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데스트랩' 최호중 "쉽지않았던 도전, 고민 많았다"
[인터뷰] '데스트랩' 최호중 "쉽지않았던 도전, 고민 많았다"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0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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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벗는 그날까지 최선 다해 공연에 임하고 감사한 마음 가질 예정"


지난달 7일 개막한 <데스트랩>은 새로운 제작사를 만나 관객을 맞고 있다. 작품은 2014년 국내에서 초연됐고 2017년까지 세 번의 공연이 올라간 해당 작품은 1978년 극작가 아이라 레빈에 의해 올려진 극은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오랜 시간 공연된 블랙코미디 스릴러 작품 중 하나다. 

‘죽음의 덫’이라는 뜻의 <데스트랩>은 극 중 '클리포드 앤더슨'의 극본 이름과 동일하다. 한때 잘 나갔던 극작가 '시드니 브륄'은 신작을 쓰는데 어려움을 겪던 중, 자신의 세미나를 들었던 학생 클리포드 앤더슨이 의견을 구하기 위해 보낸 극본 데스트랩을 받게 된다. 완벽하게 쓰인 대본에 질투를 느낀 그는 클리포드를 자신의 작업실로 초대한다. 시드니의 아내 '마이라'는 작품을 손에 넣기 위한 시드니의 계획에 불안함을 느낀다.

방대한 대사량을 무리 없이 소화해 내는 연기파 배우들이 꽉 채워진 점은 <데스트랩>의 큰 자랑으로 보인다. 올해 시드니 브륄 역에 캐스팅된 최호중 배우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의 모습을 보이면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해당 인터뷰에는 공연과 관련된 스포일러가 담겨있다.

사진 이지은 기자
사진 이지은 기자

 

Q. 반갑다. 본지와 첫 인터뷰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반갑습니다. 81년생이고 딸 둘은 가진 아빠 최호중입니다. 그리고 공연으로 많은 관객분들을 만나고 싶고,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배우입니다.


Q. <데스 트랩> 알고 있던 작품일까

A. 네, 전작을 보지는 못했었는데 이 작품이 올라갔다는 건 알고 있는 작품이었어요.


Q. 어떻게 참여하게 됐을까

A. <난쟁이들>이란 공연을 할 때 알게 돼서 돈독하게 아는 사이로 지내오다가 이번 작품을 같이 하자는 오퍼가 와서 참여하게 된 작품이에요. 첫 무대를 올리기 전까지 저 스스로 조금의 부담감을 가지게 만들었던 작품입니다. 이번 작품은 부담감 때문인지 항상 대본을 보게 만들었거든요. 아내랑 같이 술을 마실 때가 있었는데 저보고 '네가 술 마시면서 대본 보는 거 처음 본다'라고 말할 정도였어요. 정말로 여태 이 정도로 대본을 봤던 적이 없었어요. 그렇다고 집중을 하지 않았던 작품은 하나도 없었지만 고민과 생각을 많이 하게 된 작품이었죠. 오늘 해결됐다고 생각했는데 다음날 다시 하면 또 다른 모습이 보였거든요. 대본을 열 때마다 느낌이 달라지는 공연이라서 계속 볼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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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맡은 배역에 대해서 소개하자면?

A. 제가 맡은 배역인 시드니 브륄은 극 중 극작가입니다. 17년 전 '살인 게임'이라는 스릴러물을 대박 친 스타 작가죠. 그런데 '살인 게임' 작품 이후로 내리 세 작품을 몽땅 말아먹으며 재기를 꿈꾸고 있어요. 시드니 브륄은 극 중에서 아주 예민하고 시니컬하죠. 성공을 위해서 글을 쓰려고 하지만 제대로 써지지 않거든요.


Q. 시드니의 나이는 몇 살이었을까

A. 대본 상에는 50대로 나와있는데, 저 스스로는 40대 중반 정도로 생각하고 캐릭터를 설정했어요. 50대로 바라봤을 때 극이 되게 부담스럽게 다가왔거든요. 외형적으로도 설정이 왜곡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일단 17년간 패배자의 삶을 살아가는 시드니 브륄이 어느 시점, 어느 부분들에서 예민해지는지 설정하고 구축이 완성되는 시점에서 나이를 넣었던 것 같아요. 저 스스로 봤을 때 제 나이보다 5살 정도 많은 40대 중반인 것 같습니다.


Q. 아내 마이라의 나이는?

A. 아내는 35살 정도 됐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10살 정도 차이가 난다고 대본에 기재가 되어있기도 하고 저도 10살 정도 차이가 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죠.


Q. 클리포드는?

A. 20대요. 20대 초반이죠. 아주 파릇파릇한 대학생 같은 느낌이거든요.


Q. 시드니는 클리포드의 어떤 모습에 매력을 느꼈던 걸까.

A. 극 중에서 바라봤을 때 시드니의 이상형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Q. 이상형이라고 한다면, 애초에 시드니는 양성애자였던 걸까

A. 이 부분을 연습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것 같아요. 제가 생각했을 때 시드니는 원래는 이성애자였어요. 그런데 17년 동안 내리막길을 걷다 보니까 성 정체성까지 바뀐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계속되는 실패에 정서적으로 호르몬이 바뀌면서 그런 쪽으로 바뀌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 가운데 이상형에 가까운 인물을 만나게 된 거죠. 클리포드라는 사람을요. 사실 그전까지 시드니 브륄은 자신감 넘치고 거만 떨면서 자신의 극을 보여주는 새내기들한테 '나가'라고 말했었는데, 이상형에 가까운 그를 바라보고 나서는 그런 말을 할 수 없게 됐죠.


Q. <데스 트랩>의 원고는 클리포드가 써서 시드니한테 준 걸까

A. 아니요. 애초에 없었던 거였어요. 클리포드는 저를 이용해서 좋은 글을 써서 이곳에서 나가는 게 목표였고, 저는 그와 함께함과 동시에 좋은 글을 쓰고자 했어요.

사진 이지은 기자


Q. 1막과 2막에서 시드니의 제스처나 모습이 많이 차이가 나는 것 같다.

A. 맞아요. 1막에서 시드니는 17년 동안 패배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패배자이고 싶어 하지 않아요. 그래서 오히려 있어 보이려고 표현하는 편이죠. 그런데 그럴수록 더 비어 보인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더 비호감처럼 보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2막에서 시드니는 정말 내추럴해져요. 감정에 더 솔직하게 반응하고 표현하죠. 시드니는 정말로 많이 바라고 있어요. '살인 게임'에 버금가는, 혹은 더 좋은 작품을 쓰는걸요.


Q.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시드니라는 인물은 '살인 게임'이라는 작품에 계속해서 발목이 잡혀있는 것 같다.

A. 맞아요. 생각해보세요. 그때 시드니가 얻었을 쾌감을요. 얼마나 컸을지 상상도 안 가요. 이 작품을 하면서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어요. 이 작품을 하면서 글을 쓰는 직업에 대해서 다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시드니는 계속 생각했을 것 같아요. 나 자신을 알리는 것과 내 작품이 흥행해서 모두가 날 바라봐 주기를요. '전작을 뛰어넘는' 작품을 쓰는 게 그의 인생의 목표였죠.


Q. 실제로 글을 써본 적이 있나

A. 저는 전혀 재능이 없더라고요. 대학교 다닐 때 간단하게 10분에서 20분짜리 짧은 장면을 만들자고 글을 썼었거든요. 혼자 도취해서 쓰기는 다 썼는데, 이게 무대로 옮기려고 하니까 정말 별로더라고요. 그래서 그 뒤로는 나는 이게 길이 아니구나 생각하고, 전달하는 일이 제 역할이란 걸 깨달았어요.


Q. 아내 마이라 브륄은 끝까지 자신이 배신당했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 같다.

A. 이상하다고는 느껴도 정확한 해답은 찾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만약에 이 상황이 이상하고, 뭔가 있다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했다면 뛰쳐나가든 어떤 움직임을 보였을 것 같거든요. 시드니랑 클리포드도 모텔에서 계획을 했을 때 여러 가지 방향성을 고민했어요. 마이라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계속해서 강도를 높이거나 모션을 달리했을 거거든요. 이 부분들이 관객들이 공연을 볼 때 어색하지 않게 조절하는 게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사진 이지은 기자
사진 이지은 기자


Q. 시드니는 변을 당하게 될 때, 그 상황을 예언했던 헬가가 떠올랐을까?

A. 1막에서 헬가가 이런 말을 해요. '부츠를 신은 남자가 당신을 공격할 거다'라고요. 그때 시드니는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며 넘겨버리죠. 별 볼일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2막으로 넘어가서 시간이 흐를수록 약간은 인지를 했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클리포드를 죽이기까지, 죽이려고 맘을 먹는 것까지 발전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Q. 2막에서 클리포드가 시드니의 물건들을 숨기거나 챙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데, 시드니는 이 상황들에 대해서 인지하지 못했나.

A. 전혀 인지하지 못했죠. 그런데 포터를 통해서 알게 돼요. 그런 장치들이 조금씩 심어져 있거든요. 처음에는 아무리 싫은 게 있어도 눈에 뭐가 씌인 것처럼 다 예뻐 보이는데, 어느 순간부터 감정이 상하기 시작하면 그런 부분들이 다 단점으로 인지되는 것처럼 하나둘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하죠.


Q. 이번 작품은 애드리브보다는 대본에 충실한 작품인 것 같다.

A. 맞아요. 사실 평소에도 저는 애드리브보다 대본에 더 집중하는 편이라서 별로 큰 차이를 못 느껴요. 제가 생각했을 때 애드리브를 굳이 하려고 하지 않더라도, 기존의 대사를 애드리브처럼 말하면 그게 애드리브가 된다고 생각해요.


Q. 그게 더 어려운 일 아닐까

A.. 애드리브는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사고라던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선 어쩔 수 없이 이어나갈 수 있게 대비해야 하지만 그런 부분들이 아니라면 최대한 배제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충분히 기존의 대사 안에서도 재미있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베테랑인 것 같고, 그게 배우 아닐까요?


Q.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A. 제가 맡은 시드니 브륄이 침체기를 겪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그리고 클리포드와의 만남에서 보이는 이미지요. 솔직하게 한국 사회에서 아직까지 이런 부분들은 부담스럽게 다가온다고 생각해요. 특히 지금 이 시기에는 더욱더 그런 것 같아요. 동성애와 사랑이란 게 쉽게 생각할 수 없더라고요. 터치를 많이 해서 하자니 거부감이 들 것 같고, 이걸 배제하자니 뭘 하는지 모를 것 같아 보였어요. 그 중점을 찾는 게 어려웠던 것 같아요.

사진 이지은 기자
사진 이지은 기자

 


Q. <데스 트랩>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 혹은 대사가 있다면?

A. 개인적으로 본 공연이 올라가기 전에 시드니 브륄이 미리 등장하거든요.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시드니는 그 무대 위에서 계속해서 고민해요. "내가 이렇게까지 인생을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과 함께 아내와 클리포드를 두고 줄다리기를 하기도 하죠.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장면은 첫 장면이 시작되기 전 시드니가 무대 위에 올라간 그 순간이요. 그리고 관객분들이 중요하게 보셔야 할 장면은 클리포드가 이들을 만나러 왔던 순간이죠. 세 사람이 처음 다 같은 자리에 모였을 때, 감정적으로 부딪히는 모습들요.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A. 처음 연습을 할 때 대사 실수가 많았었고, 극장에 들어와서는 몽둥이에 맞는 씬들이 기억에 남아요. 정말 아팠거든요. 스티로폼인데 그 안에 PVC가 들어가 있어서 생각보다 더 아프더라고요. 맞는 순간 욕이 목구멍에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어요.


Q.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공연을 올리고 있는데, 걱정도 많을 것 같고 각오도 남다를 것 같다

A. 맞아요. 일단 이런 시국에서도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저희 연극 모든 배우와 스텝을 통틀어서 공연예술을 좋아하시는 관객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저희가 계속해서 공연을 할 수 있는 것은 관객분들이 계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항상 감사드리고 마스크를 벗고 웃으시는 그날까지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공연에 임하려고 더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Q. 놀라는 장면들이 많다는 후기 때문에 공연을 보지 못한 관객들이 많다

A. 흔치않은 공연입니다.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스릴러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보시면 아시겠지만 의외로 코믹한 부분들이 많아요. 아직 공연을 보시지 않으셨다면 분명히 신선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공연을 보러 오신다면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작품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후회하지 않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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