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1.예고 살인 코드)
[과학 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1.예고 살인 코드)
  • 이상우 추리작가협회 이사장
  • 승인 2020.05.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의 청춘들.
금수저 물고 태어나거나 천재의 재능을 물려받고 태어난 청춘들은 어떤 세계에서 사는가?
그들은 세상 사람들이 부러운 눈으로 보는 것처럼 행복하고 보람있게 사는가?
여기 등장하는 1녀 3남은 결코 그렇지 않다. 
천재들과 금수저의 사랑과 야망은 행복 보다는 질투와 욕망과 증오로 얼룩진다. 첨단 기술은 인류를 행복하게만 하지는 않는다. 그 첨단 과학 기술은 청춘만이 아닌 모든 인류의 꿈을 죽음으로 몰아가려고 한다.
오늘의 청춘을 만든 기성세대는 어떻게 다른가? 
젊은 천재들은 부모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부모의 존재를 의식이나 하는가? 
이 소설은 죽음의 그림자가 춤추는 무대 위에서 진정한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거는 천재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1, 예고 살인 코드 세상에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일이 생기는 것을 기적이라고 한다. 
도저히 논리적으로 설명 할 수 없기 때문에 신이 한 일이라고 신에게 떠넘긴다.
기적은 대개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말 하지만, 절대로 설명이 안 되는 나쁜 일은 무엇이라고 하는가?
그런데 추리 소설가인 나한테 그런 사건의 진실을 밝혀 달라고 한다.
‘나는 24일 15시 이후에 죽는다.’
“죽은 한수지 팀장의 핸드폰에 이런 내용이 저장되어 있었어. 그런데 그 시간에 정확하게 죽었단 말이지?”

한수지.
28세 독신.
대한 바이오 컴퍼니의 여자 팀장이다.
미국 시라큐스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유수한 제약회사에서 활약하던 유전자 융합 전문가다.
미국에서 한국 메디팜 제약사로 스카우트 되었다가 다시 대한 바이오 컴퍼니로 옮겨 온 부장급의 중요 연구원이다.
뛰어난 미인으로 학창 시절엔 대학생 김태희로 불리며 남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 했다.
공부 잘하고 인물 뛰어났으니 뭇 남학생의 주목을 받은 것은 당연했다.
그 여자가 돌연 시체로 발견된 것이다. 
왜 죽었는지를 전혀 알 수 없는데, 사건 다음날 중요한 단서로 발견 된 것이 자기의 죽음을 예고한 이 메시지였다.
이 메시지가 발견 된 것도 기묘하다.
소지품을 검사하던 곽정 형사가 한수지의 핸드백에서 나온 핸드폰을 검사하다가 발견했다.
실제로 한수지 박사는 24일 오후 3시에 시체로 발견 된 것이다.
본인이 자기가 죽는 것을 예고하기 위해 그렇게 해 놓았을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만약 자살을 하려고 했다면 그냥 유서를 써 놓던지, 자기 PC나 모바일에 문자를 남기면 될 일이다.
그런데 꼭 누가 발견한다고 장담할 수도 없는 그런 방식으로 예고를 남길 이유가 무엇인가?
본인이 그런 메시지를 남기지 않고 다른 사람이 그렇게 했다면 이유가 무엇인가? 
또 무엇 때문에 그런 힘든 짓을 했단 말인가?

내가 이 일에 참여하게 된 것은 순전히 학교 동창인 곽정 형사 때문이었다.
곽정 형사는 강력 사건 수사로 경찰 내부에서는 꽤 이름이 있는 수사관이다. 
그는 가끔 어려운 사건이 생기면 나한테 찾아와서 이 사건을 추리작가의 입장에서 보면 어떠냐고 묻곤 했다.
나는 귀찮아서 세계 추리 명작 소설 중의 비슷한 사건을 하나 찾아서 그대로 이야기해주곤 했다.
그런데 그것이 범인을 잡는데 딱 떨어지게 맞는 경우가 많았다.
신기했다.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었다고? 그럼 보낸 사람이 있을 것 아닌가?”
“그게 아니고... 자네 IoT라는 것 알아? IoT로 저장되어 있었는데 소지품 정밀 검사에서 발견 된 거야.”
“IoT가 도대체 뭐야?”
곽정이 나한테 설명하느라고 진땀을 뺐다.
IoT란 Internet of Things인데 내가 생활하는데 편리한 모든 정보를 모바일을 통해 나한테 알려주는 최신 아이티 기술이다.
일부에서는 상용화 되어 사용하고 있다.
블루투스라는 소형 장치를 내자동차에 붙여두면 내가 차를 타러 갔을 때 나를 알아보고 정보를 알려준다.
‘주인님, 기름이 2리터 밖에 없습니다. 주인님 타이어 갈 때 되었습니다.’
화분에 붙여두면
‘주인님 저 물줄 때 되었어요.’
지갑에 붙여두면 
‘주인님 지갑을 식당에 두고 왔어요.’
‘푸른 이빨’이란 뜻의 블루투스가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블루투스가 한수지를 지키고 있다가 죽으니까 그런 내용을 스스로 핸드폰에 저장한 것이다. 
물론 누군가가 장치를 해 놓아야만 가능하다.

서울 강남 경찰서 수사과의 곽정 형사가 내게 설명하고 나의 도움을 요청한 살인 사건의 내용은 IT 최신정보에 무식한 나는 이해가 좀 힘들었다.
참, 아직 살인인지 자살인지도 잘 모른다.
나도 왜 그런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어 놀라곤 했다.
그런데 또 이런 이상한 사건을 도와 달라고 가지고 왔다.
그러나 세계 유명한 추리 소설에도 이와 비슷한 사건은 없다.

회사 내에서도 뛰어난 인물에 바이오 연구의 전문가인 한수지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다.
아직 미혼인 한수지의 주변에는 늘 남자들도 많았다.
그러나 워낙 까칠하고 자존심 강한 한수지는 사내에서 누군가와 사귀기는커녕 썸 탄 일이 전혀 없었다.
한수지가 연구하고 있는 대상은 식물의 유전자를 합성하여 새로운 종을 만들어내는 일이었다. 
한수지는 미국 있을 때 이미 그 분야에 관한 논문을 여러 편 발표하여 명성을 얻고 있었다.
“한수지의 직접적인 사인은 청산가리 중독이라고 했지?”
나는 곽정 형사와 부검 기록 및 국과수 해부 소견서를 보면서 의견을 나누었다.
지나치게 늘 비지땀을 흘리는 곽정 형사는 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연방 찍어내었다.
“맞아. 그런데 더욱 이상한 것은 구강이나 식도엔 청산가리가 지나간 흔적이 전혀 없다는 것이야. 오직 위장에서만 청산가리가 발견 된 점이야.”
“뭐야? 그럼 주사기로 위에다 청산가리를 주사했단 말인가?”“그런 일은 있을 수 없지.”
“회사 연수원에서 혼자 있던 한수지가 시체로 발겨 된 것은 3시가 지난 4시쯤이란 말이지. 그런데 검안 의사 이야기가 3시 반께 죽었다는 것이고.”
“회사는 강남인데 왜 마석 연수원에서 시체로 발견 된 거야?”
나는 의심 가는 것부터 초동 수사 하듯이 물었다.
곽정은 그 경위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한수지는 토요일인 24일 회사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다른 연구원들과 함께 마석 연수원으로 갔다.
매주 주말이면 연수원에서 일주일간의 연구 결과에 대한 토론을 하는 것이 이 회사의 관례였다.
월급을 많이 주는 대신 일을 지독하게 많이 시키는 회사였다.
마석 연수원은 서울에서 가까울 뿐 아니라 시설이 잘 돼 있어서 회사 임원들이 주말이면 자주 가는 곳이었다.
토론회가 끝나면 연수원에서 하루 밤을 즐겁게 보낸다.
사우나탕, 수영장, 전자오락실, 노래방, 영화 감상실, 주방기구가 갖추어진 요리 체험 장 등 완벽하게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있었다.
사건이 마석에서 일어났는데 강남서의 곽정 형사가 나선 것은 회사가 강남서 관할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날도 점심 식사 후 변하진 사장을 비롯해 한수지 팀장, 회계 담당 이정근 이사, 장주석 연구원, 오민준 연구원 겸 팀장 등 다섯 명이 연수원으로 갔다,
변 사장과 장주석, 이정근은 사장 차를 타고 가고 한수지는 오민준이 운전하는 페러리를 타고 단 둘이 따로 갔다.
연수원에는 한수지와 오민준이 제일 먼저 도착하고 거의 5분 차이로 사장 일행이 도착했다.
일행은 2시 50분께 모두 만나 연수원 원장실에서 주스를 한잔 씩 마시면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다가 자리를 옮겼다.
변하진 사장과 이정근이사, 장주석, 오민준은 회의실로 들어가고 한수지는 혼자 옆에 있는 온돌방으로 들어갔다.
옷을 갈아입고 나갈 생각이었다.

회의실에 모인 일행은 한수지가 오도록 기다렸으나 시간이 한참 지나도 오지 않았다.
“에이, 여자는 원래 시간이 필요해. 옷 갈아입는 것도 그렇고 얼굴 고치는 것도 그렇고, 화장실 가는 것도 그렇고... 와이프가 함께 나가자고 해 놓고 항상 남편 기다리게 하잖아.”
이정근 이사가 불평 섞인 말을 했다.
“자, 우리끼리 먼저 시작하지.”
그들이 여기 모이는 중요 목적은 지난주의 연구 실적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시간이 한참 지났으나 한수지 팀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민준이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냈다.
“한 박사 빨리 와요.”
그러나 4시가 가까워도 응답이 없었다. 
오민준이 다시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는데요.”
오민준이 조금 걱정이 되는지 힘없이 말했다.
한수지에게 늘 가까이 가려고 가장 많이 노력하는 사람은 오민준이라는 것을 임원들은 눈치 로 알고 있었다.
“오 팀장 한번 가 보아. 혹시 잠들었을지 모르니까.”
변하진 사장이 말했다.
오 팀장이 태블릿을 펼쳐 둔 채 부스스 일어났다.
“늦으면 노래방에서 노래 못 부르게 한다고 해.”
이정근 이사가 농담을 하자 모두 킥킥 웃었다.
“수지 씨, 수지 씨.”
오민준이 도어에 노크를 하면서 한수지를 불렀다. 
그러나 아무 대답이 없었다.
오민준은 도어를 열어 보았다. 
그냥 열렸다.
“수지 씨.”
한수지가 옷을 단정히 입은 채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온돌방이라 잠이 든 것 아닌가 하고 오민준이 가까이 가 보았다.
반듯하게 누워있는 한수지는 얼굴이 편안해 보였다. 
하얀 피부와 오뚝한 코, 작은 입술, 그런데 입술이 핏기가 없어 보였다.
립스틱을 바르지 않아 그러려니 생각했다.
그 와중에도 타고난 베이글녀 몸매인 한수지의 볼륨 있는 가슴이 눈에 먼저 들어와 오민준은 민망한 생각이 들었다..
오민준은 깊이 잠든 것이라고 처음에 생각했다.
그런데 잠든 사람치고는 아무래도 이상했다. 
“수지 씨!”
오민준이 조심스럽게 수지의 팔을 흔들어 보았다.
그런데 수지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아니?”
오민준이 이번에는 수지의 몸을 흔들어 보았다.
그래도 전혀 반응이 없었다.
오민준은 수지의 코밑에 손을 대 보았다.
숨을 쉬지 않았다.
“큰일 났다!”
오민준은 너무 놀라 전신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러나 오민준은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이 생각났다.
양 손으로 심폐 소생술을 시작했다.
그러나 5분 이상 사력을 다해 보았으나 허사였다.
“사장님! 큰일 났어요. 한수지 씨가 이상해요.”
오민준이 옆방으로 허둥지둥 뛰어가서 소리쳤다.
“무슨 소리야?”
“한, 한수지가 죽은 것 같아요.”
“뭐야?”
일행은 하던 일을 팽개치고 옆방으로 달려갔다.
경찰이 달려갔을 때 회사 사람들은 모두 침통한 표정으로 둘러 앉아 있었다. 
한수지의 시체는 하얀 시트로 덮인 채 방안에 그대로 누워있었다. 
경찰의 초동 수사가 시작되었다.

“그 방에는 특별한 물건이 없었나? 약 병이라든지, 물 컵이라든지.”
사건의 발단을 듣고 나서 내가 곽정 형사한테 물었다.
“물 컵과 먹다 놓아둔 생수 병이 있었어. 감식 결과는 아무 독극물도 검출되지 않았어.”
“만약 자살을 했다면 입안과 식도가 청산가리로 엄청난 손상을 입었을 텐데 전혀 이상이 없었다는 거지.”
“그렇다니까. 자살을 했다면 유서를 쓰던지, 뭐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 아니야? 그런데 전혀 그런 게 없거든.”
“그 방에 출입한 사람들의 지문이나 DNA 같은 것을 찾아 낸 것은 없었나?”
“도어와 방안 탁자, 물병 등에서는 같이 그곳에 간 사람들, 즉 오민준, 변 사장, 이정근, 장주석 씨 등의 지문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어.”
“범인이 전혀 흔적을 남기지 않고 들어와서 청산가리를 먹여 살해 한 뒤 살인을 예고하는 문자를 IoT를 통해 저장해 두었단 말이지.”
“왜 그런 어려운 흔적을 남기고 살인을 예고해야 했단 말이야? 정신병자가 아닌 담에야.”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