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앤잇' 서찬양 "인간과 로봇, 사랑할 수 있을까?"
[인터뷰] '유앤잇' 서찬양 "인간과 로봇, 사랑할 수 있을까?"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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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 공연부터 쇼케이스, 본 공연까지 '미나' 역을 맡은 배우 서찬양

지난해 제13회 DIMF(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창작뮤지컬상, 2020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레퍼토리로 선정된 창작 뮤지컬 <유앤잇>이 2020년 서울 대학로에서 장기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제작사 EG뮤지컬컴퍼니는 작품 개발에 열을 올린 창작자 이응규와 오서은 그리고 이종혁 안무가와 손잡고 50분짜리 공연에서 100분으로 공연시간을 늘리면서 많은 이야기를 담아냈다. 

뮤지컬 배우 서찬양은 리딩 공연부터 DIMF 무대, 그리고 서울 공연까지 '미나' 역을 맡게됐다. 지난해 <창문너머 어렴풋이>라는 작품에서 탄탄한 연기와 노래 실력을 선보였던 그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를 더욱더 꽃피웠다는 평을 받고 있다.

<유앤잇>의 극작과 동시에 연출을 지휘한 오서은 연출은 "규진과 미나의 과거 이야기가 새로 들어왔고 북성로(대구 지명) 선정이 많이 추가됐다"며 "대구에서 공연을 시작했기 때문에 북성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AI 로봇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지만, 주 내용은 앞서 언급했듯 미나와 규진의 사랑 이야기가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오 연출은 "사랑을 놓치고 싶지 않은 남자와 로봇이 됐음에도 자신을 잊지 않은 여자, 즉 사랑과 사람의 이야기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뮤지컬배우 서찬양과의 일문일답이다. 작품에 관한 해석이 담겨있다.

 

사진 이미지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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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반갑다. 본지와 첫 인터뷰인데 자기소개를 부탁해도 될까. 

A. 안녕하세요, 저는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 서찬양이라고 합니다. 배우 활동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시작해서 이제 5년 차가 된 것 같습니다. 

Q. 리딩 공연부터 DIMF, 그리고 대학로 본 공연까지.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A. 아무래도 정말 여러 감정이 교차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 루프탑에서 공연을 했었어요. 엄청 열악한 환경이었죠. 자리도 엄청 좁았고, 비행기 소리가 나면 멈춰야 했어요. 그런 상황에서 한 단계, 한 단계 계단을 걸어 올라와서 지금까지 오게 됐잖아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아직도 너무너무 눈물 나고 울컥할 때가 있어요. 그때 고생했던 기억들이 스쳐갈 때가 있거든요. 애착이 가는 작품이 아닌가 싶어요. 

Q. 처음 이 작품을 어떻게 만나게 됐던 걸까 

A. DIMF에서 <기억을 걷다>라는 작품을 할 때 지금의 컴퍼니를 알게 됐어요. 제 기억 속에는 제가 너무 성숙하지도 못하고 못했던 기억이 가득한 공연이었고, 어떤 상도 못 받고 잊혀갔죠. 그렇게 잊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루프탑에서 아주 잠깐 트라이해보는 작품이 있는데, 네가 와서 도와줬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였죠. 그래서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대본을 받아서 봤는데, 정말 펑펑 울었어요. 이걸 안 하면 후회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조건한다고 말했던 것 같아요. 

Q. 리딩 공연과 DMIF에서 올라갔던 공연, 그리고 대학로 본 공연까지 조금씩 달라진 부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 

A. 일단 무대가 점점 더 좋아졌죠.(웃음) 많이 달라졌어요. 바둑 신이 원래는 바둑처럼 생긴 큐브를 통해서 검은 돌과 흰 돌, 타일 등을 표현했었거든요. 그게 되게 힘들었는데 서울 공연에서는 그냥 누르기만 하면 불이 켜지고 되게 편하게 업그레이드가 됐습니다. 옛날에는 정말 땀을 흘려가면서 노래 부르고 돌을 움직여야 했는데, 지금은 편해졌어요. 다만 그때 돌을 옮겨가며 주는 따듯함이 있어서 가끔 그립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요. 그리고 과거 회상 장면같은 경우엔 서울 공연으로 올라오면서 추가됐어요. 전체 러닝타임도 50분 정도에서 1시간 30분 정도로 많이 늘어났죠.  

사진 이미지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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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뮤지컬 <YOU&IT>(이하 '유앤잇')은 어떤 작품일까  

A. 이별도 사랑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작품이요. 어떻게 보면 인간의 존엄성을 이야기하는 부분들도 있지만, 제가 보는 관점에서는 결국 사랑 이야기로 다가가거든요. 이런 주제들이 최근에 다시 많아지고 있어요. 그 중에서도 가장 손꼽히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웃음)

Q. 이 작품을 보면서 사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는 작품이 떠오르기도 했다. 

A. 전혀 다른 이야기이지만, 어느 부분들에서 겹쳐져 생각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지 않나 싶어요. 

Q. 맡은 배역, 미나에 대해서 소개하자면 

A. 이게 저 스스로에게 딜레마가 있어요. AI인 미나를 설명해야 되는 건지, 사람이었던 미나를 설명해야 되는지 말이죠. 

Q. 그럼 우선 현재, AI 로봇인 미나부터 소개해보자 

A. 'AI 로봇' 미나는 사람이었던 미나보다는 현대 사회에 맞춰진 인물이에요. 조금 더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고, 정확하고, 철저하고 자기만의 룰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죠. 본인은 인식하지 못하지만 어떤 문제에 닥쳤을 때 쉽게 풀어헤쳐 나가요.  

반면 사람이었던 미나는 물컵 하나에도 가치를 두는 인물이죠. 어떤 면에서는 AI인 미나와 대칭점에 있는 인물이라고 보셔도 좋을 거예요. 그래서 남편인 규진이 AI인 미나를 바라보면서 계속해서 생각하게 만들죠. 현재의 저와 과거의 미나를요. 간극을 느끼고 있죠. 둘의 공통점은 딱 하나 있어요. 규진이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점?  

사진 이미지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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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품 속에서 남편에게 'AI 로봇'을 받을 수 있다는 메일이 오게 되는데, 어디서 온 메일일까 

A. 연습을 하면서 배우들끼리 모여서 이런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어요. 어디서, 누가 어떻게 보낸 걸까 하고요. 일단 저희들이 정했던 방향은 대중화가 되지 않았고, 외국의 어느 하이 테크놀로지를 가지고 있는 회사가 랜덤으로 사람들을 정했는데 그중에 규진이 당첨됐다고 설정했어요. AI 로봇이라는 게 대중화가 되어버린 세상이면 우리 작품 속에서 그려지고 있는 세상과는 많이 달라질 것 같더라고요.  

Q. 내 인생에 가장 소중한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게해준다면, 작품 속 규진처럼 다시 보는 선택을 할까? 

A. 저는 다시 돌아오는 걸 바랄 것 같아요. 이것도 생각을 많이 해봤었는데, 그렇게 해서라도 한번 다시 보고 싶은 사람이 있잖아요. 그래서 일단 다시 돌아오는 선택을 하겠죠. 그 유혹을 못 이길 것 같아요. 

Q. 그를 다시 한 번 떠나보내야 할텐데도 다시 보는 선택을 할 건가.

A. 너무 보고 싶어서, 어떻게 해서든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럴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저는 그런 선택을 할 것 같습니다.  

사진 이미지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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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공연을 보면서 미나가 여행을 떠나겠다고 결심을 한다. 그리고 남편을 떠나게 되는데, 규진이도 같이 떠나는 선택을 했을 것도 같았다. 

A.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저는 잘 살아가주길 바라는 마음이 컸고, 80대까지 먹을 수 있는 영양제까지도 준비해 줬기 때문에 그때까지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Q. 그럼 규진은 어떤 삶을 살게 될까 

A. 앞서 말했듯이 마지막에 규진이에게 노래하듯이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때 미나의 감정은 그냥 그대로 열심히 잘 살아가달라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규진이가 그냥 진짜 잘 살아갔으면 좋겠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바라고 있거든요. 잘 살았는지 모르겠지만 잘 살지 않을까요. 잘 살아야 해요. 안 그러면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아요.  

Q. 미나라는 인물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을까 

A. 개인적으로 어려웠던 부분은 연출님이 로봇과 인간의 차이점이 없길 바랐던 부분이었어요. 약간 혼란스럽더라고요. 처음에는 로봇이라는 전재를 깔고 가는데, 어떤 감정적인 부분들에 있어서 연기를 하는 순간 "내가 이 감정을 온전히 느껴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연출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던 것 같아요. 연출님께선 미나가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게 설계가 되어 있다면서 굳이 쳐낼 필요 없다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래도 이 중점을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람이 로봇 연기를 하는 거잖아요. 정말 막 오열을 하다가 목뒤에 있는 칩을 딱 빼면 확 로봇으로 돌아와야 하거든요. 이 감정을 제어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감정적으로 울고 있다 보니 목소리도 떨리고 눈물도 흘리고 감정적으로 난리 난 상태에서 정말 기계가 시동이 꺼진 것처럼 확 죽여야 하니깐, DIMF에서 공연할 때는 진짜 옷이 다 젖을 정도로 울었거든요. 그런데 또 닦거나 할 수 없어서 곤란스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Q. 감정이라는 걸 주입하는 것과 실제로 느끼는 건 다른 느낌일 텐데, 작품 속에서 미나는 감정을 많이 안 들어내지만 로봇이라는 느낌도 안 들었던 것 같다.  

A. 연출님이 그걸 원하셨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그 기준점이라는 게 어디까지를 가져가야 하는지 잡는 게 어려웠죠. 지금은 오히려 인간처럼 감정을 받아들이는 게 흐름에 더 도움이 되고 있지 않나 싶더라고요. 어차피 미나가 자신이 로봇임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 있잖아요. 스스로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성장해나가죠. 주입된 감정을 표현하는 인물에서 진짜 감정을 느끼고 공감하고, 결정을 내리죠.  

Q. 작품 속 미나와 닮은 점이 있다면? 

A. 저는 그냥 평소에도 굉장히 로봇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듣거든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요.(웃음) 제가 필요한 만큼만 감정을 쓰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부분들이 연기에 많이 묻어난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정말 모르겠어요. 어떤 건지. 그런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주변에서 다들 미나라는 인물과 많이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해서 정말 그런가 하는 느낌도 받고 있기는 합니다. 

사진 이미지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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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미나의 행동이 규진이 보냈던 기억과 달라진 이유가 있을까.  

A. 앞서 배우들끼리 고민했던 부분들의 연장선에 있던 부분이에요. '고장이 난 걸까? 아니면 군데군데 비어져 있던 기억들의 틈이 메워지지 못해서 인공지능이 그 부분들을 채워나간 것일까' 등의 생각들로 이어졌죠. 일단 고장은 났어요. 그 이후 규진은 계속 칩을 초기화 시키기 시작하죠. 규진이는 계속 생각해요. 미나가 스스로 로봇인 걸 알아주길 바라면서도 과거의 미나의 모습을 생각하죠. 어느 순간 미나가 가지고 있는 예전 기억들보다 인공지능이 더 많이 들어갔을 거라고 생각해요. 생각해보면 로봇은 결국 기계가 보니 계속 반복된 초기화에 조금씩 망가져가지 않았나 싶더라고요.  

Q 좋은 곡들이 많은데, 그중에서 한 곡을 골라보자면? 

A. 모든 곡들이 다 좋아요. 다 너무 좋은데 힘들죠. 굳이 하나를 꼽아보자면 '낯설게'라는 곡이 우리 작품의 대표곡이 아닐까 싶어요. 일단 멜로디가 너무 좋고 계속 맴돌거든요. 그리고 미나가 처음으로 규진이 낯설게 느끼기 시작해요. 로봇이 가질 수 없는 감정을 가지기 시작하죠.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 

A. DIMF에서 공연할 때 면이어서 스며드는 재질의 원피스를 입었거든요. 그런데 후반부에 감정이 끌어 오르는 상황에서 눈물이 막을 수 없을 만큼 흘러내려서 원피스가 젖었던 기억이 있어요. 민망했는데 이 옷을 갈아입거나 당장 눈물 콧물을 닦아낼 수 없었죠. 오히려 상대 배역을 맡았던 배우님한테 미안하더라고요. 얼마나 집중이 안 됐을까요. 한 번은 '낯설게'라는 곡을 부를 때 음향사고가 났던 적이 있어요. 테이프가 늘어진 것처럼 뭔가 길게 늘어졌던 적이 있었죠. 다행히 그 부분을 무사히 넘겼는데,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이런 소리가 들리니까 아찔했죠.  

Q. 코로나19 시대에 들어섰다. 배우로서 다양한 감정이 오갈 것 같은데 

A. 소극장의 매력은 관객들과 호흡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무대 위에서 객석이 잘 안 보이는 것 같아도, 사실 보려면 다 보이거든요. 저는 공연을 하면서 객석을 많이 보려고 해요. 관객들이 제가 연기하는 선이나 감정을 따라오는 모습을 보면 조금 더 감정선이 깊게 이어지고 딥해지더라고요. 그런데 지금 첫 공연을 하고 나서 무대에서 객석을 바라봤을 때 정말 놀랐어요. 다들 마스크를 쓰고 눈만 보이니까 무섭고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교차하더라고요. 배우로서 힘든 것보다 관객분들이 정말 감사하다는 마음이 먼저 오는 것 같아요. 언제쯤 마스크를 벗고 공연을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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