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17화 유럽 어느 별장에 온듯 
[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17화 유럽 어느 별장에 온듯 
  • 이상우 추리작가협회 이사장
  • 승인 2020.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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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시간이 얼마나 있습니까?”
“나요? 지그부터는 따로 할 일이 없습니다.”
“저도 근무 시간을 마치고 나왔거든요. 한수지의 범인을 잡는 일을 돕자면 선생님이 더 아셔야 할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여기 말고...”
나는 속으로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을 같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디 가서 맥주라도 한잔 하면서 이야기 할까요?”
“아니, 그러지 말고 저희 집에 가시면 어떻겠습니까?”
“유성우 씨 집으로요?”
“예. 저 혼자 살거든요. 거기서 저녁도 잡수시면서 추리소설 이야기도 좀 듣고 싶은데요. 저는 르까레나 포사이스를 좋아 하거든요.”
“첩보와 스릴러를 즐기는 군요.”
“가시겠습니까?”
“좋습니다. 같이 가지요.”
우리는 일어서서 기념관을 나왔다.
“여기 문 앞에서 잠깐 기다려 주시겠어요?. 제가 차를 가지고 오겠습니다. 유료 주차장에 있거든요.”
그는 가방을 휘저으며 바쁘게 가까이 있는 건물의 지하 주차장으로 갔다. 
채 5분도 안되어 은색의 날렵한 외제 자동차가 와서 섰다. 
“선생님 타세요.”
운전석 옆의 창문이 열리고 유성우가 고개를 내밀었다.
내가 차를 타려고하자 문이 자동으로 스르르 열려 깜작 놀랐다.
“와, 좋은 차 같은데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닫기네요.”
“아버지 차예요. 공무원이 외제차 타고 다닐 수 있나요?”
“이 차는 이름이 뭐예요? 날씬한 백인 여자 같은데...”
“차가 여자 같다는 말씀 처음 듣습니다.”
“벤츠는 아닌 것 같고...”
“람보르기니라는 차입니다. 정확히 말씀 드리면 람보르기니 아반타도르라고 하지요.”
“이런 차는 엄청 비싸지요?”
“글쎄, 잘 모릅니다. 아버지가 스웨덴 지사에서 쓰던 차를 들여왔다면서 안타고 있기에 제가 필요할 때 잠깐씩 빌려 씁니다.”
“차 값이 엄청 비싸지요?”
“글쎄 전 잘 모릅니다.”
“억대는 넘겠지요?”
나는 별로 부자가 아닌 소설가이기에 이런 고급 자동차를 한번 타 봤으면 하는 허영심이 가끔 발동한다.
그래서 고급 자동차를 타는 사람을 보면 항상 부러웠다.
“아버지가 부자군요.”
“저는 월급쟁입니다.”
“성우 씨는 무엇을 전공하셨나요?”
“IT 공부를 좀 했습니다. 미국서 한수지가 유전자 공부를 할 때 나는  주커버그 회사서 IT 공부를 했습니다. 지금도 그쪽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니 정부의 정보기관에 근무하는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 거기서 IT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정보라는 것이 IT 기술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아닙니까?”
자동차는 도곡동의 숲길로 들어섰다.
“집이 외딴 곳에 있네요.”
“다 왔습니다.”
자동차가 높은 담으로 둘러싸인 곳 큰 대문 앞에 닿았다.
커다란 대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차가 안으로 들어가자 대문이 다시 자동으로 닫치고 차는 마치 숲속 같은 데로 들어와 섰다.
“다 왔습니다. 내리시죠.”
나는 차에서 내려 깜작 놀랐다.
주택이 아니고 어느 외딴  휴양지에 온 것 같았다.
남국에서 옮겨 심은 듯한 처음 보는 정원수와 수영장.
숲속에 서있는 아름다운 조각들. 
가든 파티 때나 쓸 것 같은 벤치와 돌 테이블.
숲속 같은 오솔길 앞에 서있는 하얀 2층 건물.
모든 것이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엑조틱한 분위기였다.
“여기서 사십니까?”
“예. 이것도 아버지 집인데 비어 있어서 그냥 내가 쓰고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시죠.”
나는 그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실내도 유럽의 어느 귀족 집 거실에 온 것 같이 화려하고 품위가 있게 장식되어 있었다. 벽난로, 커다란 부부의 초상화, 세계 각국 머그잔을 다 모아 놓은 것 같은 장식장, 그중에도 나를 압도하는 것은 어마어마한 산데레아 높은 천장에 매달려 있는 것이었다.
“와, 여기는 유럽 왕실 별장 같아요. 서울에 이런 곳이 있다니....”
나는 감탄하며 사방을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도대체 아버지가 얼마나 부자기에 이런 집에 산단 말인가.
나는 벽을 둘러보다가 한곳에 멈추어 섰다.
“아니? 이 사진은...”
분명히 한수지로 보이는 여자가 유성우와 함께 웃으며 와인 잔을 들고 있는 사진이었다.
뒤에 돌아선 사람이 두어 명 보였으나 누군지 얼굴은 안 보이는 사진이었다.

“이사진 한수지 씨죠?”
“맞습니다.”
나는 벽난로 위 조그만 사진틀에서 또 다른 사진을 발견했다.
유성우가 한수지의 뺨에 키스를 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이 사진도?”
내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물었다.
“예. 술이 한잔 되어서... 가슴이 어떻게 뛰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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