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난설'에 반하다, 유현석 "위로됐으면 좋겠다"
[인터뷰①] '난설'에 반하다, 유현석 "위로됐으면 좋겠다"
  • 이지은 기자
  • 승인 2020.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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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에 이어 두 번째 참여...표현의 '폭'은 넓혀 허균 구상
처음 보는 관객도 '허난설헌' 이해할 수 있도록...
'난설' 정말 사랑하는 작품

수줍게 자신을 공연하는 사람으로 소개하던 유현석과 달리 뮤지컬 <난설>에 대한 질문에 배우 유현석은 거침없었다. 작품을 사랑하는 마음이 뚝뚝 묻어났던 눈빛을 지닌 그가 작품에 반한 이유는 '위로'다. 지금까지 공연하면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처음 가지게 한 작품이었다는 것. 지난해 초연에 이어 다시 한번 '허균'으로 돌아온 배우 유현석을 만났다.

배우 유현석 / 사진 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
배우 유현석 / 사진 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

<난설>은 허난설헌의 조선 시대 여성 시인 허초희와 그의 동생인 허균 그리고 허초희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본 스승 이달 세 사람을 모티브로 만든 이야기다. 그들이 그린 세상과 시를 국악적인 거문고와 피아노의 선율로 아름답게 풀어낸다. 

유현석은 허초희와 마찬가지로 허균 역시 천재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언급했다. 그는 "가진 게 많은 사람이라 한 발을 내딜 용기가 없었던 거 같다. 누이에 대한 마음과 옳은 일의 갈등을 겪는 인물이 허균이다"며 "'경계에 서 있는 사람'이라는 대사가 작품의 혀균으로 비친다"고 설명했다.

"행복했던 모습부터 죽기 전 환상까지 점프가 심한 극이에요. 허균의 대비되는 모습을 통해 관객들이 납득하고 흐름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요. 작가님은 허초희가 꿈꾸는 이상의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허초희를 어떻게 잘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허균이라는 인물이 화자이긴 하지만, 제목이 <난설>이기 때문에 점차 잃어가는 허초희를 볼 수 있게끔 허균을 구상했죠."

뮤지컬 '난설' 공연장면 중 허초희(왼쪽, 정인지 분)와 허균(유현석 분) / 사진 콘텐츠플래닝
뮤지컬 '난설' 공연장면 중 허초희(왼쪽, 정인지 분)와 허균(유현석 분) / 사진 콘텐츠플래닝

초연에 이어 재연에 참여하는 만큼 유현석은 정인지, 안재영과 함께 작품에 힘을 싣고 있다. 누구보다 <난설>에 큰 애정을 보인 그는 "(정)인지 누나와 만든 게 많았다. 이 일을 하며 만난 사람 중 가장 친하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번에 연습하면서 제 대사는 까먹었는데 누나는 어떻게 했고 하는지 기억이 나더라.(웃음) 제가 누나의 호흡을 많이 따랐고 의지하며 연기를 했다고 느꼈다. 새로운 멤버들과 함께 만들어 나간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현석이 재연을 준비하면서 가장 집중했던 건 "초연과 다르지 않게 하자"였고 초연 때 정말 열심히  했었다며 부끄러운 웃음을 띠었다. "아무도 모르는데 저만의 해석을 가지고 오는 건 아닌 거 같다. <난설>을 처음 보시는 분들도 허난설헌을  이해할 수 있게끔 초연 때와  같은 생각으로 표현의 폭은 더 넓혀서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끝까지 누이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던 허균이지만, 누이에게 목숨과도 같은 시(詩)가 불에 타는 걸 지켜볼 뿐이었다. 누이를 지키지 못한 거라는 죄책감이 밀려오지 않았을까. 이에 유현석은 "사실 허균이 그렇게 하라고 했지만, 제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본인의 목숨보다 소중한 시를 태우는 걸 보니까 굉장히 큰 좌절감이 들었다"고 답했다. 

"화나고 슬픈 감정만으로 연기하는 건 아니에요. 삶을 포기한 누이를 봤을 때 균이는 과정이 있었을 거예요. 무너져 가는 모습을 보는 과정이요. 누이가 말라가는 모습과 시를 태우는 모습까지 봤을 땐  행동을 취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굉장히 큰 무력감을 느껴요. 균이는 다 가진 사람인데,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 가장 큰 거죠. 복잡한 감정이 들어요."

뮤지컬 '난설' 공연장면 중 허균(유현석 분) / 사진 콘텐츠플래닝
뮤지컬 '난설' 공연장면 중 허균(유현석 분) / 사진 콘텐츠플래닝

극 중 세상이 무서운 허균은 누이 허초희와 달리 집안에서만 지낸다. 실제 유현석의 시각으로 허균을 바라봤을 때 "그를 이해하니까 공연하면서 자연스럽게 균이의 모습이 나온다. 실제로 누나가 있어서 대입하며 연습했었다. '우리 누나가 만약에 그랬다면'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가족이 다치고 온전한 삶을 이어갈 수 없다는 걸 아니까 누이가 평범하게 살길 바랐던 거 같다"고 말했다.

객석과 극장의 조명이 꺼지고 관객이 처음 마주하는 사람은 허균이다. 수려한 실력으로 <난설>의 처음을 책임지고 있는 유현석은 "시작부터 끝까지 힘든 공연이 처음이다"고 털어놨다. "다른 공연은 텐션이 느슨해지는 장면도 있는데, 우리 작품은 텐션이 계속 높다. 즐거울 땐 가장 즐겁고 슬플 때는 너무 슬프기 때문에 공연의 마지막쯤 되면 몸의 진이 다 빠진다"고 웃었다.

작품의 여운이 오래 지속하는 편인지 묻자 "끝나면 후련함이 굉장히 크다. 오늘도 <난설>의 이야기를 다 했구나. 여운이 남기보단 항상 실수한 부분은 체크하고 아쉬웠던 점을 바로 메모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작품을 통해 유현석은 "감정적으로 보면 화가 사라지고 조금은 차분해진다. 위로를 받는다"고 강조했다.

"균이는 초희처럼 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자신의 행동을 다 후회하기 때문에 마지막에 환상을 겪죠. 사실 과거 장면 말고는 이달에게 하는 말이 다 저한테 하는 말이에요. 저의 자아 둘이 싸우는 거죠. 그러다 죽기 전 가장 나약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이 나와요. 허균은 옳은 방향으로 행동하며 살고 싶었던 인물이고 누이가 죽고 나선 초희와 같은 삶을 살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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