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의 고전]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The Intelligent Investor)’
[증권의 고전]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The Intelligent Investor)’
  • 장종수 기자
  • 승인 2005.0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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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뛰어넘는 투자의 지혜 담아

투자기법의 아버지, 가치투자의 선구자

좋은 주식 쌀 때 사서 장기간 보유하라


“그는 나무를 심었고, 많은 사람들은 그 밑에 앉는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투자자로 꼽히는 워렌 버펫은 월터 리프만의 말을 빌려 ‘벤자민 그레이엄’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는 ‘현명한 투자자’의 저자인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 1894~1976)이 주식투자자들에게 미친 영향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레이엄의 증권분석 기법과 그가 주창한 가치투자는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다.

벤자민 그레이엄은 1894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한 살 때에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벤저민이 9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이민자의 어려운 삶의 무게가 모두 그의 어머니에게 지워졌다. 그의 어머니는 집을 하숙집으로 바꾸어 생계를 유지했다. 어머니는 신용으로 주식투자를 하다 1907년 폭락에 다 잃었다. 그레이엄은 돈에 쫓기며 살다 다행히 컬럼비아 대학에서 장학금을 얻게 되었다. 그가 1914년 콜롬비아 대학을 졸업할 당시인 20세에 3개 학과의 교수직을 제의받았다. 그러나 그는 증권회사에 들어가 채권분석가로 일했다. 1923년에는 투자 회사를 세워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1928년 다시 학교로 돌아와 28년 동안 투자론을 강의했다.

그의 초기 투자 성과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1936년부터 그가 은퇴한 1956년까지 그가 만들어서 운영한 그레이엄-뉴먼(Graham-Newman) 투자회사의 성과를 보면 수익률이 최소 연평균 14.7%로 같은 시간 시장평균인 12.2%보다 높다.

그가 활동하던 시대는 여전히 주식을 위험한 도박쯤으로 생각하던 때였다. 특히 대공황 이후 대중들 사이에는 이같은 생각이 더 심했다. 그레이엄은 불확실하고 투기로 여겨지던 주식 거래를 건전한 투자로 이끄는 선구자의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사상과 투자기법을 가장 잘 나타낸 책이 바로 ‘증권분석’과 ‘현명한 투자자’다. 그는 증권가에 몸담은 지 20년이 되고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한 지 6년째였던 1934년에 ‘데이비드 도드’와 함께 증권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증권분석(Security Analysis)’을 펴냈다. 1949년에는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현명한 투자자(The Intelligent Investor)’를 출간했다. 불확실성이 지배하던 주식투자에 ‘과학’을 도입하는 데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던 그레이엄의 책은 나오는 순간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그레이엄의 수제자이자 부하직원이기도 했던 워렌 버펫은 아버지 이외에 그 어떤 사람도 인격적으로나 사상적으로 벤저민 그레이엄만큼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준 사람은 없다고 했다. 또 그는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는 지금까지 출간된 투자에 관한 책 가운데 가장 뛰어난 책이며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이 필독해야 할 책”이라고 극찬했다. 버펫의 그레이엄과 ‘현명한 투자자’에 대한 신뢰는 두 번째 개정판인 이 책의 서문을 쓸 만큼 절대적이었다.

비단 버펫의 격찬이 아니더라도 이미 이 책은 출판 직후부터 많은 금융인들과 투자자들의 지침서로 자리 잡았을뿐만 아니라 내용상 이 책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분야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나아가 시간과 함께 사라져간 수많은 투자이론서들과는 달리 이 책은 세월이 흐를수록 오히려 그 가치가 더해졌고, 세계적으로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투자에 대한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2년 강남규 한겨레신문 기자의 번역으로 국일증권경제연구소에서 출간되었다. 역자가 기자출신으로 번역이 정확하고 문장이 읽기 쉽게 잘 다듬어졌다.

벤자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가 사랑은 받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가 제시한 투자 철학 때문일 것이다. 그는 투자기법의 아버지로 불리며 그의 투자기법은 가치 투자로 대표된다. 그는 건전한 마음가짐으로 기본에 충실한 투자원칙을 지킬 것을 강조한다. 그는 우선 투자와 투기를 구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원금을 지킬 수 있는 것이 투자라고 말한다.

“투자란 자산의 가치와 사업 전망 등에 대한 철저한 분석으로 투자원금을 지키면서 적절한 수익을 얻으려는 행위를 말하며, 그렇지 못한 행위는 투기적인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그의 투자기법은 좋은 주식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가격이 떨어졌을 때 싸게 사는 것이다. 한 번 산 주식은 시장의 변동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간 보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분산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그는 “현명한 투자자의 고전적인 정의는 모두가 파는 약세장에 매수해서 모두가 사는 강세장에 매도하는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벤자민 그레이엄이 이 책에서 말한 내용은 지금은 하나의 투자 격언이 되어 월스트리트와 증권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참고하는 투자 지침이 되었다. “스스로 회사를 경영하는 것과 같은 투자가 가장 훌륭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는 그의 말도 가장 많이 인용하는 것 중의 하나이다.

벤자민 그레이엄이 제시하는 종목선택의 원칙도 투자자들이 기준으로 삼을만하다. 그레이엄은 “주식을 매입할 때는 향수를 살 때와 같은 막연한 기분으로 사지 말고 일용품을 살 때와 같은 구체적인 기분으로 사라”고 권고한다. 그가 제시하는 종목 선정의 원칙을 살펴보자.

저PER와 높은 배당률, 긴 배당 역사, 상장주식수를 기준으로 한 대형 회사, 우량한 재무구조, 낮은 절대주가, 전고점보다 낮은 주가, 높은 신용 등급 등이다.

많은 투자자들이 여러 가지 투자기법으로 투자에 나서지만 성공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나 벤자민 그레이엄이 제시한 가치 투자에 대해서만은 옹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요동치는 주식시장에서도 가치 투자는 흔들리지 않는 미덕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이 책에서 벤자민 그레이엄이 말한 투자의 자세를 지킨 투자자들은 대체로 좋은 결실을 맺었다. 여러 세대에 걸쳐 그의 투자 기법이 옮았음이 증명 되고 있다. 이에따라 ‘현명한 투자자’가 나온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투자철학은 더 빛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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