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11화 - 운명의 시간은 다가오고
[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11화 - 운명의 시간은 다가오고
  • 이상우 추리작가협회
  • 승인 20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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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석 씨는 자기가 죽는다는 예고인데도 그냥 덤덤한 표정이다. 
전혀 사실로 믿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면 누군가가 이 이사 방에 들어와서 결재 판에 그것을 숨겨둔 거야.”
“그 사람이 살인자가 되는 거죠.”
이정근 이사의 말에 장주석 씨가 펄쩍 뛰었다.
“뭐야? 그 사람이 살인자가 된다고? 그럼 내가 이 지시대로 죽는단 말이야? 내가 죽어야 그놈이 살인자가 되는 거야. 내가 죽지 않으면 그놈은 그냥 싱거운 장난 친 놈 밖에는 안 돼. 이 이사는 내가 죽기를 바라고 있는 거지?”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그만들 두세요. 지금 이게 보통 일입니까? 그런 말장난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이게 단순한 공갈로만 보입니까?”
변하진 사장이 화를 냈다.
사람을 죽인다는데 그런 말꼬리 물고 싸움이나 할 것이냐는 나무람이었다.
그러나 정작 죽을 것이라고 한 당사자는 전혀 긴장 같은 것을 느끼지 않았다.
시계가 다시 4시를 가리켰다. 
이제 한 시간 남았다.
“얼마 안 남았군요. 장석주씨, 나와 함께 경찰서로 갑시다. 거기가 가장 안전해요. 유치장 같은 데 들어가 있으면 안전해요. 제 아무리 날고 기는 킬러라도 거긴 들어오지 못하지요.”
곽정 형사가 일어서면서 서둘렀다.
“아니 그럼, 형사님은 진짜로 다섯 시 이후에 킬러가 나한테 올 것으로 생각합니까? 농담 좀 그만하시죠.”
 
장주석 씨는 어이없다는 듯 양팔을 벌려 보이는 제스쳐를 보여 주고 말을 계속했다.
“오늘 다섯 시에는 제가 꼭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우리 회사가 전력을 기울여 진행하고 있는 산삼 프로젝트의 DNA 융합 배양에 대한 관찰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시간을 지켜야 하니까요. 그 일을 할 사람은 한수지 팀장뿐인데 지금은 내가 대신 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이라고요?”
내가 변 사장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변 사장은 그렇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형사님이나 작가 선생님은 안심하시고 돌아가세요.”
장주석 씨는 딱 잘라서 말했다. 
신변 보호를 위한 권유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면 제가 여기서 5시까지 장주석 씨를 지키겠습니다. 과장님께 보고 드리고 필요하면 형사 몇 명을 더 부를 수도 있습니다.”
곽정 형사가 단호하게 말했다.
“나도 함께 있겠네.”
내가 거들었다,
사실 나도 5시에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했다.
“우리도 함께 장주석 씨를 지키겠습니다.”
“사장님이나 형사님이나 모두 마음대로 하세요. 하지만 나는 그따위 장난에 겁먹지 않습니다. 회사 내에서는 마음대로 다니며 일을 보겠습니다.”
여러 사람이 걱정을 하고 도우려고 하자 장주석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나와 곽정 형사, 변하진 사장, 이정근이사,  오민준 팀장 등 여섯 명이 어색하게 방안에 둘러 앉았다.
“커피나 한잔 합시다.”
내가 벽시계를 흘깃 보고 말했다.
4시 35분.
이제 25분 남았다.
시간이 다가오자 말은 안 해도 모두 긴장했다. 불안한 생각도 들었다.
“산삼 차나 란 잔씩 하면서 기다립시다.”
변 사장이 비서를 시켜 산삼 차 다섯 잔을 가지고 왔다.
다섯 명 모두 자기 앞에 놓인 산삼차를 유심히 내려다보았다. 
누가 선듯 먼저 마시지 않았다. 그런데 장주석씨가 먼저 잔을 들었다.

“잠깐”
곽 형사가 제지했다.
“거기 독약이 들었을지 모르잖아요.”
그러나 장주석은 들은 척도 않고 차를 후루룩 마셨다.
“독약이라고요? 그런 쓸데없는 일에 신경 쓰지 마세요. 누군지 모르지만 나를 죽일 아무 이유가 없어요. 사귀는 여자도 없고, 돈 빌려주고 달라고 독촉하는 사람도 없고요.”
장주석은 차를 다 마신 뒤 너털웃음을 웃었다.
“괜찮아요. 안심하고 드세요.”
4시 45분.
그러나 아직 마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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