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14화 - 여자가 잠들자... 
[과학 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14화 - 여자가 잠들자... 
  • 이상우 추리작가협회 이사장
  • 승인 2020.0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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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이 회사 안에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장주석 씨가 일하는 시간과 장소를 세밀하게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뿐 아니라 장주석의 체중이 몇 킬로라는 것도 아는 사람입니다.”
곽정 형사가 말하면서 이정근을 흘깃흘깃 보았다.
이정근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그건 나의 착각인지도 모른다.
“또한 범인은 주사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입니다.”
곽정 형사가 다시 이정근의 얼굴을 슬쩍 쳐다보았다.
이정근은 정말 얼굴이 창백해졌다.
“사내에 범인이 있는 게 틀림없고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이정근 당신입니다.”
곽정 형사가 이정근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폭탄을 터드리듯 말을 했다.
“뭐요? 생사람 잡지 마세요. 증거 있어요?”
이정근이 벌컥 화를 내며 곽정 형사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어때요? 자백을 하시지. 이건 도대체 뭡니까?”
곽전 형사가 호주머니에서 비닐봉지에 든 주사기를 꺼냈다.
“이걸 당신 서랍에서 찾아냈습니다. 당신은 마약 중독자지요. 오래전부터 매일 오후 퇴근 무렵이면 혼자 슬그머니 숨어서 주사를 맞았지요. 당신은 주사기를 다루는데 아주 익숙합니다.”
곽정 형사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당신은 회사 공금 횡령한 것을 장주석 씨와 한수지 씨가 알게 되어 그들을 없애려고 한 것 아닙니까? 작년에도 사내 감사 때 수억 원에 달하는 공금 횡령이 적발 된 일이 있지 않았어요?”
곽정 형사는 이정근의 살인 동기로 공금횡령을 들었다.
그러나 이정근의 주장은 전혀 달랐다.
“그게 내가 쓰는 주사기는 맞습니다. 그러나 마약 중독자는 아닙니다. 그건 내가 인슐린 주사를 놓을 때 쓰는 주사기입니다. 일회용이지요. 나는 당뇨병이 있어서 인슐린 주사를 놓는데, 집에서 잊고 오면 회사에서 놓는 일도 가끔 있습니다.”
“공금 횡령은 뭐요?”
내가 물어보았다.
“그건 작년 자체 감사에서 지적된 것인데 나중에 해명이 되었습니다. 감사실에서 잘 못 안 것입니다.”
변 사장이 황급히 설명했다.
나는 변 사장의 태도에 미심쩍은 무엇을 느꼈다.
“곽 형사, 그럼 한지수도 이정근 씨의 짓이라고 보는 거야?”
“물론이지요. 그날 마석 연수원에서 회의 도중 혼자 슬그머니 화장실 가는 척하고 나가서 30분쯤 있다가 들어왔지요. 한수지 팀장의 방을 기웃거리다가 잠든 것을 알고 들어가 바늘이 긴 실험실 용 주사기로 한지수의 배에 깊숙이 주사 바늘을 찔러 넣어 위에 청산가리를 주입한 것 아닌가요?”
그러나 곽정 형사의 주장에는 허점이 너무 많았다.
주사기로 위장에 독약을 주사하는데 아무리 잠이든 사람이라 할지라도 깨나서 반항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현장에는 반항한 흔적이 전혀 없다는 것이 현장 감식반의 보고였다.
“말도 안 돼요.”
이정근이 부들부들 떨면서 항의를 했다.
내가 생각해도 곽정 형사의 주장에는 무리가 있었다.
“내가 한수지 팀장까지 죽였다고요? 절대로 아닙니다. 나는 그 시간에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단 말입니다. 여기 사장님이나 오 팀장이 알잖아요.”
이정근 이사는 악을 쓰면서 곽정의 주장을 반박했다.
“당신은 연구원이 아니라서 회의에 참석해도 끼어들 형편이 아니었지요. 그냥 회의 끝나기만 기다리다가 지겨우니까 화장실 가는 척하고 나가서 자고 있는 한수지의 배에 주사기로 청산가리를 주사하고 슬쩍 들어와 앉았지 않아요?”
곽정은 이야기를 하면서 이정근이 아닌 변하진을 슬쩍슬쩍 쳐다보았다.
나는 그 때야 곽정이 일부러 이정근 이사가 범인이라고 거짓 주장을 하면서 변하진 사장의 반응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블루투스 같은 것은 뭔지 알지도 못해요. 그런데 어떻게 한수지씨 핸드폰하고 장석주씨 핸드폰에 몰래 그런 걸 설치 할 수 있겠어요?”
이정근이 계속 항의를 했다.
“그야 사람을 매수해서 할 수도 있지요. 살인 청부업자한테 하청을 주듯이...”
곽정 형사의 능글능글한 말에 이정근 이사는 더욱 열을 올렸다.
“나는 그런 주사기를 다룰 줄도 모르고 청산가리를 구하는 방법도 몰라요.”
“거짓말 말아요. 바늘이 10센티가 넘는 실험실용 주사 바늘은 당신이 외국에서 주문 해다가 실험실에 제공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실험용 각종 화학 약품 구매도 당신이 한 것 아니요?”
“아무리 그래도 우리 회사에서는 청산가리를 구입한 일은 없어요.”
“거래하는 회사에 부탁해서 당신이 집에서 배달을 받았겠지요.”
곽정 형사는 더욱 억지를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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