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 장종수 기자
  • 승인 2005.0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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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의 명저 유럽 제일의 투자자가 들려주는 투자의 황금률 코스톨라니, 재치와 유머로 돈과 인생의 지혜 전해 돈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갈망하는 그 어떤 것이다. 뱀이 마술사의 조종을 받는 것처럼 사람들은 돈에 최면이 걸려있다. 그러나 돈과는 확실하게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한다. 간단히 말해, 돈은 뜨겁게 사랑하되 차갑게 다루어야 한다. 유럽 제일의 투자자로 꼽히는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그의 책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에서 한 말이다. 국내에는 그의 13번째 책인 ‘돈에 대해 생각하는 기술 (Die Kunst ueber Geld nachzudenken)’이 그가 이 책 속에서 말한 구절을 따서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이 책은 단순히 돈과 투자에 대해서만 다루지 않는다. 단번에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투자의 비법을 기대하는 독자들은 실망할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는 강연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나한테서 어떠한 투자의 비법도 기대하지 마십시오.” 그러나 그의 글을 읽는 독자는 기대하는 것 이상의 것을 얻게 된다. 그것은 투자의 지혜뿐만 아니라 돈과 인생에 대한 깊은 철학이다. 그것은 그가 80년 동안 투자자로서 얻은 경험과 깊은 성찰에서 비롯된 것이다. 코스톨라니는 이 모든 것을 그의 박학다식하고 재치있는 이야기 솜씨에 실어 전한다 이 책은 ‘돈에 대해 생각하는 기술 ’이라는 원제와 같이 여러 각도로 돈을 조명한다. 돈에 관한 세계사적인 사건들, 돈과 부를 추구하여 그것을 획득한 사람들 혹은 실패한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투자인생을 통한 수많은 경험들이 코스톨라니 특유의 유머스러운 필치로 그려지고 있다. 투자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들, 주식시장의 생리에 대한 것들이 쉬운 용어와 문체로 쓰여져 있어 투자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사람이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를 입증하듯 독일에서는 고등학생들도 경제와 금융, 투자를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을 즐겨 읽고 있다. 코스톨라니의 기지와 유머, 풍부한 인생경험, 그의 여유로움, 지혜, 무엇보다도 그의 유려한 문체는 투자서라기보다는 주옥같은 수필집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유럽 최고의 투자자란 찬사를 받는 코스톨라니는 누구인가. 미국에 벤자민 그레이엄이나 워렌 버핏이 있다면 유럽에는 앙드레 코스톨라니(Andre Kostolany)가 있다. 1906년 헝가리에서 출생한 그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투자의 대부였다. 철학과 미술사를 전공했지만, 사실은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1920년대 후반 그의 나이 18살에 파리로 유학하여 그곳에서 생애 최초의 증권투자를 시작한 이래 유럽 전역에서 활동하였다. 그는 두 세대에 걸쳐 독일 증권시장의 우상으로 군림하였다. 그는 이 책을 포함하여 13권을 저술했는데, 이 책들은 전세계적으로 300만부 이상이 팔렸다. ‘박학다식한 저술가, 유머 넘치는 칼럼니스트이자 유쾌한 만담가’라는 말을 듣는 그는 일생을 돈, 투자 그리고 음악에 심취하여 살았다. 그에 있어 투자는 ‘지적인 도전행위’였다. 그는 이 책을 그의 나이 93세였던 1999년 2월에 쓰기 시작했으나 다리 골절상의 후유증을 이기지 못하고 그해 9월 14일 파리에서 영면하였다. 이 책은 그의 파란만장한 투자인생을 결산하는 최후의 역작이다. 그러나 그는 안타깝게도 이 책의 서문을 스스로 쓰지 못하고 친구에게 넘겨야 했다. 이 투자 세계의 현인이 이 책에서 들려주는 내용들을 살펴보자. 무엇보다도 코스톨라니는 이 책의 앞 부분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예찬을 잊지 않는다. “공평하지 않게 나눠진 커다란 케이크(자본주의)와 공평하게 나눠진 작은 케이크(사회주의).그러나 공평하게 나눠진 케이크의 각 조각이 커다란 케이크의 가장 작은 조각보다 작다면 당신은 어느 체제를 선택하겠는가? 이 세계는 큰 케이크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자본주의 경제 체계가 인간의 본성에 보다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사람들은 그에게서 투자 비법에 대해 기대한다. 그들에게 그는 이렇게 말한다. 다. “수면제와 우량주를 동시에 사서 사이사이에 울리는 천둥 번개를 의식하지 말고 몇 해 동안 푹 자라는 것이다. 이 조언대로 하는 사람은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기쁘고도 경이로운 순간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모든 사람이 그의 이 말을 따른다면 사실, 이런 책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인간은 원래 ‘놀이하는 동물’로 타고났기 때문에 아무도 이런 충고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고 코스톨라니는 말한다. 그 또한 이 ‘놀이’를 즐겼다. 그러나 그는 그가 말하는 투자자의 4가지 덕목을 잊어버리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돈, 생각, 인내 그리고 행운이다. 그의 원칙을 요약하면 절대 빚내서 투자하지 말고,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하며 자신의 결정을 믿고 지킬 수 있는 인내심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운이 따라 주어야 한다. 그는 80년간의 증권시장 경험으로 비춰볼 때 ‘투자는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성공한 단기 투자자를 본적이 없다”며 투자에서는 무조건 장기투자를 권한다. 투자자의 성향에 대한 그의 분류는 명쾌하다. 그는 주식투자자를 부화뇌동파와 소신파로 나눈다. 장기적으로 보면 소신파가 승리한다. 그는 이 소신파를 진정한 투자자란 의미로 ‘순종 투자자’라고 부른다. 이 책의 마지막은 투자에 대한 10가지 권고사항과 10가지 금기사항으로 끝을 맺는다. 그 중의 몇가지를 소개한다. 압박감에 시달리지 않도록 충분한 돈을 가지고 행동하라. 주식을 사 놓은 뒤 언젠가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희망 속에 그 주식을 잊고 지내라. 단기 수익을 얻기 위해서 팔지 마라. 코스톨라니의 글은 증권의 명저로 꼽히지만 그의 글은 증권이나 투자서적의 성격을 뛰어넘는다. 오히려 우리가 살면서 겪게 되는 복잡한 경제적인 문제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지를 더 잘 가르쳐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장종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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