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13화 - 체중을 이용한 살인
[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13화 - 체중을 이용한 살인
  • 이상우 추리작가협회 이사장
  • 승인 2020.08.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렇게 말이죠?”
곽정 형사가 발판 위에 선 채 장주석을 뒤돌아보고 말했다.
“예.”
밖에서 유리창 안으로 그들의 행동을 보고 있는 나에게는 마치 연극의 시범 동작을 해 보이는 것 같았다.
곽정이 발판에서 내려오고 장주석이 발판위로 올라갔다.
5시03분.
발판에 올라선 장주석이 눈의 위치와 현미경의 위치를 정확히 맞추기 위해 몸을 조금 움직였다.
“으악”
그 순간 장주석이 왼쪽 발을 높이 쳐들며 비명을 질렀다.
“으음, 으음...”
장주석이 바닥에 뒹굴며 짐승 같은 고통의 신음을 토하기 시작했다.
“큰일 났다. 빨리 구급차를 불러라.”
변 사장이 소리를 지르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곽정 형사가 장주석을 끌어안고 진정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장주석은 입에 거품을 물고 의식을 잃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곽정 형사와 변 사장이 거구의 장주석을 질질 끌고 밖으로 나왔다. 두 사람의 힘으로는 장주석을 들고 나올 수가 없었다.
배양실 밖으로 나온 장주석은 계속 게거품을 토하며 의식을 잃어갔다.
내가 팔을 걷고 심폐소생술을 시작하려고 했다.
“제가 할게요.”
함께 있던 오민준이 나를 제치고 엎드려 장석주의 가슴을 누르고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장주석은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점점 의식이 꺼져가는 것 같았다.
“119 빨리!”
변 사장이 당황해서 소리소리 질렀다.
10분도 지나지 않아 119 구급 대원이 들이 다쳤다. 이동 침대에 얹힌 장주석은 워낙 체중이 나가 구급대원 여러 명이 덤벼들어 옮기기 시작했다.
구급차에는 한명 밖에 탈 수 없어 오민준이 함께 갔다.
경찰관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킬러가 예고한대로 장주석은 정확하게 그 시간에 죽는 것인가?
모두 놀라고 공포에 휩싸였다.
“경찰관 생활 10년에 처음 겪는 일입니다. 세상이 이런 일이...”
곽정 형사는 자책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모두가 충격에 휩싸여 제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병원 응급실로 동행한 오민준으로 부터 연락이 왔다.
“장주석씨는 돌아가셨습니다. 사인은 맹독 중독에 의한 심장마비로 추측합니다. 곧 정확한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맹독 중독이란 이야기를 듣고 나는 다시 지하실 배양실로 뛰어 내려갔다.
“아니 선생님, 구두를 신은채로 마구 들어가시면 어떻게 합니까?”
변 사장이 나를 따라오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나는 이미 배양실 안에 들어가 있었다.
나는 들은 채도 않고 물었다.
“장주석씨가 5시에 여기서 배양 상태 관찰을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우리 다섯 사람 외에 누가 있습니까?”
“그야, 우리 회사 직원이면 거의 다 알지요. 한수지가 늘 하던 일이거든요. 한수지 죽은 뒤에는 장주석이 맡아 왔거든요.”
나를 따라서 곽 형사도 배양실로 뛰어 들어왔다.
“아니, 형사님도...”
변 사장은 배양실이 오염 될까봐 안절부절 했다.
사람이 죽는 것 보다 배양실 오염이 더 큰 문제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았다.
곽정 형사는 장석주가 서있던 발판을 세밀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위를 덮은 비닐 커버를 벗겨냈다.
“이거다! 이거!”
곽정 형사가 조그만 주머니 같은 것을 끄집어내며 소리쳤다.
발판 밑에서 나온 것은 주사 바늘이 달린 조그맣고 딱딱한 검은 고무 주머니였다.
“장주석씨가 발판 위에 올라서서 이 고무주머니에 달린 주사기로 발바닥에 맹독 주사를 맞은 것입니다. 아마 청산가리일 것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변 사장이 이상하게 생긴 주사바늘이 달린 고무주머니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누구가가 교묘한 살인 장치를 한 것입니다. 사람이 발판 위에 올라서면 비닐 밑에 감추어둔 바늘이 그 사람의 발바닥을 찌르게 만든 겁니다. 체중에 의해 비닐 밑의 바늘이 솟아올라 신발 신지 않은 장주석의 발바닥을 뚫고 주사를 한 것이지요.”
곽 형사의 설명을 듣던 내가 다시 물었다.
“장주석이 발판에 오르기 전에 곽 형사가 먼저 올라가서 동작 시범을 보였잖아? 그 때는 왜 주사를 안 맞았지?”
내 말을 듣고 있던 변 사장도 거들었다.
“그 주사기에 눈이라도 달렸단 말이야? 사람 골라가며 주사를 주다니...”
“그건 그렇군요. 아니 까딱했으면 내가 독약 주사를 맞고 죽을 뻔 했잖아?”
곽정 형사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아찔했을 것이다.
나는 짐작 가는 것이 있었다.
“곽 형사 몸무게가 몇 킬로야?”
“나? 68킬로. 옷을 입었으니까 70킬로는 되었겠지?”
“장주석씨의 몸무게는 120킬로라고 했지요?”
“누구나 다 알죠.”
내가 다시 자신 있게 말했다.“그 고무주머니는 무게를 느끼는 센스 역할을 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어느 정도 무게에는 쭈그러들지 않다가 일정한 무게가 넘으면 쭈그러들어 주사기를 위로 밀어 올렸을 것입니다. 즉 100킬로 이상의 무게로 눌려야 주사기가 솟아오르는 장치를 한 것입니다. 70킬로 무게는 까닥하지 않은 것입니다.”
“맞아. 역시 추리작가야.”
곽정이 자기 이마를 치면서 감탄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