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데스트랩' 정서희 "나를 발전 시킨 작품, 나만의 아우라 만들고파"
[인터뷰] '데스트랩' 정서희 "나를 발전 시킨 작품, 나만의 아우라 만들고파"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0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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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스릴러 연극의 정수, 연극 '데스트랩'
뮤지컬과 연극을 오가는 배우 정서희
마이라 브륄 역으로 분해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반전 명품 스릴러 연극 <데스트랩>이 돌아왔다. 공연 제작사 랑은 앞서 세 번의 공연을 가졌던 연극 <데스트랩>을 새 옷을 입혀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연극 <데스트랩>은 1978년 극작가 아이라 레빈이 쓴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2014년 초연했으며 2017년까지 세 번 공연했다. '죽음의 덫'이라는 뜻의 '데스트랩'은 극 중 극작가 지망생 '클리포드 앤더슨'의 극본 이름이다. 한때 잘나갔던 극작가 '시드니 브륄'은 신작을 쓰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신의 세미나를 들었던 학생 앤더슨이 의견을 구하기 위해 보낸 극본 '데스트랩'을 받게 되는데.

너무나 잘 쓰여진 대본에 그는 질투를 느끼고, 이 작품을 손에 넣기 위해 클리포드를 자신의 작업실로 초대한다. 시드니의 아내 마이라는 시드니의 계획에 불안함을 느끼게 되고 데스트랩을 차지하기 위한 데스트랩이 펼쳐진다.

배우 정서희는 극작가 시드니 브륄의 아내 마이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그는 이번 작품에 참여한 소감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하면 할 수록 해보고싶은게 더 많아지더라. 지금도 더 많은걸 얻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발전하고 싶다고 말하던 배우 정서희와의 인터뷰,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Q. 본지와 첫 인터뷰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안녕하세요. 배우 정서희라고 합니다. <데스 트랩>이라는 작품에서 마이라 역을 맡았습니다.


Q. <데스 트랩> 알고 있던 작품이었을까.

A. 예전에 했던 공연을 듣기는 했었는데, 직접 보지는 못했던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이번에 올라가면서 어떤 부분들이 달라졌는지는 모르겠더라고요. 공연을 올리고 나서 관객분들의 반응을 보면서 바뀐 부분들을 체크할 수 있었어요.


Q. 어떻게 참여했나.

A. 이 작품은 일단 연출님께서 대본을 주셨어요. 같이 작업을 해본 적은 없었는데, 제가 하는 공연을 보러 오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잘 어울리겠다 싶으셨나 봐요. 대본을 주시면서도 고민을 많이 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작품 속에서 소비되는 캐릭터처럼 그려지는데 그런 거에 한정 짓고 싶지 않다고 말씀을 해주셨고, 그걸 염두에 두면서 대본을 읽었어요. 읽으면 읽을수록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처음엔 작품 전체적인 걸 봤다면, 마이라의 시점으로 읽었을 때는 또 다른 재미가 있더라고요. 사실 저는 읽었을 때 소비적이고 수동적인 여성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었어요. 그런데 본 연습에 들어가고 나서 느꼈어요. 장면들에서 능동적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지점들이 있음에도 마이라는 수동적으로만 움직여야 하더라고요. 결론으로 돌아와서 대본은 먼저 받아봤지만, 작품에 참여하기 전에 오디션을 봤어요. 창작진이 추천했던 여러 배우님들과 오디션을 거쳐서 리딩을 하고, 캐스팅됐습니다.

 

 

 


Q. 사실 본지는 2막에 다시 나올 줄 알았다.

A. 네, 그런데 안 나오죠. 여러 트리거들이 있는데, 연계가 되는 부분들이 있고 안되는 부분들이 있죠. 묘미라면 묘미가 아닌가 싶어요.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들거든요. 오래전 쓰인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의 심리를 잘 건들고 있는 작품이라서 재밌는 것 같아요.


Q. 그럼 역할과 관련해서 아쉬운 점은 없었나

A. 아쉬운 점은 없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배우로서는 아쉽지 않으려고 계속 노력을 했고, 그만큼 제가 그리고 있는 역할에 최대한 충실하려고 했거든요. 그리고 욕심을 내는 것보다 일단 마이라라는 역할이 가지고 있는 힘이 있었거든요. 한정된 시간 속에서 모든 서사를 만들고 이 이야기를 시드니와 이끌어 나가야 하죠. 그래서 아쉽지는 않아요. 제가 준비한 만큼, 다 보여지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작품 속에서 모나지 않게 대본에 최대한 충실하게 연기하고 있어요. 같이 연기를 하고 있는 성민 배우님을 보면서도 느낀게 많거든요. 정말 많은걸 배울 수 있었어요. 사실 처음 언니랑 같은 역할을 맡게됐다고 알게된 순간부터 많이 기대도 되고 떨리기도 했었어요. 너무 좋아하던 배우님이셔서, 같이 연습을 하면서 지켜봤는데 정말 자기만의 아우라가 있으세요. 그리고 연기적인 부분들에서도 너무 진지하고 멋있더라고요. 그런부분들을 오히려 챙겨오고 싶었는데 다 챙길 수 없었던게 아쉬웠던 것 같아요.


Q. 어려웠던 점은?

A. 어려웠던 건 심장병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란 부분이었어요. 캐릭터 소개에 마이라는 심장병을 앓고 있는 시드니의 아내라고 쓰여있는데, 처음 대본을 본 뒤에 저는 심장병 이란걸 어떻게 그려내느냐 라는 부분에 많이 집중을 했었거든요. 제가 그리고 있는 캐릭터가 심장병이라는 단어에 집중하면 할수록 달라지더라고요. 처음 연습에 들어갈때 연출님도 심장병이라는 것에 포커스를 둬보지 않겠냐고 하셔서 이걸 많이 신경썼었어요. 그런데 이 부분을 신경쓰면 인물이 안보이고, 인물을 재밌게 만들면 심장병이라는게 안보이더라고요. 한참 연습을 하던 가운데, 도엽 선배님께서 "(사석에서) 지금처럼 편한 모습이 마이라 연기를 할 때 나오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때 저 스스로 아차 싶었어요. 지금까지 저도 모르게 연출님의 지시나, 저 스스로 '심장병' 이라는 단어에 포커스를 맞춰 캐릭터를 만들었던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한 발 물러났어요. 뒤로 물러서서 인물에 집중하려고 했죠. 인물의 서사를 채워넣는 과정을 진행 했는데, 오히려 이렇게 집중을 하니까 캐릭터도 살고 심장병이라는 포커스도 살아나더라고요. 이걸 찾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

 

Q. 아무래도 짧은 공연 텀인데다가, 사실상 마이라는 1막에서 모든 서사와 이야기들을 다 보여줘야 해서 쉽지 않았을 것 같다.

A. 그 짧은 사이에 서사를 채우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제가 오픈런 극들도 많이 했었거든요. <김종욱 찾기>라는 공연을 1년 정도 했었는데, 그때 배운 게 있어요. 배우로서 관객들을 만날 때 보이는 모습들, 보이는 것들에 대해서 집중을 하는걸요. 한 역할에 깊게 들어간 적도 있고, 가볍게 그려냈던 적도 있죠. 다양한 경험을 했던 게 도움이 됐어요. 단점이요? 굳이 꼽아보자면 장기 공연의 단점은 익숙함이죠. 배우들에게 가장 독이 된다고 생각해요. 익숙함에 속는 실수를 범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단기 공연들은 익숙하기 전에 끝나다 보니까 집중하면 꾸준하게 유지되는 점이 장점 같아요. 이번 공연은 팀워크도 너무 좋았거든요. 이런 경험들이 이번 작품을 하면서 많이 발전할 수 있었어요. 짧은 시간이지만 그 속에서도 서사를 담아서 이야기를 유연하게 풀어나가는 지점들이 있었거든요. 


Q. 극 중에서 마이라는 클리포드가 보낸 '데스 트랩'이라는 원고는 읽어보지 않았던 걸까? 왜 안 읽었을까. 읽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을까?

A. 사실 마이라의 입장에서 시드니는 이미 성공을 경험한 스타 작가잖아요. 뒤로 내리 망했다고 하더라도, 큰 성공을 맛 보았고 대학에서 강의를 했을 정도로 유명했기 때문에 이미 이런 경험이 많았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떤 이야기냐면 이미 그들에게 많은 작가 지망생과 학과 학생들에게 대본이 왔던거죠. 이들도 처음엔 같이 돌려가면서 읽었어요. 그런데 이것도 한 두번이면 모를까 수많은 메일과 대본, 원고에 지치게된거죠. 그래도 시드니는 꾸준히 읽어왔죠. 그런 가운데 시드니가 오랜만에 칭찬을 하는 원고를 받았다고 말해요. 칭찬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어요. 정말 오랜만이었죠. 그런데 시드니가 좋은 원고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점점 예민하게 대꾸하기 시작하죠. 마이라는 시드니의 변화에 집중을 했지, 그가 말하는 원고를 볼 생각은 안했어요. 그의 변화, 혹은 안정이 마이라의 일 순위였죠. 


Q. 마이라는 결국 선택을 하게 되는데, 그 결심을 하게 된 계기는?

A. 방금 이야기를 했던 부분의 연장선인 것 같아요.  사실 마이라는 내가 남편을 도와서 누군가를 죽여야겠다는 마음가짐보다는 남편 시드니를 많이 생각했던거죠. 그리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설마 내 남편이 그런 행동을 하겠어?'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죠. 마이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드니를 사랑했어요. 그리고 내 남편은 내가 지키겠다는 마음이 더 컸죠. 공연이 진행되어 가는 과정에서 바라봤을때 가담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이라는 자신의 남자, 시드니 브륄을 지키기 위해 움직여요. 그리고 계속해서 시드니에게 말을 걸죠. "이렇게까지 해야 돼?" "이렇게 해야겠어?"라고요. 그러다가 '그래, 네가 그렇게 재기를 하고 싶다면...'이라는 생각까지 오게된거죠. '내가 널 도움으로서, 네 모습이 바뀐다면 그래 할게'라는 느낌이랄까요. 남편의 자존감을 챙겨주고 싶어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시드니가 바뀔 수 있다고 믿었고, 재기해서 스타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지 않았나 싶어요.

 

 


Q. 헬가라는 인물이 나와서 여러 가지 예언을 하는데, 마이라가 들으면서 놀라거나 신경이 쓰는 것 같았는데

A. 헬가가 처음 들어와서 카펫을 보고 놀라거든요. 그때 마이라는 정말 놀라요. 웃으면서도 '이 여자 뭔가 있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하죠. 그리고 저를 보면서 '고통'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정말 숨이 넘어갈 듯 긴장이 돼요. 그래서 그 뒤로 헬가가 이야기하는 것들을 다 담아뒀던 것 같아요.


Q. 실제로 점을 본 적이 있을까?

A. 저는 어렸을 때 딱 한 번 봤어요. 신점이라고... 그때 어떤 일을 해도 일이 잘 안 풀리고 미래가 너무 갑갑하더라고요. 그래서 점을 보러 갔는데, 저는 잘 안 맞았어요. 그리고 사주도 봤었는데 사주 풀이는 어디를 가나 비슷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신점은 믿음이 안 가는 편인 것 같아요.

 

Q. 공연을 하면서 놀랐던 적이 있을까

A. 사실 대본을 보고, 연습을 시작했던 연습실에서는 모든 배우들이 놀랐던 적이 없어요. 다들 합을 맞추는거에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까, 그런 부분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놀랄 겨를도 없었죠. 저는 오히려 본 공연 들어와서 놀라는 부분이 생기더라고요. 제가 연기하고 있는 마이라에 빠져들수록 동선이 자연스러워 지니까 그런가, 저도 모르게 정말 놀라서 소리를 지른적도 있어요. 클리포드 역을 맡은 배우들도 점점 더 자연스러워져서 이제는 날아다니거든요. 


Q. 공연이나 연습 중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A. 앞에 말했던 것처럼 클리포드들이 날아다니는데, 1막 후반부에 창문에서 나오는 게 사실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창문이 바깥쪽으로 열려서 바깥에서 들어오려면 문을 당겨서 활짝 열면서 팍하고 뛰어들어와야 되거든요. 그런데 다들 몽둥이를 한 손에 들고 있으니까 한 손으로 다 해결해야 하거든요. 다들 각자의 방법들이 있는데 어느 날 병찬 배우님이 창문을 여는 소리가 나왔는데 창문에 자기 어깨가 걸려서 못 나갔어요. 관객들이나 저희들 모두 놀라는 것도 놓쳐버리는 사고가 발생했죠. 좀비처럼 뛰쳐나와서 연기를 해야 되는데 박자를 놓쳐버린 거잖아요. 뒤에 바로 뛰쳐 들어와서 연기를 하는데 본인 스스로 그 장면에서 음악을 많이 쓴 줄 알았던 거예요. 정말 빨리 시드니를 죽이고 저를 봤는데, 그때 음악을 들었던 거죠. 너무 많이 남아있는 음악 소리에 정말 좀비처럼 움직이면서 다가왔어요. 음악이 되게 섬세하게 나눠져 있어서 음악을 들으면서 장면을 맞춘 게 많다 보니까 끊겨있었던 합을 다시 맞추는데 병찬 배우님은 저 멀리서 이미 저한테 많이 다가왔고, 저는 이미 소파에 닿아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소파에 기대서 계속 심장을 붙잡고 있었죠. 심장병이라는 게 정말 심해지면 호흡곤란이 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정말 계속 숨이 막히는 연기를 하다가 정말 숨이 막혀서 고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Q.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서, 무대에 올라가는 배우로써 여러 감정들이 오갈 것 같다.

A. 일단 공연장을 찾아주시는 관객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공연이라는 것 자체가 일단 쉽게 접할 수가 없는 문화잖아요. 영화에 비해서 정해진, 한정된 장소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로 그리고 공연을 하고 있는 공연장까지 찾아와주시는 거거든요. 무대에 오르면서도 사실 기대라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도 정말 많은 관객분들이 마스크를 끼고 객석에서 바라봐 주시더라고요. 정말 너무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사실 배우들도 다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이렇게 하는 게 맞을까란 생각을요. 그래서 사실 너무 조심스러워요. 너무 감사하고 너무 행복한 일이라는 걸 알지만 주변에서 공연이 중단되거나 멈추는 경우가 많았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데스 트랩>을 무사히 올린 것 자체만으로도 운이 좋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제가 만약 공연을 올리는 제작사였으면 전 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Q.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을 찾아주는 관객들에게, 혹은 공연을 보지 못한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연극 <데스 트랩>은 한 번 보면 재미있고, 두 번 보면 더 재미있고, 세 번 보면 새로운 것들을 더 찾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배우들, 오브제들에서 찾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거든요.


Q. 배우라는 직업, 언제 처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A. 지금 이 인터뷰가 제 인생의 첫 인터뷰거든요. 제일 어려운 질문인 것 같아요. 사실 전 연극이나 뮤지컬, 크게 바라봤을 때 공연을 할 거라고 생각 못 했어요. 한창 방황을 하던 시기를 겪고 오랜만에 복학해서 어떤 교수님의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어요. 그때 정말 오랜만에 수업을 들었는데 교수님이 대뜸 노래를 시키시더라고요. 수업 중간에, 그때 저랑 동기가 조교를 하고 있을 때였으니까 같이 수업을 받는 친구들은 한참 후배들이었죠. 처음엔 너무 창피해서 안 하려고 했는데 노래를 안 하면 넘어갈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노래를 했죠. 그때는 그렇게 넘어갔는데 다음날에 교수님이 메일로 서류를 하나 보낼 테니까 작성해서 자기 메일로 반송하라는 거예요. 그래서 뭔가 봤더니 뮤지컬 <그리스>라는 작품의 지원서였어요. 워낙 유명한 작품인 건 알겠는데, 설마 내가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지원서가 붙었고, 오디션을 준비해서 합격까지 하게 됐죠. 처음 계약을 하고 뮤지컬을 시작하게 됐어요. 앙상블이라는 것도 처음이었고, 뮤지컬도 처음이었죠. 그리고 너무 좋은 배우들, 언니 오빠들,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돈도 벌고 공연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그래서 <그리스>가 끝나갈 무렵 <하이 스쿨 뮤지컬>이라는 작품에 도전했어요. 그 작품에선 가브리엘라의 커버 역할도 할 수 있었어요. 물론 무대에 서지는 않았지만 처음으로 배역을 맡아보기도 했죠. 그리고 그 뒤로는 <해를 품은 달>을 했어요. 이 작품을 하면서 연기와 노래, 춤에 대해서 다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연기를 더 깊게 하고 싶었고, 춤도 잘 추고 싶었고 노래도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욕심이 생겨서 스터디 그룹도 찾아가고, 여러 오디션장을 돌아다녔죠. 그러다가 <달콤 살벌한 연인>이라는 작품도 할 수 있었죠.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 배우가 되겠다는 건 이런 작품들을 만나오면서 변했던 것 같아요. 연기에 대한 갈증, 노래에 대한 갈증이 생기면서 배우라는 직업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고, 저 스스로 더 열망을 가지고 뛰어들었거든요. 그래서 뭔가 특별한 계기가 있다기보다 자연스럽게 노래를 하다가 보니, 연기를 하다가 보니 배우가 됐던, 그런 것 같습니다.

 

Q. 쉴 때 하는 취미활동이 있을까.

A. 지금 제 고민이 '취미활동이라는 게 없구나'라는 거거든요. 제가 워커홀릭은 아니지만 일이 없으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이걸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시간이 남으면 여행을 하기도 하지만 지금 시기가 시기인 만큼 어디 나가는 것도 조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작품을 하고 있을 때도 그렇고 안 할 때도 그렇고 크게 움직이지를 않아요. 집에 있을 때가 더 많거든요.


Q. 집에서 하는 건?

A. 사실 뻔하다면 뻔하겠지만 대청소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영화 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 취미를 가져보고 싶어요. 뭐라도 배워보고 싶어요. 악기나 운동이나, 꾸준하게 할 수 있는 걸 찾아보려고요.

 

Q. 미래 혹은 과거로 갔다 올 수 있다면, 어느 시점으로 가보고 싶나.

A. 저요? 당연히 미래죠.


Q. 이유가 있다면?

A. 저는 한 70살 정도의 저를 만나보고 싶어요. 그때도 연기를 하고 있을지 궁금하거든요. 이순재 선생님과 신구 선생님을 뵌 적이 있는데 정말 너무 대단하시더라고요. 그래서 70살의 정서희가 무대에 서고 있을지 궁금해요. 만약 갈 수 있다면 70살의 정서희를 만나보고 싶네요.


Q. 마지막 질문이다. 일 년 후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항상 겸손해라, 사람을 사랑해라"라고 해야 할까요?(웃음) 아, 아니다. "운동은 좀 하고 있니? 취미 생활을 찾았니?"라고 말하고 싶네요. 어떨까요. 일 년 후의 저는 취미 생활을 찾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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