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난설' 최호승 "허초희 詩, 마음속으로 느껴주시길"
[인터뷰①] '난설' 최호승 "허초희 詩, 마음속으로 느껴주시길"
  • 이지은 기자
  • 승인 2020.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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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 役 맡아...경계에 서 있는 인물로 표현하고 싶어
중의적 대사, 넘버가 매력적인 작품

"우리의 마음속에 허초희의 '시'(詩)가 있음을 느끼셨으면." 

배우 최호승이 뮤지컬 <난설>을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공연 중 등장하는 그녀의 시를 계속 보여드리고 싶다는 것. 그는 "<난설>은 여름에 내리는 눈처럼 계절에 상관없이 항상 우리들의 마음속에 있을 수 있는 허초희의 시"라고 정의했다.

시작은 "뮤지컬 배우 최호승입니다"라는 평범했던 인사에서 비롯된 걱정과는 달리, 배우 최호승과의 인터뷰는 유절쾌절(愉絶快絶)하고 그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몸소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배우 최호승 / 사진 ⓒ 이지은 기자
배우 최호승 / 사진 ⓒ 이지은 기자

작품은 허난설헌의 조선 시대 여성 시인 허초희와 그의 동생인 허균 그리고 허초희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본 스승 이달 세 사람을 모티브로 만든 이야기다. 그들이 그린 세상과 시를 국악적인 거문고와 피아노의 선율로 아름답게 풀어낸다. 

최호승은 허초희의 동생 허균 역을 맡았다. 그가 생각하는 허균은 "누이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다. 최대한 누이를 이해하고 싶지만, 시대적인 상황 때문에 그를 막을 수밖에 없는 경계에 서 있는 인물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가 표현하고 싶었던 경계란 어떤 것일까. "장면마다 많은 생각을 했는데, '광한전백옥루상량문' 처음 9살 때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누이가 둘째 오라버니가 선물해준 붓을 제게 주면서 '내가 선물했던 말을 기억하냐?' '나는 꼭 그리 할 것이다' '그것을 쓰고 싶다' '그것을 그리겠다'는 장면에서 충분히 누이를 이해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며 "저는 누이를 막으려는 마음도 없고 오히려 그를 이해한다는 표현을 하고 있는데, 충분히 잘 안 보이는 거 같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우 최호승 / 사진 ⓒ 이지은 기자
배우 최호승 / 사진 ⓒ 이지은 기자

이어 누이와 함께 시를 쓰고 배우는 장면을 꼽았다. 그는 "누이가 시를 써 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그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눈에 많이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고 누이와 함께 시를 쓰던 기억에 대해 "위험한 걸 알지만 누이의 행복이 더 우선이라 차마 막을 수 없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고 답했다.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허균이라는 인물이 굉장히 부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원망과 화만 있기 때문에 이렇게 연기를 하면 안 될 거 같았죠. 싫어서 막는 것과 누이의 행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막는 건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서 작품의 중심인 허초희에 중점을 두고 그의 삶을 이해하려 했어요."

허균의 행복은 오로지 누이와 함께할 때다. 극의 초반, 단 한 장면 만으로 끝나는 사실에 "분명히 많을 텐데 잠깐뿐이라 참 애석하다. 대본을 받아보고 너무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극 중 허균과 대립하는 이달이지만 "허균의 입장에서 이달은 당연히 좋은 스승이다. 용기가 없던 허균이 누이한테 못 해줬던 것을 이뤄주는 사람이자 고마운 사람이다"고 이야기했다.

배우 최호승 / 사진 ⓒ 이지은 기자
배우 최호승 / 사진 ⓒ 이지은 기자

최호승은 <난설>의 매력으로 '중의적'인 대사와 '넘버'를 꼽았는데, 직접적인 대사보다 여러 의미를 담고 있어 좋았다고. 그는 "대사가 헷갈려서 연습 때 어려웠는데, 초연을 했던 (유)현석이가 도와줘서 훨씬 빠르게 외울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같은 역의 최석진에 대해 "노래를 정말 잘한다. 제가 노래 공포증이 있었는데, 작년부터 많이 없어졌다. 레슨도 받고 꾸준히 뮤지컬을 하다 보니 노래가 재밌어지더라"고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넘버와 장면은 '광한전백옥루'이다. 그 이유로 "세상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허균의 성향을 누이가 대신해 아름다운 세상으로 그려져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허균을 이해하기 때문에 누이가 행복한 걸 알아도 막을 수밖에 없어요. 누이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누이를 잃을까 봐 더 겁이 나는 거죠. 실존 인물의 허균과 <난설>이 보여주는 허균은 달라요. 관객들은 누이가 하는 걸 왜 자꾸 못하게 할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죠. 최호승의 입장에선 허균에게 '막지 말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배우 최호승 / 사진 ⓒ 이지은 기자
배우 최호승 / 사진 ⓒ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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