 있는 이대웅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Q. 지난해 '데뷔를 대비하라'를 통해 이 작품을 알게 된 걸까.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이대웅 : 네, 일단은 사실 처음부터 이 작품과 함께 하지는 않았었고, 당시 창작진들의 멘토를 하셨던 최경화 프로듀서님의 연락을 받게 됐죠. 다른 멘토들에게서는 가능성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본인이 보실 때는 이 작품에서 가능성을 봤다고 하셨어요. 처음에는 연출을 바로 말하지 않고 품평을 해달라고 해서 봤는데 지금과는 정말 달랐죠. 노래 한 곡이랑 시놉시스, 그리고 세 명의 등장인물밖에 없었거든요. 처음 봤는데 느낌이랄까요. 촉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공연계에서 잘 볼 수 없는 결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전 재미있게 봤다"고 말해드렸었죠. 그런데 그 뒤에 이제 저보고 시간이 맞으면 쇼케이스라도 맡아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25분 정도의 작품에 옵서버로 참여하겠다고 하고 작가님, 작곡가님을 뵙고 나서 팀을 꾸리기 시작했어요. 쇼케이스 용이니까 세 명의 주요 등장인물을 위주로 해서 전략적 동반자를 엔딩으로 잡고 개인 에피소드를 넣어서 4곡 정도, 25분짜리 쇼케이스용 공연을 만들게 됐죠. 이때 성공적으로 끝내서 사실 그 뒤에 딤프 이야기도 나왔었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소개가 돼서 올해 공연까지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Q. 확실히 올해 올라간 작품들 중에서는 가장 다른 결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다. 이 작품의 매력은 뭐였을까 

이대웅 : 일단 작품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은 세계관이 가지고 있는 의외성이 아닐까 싶어요. 뻔한 뱀파이어물에서 벗어난 작품이거든요. 그냥 한 사람, 그가 가지고 있는 영혼이 성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매력이었던 것 같아요. 내용도 B급이라는 장르를 표방하면서 명랑 만화 같은 대사들, 그리고 꿈과 희망을 전달하는 것 같은 매력적인 인물들과 앞서 말한 의외성을 가진 세계관에서 오는 사건사고들이 있죠. 예를 들어 만성절이 할로윈이잖아요. 할로윈이 극에서 절정으로 치닫는 그날인데, 작품 속에서 처음부터 이 말이 나와요. 이걸 은유하는 '만성' 목공소에서 주요 인물들의 사랑과 우정이 싹트거든요. 여러 요소들이 재미있게 포진돼있지 않나 싶어요.  

Q 처음 공연을 봤을 때 어느 정도 촉이 왔다고 했는데, "아 맞아. 내 예상이 맞았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언제였을까 

이대웅 : 둘도 말고 연습실에서 처음 연습을 시작했을 때 이 작품 되겠구나 했습니다.(웃음) 배우들이 연습실에서 한 번 읽어보고 이제 비어있는 오차들을 채워가는 과정에서 다들 웃었거든요. 그냥 연습 내내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배우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연습 때 연출님이 많은 부분들을 열어주었다고 들었다. 평소에도 배우들에 많은 부분들을 열어주는 편일까 

이대웅 : 다른 연출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저는 많이 열어주는 편이에요. 물론 작품에 따라 많이 달라지긴 하죠. 정답지가 나와있는 라이선스 작품들은 오히려 굉장히 스탠더드하게 갑니다. 우리 작품과 같이 열린 구조의 작품들은 배우들과 함께 만들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Q. 네 명의 캐릭터가 나오는데, 이것만은 지켜서 가려고 했던 포인트가 있었나 

이대웅 : 어떤 배우가 오든지 간에 이 인물이 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있고, 목소리가 있거든요. 그 부분들은 최대한 엇나가지 않으려고 주력을 했던 거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 인물은 이렇게 해야 돼!"라는 건 없었어요. 사실 이 작품 속에서 보이는 인물들이 어떻게 보면 사회에서 소외된 인물들이거든요. 인싸(인사이더, 사람들과 잘 어울려지내는 사람을 이르는 말)보다 아싸(아웃사이더,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 말)에 가까운 친구들이랄까요. 그래서 캐릭터에 많은 걸 쥐어주는 것보다 큰 틀 안에서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탤런트를 살리는 게 더 재밌어질 것 같았어요.  

Q. 연출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인상 깊었다.   

이대웅 : 말 그대로 카오스였죠. 그냥 해볼 수 있는 거, 할 수 있는 걸 다 때려 넣었거든요. 사실 일단 극장이 깊이가 없고 좌우로 과도하게 넓거든요. 그래서 이 안에서 만들 수 있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해봤죠. 배우가 갑자기 어떤 방향을 주시하고 관심을 가진 듯한 액션을 했을 때 관객들도 시야 밖에 있다가 같이 집중을 하게 되는 그 순간, 순간을 만들려고 했던 것 같아요.  

Q. 다사다난했던 공연이 아닌가 싶다. 첫 공연이 올라갔을 때 호평과 혹평을 오갔다. 그리고 일주일간의 공연 중단, 다시 재개를 하고 관객들의 호응 속에서 연장 공연까지 오게 됐다. 배우들도 그렇고 창작 진 또한 냉탕과 온탕을 오가지 않았나 싶다. 

이대웅 : 그렇죠. 그런데 이 시기, 우리가 맞이한 코로나19 사태가 예측이 가능한 게 아니었잖아요. 예측이 불가능한 시간 속에 들어섰던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말은 전 공연을 계속하고 있다는 게 아닐까 싶어요. 사실 모든 공연이 다 그렇거든요. 매번 불확실성이라는 걸 가지고 공연을 올리죠. 오히려 이 시기에 저는 개인적으로 다른 의미의 생각을 갖게 됐어요. 저의 사고방식의 틀은 어떤 문제가 있거나 사건이 발생해도 일단 하고 있는 공연은 끝내놓고 생각하자라는 거였죠.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사고들이 터지니까 대처하는 애티튜드가 뭔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 거죠. 결론은 우리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지 않으면 안 되더라라는 거였어요. 코로나로 작품이 홀딩 되고 임시 중단을 하는 것들을 겪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조금 더 우리 주변 사람들을 웃게 만들어 힘든 시간을 잊게 해드리고 싶었고, 요즘 너무 심각한 이야기를 전하는 작품들이 많다 보니 그냥 마음 놓고 웃을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런 마음이 이 작품을 하면서 들었습니다.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힘들었던 적은? 

이대웅 : 일단은 이 이야기를 잘 벌려놨는데, 이걸 벌린 만큼 모으는 데 있어서 약간의 시간성이 필요했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과 시행착오를 겪게 됐죠. 그런데 이 시기, 코로나 때문인지 다들 작년과는 다르게 조금 더 느긋해져서 이겨내지 않았나 싶어요.(웃음) 다들 "괜찮아, 우리는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더 찾아볼게" 하면서 서로를 기다리고 응원했었던 게 아름다웠습니다. 급할 때일수록 돌아서가는 미덕이 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Q. 배우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시즌 2, 스핀 오프 등의 기대감을 읽었는데 연출님의 생각이 궁금하다.  

이대웅 : 아무래도 배우들은 자기 배역이 가지고 있는 서사를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어 했을 것 같네요. 맞을까요?(웃음) 저도 사실 차기작에 대해서 기대감을 가지고 있어요. 일단 앞서 말했던 세계관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물론 이 이야기 이후의 이야기는 작가님이 쥐고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 처음 오게 된 뱀파이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요. 서울에 뱀파이어가 있다는 거 자체가 당연한 일이 아니잖아요. 서양 문물이 우리나라에 처음 도착한 시기가 있었던 것처럼 뱀파이어가 처음 우리나라에 왔을 때 이야기를 하는 거죠. 이게 약간 시즌 3의 시나리오라고 한다면, 일단 시즌 2는 헌식의 스승님이자 선임 구마 사제 베네딕트 신부의 이야기가 나오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베네딕트 신부님은 문민정부 시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속에서 피닉스 포포가 왜 피닉스 포포가 됐는지, 김춘삼 베네딕트 신부님이 왜 피닉스 포포를 혼전순결을 하면서까지 지키게 됐는지를 이야기하는 거죠. 그 속을 들여다보면 베네딕트 신부님의 아주 슬픈 금지된 사랑 이야기도 나오는 겁니다. 여러 사건들이 발생하고 신부님이 사랑하던 첫사랑의 영혼이 피닉스 포포에게 들어가게 됐다는 상상을 해봤었습니다.(웃음)  

아니면 최초의 구마 사제 이야기도 생각해 봤었거든요. 생제르맹이라는 뱀파이어가 어떻게 우리나라에 오게 됐는지를 이야기하는 거죠. 최초의 구마 사제, 뱀파이어 헌터는 갑신정변 때 삼일천하 이야기로, 삼일 동안 우리나라에 오게 된 뱀파이어가 수도를 쑥대밭으로 만드는데 사제 서품을 받은 최초의 신부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가 구마 사제 서품을 받고 생제르맹을 추적하면 재미있지 않을까도 생각해봤죠. 아니면 생제르맹의 이야기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생제르맹이 400년을 이야기하는데, 기원으로 가서 외전 편으로 뮤지컬이나 영화의 소재로 쓰이는 '드라큘라'를 패러디하는 거죠. 하급 뱀파이어의 이야기로 트란실바니아에 있는 드라큘라 성 앞에 농가에서 있는 하급 뱀파이어 생제르맹이 귀족을 꿈꾸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세계관을 가지고 여러 이야기를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는 합니다. 저희 작가님이 상상력이 좋아서 만약 한다면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지 않을까 싶어요. 아, 사실 헌식이도 한국 사람은 아니었거든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이는 콜롬비아 갱스터 느낌의 청년이었죠. 남미 스타일로 문신도 있고 수염도 기르고 스웩이 넘치는 한국말 잘 못하는 콜롬비아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가톨릭대학교에서 쫓겨난 사고뭉치 신부님이 됐죠. 확실히 만화적인 설정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공연을 올리는 과정에서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무대 위에서 구현하는 과정에서 많이 다듬어졌어요. 이런 서브컬처들을 최대한 공연 속에 녹였던 것 같아요. 배우들 또한 합심해서 즐겁고, 재밌게 만든 작품입니다. 이 작품이 관객분들에게 좋은 작품으로 기억되고 도화살이 돼서 <블러디 사일런스>라는 작품이 하나의 세계관을 엮어주는 이야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부제도 지금 '류진 더 뱀파이어 헌터'인 것처럼, '뱀파이어 오브 슬레이어 베네딕트'가 차기작의 부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웃음)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유니버스에 대한 이야기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공연계에서는 컬트적인 문화, 서브컬처를 가진 작품들이 드물기 때문에 만약 시리즈물이 만들어진다면 그것 또한 흥행하지 않을까 

이대웅 : 정말로 사이클이 딱 20년 흘렀어요. 컬트라는 단어가 엄청나게 잘 쓰이다가 순식간에 사라졌었거든요. 제가 딱 그 세대여서 잘 알고 있는데 인터넷 문화가 시작되면서 급격하게 사라졌었어요. 컬트문화 라는 것 자체가 이야기를 쥐고 있는 사람들이 끌고 가는 비중이 높아서 거기에서 나오는 독특함이 하나의 문화가 된 거거든요. 그런데 인터넷이라는 게 나오면서 모든 정보가 공개되는 세상이 되어버렸어요. 그게 효력이 없어지면서 문화가 바뀌기 시작했거든요. 서브컬처, 컬트 모두 한순간에 사라졌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이들이 다시 살아나고 있더라고요. 

Q. 이 작품이 관객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나 

이대웅 : 하나의 사례였으면 좋겠어요.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이 사례를 통해서 이제는 어쩌면 만드는 사람의 편견과 보는 사람의 편견을 떠나서 이런 장르도 통할 수 있구나"라는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이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야 앞으로 더욱 좋은 작품들이 끊임없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주위에서 지금의 공연계가 위기라고 하거든요. 그럼 저는 그래요. "맨날 위기라는데 그럼 좋았던 때는 언제야?"라고요. 따지고 보면, 제가 처음 일했을때도 그렇고 지금까지 좋았을때가 없었어요. 제 세대도 아니더라고요. 제 세대보다 훨씬 전이었어요. 항상 그래요, 지금 모든 배우들과 공연장, 스태프, 창작진 모두 위기 속에서 공연을 올리고 있어요. 어렸을 때는 공연계가 위기라고 했을 때 '망하면 어떡하냐"라고 했는데, 지금 이만큼 살아보니까 계속 위기 속에서 공연을 하고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양지와 음지가 다 같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양지쪽의 이야기만 듣는다고 중요한 게 아니고 그만큼 음지쪽의 이야기가 활성화되어야 양지도 돋보이지 않을까요. 그래서 엄청난 뭔가 대단한 예술을 하고 있는 게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 싸구려도 아닌 작품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너는 욕을 할 거야 그런데 또 재밌어 죽을걸? 또 보고 싶을걸? 이런 말이 나올 수 있는 작품, 사례가 되면 좋겠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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